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왕

75px 신라의 역대 국왕
55대 경애왕 박위응	←	56대 경순왕 김부	→	신라 멸망 / 고려 태조 왕건

고려 초의 원본을 베낀 것으로, 5점이 전해져 오다가 2007년에 존재가 확인되었다.기사
왕호	경순왕(敬順王)
성	김(金)
휘	부(傅)
생몰년도	음력	897년(?) ~ 978년 4월 4일(82세?)
재위기간	음력	927년 ~ 935년 11월 (9년)

태자: "나라의 존망은 반드시 천명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다만, 충신·의사와 함께 민심을 수습해 스스로 수비하다가 힘이 다한 후에 그만두어야지, 어찌 천년 사직을 하루아침에 가벼이 남에게 주는 것이 옳은 일이겠습니까!"

경순왕: "작고 위태로움이 이와 같아 형세가 나라를 보전할 수 없다. 이미 강해질 수 없고 또 약해질 수도 없으니, 죄 없는 백성들의 간과 뇌장(腦漿)이 땅에 쏟아지게 하는 일을 나는 차마 할 수 없다."
ㅡ《삼국사기》 경순왕 9년(935년) 10월의 기록. 고려에 항복할 것을 반대하는 마의태자와 항복할 뜻을 밝히는 경순왕의 대답이다.

1 개요

평안한 삶을 누렸던 망국의 군주.

신라의 마지막 임금. 문성왕의 후손으로 이찬 효종(孝宗)의 아들. 어머니는 계아태후(桂娥太后)이며 헌강왕의 딸이다. 그래서 헌강왕의 외손자가 된다.

왕후는 죽방부인(竹方王后) 박씨(朴氏)와 효목왕후 왕씨(王氏)(왕건의 딸), 별빈 안씨(別嬪安氏), 송희부인 석씨(昔氏) 등이 있다. 《삼국유사》에선 김부대왕이라고 언급한다. 자기가 통치하던 나라에서 시호를 받기 전에 나라가 망했으므로 시호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인듯.

2 신라의 마지막 임금

신라의 마지막 임금으로 견훤이 신라를 침략하여 경애왕을 죽이고 나서 그를 왕위에 올렸다. 아마도 김씨 세력과 견훤의 거래가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경순왕 자체가 계획했다기 보다는 명분상의 임금에 가까웠다고 추측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그러나 견훤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신라를 침략했다. 경순왕의 통치 시기, 신라의 상태는 실로 처참했다. 신라의 지배 영역은 이미 건국 초창기의 사로국 시절 수준, 그러니까 경주 주변에만 겨우 통치력이 미치던 상태였다. 고려, 후백제와 힘을 겨루기는 커녕 바로 인접한 지역에 있는 경남 지방의 호족들 조차도 다스릴 능력이 없었다. 그나마 경주를 지켜주던 대야성 방어선까지 견훤의 침공에 완전히 초토화 돼서 경주 지방 역시 사실상 무방비한 상태였다. 930년(경순왕 4년) 9월에는 지금의 강릉에서 울산까지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의 고을들이 모조리 고려에게 항복했는데, 경주가 바닷가에 상당히 인접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정말 신라의 영토는 서라벌 하나만 남은 수준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후백제와 고려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던 중에 견훤이 실각하고 후백제의 상황이 어지러워지자, 천하 대세가 고려에 있다고 보았는지 사직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다만,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면 이 항복에 대해 경순왕이 신하들과 논의하자, 신라 신료들의 태도는 "누군가는 옳다 하고, 누군가는 옳지 않다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라는 이미 다 저문 해고 고려의 왕건이 새로운 패자가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신라 정부 내에서는 항복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던 듯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맨 위에 있는 마의태자와 경순왕의 대화.

935년 신라는 고려에 항복하고 만다. 그의 나이 30대 후반. 그로부터 1년 뒤, 후백제는 견훤을 앞세운 고려군에 의해 멸망한다.

3 신라의 항복 이후

항복한 뒤, 왕건이 유화궁(柳花宮)을 내려주고, 관광순화 위국공신 상주국 낙랑왕 정승 식읍 팔천호(觀光順化衛國功臣上柱國樂浪王政丞食邑八千戶)에 봉하여 경주(慶州)를 식읍(食邑)으로 받았으며, 지금의 개성과 가까운 곳에 거주했다. 한편, 경주의 사심관(事審官)에 임명되어 고려 시대 사심관 제도의 기초도 되었다. 고려에서의 지위는 태자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왕건이 죽은 이후에는 왕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 존재로 인식되어 그 영향력이 컸다.

고려의 유화 정책 덕분이기도 하지만. 왕건의 딸 낙랑공주(樂浪公主)와 결혼도 했다. 낙랑공주가 낳은 딸은 경종과 혼인해 헌숙왕후가 되었으며, 경종은 즉위한 후 장인인 경순왕을 공(公)으로 높이고 식읍과 녹봉을 더하며 우대했다. 한편 왕건은 경순왕의 백부 김억렴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왕건과 김억렴의 딸인 신성왕후 김씨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 바로 왕욱(王郁)이고, 그의 아들이 바로 고려 제8대 국왕인 현종이다. 그래서 왕욱은 '안종(安宗)'으로 추존된다. 결론은 망한 왕조의 왕치고는 그럭저럭 우대받고 살았다.

경순왕은 신라가 멸망한 지 43년이 지난 978년(경종 3)에 세상을 떠났다. 출생 시기가 명확하지 않지만 정황상 최소한 80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이런 선택으로 경주 김씨는 이후 고려의 중요 귀족가문이 된다. 또한 많은 자손들을 남겼는데, 이들이 갈라져서 많은 본관을 이루었다. 자세한 내용은 김(성씨) 항목에서 볼 수 있다.

경순왕의 후손으로 고려 시대에 대표적 인물은 김부식이다. 그런데 김부식이 신라 왕가의 후손이라고는 하지만, 김부식의 능력이 뛰어났던 면도 있다. 사실 그의 아버지도 정 4품 자의간대부까지는 올랐던 인물이긴 했지만 그 자리에 오르고 얼마 안돼서 요절했기 때문에 김부식 일가가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가문은 아니다. 어쨌거나 야사에서 그는 평생 동안 "조상님 뵐 면목이 없다."면서 하루하루를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글쎄?

그리고 후손들 중에서는 김방경, 김시민, 김구, 김일성 등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4 기타

그의 아들 중 하나가 그 유명한 마의태자이다. 그 외에도 나주, 삼척, 언양, 의성 김씨와 경주 김씨 은열공파, (후)강릉 김씨 등의 중시조들이 경순왕의 아들이다. 즉, 경순왕은 경주 김씨와 그로부터 갈라져 나온 많은 경주 김씨계 본관의 중간 시조가 된다. 또한 그의 넷째 아들 김은열의 9세손 김시흥은 김녕 김씨의 시조다.

그의 넷째 아들이 대안군 김은열이다. 그런데 이 김은열의 7대손인 김태서는 전주김씨의 시조인데 놀랍게도 김태서는 북한의 독재자인 김일성의 직계조상이다.# 김태서의 무덤은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모악산에 위치하고 있다. 김태서는 원래 경주 김씨였으나 전주에 터를 잡고 전주 김씨의 시조가 된다.

경순왕릉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에 위치해 있다. 372번 지방도를 통해 갈 수 있다. 이 곳은 휴전선과 가까운 곳이다 보니 가는 길이나 주변에서 지뢰주의라는 표시를 잔뜩 볼 수 있다. 경순왕릉을 찾는다면 혹시라도 거기로 넘어가는 일 없이 얌전히 문화재 관람만 하고 오자.

경순왕릉이 식읍지인 경주에 위치하지 않고 연천 지역에 있는 것에는 고려 정부의 속셈이 있다는 설이 있다. 정황상으론 경순왕의 고향인 경주에서 장례를 치뤄서 그 곳에 릉을 세우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신라의 옛 수도인 경주에서 신라의 마지막 국왕의 장례를 치룰 경우 경주 일대의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도저히 장담할 수 없었다. 망국의 군주의 장례가 얼마나 민심을 격앙시키는지는, 예를 들면 조선이 망한 뒤 일제강점기 때도 고종(대한제국)과 순종(대한제국)의 장례식에 맞춰서 각각 3.1 운동과 6.10 만세 운동이 일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복벽운동이 일어나기 딱 좋은 기회다.

따라서 '왕릉은 수도 개경에서 100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빌미로 경주까지 가지 못하게 하고 당시 수운 교통이 편리한 임진강 고랑포 근처인 현 위치에 릉을 세우게 했다는 것. 경순왕릉은 이제까지 밝혀진 신라 왕릉 중 유일하게 경주가 아닌 지역에 위치한 왕릉이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져 실전되었다가, 1747년(조선 영조 23년)때 발견되어 석물 등을 정비하고 관리하게 했다.

의외로 무속에서 '신'으로 모셔지는 왕이다. 그 이유는 그가 고려의 태조에게 항복한 것이 괜히 저항했다가 백성들에게 유혈사태가 일어나게 하는 것보다 백성들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자비심에서 우러나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까지도 각지에 경순왕을 모시는 사당이 많이 남아 있었으며 경상도와 충북 일대, 경기도 일부 지역에 경순왕 사당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시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경순왕 사당과 이를 모시는 무당들이 가끔 보인다.

무속에서는 삼국유사와 마찬가지로 '김부대왕'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으며, 그 아들인 마의태자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5 대중 매체에서의 모습

태조 왕건에서 배우는 신귀식. 일반적으로 알려진 "버티려고 해도 하도 나라가 막장이라 답이 없어서 결국 고려에 나라를 들어바친 군주" 의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견훤의 서라벌 침공때 견훤을 도와준 신라 중신들이 '김씨 왕가의 가장 큰어른이다'라며 그를 새 왕으로 권하였고, 마지못해 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견훤이 서라벌을 떠난 뒤 바로 '우리 동맹국은 고려지 백제는 아니오. 내가 비록 중신들의 권유로 이자리에 올랐지만 이 황좌를 탐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라며 그를 왕으로 만들어준, 견훤에게 협조했던 반역자 중신들인 유염과 김응겸을 역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처형하는 모습이 그나마 진정한 신라왕 다운 모습을 보여준 장면.

그 외에는 대부분 고려에게 나라를 바치는것을 논의하는 장면으로 나온다. 그 과정에서 고려에게 나라를 바치려는 아버지의 행동에 반대하는 아들 마의태자와 갈등을 빚는 장면도 덤.

고려에 항복을 결정하는 마지막 대전 회의에서 '차라리 전 백성과 신하에게 자진을 하라 해달라'라며 반대를 하는 마의태자에게 신라를 망친 것은 백성과 신료들의 죄가 아니라 황실의 죄이니 이제 와서 백성이나 신료들에게 신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할 수는 없다 며 고려에 항복하는 장면은 나름대로 명장면.

6 삼국사기 기록

一年冬十一月 경순왕이 즉위하다
一年冬十一月 전왕의 시호를 경애라 하고 장사지내다
一年冬十一月 아버지를 추존하고, 어머니를 왕태후로 삼다
一年冬十二月 견훤이 들에 쌓아놓은 곡식을 태우다
二年春一月 김상이 흥종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전사하다
二年夏五月 유문이 견훤에게 항복하다
二年夏六月 지진이 일어나다
二年秋八月 견훤이 왕충에게 쫓겨나다
二年秋八月 견훤이 대목군의 벼를 베어가다
二年冬十月 견훤이 무곡성을 함락시키다
三年夏六月 천축국 삼장 마후라가 고려에 오다
三年秋七月 견훤에 맞서 출정한 홍술이 전사하다
三年秋七月 순주 장군 원봉이 견훤에게 항복하다
三年冬十月 견훤이 가은현을 포위했으나, 이기지 못하다
四年春一月 선필이 고려에 항복하다
四年春一月 태조가 고창군에서 견훤을 크게 이기다
四年春二月 태조가 승리 보고를 하자, 왕이 만나기를 청하다
四年秋九月 동쪽 바닷가의 주군이 태조에게 항복하다
五年春二月 태조가 왕을 찾아가다
五年秋八月 태조가 왕과 신료들에게 물품을 보내주다
六年春一月 지진이 일어나다
六年夏四月 김불과 이유를 당에 보내 조공하다
七年 당 명종이 고려에 책명을 주다
八年秋九月 노인성이 보이다
八年秋九月 운주 내의 30여 군현이 태조에게 항복하다
十八年冬十月 항복을 반대하던 왕자가 개골산에 들어가다
十八年冬十一月 태조가 거처를 마련해 주고, 장녀를 왕에게 시집보내다 → 신라의 멸망
十八年冬十二月 왕을 정승공으로 봉하고, 신라를 경주로 고쳐 식읍으로 삼다
十八年 태조가 왕과 혼인 관계를 맺다
高麗 景宗 四年 경순왕이 죽다

이하, 경순왕과 상관없지만 삼국사기 경순왕 항목에 추가로 적혀 있는 기록이다.

신라사의 시대구분
高麗 仁宗 二十三年 논하여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