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말 ~ 90년대중반까지 게임기 시장에서 일어난 괴상한 경쟁. 이 경쟁에 대해 AVGN는 아타리 재규어 리뷰에서 비트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아타리 쇼크로 인해 미국 게임계가 망하고 난 뒤 들어온 NES가 대세를 탔기 때문에 당시 게임기들은 대부분이 8비트였고, 또한 8비트에 맞추어서 게임이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이전에 8비트가 없던 건 아니었으나, 아타리 5200의 예시에서 보듯 휼륭하게 말아 먹었다. 본격적으로 8비트가 들어온건 NES 이후이다.
그리고 곧 메가드라이브와 슈퍼패미컴(슈퍼 NES)가 나오면서 16비트로 접어든다. 근데 이 슈퍼패미컴용 게임이 개발진들이 잘은 만들었는지, 기존의 NES것보다 몇배는 더 재미있고 그래픽도 사운드도 끝내줬다는 것.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런 고정 관념이 생겼다. 아, 16비트면 패미컴의 2배니까 패미컴보다 2배는 더 재밌구나!하는 게다.
여기서 간과하고 넘어가선 안될 점은 기본적으로 '게임기의 비트(Bit)'라는건 게임기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용량을 뜻한다. 그렇다고 이게 '높은 비트수 = 성능'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다.[1] 또한, 비트 수랑 게임의 재미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물론 고성능 게임기로 좋은 게임이 나오면 좋겠지만, 당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8비트였고 거기다가 게임기 성능이 좋아봤자 이놈들이 그 성능을 살려서 게임을 만든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부분 비트 높은 게임기 = 빠른 게임기 = 좋은 게임기 = 게임도 재밌다! 하는 식의 단순한 사고만 했기 때문에 비트 수가 높은 게임기를 선호했고, 그 결과 무조건 게임기의 비트만 강조해서 판매해먹는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게임기 표면에다가 대문짝만하게 비트 수를 강조하는 문자를 새겨넣는다던가, 게임 패키지,게임 타이틀에 XX(대개 비트 숫자)라는 걸 강조한다던가 하는 식. 아타리 재규어 역시 만만치 않은데, 실질적으로는 32비트면서, 쓰지도 않는 보조프로세서가 64비트인데다가 메인 칩 2개가 32비트이니깐 32비트+32비트=64비트라는 워즈맨스러운 논리로 64비트 게임기라는 타이틀을 붙여놓고 팔았다.[2]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64비트를 활용한 게임은 하나도 안 나왔고, 여기에 낚인 수많은 유저들에게 잠시 묵념. 그리고 진정한 비트 경쟁의 정점은 바로 PS2가 출시될 때이다. 128 bit CPU를 달아놓고 완전하지 않은 128 bit cpu의 드캐보다 배로 좋다고 우긴 것으로, 아타리 재규어는 뺨치는 수준.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점점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었고, 플레이스테이션(32비트)과 닌텐도64(64비트)가 비교당하기 시작하면서[3] 소비자들이 비트 수라는 게 하잘것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고, 결국 얼마 후 의미없는 비트 경쟁은 종식되었다.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 6세대에 들어오면서 PC 성능의 대폭적인 향상으로 인해 게임 콘솔의 수가 점점 줄어든 것도 그렇고...[4]
그러나, 이젠 비슷한 경쟁이 다른 매체로 옮겨가면서 폴리곤 표시개수, CPU 클럭, RAM 용량, 해상도, 초당 프레임 수 등으로 이름만 바꾸어서 계속되고 있다. 별 의미없다는 것은 예전 비트 경쟁 시대나 똑같다. 단지 비트 경쟁에서 폴리곤 경쟁으로 이름만 바뀌어서 경쟁되어질 뿐. 사실 소비자를 유혹하기엔 높은 숫자만큼 간단한 홍보요소도 없는 만큼, 명칭만 다른걸로 바뀔 뿐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질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말해서,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떡의 실제 맛은 둘째 치고 말이다.
게임기뿐만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시장에서도 비트단위를 판촉에 내세운 경우가 있다. 단 이경우는 프로세스라기보다는 게임기판에 쓰였던 소프트웨어의 용량을 이야기한다. SNK는 자사의 기판 네오지오로 초창기 히트작인 용호의 권, 아랑전설 2, 사무라이 스피리츠 등을 제작했을때 당시로서는 100메가비트 이상의 유래없던 고용량을 활용하였으며, 이는 100메가비트 쇼크라는 슬로건을 회사 로고가 나온 이후에 붙이기도 하였다. [5]
위키러들은 이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자. 게임기의 하드웨어 스펙은 그 기기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재미와도, 그 기기의 성공과도 절대로 정비례하지 않는다. 경쟁기보다 최소 한세대는 뒤쳐진 스펙이었던 닌텐도 Wii는 판매량에서 PS3과 엑스박스 360을 앞섰고 [6] 스펙상 닌텐도의 어떤 기기도 대적할 수 없는 휴대용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는 닌텐도의 3DS에게 압도적으로 발렸다.[7]
그런데 최근에 애플이 이걸 또 써먹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이폰 5s 항목 참조.[8]
- ↑ 기본적으로 비트라는 건 게임기의 프로세서만 뜻한다. 그래픽 칩셋이나 사운드나 뭐 그런걸 생각해보면 프로세서만으로 성능이 향상된다는건 애초에 말도 안된다는 걸 알게 된다. 같은 16비트 콘솔인데 메가드라이브가 슈퍼패미컴보다 그래픽이 나빴다.
- ↑ 계산해 보세요! (Do the MATH!)라는 막장 광고로 유명하다. 해당 항목에 나와있다
- ↑ 다만 닌텐도64가 플레이스테이션에 뒤졌던 건 비트 문제가 절대 아니었다. 비트를 가지고 뻥카를 친 아타리 재규어와는 달리 닌텐도64는 진짜로 64비트 연산을 완벽하게 할 수 있어서 PS보다 좀더 정교하게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64bit로 무리하게 갈아타는데 발생한 발매연기(PS는 1994년에 발매, 닌텐도64는 2년이나 뒤진 1996년)와 더불어, 롬팩을 고집하는데에서 온 용량 제한, 서드파티와의 라이센스 비용 문제 등으로 패미컴, 슈퍼패미컴으로 이어온 닌텐도의 황금기는 막을 내리고 만다.
- ↑ 참고로 PC의 CPU와 OS는 2010년에 들어서야 완전한 64비트로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2010년 이후 생산되는 컴퓨터의 평균 램 용량이 4 GB를 돌파하면서 32비트로는 제대로 된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 ↑ 참고로 스트리트 파이터 2가 56메가비트라고 알려져있다.
- ↑ 2014년말 기준으로 전세계 총 판매대수가 Wii 1억대, PS3과 360이 각각 8천만대 팔렸다.
- ↑ 3DS의 전세계 판매량은 2015년 가준으로 약 5천4백만대. 그에비해 비타는 1200만대를 막 돌파하였다.
- ↑ 그런데 64비트 CPU 채용으로 아이폰 5s는 실제로 듀얼 코어로 쿼드 코어를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모바일 CPU 업계는 64비트에 전혀 대비를 못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플이 1년 이상을 치고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