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雪国(ゆきぐに)
일본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가와바타는 이 소설로 1968년 일본인 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1] 고전무용 비평가인 주인공 시마무라가 북쪽 지방의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의 한 게이샤 고마코,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동시에 일종의 연적이었던 아가씨에게 빠져들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탐미주의적 색채가 무척 강한 것이 특징이다.
2 《신설국》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설국》이 유명하나 실제로 이 《신설국》은 가와바타의 〈설국〉과 모티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다. 영화 <신설국>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신설국〉의 작가는 사사쿠라 아키라(笹倉明)이다. 사사쿠라 아키라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00년에 그의 대표작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의 리메이크판 소설을 쓴 게 바로 〈신설국〉이다. 이 《신설국》 영화에서 대한민국에서도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일본 배우 유민이 주연을 맡기도 했다. 정작 한국에서의 관심은 작품 자체보다 유민의 노출 여부에만 쏠렸다. 그 덕분에 유민이 한국에서 눈물로 호소하면서 작품을 설명해야 했다고. 제대로 국가망신한 꼴. 역시 우리나라 기레기는 답이 없다...
3 인상적인 소설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 민음사판 번역.
소설의 첫 문장이 대단히 유명하다. 이는 사실 가와바타가 퇴고하면서 탄생한 문장으로, 처음에 썼을 때는 "국경의 긴 터널을 넘어서자, 그곳은 설국이었다."(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越えたら、そこは雪國だった。)였다고 한다. 이 첫 문장은 각종 문장론 서적에서 빼놓지 않고 나온다. 일본 대중매체에서도 라이트노벨, 만화 등에서 자주 이 구절을 패러디하곤 한다.
이 국경의 긴 터널의 배경은 JR 히가시니혼 죠에츠선의 시미즈 터널이며, 신호소는 츠치타루역(당시에는 츠치타루 신호소)다. 현재는 신 시미즈 터널 및 다이시미즈터널[2]이 개통되었고, 시미즈 터널은 니가타에서 군마현으로, 신 시미즈 터널은 군마에서 니가타로 가는 형식으로 바뀌어 시미즈 터널을 나오면 그곳은 설국이 아니라 군마가 되어버렸다.
이 문장에 등장하는 "국경"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오직 '나라간의 경계'를 의미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방의 경계'에 대해서도 쓴다. 원작에서는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의 경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일본은 연방국가가 아니지만 먼 과거부터 한 지방단위를 부를 때 国(くに, 쿠니)라는 표현을 써 왔기 때문이다. 근대에 들어서 단어의 의미가 바뀐 거지, 그전까지 일본에서는 애초에 그 단어가 '나라'나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은 옛날에 각각 코즈케 국(上野国)과 에치고 국(越後国)으로 불렸고 이 두 쿠니의 경계를 죠에츠 국경(上越国境)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첫 문장의 '국경'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상술된 일본의 철도 '죠에츠선'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3] 미국이나 스위스의 주 경계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4]
일본에서는 이 "国境"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くにざかい(쿠니자카이)"로 읽는가 "こっきょう(콕쿄)"로 읽는가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일본 현의 경계는 "くにざかい"란 표현을 쓰며, 원문의 단어는 단지 "国境"이라는 한자뿐이므로 그렇게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배경이 된 군마 현과 니가타 현의 경계의 호칭은 전통적으로 "上越国境(じょうえつこっきょう)"이며, 가와바타 야스나리 역시 'こっきょう'가 맞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한다.
뭐가 됐든 한국인 입장에서는 딱히 논란거리가 아니지만, 한국어에서는 '국경'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인데도 워낙 유명해서인지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국경'으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찬가지로 소수의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설국"이라는 단어를 의역해서 "눈의 고장" 또는 "눈고장"이 눈(眼)이나 이 눈(雪)이 고장난 게 아니다.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설국"이라는 직역이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고 있다.
4 여담
제목이 설국이다 보니까 소설의 배경이 홋카이도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니가타 현이다. 사실 일본 최고의 다설지는 바로 니가타 현인데, 시베리아 기단에서 발생한 추운 북서풍이 동해의 수분을 먹고 건너온 다음 에치고 산맥을 타고 오르며 대량의 눈을 뿌리기 때문. 작가가 니가타 현에 있는 유자와(湯沢) 온천에 머물면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가 머무르며 소설을 썼던 곳은 관광명소로 바뀌었다.- ↑ 노벨문학상을 두 번째로 수상한 일본인 작가는 1994년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이다.
- ↑ 조에츠 신칸센 전용
- ↑ 종종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일본의
근성격투 만화나 무술 만화를 보면 "~의 힘은 일본의 한 나라 전체보다 강하다" 이런 식으로 번역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냥 '쿠니' 즉 일본 내의 한 지역이라는 뜻을 잘못 번역한 것이다.물론 그것도 과장이지만일본이 대형 연방국가도 아니고 일본 자체가 한 나라인데 '일본의' 한 나라라는 번역부터가.. - ↑ 사실은 그 '주'의 개념과도 조금 뜻이 다르다. 연방국가는 근본적으로 원래 국가였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주로 편입되는 것인데 일본이 역사상 지역별 자치가 있기는 했지만 미국, 스위스처럼 주 개념의 연방국가는 아니었기에, 쿠니는 그야말로 '지역'이라는 개념에 가까워서 한국의 경상도나 전라도 같은 '도'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른 화개장터를 떠올리는 게 더 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