두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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杜琪峰; Johnnie To, 1955. 4. 22.~

1 개요

홍콩영화 감독. 8~90년대 한국에서 서극, 오우삼, 임영동 등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에는 다른 걸작의 속편을 만드는 그저그런 감독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홍콩 영화인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진출하면서 경력을 말아먹는 동안에도 꾸준히 홍콩 영화계를 지키며 영화를 만들더니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들어설 즈음에는 문득 거장이 되고 말았다. 작품의 수준은 그저 그런데 경쟁자가 없어져서 상대적으로 이름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스타일을 바꾸며 환골탈태한 것도 아니고, 데뷔 시절부터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갈고 닦더니 어느 순간 경지에 올랐다는 점에서 노력형 대가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지금은 소위 홍콩 느와르라고 불리는 홍콩식 범죄 장르영화를 만들면서도 이례적으로 꾸준히 칸, 베니스를 비롯한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꾸준히 초청받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평론가들에게도 거장으로 칭송받는 위치에 이르렀다.

2 감독으로서의 성향

1980년에 〈벽수한산탈명금〉으로 데뷔한 이래 2011년 현재까지 32년 동안 48편의 극장용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1986년에 두 번째 장편 〈개심귀당귀〉를 내놓을 때까지의 공백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신작을 내놓고 있다.[1] 생존한 감독 중 이 정도로 작품 활동이 빠르고 꾸준한 사람은 미이케 타카시, 홍상수, 클린트 이스트우드 정도인 듯.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도 유명한데, 가령 대표작인 〈창화〉는 촬영 기간이 19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영화 스타일이 카메라를 막 들이대서 빠르게 찍고 편집실에서 이리저리 붙여보는 방식이 아니라 매 쇼트의 구도와 순서를 엄격하게 정하는 식임을 생각하면 경이로울 정도다. 다만 촬영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하는 모양. 그거라도 해야지 다른 감독 서러워서 살겠냐.

게다가 배우들에게 대본을 안 준다. 촬영 당일 아침에 그 날 찍을 분량 대본만 줄 뿐, 전체 영화의 흐름 같은 건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다만 프랑스와 합작한 최근작 〈피의 복수〉의 경우 프랑스의 나훈아국민 가수이자 배우인 자니 할리데이가 주연을 맡았는데 할리데이에게만은 전체 대본을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도 할리데이를 제외한 다른 중화권 배우들에게는 대본을 주지 않았다. 이런 식의 작업은 한국의 홍상수 감독도 곧잘 하는 일이지만 일상의 우연을 열어놓고 받아들이는 작품이 아니라 엄정하게 계산된 장르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더불어 한 번에 여러 작품을 만드는 일도 곧잘 한다. 배우 및 스탭들의 일정에 따라 촬영 계획을 잡은 다음 촬영이 없는 빈 시간에 다른 영화를 찍는다. 특히 하비 무비(hobby movie)라고 하여 '그냥 내가 정말 만들고 싶기 때문에 만드는, 취미로 만드는 영화'가 따로 있는데 이 경우 몇 년에 걸쳐 시간이 날 때마다 띄엄띄엄 촬영을 해서 영화를 완성하기도 한다. 〈PTU〉가 대표적인 예.(촬영 3년 걸렸다) 직업도 영화 만들기고 취미도 영화 만들기인, 영화에 미친 감독이라 할 만하다.

자연히 감독으로서의 자의식도 대단하다. 홍콩의 TV 방송국 TVB에서 일하던 시절 TVB 연기자 훈련반에 들어갔는데 연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촬영 현장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였다고 한다. 또 TV 드라마 감독이 아니라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것도 TV 드라마 감독은 기교를 배운 다음 시키는대로 찍기만 하면 되는데 영화감독은 전체 기획을 총괄하면서 폭 넓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감독이라면 촬영 현장의 지휘뿐만 아니라 작품의 기획, 각본, 제작 등의 단계를 모두 관리하며 자신의 개성을 불어 넣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

두기봉은 데뷔 이후 두 번 영화 작업을 멈춘 적이 있다. 데뷔작 〈벽수한산탈명금〉을 만든 뒤에는 영화 연출과 TV 드라마 연출은 다르며 자신은 아직 영화를 만들 실력은 못 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TVB로 돌아갔다. 또 1992년 심사관의 감독은 자신이고 영화를 연출하면서 주연 배우인 주성치와 트러블도 심했는데도 영화가 성공하자 전부 자기 덕분에 흥행에 성공한거라고 언급하는 주성치와 실제로 그 공이 배우에게 돌아가는 모습, 1993년 〈동방삼협〉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여배우들과 겪은 일들로 홍콩영화계가 천문학적인 몸값을 지닌 배우들만을 중심으로 끌려가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스타들에게 끌려가면서 영화를 만들 것인가, 스타가 없는 대신 나만의 스타일을 지닌 영화를 추구할 것인가'를 고민하느라 3년 동안 연출에서 손을 놓았다.[2] 결국 고민 끝에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는 직접 영화제작사를 세워버렸다. 그 정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 내에서 살아남는 데에도 신경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종종 스타를 중심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도 연출하는데, 이것은 대체로 자신의 제작사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피의 복수〉가 흥행에 실패하자 바로 데이트용 영화 〈고남과녀〉를 만들었다. 자기가 운영하는 제작사가 있어야 감독으로서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 때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면 유덕화 같은 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도 있지만 개성있는 배우들을 주로 출연시키는 편이다. 황추생[3], 임달화[4], 임설, 장가휘, 장요양, 유청운, 오진우[5] 등...

3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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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작인 성시특경(城市特警). 한국 개봉제목은 대행동. 자세한 건 대행동 항목을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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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지구 (1990) 원제목은 천약유정(天若有情)인데 한국에선 이 제목으로 개봉했다.

1990년작. 영웅본색시리즈의 영향이 강해지자,홍콩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다. 그 영향이 강한 영화. 제작만 했으며 감독은 진목승.(크레딧에 안 올랐다 뿐이지 실질적으로 연출했다는 얘기가 있다.) 1997년에 aTV에서 40부작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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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션 (The Mission) (鎗火) (1999)

1999년작. 제 37회 금마장 감독상, 제 19회 홍콩 영화 금상장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두기봉을 단숨에 홍콩의 차세대 대표 감독 반열에 오르게 만든 작품.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흑사회 보스의 보디가드로 임시 고용된 다섯 남자들의 이야기. 담백하고 건조한 느낌의 시나리오와 참신한 화면 구성이 일품인 누아르 영화. 단조로우면서도 묘한 음악이 흠이다만 듣다보면 그것도 좋다는 사람이 있다. 참고로 보스의 숙부 역할로 나오는 배우는 왕천림으로 과거의 다작으로 유명한 영화 감독이었으며, 그의 아들이 다름 아닌 왕정 감독이다. 왕천림은 이후에도 영화 흑사회에서 원로 역할로 나온바 있다.

  • 암전 (Running out of time) 시리즈 (1999, 2001)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 시리즈는 두기봉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주연은 유청운, 범인 역에는 유덕화(1편), 정이건(2편).

  • 왼쪽으로 가는 남자,오른쪽으로 가는 여자 (Turn Left, Turn Right, 2003)

금성무, 양영기 주연의 영화. 러브 코미디다.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에서 출발하는 영화. 총기가 흔히 등장하는 느와르 영화들과는 다르다. 대만의 삽화가인 '기미(幾米, Jimmy Liao) 작가의 작품인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向左走,向右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오프닝의 6분간 롱테이크 총격전이 인상적이다. 이걸 한번도 끊지 않고 촬영했다는 게 엄청나다. 감독의 노하우가 잘 드러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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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기 그지없는 중국 흑사회를 다룬 영화. 홍콩 삼합회의 보스 선출을 둘러싼 폭력배들의 권력투쟁을 냉철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홍콩-중국 관계를 은유적으로 비판해낸 두기봉 최고의 수작이다. 혹자는 영웅본색(홍콩 반환 전)과 무간도(반환 직후)를 이어 현재 홍콩을 그리고 있는 새로운 홍콩느와르의 계보라 평하기도 했다.

MBC FM4U - 정성일,이주연의 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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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알 파치노라 불린 황추생이 나온 영화. 결말부의 무차별 총격전(수십명의 인원이 피아식별도 어렵게 총을 쏴댄다. 몸에서 나오는 빨간연기()가 나오는게...)가 인상적이다. 미션의 속편으로 기획했다가 그냥 별개의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그래도 미션과의 연관성이 꽤 있는 편이다.

  • 매드 디텍티브 (2007)

연쇄 살인자를 주제로 한 스릴러 영화. 유청운의 원맨쇼 연기가 돋보인다.

장 피에르 멜빌암흑가의 세 사람(원제가 레드 써클)의 리메이크 작
올랜도 블룸, 리암 니슨이 출연하고 알랭 들롱도 출연할 예정... 이었으나,
하지만 결국 리암니슨의 짤막한 인터뷰로 보아 엎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준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곧바로 IPTV로 직행. 특유의 하드보일드함이 잘 살아있다.

  • 화려상반족 (2015)

주윤발, 진혁신, 탕웨이 주연

  • 맨발의 기봉이
  1. 1994년과 2010년에 신작이 없는데, 대신 1993년과 2009년에 각각 다섯 작품에 감독 및 제작자로 참여했다.
  2.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직접 발언한 내용이다. 그런데 필모그래피를 보면 1993년과 1995년에 작품이 있기 때문에 1년만 손을 놓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마 당사자는 이 시기를 93~95년에 걸친 기간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차이일 것이다.
  3. 무간도 시리즈의 황국장 역할
  4. 첩혈가두에서 킬러 역할로 처음 알려졌으나 그 후 한동안 그저그런 영화에 출연하다가 두기봉 영화에 출연하면서 재기에 성공하였다. 우리에게는 도둑들의 첸 역할로 익숙하다.
  5. 무간도 2의 예영효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