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

1 개요

제7차 교육과정의 첫 7년(1986년 3월 ~ 1993년 2월 출생자 = 2002학년~2008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 대학으로 치면 05학번~11학번)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 학생들을 지칭하는 표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수십년간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의 상징으로 불렸던 다항함수의 극한, 연속성 판정, 미분, 적분을 배우지 않고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학생들이다.

2 탄생 배경

6차 교육과정(~04학번)까지는 이 부분이 수학Ⅰ(7차)에 포함되어 있었고, 12학번부터는 문과용 선택과목을 통해 사실상 이 과목을 필수로 배우게 됨을 고려하면, 그 사이에 들어가는 수험생들(05~11학번)은 학과에 따라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고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현행 7차 교육과정 개편 시 가장 쇼킹한 변화로 꼽혔으며, 많은 상경/사회과학계열 대학의 교수들이 "가장 한심한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과학에서 필수적인 조사방법론이나 경제, 경영쪽 학문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학교 1학년 수준의 미적분학[1]이나 선형대수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학과의 경우 1학년의 경제원론에서부터 4학년의 계량경제학까지 계속해서 엄청난 양의 수학 공부가 필요하므로, 미적분학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은 경제원론부터 이해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2] 물론 이는 기초적 미적분학이 포함된 경제경영 전공의 이야기이고, 모든 전공이 수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비판을 절대적으로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하술하겠지만, 외국 대학에서도 미·적분학을 배우지 않고 경제학·경영학 전공으로 진학하는 경우는 있고, 결정적으로 모르면, 가르치면 된다. 모든 전공이 만족할 만한 고등교육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경제학 학습에서도 미분과 적분의 중요성을 굳이 구분하자면 미분의 중요성이 압도적이다. 7급, 행시 경제학 등 중급 수준의 경제학까지는 적분은 굳이 안배워도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실제로 7급 경제학이나 행시 경제학 입문자를 위한 기초 경제수학 강의에서 미분은 반드시 들어가도 적분은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미분을 모르면 경제원론 과정에서조차 한계, 탄력성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분을 모르면 7급 경제학 문제(한계효용 등의 개념이 들어간 경우)조차 못푸는 수도 있다.

또한 몰라도 되는 것이긴 하지만, 서양 음악의 음률 체계는 로그와 미분의 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3], 인문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인 근대성(modernity)의 형성은 미적분학이나 뉴턴 역학 등의 발전으로 생겨난 기계론적 세계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4]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의 시카고 대학이나 MIT 등에서는 인문대, 사회대 등의 학과에서도 신입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미적분학을 가르친다. 물론 이렇게 의무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은 편이다. 현재 한국의 실정을 보면 전공 교육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해 대부분의 문과 전공에 미적분학을 넣지 않는 편이다.[5]

위에서 보면 알겠지만 문과생들에 대한 '미적분의 필요성 유무'은 경제학, 경영학 한정이다. 단지 이들때문에 다른 문과생(어문계열, 디자인, 예체능, 철학, 법학, 지리학, 정치학[6])들이 피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경계열 교수들의 눈치만 보고 다른 계열 진학자까지 미적분을 배우도록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수학 (18'~ 高1)
공통수학
일반수학Ⅰ수학Ⅱ확률과 통계미적분
진로경제수학기하실용수학수학과제탐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18학년도부터 입학하는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문이과 통합)에 따라 아예 상경계열 진학자를 위한 미적분 교과서인 경제수학이 따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상경과생이면 몰라도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은 또 다시 생겨날 예정이다.

3 여담

사실 경제학과의 문제는 문과가 미적분학을 배우지 않는 문제와는 조금 다른것이, 애초에 경제학은당장 미시경제부터 달려드는 가격 탄력성에서 볼수 있듯이 문과로 분류하기가 애매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7] 유럽등지에서는 고교때부터 상경계열은 아예 따로 분류하여, 미적분학을 이공계열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우고 진학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분류가 존재하지 않고 선택지가 달랑 문과 이과 밖에 없는 탓에 문과의 범주로 분류한 것일 뿐이고, 달랑 상경계열 학생들 때문에 모든 문과생들이 똑같이 미적분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 역시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위에서 여러 가지 인문학에 관련되는 미적분 개념들을 나열했지만, 사실 이런 견해들은 고교 미적분학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오버라 볼수도 있다. 실제로 고교 미적분에서 배우는 대부분은 공대생을 위한 계산테크닉이다.[8] 본격적으로 인문학과의 조인트를 위해 개념을 습득할 생각이라면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테크닉보다 오히려 수학과 스타일의 엄밀한 대학수학이 필요하며, 배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교수학과는 강조하는 포인트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고교미적을 알건 모르건 비슷하게 고전한다.[9] 게다가, 이것들을 다 고려하더라도 인문계열 학생에게는 사실 미적보다는 수리논리학과 같은 분야가 훨씬 구미가 당기는 영역이다.

또한, 단순히 문과수학에서 미적분이 빠지면서 수능의 난이도가 높아졌나 낮아졌나를 판단해 보더라도 결코 쉬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고등학교 수학의 미적분은 수학이라기보다는 계산방법에 가깝기 때문인데, 특히 다항함수의 미적분은 과거 수능에서 고난이도 문제가 별로 없었다(수능수학 1페이지의 계산문제 4개 중 1개는 반드시 쉬운 미적분 문제였다). 또한 미적분을 배움으로써 풀이과정이 쉬워지는 타 영역도 많기에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미적분이 빠지면서 그 문제들이 있던 자리를 대체한 행렬, 수열, 수열의 극한, 확률은 겉보기에는 미적분보다 단순한 idea일지는 몰라도, 수능 수준의 레벨에서는 미적분보다 훨씬 귀찮은 존재들이다. 단순히 배울 것이 줄어든다고 좋아할 문제는 아니다.[10]

의외로 이과수학에서 행렬의 일차변환과 복소평면 파트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다(행렬의 일차변환은 12학번부터 다시 교과서에 포함됐다가 17학번부터 다시 제외.

만일 미적분이 필요한 학과에 진학한 문과생이라면 수학의 정석을 붙들고 한 달만 공부해도 당장 써 먹을 정도는 충분히 배울 수 있으니, 대학 합격하고 나서 잠시 공부 좀 해 두자. 수능 끝난 고3에게 그런거 없다

구 7차 교육과정 세대이면서 고등학생때 쓰던 수학 기본서(정석, 개념원리 등)를 버리지 않았다면 미적분Ⅰ(2009 교육과정) 혹은 수학Ⅱ+적분과 통계(2007 교육과정)책만 사두어도 된다.

고1 과정에 있던 삼각함수가 2009 개정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과용 과목인 미적분Ⅱ로 이관되어 문과생들은 삼각함수를 배우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경제학에서 미적분은 필수요소라 한다면, 상경계 수학에서 삼각함수는 행렬보다도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11]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삼각함수가 고2용 수학1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부활.

근본적으로 입시위주교육하에서는 상위 학문을 위한 기본적 개념과 계산연습을 넘어서 복잡하게 꼬은 유형풀이에 매몰되게 되므로, 과목을 늘릴수록 과도한 시간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수학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한국과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4 관련 항목

  1. 고교 문과 미적분(다항함수의 미분법, 적분법) 뿐만 아니라 고교 이과 미적분(초월함수의 미분법, 적분법 등)과 일반계 고교 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편미분, 전미분도 들어간다.
  2. 가령 오늘날의 주류경제학은 모델의 분석에 한계라는 개념을 핵심적으로 사용하는데 미분을 배우지 않고서 한계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란 어렵다. 당장 수포자들은 미적1에 나오는 극한의 기본 개념도 이해를 못하는데(...) 실제로 모 서울 4년제 경영대의 경제원론 첫수업 때 학생들이 '기울기'의 개념을 몰라서 교수가 당황하는 사례도 있었다.
  3. 옛날엔 학문과 예술은 꽤나 밀접한 관계를 가졌으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4.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인문대에서 미적분학 강의를 개설하지는 않으며, 연구자들도 과학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이상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문학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미적분학'이 아니라 이러한 근대 과학이 만들어낸 기계론적 세계관의 특징이다. 즉, 단순한 상식 내지 그 상위 단계라고 보면 된다.
  5. 여기서 의무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경영학, 경제학, 일부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쓰인다는 점도 있지만, 문과생들이 가지기 쉬운 '이과생'과 '현대 과학'에 대한 몰이해를 해소한다는 점도 있다. 반대 사례로는 ABEEK에서 경제학원론이나 과학철학 관련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이 있다.
  6. 학부 수준에서는 미적분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대학원 과정에서는 애매하긴 하다.
  7. 다만 수단이 아니라 본질을 보면 아무래도 자연과학보다는 인문학에 가깝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과학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데올로기적 이유라고 보기도 한다. 심리학도 비슷하다. 이 쪽은 좀 더 진짜 과학적인 면이 많기는 하다.
  8. 사실 행시 일행직 수준까지의 경제학 공부를 위한 것이라면 계산테크닉으로서의 미적분 공부도 크게 지장없다.
  9. 고교미적의 중점이 계산테크닉의 응용이라면, 대학수학은 오히려 논리학에 더 가깝다. 실수체계와 거기서 정의되는 연속성, 미분개념등 고교미적과 동일한것을 배우더라도 주안점이 크게 달라 사실상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고, 덕분에 몇몇 수학과 교수들은 신입생들에게 지금까지 배운건 완전히 잊고 새로 시작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고교미적에서 엄밀하지 정의내리지 않고 그냥 마구 쓰던 테크닉들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안되기때문.
  10. 그런데 미적분을 배우는 현재는 오히려 이들도 같이 배운다(...) 상경계열 우대. 인문계열의 불만은 그냥 씹은 듯.
  11. 대학교 경제수학 교재에서도 삼각함수가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 사실 경제학에서 삼각함수의 쓰임은 극과 극이다. 아예 안 쓰거나 많이 쓰거나. 학부는 전자이고, 후자는 모델링 같은 쪽을 전공한다면 푸리에 급수 때문에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전국의 경제학 전공생 중 90% 이상은 삼각함수가 필요한 경제학을 볼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 이공계 중에서도 삼각함수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주로 전자공학/통신, 건축/토목 쪽으로 집중되어 있다. 특히 전자공학의 경우 신호(전파 신호 포함) 자체가 삼각함수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