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츠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밀레니엄 문제
미증명 이론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해의 존재와 매끄러움
리만 가설
버츠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
호지 추측
P-NP 문제
증명된 이론푸앵카레 추측


Birch and Swinnerton-Dyer Conjecture[1]

1 개요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

수체(number field) [math]K[/math] 위에서의 타원곡선 [math]E[/math]의 모델-베유 군(Mordell-Weil group) [math]E\left(K\right)[/math]의 계수(rank)는, [math]E[/math]의 하세-베유 [math]L[/math]-함수(Hasse-Weil L-function) [math]L\left(E,s\right)[/math][math]s = 1[/math]에서 갖는 근의 차수와 같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대중문화에 많이 소개된 리만 가설, 푸앵카레 추측 등의 형제 문제들과는 다르게, 이 문제는 최소한의 이해를 위해 요구하는 배경의 수준마저도 훨씬 높다. 이 정리가 다루는 대상인 타원곡선은 수학과 학부과정에서 배울까 말까하는 수준이고, 그 성질의 이해는 수학자들도 전공분야가 아니면 깊게 공부하지 않는다. 그런 걸 여기에다 쓰고있을 정도로 한가한 전공자 위키러가 있다는 거다

즉, 어쩌다 여기에 들어오게 된 위키러들은 이 글이나 호지 추측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절대 좌절할 필요가 없다.

2 배경지식 및 해설

2.1 디오판토스 방정식

정수론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방정식정수해 또는 유리수해를 찾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다음 문제를 생각해 보자. 세 변의 길이가 모두 정수인 직각삼각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다시 말해서, 이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방정식 [math]a^2 + b^2 = c^2[/math] 을 만족하는 자연수 [math]\left(a,b,c\right)[/math]를 찾는 것이다. 이를 만족하는 [math]\left(3,4,5\right), \left(5,12,13\right), \left(7,24,25\right), \left(8,15,17\right), \left(6,8,10\right), \cdots[/math] 같은 무한히 많은 쌍들은, 모두 [math]\left(a, b, c\right) = k\left(m^2 - n^2 , 2mn, m^2 + n^2\right)[/math] 또는 [math]k\left(2mn, m^2 - n^2 , m^2 + n^2\right)[/math]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변수가 정수인 다항방정식을 디오판토스 방정식(Diophantine equation)이라 부른다.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math]x^n + y^n = z^n[/math]도 디오판토스 방정식의 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경우의 정수해는 x나 y가 0인 것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대다수의 디오판토스 방정식은 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사실 실수의 방정식이라면 (차수나 양음의 조건만 만족시키면) 해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 경우에는 '정수가 되어야 한다'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하니...

방정식의 유리수해를 찾는 것은 정수해를 찾는 것과 꽤 비슷하다. 예로 위의 피타고라스 정리 방정식의 경우 양변을 [math]c^2[/math] 로 나누고 [math]{a \over c} = x[/math], [math] {b \over c} = y [/math]라 하면, 이는 원 [math]x^2 + y^2 = 1[/math] 위의 점 중 [math]\left(x,y\right)[/math]가 유리수인 점을 찾는 문제가 된다.

2.2 타원곡선

타원곡선(elliptic curve)은 일반적으로

[math]E: y^2 = x^3 + Ax + B[/math]

꼴의 도형의 방정식을 나타낸다. 정수론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math]\left(x,y\right)[/math]가 유리수인 해, 즉 유리수점의 집합 [math]E\left(Q\right)[/math]를 찾는 것이다.

타원곡선의 유리수점들은 해들을 '더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곡선 위의 두 점 [math]P[/math][math]Q[/math]를 더하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math]P[/math][math]Q[/math]를 잇는 직선 [math]l[/math]을 생각하고, [math]l[/math][math]E[/math]의 다른 교점 [math]R[/math]을 생각한다. 이제 [math]R[/math][math]y[/math]좌표를 [math]-[/math]로 바꾼 점 [math]R'[/math][math]P+Q[/math]가 된다. 이 덧셈에 대해서 유리수점들은 가환을 이룬다. 다시 말해 이 덧셈에 대해 교환법칙과 결합법칙이 성립하고, 0에 해당하는 점에 대해 [2] 점들을 빼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math]E\left(Q\right)[/math]의 군을 모델-베유 군(Mordell-Weil group)이라 하자.

이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math]E\left(Q\right)[/math]의 군의 구조에 대한 것이다. 모델-베유 정리(Mordell-Weil theorem)에 따르면 이 군은 유한생성(finitely generated)된다. 다시 말해 유한 개의 유리수점 [math]P_1,P_2,\cdots,P_k[/math] 가 있어서, 이들의 합으로 모든 점을 나타낼 수 있다. 이를 만족하는 최소개수의 점들 중, 반복해서 더해서 0이 되지 않는 점들의 개수를 타원곡선의 계수(rank)라고 한다. 이 계수를 [math]r[/math]이라 한다면, 타원곡선의 모든 유리수점은 다음의 꼴로 (단 [math]n_i\in\mathbb{Z}, P_{\text{torsion}}[/math] 은 반복해서 더해서 0이 되는 점)

[math]P = {n_1}P_1 + {n_2}P_2 + ... + {n_r}P_r + P_{\text{torsion}} [/math]

유일하게 나타낼 수 있다.

사실 앞의 두 단락에 서술한 부분은 군론, 특히 그 중에서도 유한생성 아벨군의 기본 정리(fundamental theorem of finitely generated abelian groups)를 모르면, 도저히 이해를 할래야 할 수 없는 내용이다. 대수학을 배우지 않아 어리둥절해할 위키러들은 대신, 타원곡선의 계수에 대해서 다음만을 기억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계수는 타원곡선의 유리수점이 얼마나 많은지 나타나는 지표이다. [3]

2.3 L-함수

본 단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정수론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사실 있어도 이해하기 힘들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을 푸는 데에 중요한 접근 중 하나는, 방정식을 특정 정수로 나눈 나머지로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math]x^2 - 3y^2 = 2[/math]같은 방정식은 정수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정수 [math]x[/math]에 대해 [math]x^2[/math] 를 3으로 나눈 나머지는 0과 1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math]x^2 + y^2 = 103[/math]같은 경우도, [math]x^2 + y^2[/math]을 4로 나눈 나머지는 0, 1, 2밖에 가능하지 않으므로 정수해가 없다.

일반적으로 ([math]x[/math][math]y[/math]에 대한 식) = 0 꼴의 디오판토스 방정식에 대해, ([math]x[/math][math]y[/math]에 대한 식)이 정수 [math]N[/math]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가 있는지[4]의 조건을 국소적 조건이라 한다. 디오판토스 방정식이 해가 존재하려면 당연히 국소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그 역이 성립하지는 않는다.

이제 하세-베유 [math]L[/math]-함수(Hasse-Weil L-function), 간단히 L-함수라는 대상은, 임의의 방정식에 대해 국소적 조건의 조각들을 모두 모음으로 만들어진다. 즉 소수 [math]p[/math]에 대해서 합동방정식

[math]E_p : y^2 \equiv x^3 + Ax + B \left(\text{mod}\,p\right)[/math] [5]

의 해의 개수[6]에 대한 적절한 식[7] 으로 정의하는데, 타원곡선의 경우 이 함수는

[math]L\left(E,s\right) = \sqcap_p \left(1- a_p p^{1-s} + p^{1-2s} \right)^{-1}[/math]

로 나타난다. 여기서 [math]a_p[/math][math]p+1-\left(E_p\right.[/math]의 해의 개수[math]\left.\right)[/math].

어찌 보면 이는 리만 가설에 나오는 리만 제타함수의 아날로그라 생각할 수 있다. 제타함수의 오일러곱을 생각하면 이는 소수 [math]p[/math]에 대한 국소적 함수 [math]\left(1 - p^{-s}\right)[/math]들의 모음이니까. 다만 소인수분해의 일의성에 의해 소수의 개수와 리만 제타함수가 바로 연결되는 상황과는 다르게, 타원곡선의 [math]L[/math]-함수는 유리수점 [math]E\left(Q\right)[/math]의 개수에 대한 정보를 줄 이유가 선험적으로는(a priori) 전혀 없다.

2.4 문제의 내용

이제까지 나왔던 개념들을 정리해 보자. 타원곡선 E의 계수 r은 타원곡선의 유리수점의 군에 대응되는 양으로, 유리수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한편 하세-베유 [math]L[/math]-함수는 [math]E[/math]의 국소적 조건들을 모두 모아 합친 양이다. 앞서 말하진 않았지만, 복소해석학의 이론에 따르면 [math]L[/math]-함수에서 [math]s = 1[/math]에서의 근의 차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중간과정을 모두 생략하면, 이 근의 차수는 국소적 조건으로 유리수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어림하는 '추정치'라고 생각될 수 있다. 즉 버츠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은 결국

실제 유리수점이 얼마나 많은지는 국소적 조건의 정보로 계산한 추정치와 사실 일치한다.

라는 것을 말한다. 아직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정상이다

2.5 의미와 중요성

사실 실용성에서는 이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순수 수학에서의 발견이 중요한 실용적 귀결을 갖는다는 사실은 역사 속에서 알 수 있다. 이런 문제와 해결책이 하나의 토대가 되면서 현대 인류의 발전을 이룩해 나가는 것이다.

3 기타

이 문제를 밀레니엄 문제로 선정한 사람은 페르마의 대정리를 증명한 앤드루 와일스 교수이다. 앤드루 와일스가 타원곡선을 전공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실제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증명을 보면 첫줄 부터 '타원 곡선'과 '하세-베유 제타 함수'같은 게 마구 튀어나온다. [8]
  1. Bryan Birch와 Peter Swinnerton-Dyer 두 사람이다. 하이픈(-)이 빠지면 안 되는 이유.
  2. 여기서는 (무한대, 무한대)의 가상의 점으로 생각
  3. 엄밀하게 말하면 분모, 분자가 모두 [math]N[/math] 이하인 유리수점의 개수가 증가하는 개형을 [math]r[/math]로 표현할 수 있다.
  4. 즉 방정식을 법 [math]N[/math]에 대한 합동방정식으로 보았을 때 해가 있는지
  5. '[math]\equiv[/math]'의 왼쪽과 오른쪽 식을 [math]p[/math]로 나누었을 때 나머지가 같다는 소리임.
  6. 여기서 '해의 개수'라 함은 [math]x[/math][math]y[/math][math]p[/math]로 나눈 나머지만을 생각하는 개념이다. [math]x[/math][math]y[/math]가 모두 0에서 [math]p-1[/math] 일 때까지만 생각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7. 보통은 모든 유한체(finite field) 위에서의 해의 개수를 모두 생각하고, 타원곡선의 경우에는 [math]F_p[/math] 의 경우를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math]L[/math]-함수를 구하기 충분한 상황이다.
  8. 덧붙이자면, 타원곡선이나 하세-베유 제타함수는 이 논문 내에서 그나마 알아먹기 쉬운 수준 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