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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泳姬 (로마자 표기는 Younghi Pagh-Paan), 한국 출신의 작곡가.
1945.10.30~
목차
1 생애
청주에서 태어났고, 1965년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입학해 작곡을 전공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74년에 DAAD(독일 학술교류 재단의 국비 유학 프로그램) 수혜 대상으로 선정되어 독일에 유학했고, 프라이부르크의 고등음악학교에서 클라우스 후버와 브라이언 퍼니호 등에게 배웠다.
특히 후버와는 사제 지간 이상의 관계였고, 결국 결혼해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1979년에 학위를 받은 뒤에도 한동안 독일에 머물며 창작 활동을 했는데, 1980년에 유럽 유수의 현대음악제 중 하나인 도나우에싱엔 음악제에서 관현악 작품인 '소리' 를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1년 뒤 발표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에 앞서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항거를 반영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발표한 작품들도 계속 현대음악계에 반향을 불러왔고, 독일 각지의 장학재단에서 장학금과 작곡/교육 의뢰를 받았다. 1991년에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음악/공연예술 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교육 활동을 시작했고, 1992~93년에는 독일 칼스루에 음악대학교에서도 초빙교수로 작곡을 가르쳤다.
1994년에는 브레멘 예술대학교에서 동양인 여성 작곡가로서는 최초로 작곡과 주임교수(한국의 전임교수에 해당)로 임명되었고, 같은 학교의 부설 기관인 신음악 연구소와 전자음악 스튜디오의 설립과 운영 등을 맡으며 2011년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독일 체재 이후 모든 작품은 이탈리아의 리코르디 음악출판사에서 악보가 간행되고 있다.
2 주요 작품들
2.1 관현악곡
소리 (1979-80)
님 (1986-87)
오보에와 관현악 '비단실' (1992-93)
실내 관현악(또는 실내 합주)을 위한 '고운 님' (1997-98)
바이올린, 비올라와 관현악을 위한 2중 협주곡 '높고 깊은 빛' (2010-11)
바이올린, 비올라와 실내 관현악을 위한 2중 협주곡 '높고 깊은 빛 II' (2011-13)[1]
2.2 국악관현악곡
온누리에 가득하여...비워지니... (2007)
2.3 실내악
클라리넷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만남 I' (1977)[2]
실내 합주를 위한 '마디' (1981)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편경' (1982)
비올라,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노을' (1984-85)
실내 합주를 위한 '타령 II' (1987-88)
타악기 2중주 '지신/타령 III' (1991)
일곱 악기를 위한 '우물' (1992)
알토플루트, 기타와 프레임드럼[3]을 위한 '항상 I' (1993)
타악기 4중주와 전자 음향을 위한 '지신굿' (1993-94)
알토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항상 II' (1994)
클라리넷 2중주와 생황을 위한 '타령 V' (1995)[4]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섬은 헤엄치며' (1997)
여섯 악기를 위한 '타령 VI' (1988/98)
아홉 악기를 위한 '이오' (1999-2000)
일곱 악기를 위한 '포효하는 말발굽들' (2000)
피아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은빛 현들' (2002)
플루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II' (2002/09)
아코디언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만남 III' (1977/2005)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상흔을 꿈에 보듯이' (2004-05)
알토플루트, 비올라, 첼로와 프레임드럼을 위한 '항상 III' (2005)
오르간과 타악기를 위한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2007)
클라리넷,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I' (2010)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위한 '은빛 현들 IV' (2010)
플루트,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항상 IV' (2011)
플루트, 기타와 한국 타악기를 위한 '항상 V' (2012)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초희와 상상의 춤' (2012)
알토플루트, 테너오보에, 베이스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시인의 상상의 춤' (2012)[5]
첼로와 오르간을 위한 '순간들 - 기도' (2013)
알토플루트, 비올라와 하프를 위한 '은빛 현들 V' (2013)
2.4 독주곡
피아노 독주 '파문(波紋)' (1971), '목 마르다' (2008)
플루트 독주 '드라이잠 노래' (1975)
첼로 독주 '아가(雅歌) I' (1988)
타악기 독주 '타령 IV' (1991)
베이스플루트 독주 '어느 옛 사원에서의 휴식' (1992/94)
아코디언 독주 '내 마음' (1996)
클라리넷 독주 '팡파르' (2008)
2.5 성악곡
다섯 여성(女聲)과 실내 합주를 위한 '눈' (1979)
여성과 작은 타악기들을 위한 '봉화' (1983)
여섯 여성과 작은 타악기들을 위한 '흰눈 I' (1985)
메조소프라노와 열두 악기를 위한 '마음' (1990/91)
메조소프라노와 열 악기를 위한 '소원' (1995-96)
낭독자(메조소프라노 혹은 바리톤)와 플루트, 비올라를 위한 '어두운 꿈속에서...' (1997)
다섯 남성(男聲)을 위한 '황토 II' (1989/92/98)
여성(메조소프라노)와 관현악 '소원...보리라' (1998)
메조소프라노, 피콜로와 타악기를 위한 '어머니들에게' (1999/2009)
메조소프라노와 관현악 '하늘이 끝나는 저곳으로' (2000-01)
메조소프라노, 오보에 다모레, A조 클라리넷,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루이제 라베' (2002)
메조소프라노와 아코디언을 위한 '모이라(운명)' (2003)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카운터테너, 테너, 바리톤과 베이스를 위한 '흰눈 II' (2005)
바리톤, 대금, 클라리넷, 첼로와 타악기를 위한 '기다려라' (2007)
테너와 관현악 '빛 속에서 살아가면' (2007)
여성과 피아노를 위한 '수없는 별들' (2013)
2.6 합창곡
혼성 합창과 아홉 악기를 위한 '황토' (1988-89)
무반주 혼성 합창 '주여, 보소서. 우리의 비탄을 보소서' (2007)
무반주 혼성 합창 '주님,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소서' (2007-09)
무반주 혼성 합창 '연꽃' (2013)
2.7 음악극 (오페라)
달 그림자 (2002-2005)
3 수상 경력
스위스 보즈빌 작곡경연대회 1등상 (1978)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국제 작곡가 등단모임 1등상 (1979)
난파음악상 (1979)
독일 하이델베르크 여성예술인상 (1995. 동양인 최초 수상)
서울대학교 평생공로상 (2006)
대한민국 문화훈장 (2007)
KBS 해외동포상 문화예술부문 (2008)
베를린 예술원 회원 (2009)
예술과 과학을 위한 브레멘 메달 (2011)
한양대학교 백남상 음악부문 (2013)
4 창작 성향
대부분의 작품 제목을 한국어로 적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전통음악이나 여타 문학/예술에 대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윤이상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이상에 비하면 대부분의 작품들이 상당히 긴축되고 압축된 모양새를 띄고 있으며, 좀 더 명상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다양한 음색에 대한 탐구라는 명제를 굉장히 깊이 파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특히 타악기를 사용하는 곡에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방면에서 악명높은(?) 헬무트 라헨만 같은 골수 아방가르드 작곡가들과 달리, 대부분의 곡에서 연출되는 음색이나 음향은 매우 온화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난해하게 들리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정도.
다만 기악이던 성악이건 연주 기교는 여타 독일 출신 혹은 독일 수학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어렵게 짜여져 있으며, 이러한 비타협성 때문에 '듣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미쳐버릴'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이는 유럽 외에 한국에서 위촉받아 쓴 곡들도 마찬가지인데, 2007년에 국립국악관현악단 국가브랜드 공연을 위해 위촉받은 첫 국악관현악 작품도 연주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 리허설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연주자에게 요구하는 바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다가, 자기 비판 정신도 강해서 작품 숫자는 별로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쓰는 작품마다 규모나 편성, 연주 시간을 떠나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두는 작곡가라는 평도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작품에서 음들을 계속 덜어내면서 정적인 형태의 음악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가사가 들어가는 곡들의 경우 김광균이나 김지하 등의 한국 문인들이 쓴 시 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작품들에서처럼 한국의 2번째 가톨릭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라틴어 서한집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꼭 한국 작가들의 것만 취하지는 않고 있다. 안나 아흐마토바나 로제 아우슬랜더, 루이제 라베 등 서양 여성 문인들의 시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하인리히 하이네 등 고전적인 독일 문인들의 시로 쓴 작품들도 많다. 심지어 '봉화' 처럼 반나치 저항 조직으로 유명한 하얀 장미 단원들의 격문과 편지, 최후 변론 등을 사용해 강한 사회 참여 성향을 보인 작품들도 있다.
5 한국의 평가
독일과 유럽 등지에서는 꽤 유명한 작곡가지만, 독일 유학 후 아예 국적을 변경해 눌러앉은 탓에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게다가 '소리' 같은 곡은 당시 한국의 정세에 비춰보면 대단히 꺼림칙한 곡이었다는 점도 아마 문제가 되었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간행한 '한국작곡가사전'에도 수록되지 않는 안습 신세를 겪기도 했다.[6]
그나마 민주화가 진척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들어 박영희 작품에 대한 연구 논문 등이 한국에서도 발표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부터는 모교인 서울대에서 초빙 제의를 받고 몇 차례 방한해 강연회와 작품 발표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마냥 호의적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명박 정권 초기에 월간지 '객석'에서 한 인터뷰를 보면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새 정부의 사대주의적인 문화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 바 있다.(심지어 '어륀지'도 깠다!)
아무튼 아직까지 한국에서 지명도는 작곡 전공자들을 빼면 그리 높지는 않고, 한국어판 위키피디아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아마 이 나무위키의 문서가 한국어 웹 백과사전 계통에서는 가장 처음 등재된 사례일 듯.
6 그 외
외국에서 쓰는 이름 표기는 위에서처럼 'Younghi Pagh-Paan'인데, 끝에 붙은 Paan은 성씨가 아니라 호인 '파안(琶案)'의 알파벳 표기다. 김용옥이 붙여주었다고 하는데, 뜻은 '책상에 놓인 비파를 보며 생각에 잠기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