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태자(소설)

1926년 5월 10일부터 1927년 1월 9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다가 1928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광수의 장편 소설. 이광수가 쓴 최초의 역사 소설이자 한국 근대 문학에서의 역사 소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신문 연재 때 인기가 높았고, 1935년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었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지금의 독자들이 읽기에도 꽤 재미있는 소설이다.

제목만 보면 마의태자가 주인공인 소설일 것 같지만 사실 소설 속 마의태자의 비중은 눈물나게 적다. 후반부에 태조 왕건의 딸로 경순왕의 새 왕비가 된 낙랑공주와 얽혀서 잠깐 나오고 역사대로 산으로 은거하면서 퇴장한다. 사실 이 소설은 마의태자가 아니라 본격 궁예 연대기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왜 제목을 마의태자라고 지었는지는 의문. 한국 최초의 페이크 주인공?

제목으로 독자를 낚는 소설이지만 궁예의 일대기로 보자면 꽤 괜찮은 소설이다.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재평가되기 이전에 이미 궁예를 긍정적으로 그린 소설. 궁예를 정의롭고 용감하지만 자기 자신과 시대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파멸해 가는 비극적인 영웅으로 그렸다. 반면 궁예를 몰아내고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을 교활한 인물로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이한 점.

또 당시 소설의 여주인공으로서는 드물게 지략과 무예실력을 겸비한 궁예의 왕비 강난영(강비)도 당시 소설에서 보기 드문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다만 난영도 파멸해가는 궁예에게 실망해 왕건과 밀통하다 걸려 역사대로 궁예에게 살해당하니 안습.

역사 소설을 통해 민족 의식을 고취하려는 것이 이광수의 집필 의도였다지만, 결과적으로는 과거 역사에서도 한민족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라 왕실의 막장 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되는 태조 왕건은 궁예를 배신하고 대권을 얻은 얍삽한 인물로 묘사되며, 그나마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인물들(궁예, 난영 등)도 타락하고 파멸한다. 때문에 친일파였던 이광수가 이 소설을 통해서 패배주의 의식을 심어주려 했다는 해석이 있다. 다만 이광수는 당시 같은 해 안창호수양동우회에 가담했고, 수양동우회는 1937년 해체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

한편으로는 나라를 잃은 마의태자를 통해 망국의 비애감을 표현하는 게 원래 의도였을 텐데, 마의태자보다 남겨진 역사 자료가 많은 궁예를 묘사하기가 더 쉬웠기 때문에 결국에는 궁예 연대기로 흘러가버린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이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망국의 왕자인 마의태자보다는 새 국가를 건설하는 궁예의 모습이 신문을 읽는 대중들에게 더 환영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복거일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는 조선사의 존재가 부정되자 이광수가 자신의 모든 소설을 러시아에 몰락하는 몽골의 가상의 항해왕조로 바꿨고, 그에 따라 초의태자라는 새로운 소설이 생겼다는 설정이 있다. 다만 진 주인공이 궁예인 만큼 복거일이 이 책을 읽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설정으로 원효대사가 사해대사로, 단종비사가 애종비사로, 이차돈의 죽음이 아발도의 죽음으로 되었다. 다만 원효대사 등은 총독부매일신보에 연재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설정이지 실제로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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