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협의적으로는 레콘들만의 독립국을 세우고자 하는 '레콘독립운동'을 의미하고, 광의적으로는 아라짓 제국이라는 거대한 통합체제에서 벗어나 지역, 인종, 문화 등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제국보다 작은 독립된 정치구조를 구성하려는 독립주의를 의미한다.
분리주의의 시작은 레콘 타이모에게서 비롯되었다. 타이모는 네 선민종족(인간, 레콘, 도깨비, 나가) 중에서 오직 레콘만이 독자적인 정치구조를 만들어본 적이 없고 또한 레콘은 조직이라는 걸 모르는 오만한 개인주의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녀는 이렇게 공동체 생활에 서툰 레콘이 아라짓 제국이라는 유사 이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통합체제에서 혼자 겉돌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레콘들을 학습시키고자 레콘만의 공동체를 조직해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지게 만들고, 그후 다시 제국에 편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상을 주창했다. 이것이 분리주의의 시작이고, 쥐딤에서 일어난 비극의 단초였다.
치천제는 제국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사상을 용납할 수 없었다. 쥐딤 근방에 모인 수많은 레콘들이 분리주의를 주장하며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자 치천제는 이를 분리주의자의 난, 즉 반역으로 규정하고 군대를 급파했다. 결국 레콘들은 엘시 에더리의 활약으로 대부분이 쟁룡해에 빠져죽거나 절망도에 갇히고 말았다. 이때 타이모도 쟁룡해에 빠져죽었다.
그후 타이모라는 창안자를 잃은 분리주의는 아실에 의해 계승되었다. 아실은 타이모의 사상을 더욱 발전시켜 처용산맥 너머 미답지에 레콘 독립국을 건설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이론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걸 위해 아실과 지멘은 황제의 목숨을 노리고(물론 타이모의 복수를 하려는 이유도 있다), 건국자금을 모으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금수송대를 털고, 쥐딤선언문과 같은 분리주의 홍보활동을 벌였다.
이 분리주의는 타이모가 죽은 이후 세를 잃었고 황제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모두가 쉬쉬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분리주의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긴 인상은 선명하고 강렬해서 현 아라짓 제국 체제에 불만을 갖거나 반대하는 자들은 저마다 분리주의를 계승, 체현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발케네공 락토 빌파와 비나간후 지키멜 퍼스가 있다. 락토 빌파는 당초의 약속을 깨고(북부인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대호왕의 약속) 대호왕→원시제→치천제로 이어진 나가의 황제세습을 종식시키기 위해 치천제에게 반기를 들었다. 또한 세상을 무리하게 통합하려는 제국을 산산조각내 보다 작은 크기의 왕국들이 공존하는 '왕의 시대'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락토는 아실이 자신의 스승이라 말하면서 이것이 분리주의를 계승하는 것임을 밝혔다.
지키멜 퍼스는 하늘누리 실종으로 촉발된 제국의 혼란을 목도하고서 아라짓 제국이라는 거대한 통합체제는 결코 오래갈 수 없고 끊임없이 유혈만 초래할뿐이라며, 보다 작은 규모의 공동체, 즉 왕국으로 나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칭왕을 감행해 스스로를 독행왕이라 일컬으며 비나간 후작령을 비나간 왕국으로 만든다. 또 비나간 왕국은 원래 비나간 후작령의 영지민뿐만 아니라 비나간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출신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는데, 이는 아라짓 제국이라는 하나의 거대 공동체를 거부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 옹기종기 모여 산다는 분리주의의 정수라 할 수 있다.
2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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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는 타이모가 아니라 아실이 만든 것이었다. 타이모의 사상이 어떠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락토의 말에 따르면 타이모의 사상은 분리주의와 거의 아무 연관도 없었다고 한다[1]. 분리주의를 창안하고 발전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아실이라고 한다. 아실은 타이모를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에 타이모를 분리주의의 사조로 만들어 그녀를 추모하려 한 것이다. 락토의 표현을 빌리면 분리주의는 아실이 타이모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추모비라고.
실제로 작중에서 직접 레콘들은 분리주의라는 사상에 따라 모인게 아니라 레콘입장에선 일종의 공주님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모를 보러 모인거라는 언급이 나올 정도. 최후의 대장장이의 딸로, 레콘에겐 제2의 고향이자 성역, 그리고 눈마새에 나온 바에 의하면 레콘의 신전인 최후의 대장간에서 태어난 흔치 않은 레콘이었다.[2]
치천제의 주장에 의하면 분리주의에 대한 반례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나가다. 아실이 레콘들을 위해 주장하는 것, 즉 전체 사회로의 편입이 아닌 한 종족만의 공동체가 나가들에게는 존재했고, 가주제라는 그들만의 사회를 이루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 결과는? 남부와 북부의 완전한 단절, 그리고 대확장 전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실의 주장대로 레콘들끼리만의 국가를 만들면 그것도 하나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레콘들과 전쟁이라니 끔찍하다[3]
-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할 정도의 연관성"
- ↑ 애초에 대장장이라는 물을 만져야 하는 직업을 가질 정도면 숙원추구자일 게 당연하고, 대개의 숙원추구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낳지만 당연히 드문 일이다.
- ↑ 물론 나가들의 경우 '제국'이라는 울타리가 없던 시절에 단절되었으니 당시 상황에 대한 완벽한 반례라고 주장할 수는 없겠지만, 아실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 ↑ 그러나 치천제 이후에도 황제가 존재하고 있고 그 이후에도 레콘왕이 하늘치 위에 올라와 있을 때 부하 도깨비가 그건 금지되어 있다고 거론한 점이나 헨로 가문의 왕이 전쟁에 나설 때도 제약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동양처럼 황제가 존재하고 왕이 황제에게 작위와 봉토를 받는 식의 정치체계로 되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