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술


일부 전통주에 붙은 별명으로, 도수가 제법 되는데도 알콜맛이 별로 안나고 목넘김이 좋아서 꿀꺽꿀꺽 마시다보면 어느새 만취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 훅 가버리는 술을 의미한다.

말 자체는 꽤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충청도의 민속주인 한산소곡주나 해남 진양주 정도가 이에 속한다. 과거 보러가려던 선비가 한 번 손댔다가 주구장창 마셔대서 과거를 못 보러갔다거나, 집 털러 들어온 도둑이 손댔다가 술맛에 취해 주저앉았다던가, 어떤 전래로는 손님에게 이 술을 대접했다가 술맛이 좋아서 안 떠나고 진짜 앉은뱅이가 됐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허나 이 일화들은 후에 한산소곡주의 이미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얘기로, 실제로 앉은뱅이술이라는 이름에는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는데, 옛날부터 이 술을 마시는 남편들이 부인이 데리러 오기전까지는 앉은뱅이처럼 자리에 앉아서 계속 술만 마셔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쨌든 결론은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다.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나오는 술인 아르히에 대해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자리에 앉을 땐 어린 소녀도 마실 수 있는 술이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땐 판막음 장사의 다리도 잡아챈다'라고 한다.

현대에는 전통주에서 말하는 의미인 맛이 너무 좋아 자리에서 뜰 수 없는 술이 아니라 쉽게 마실 수 있고 쉽게 취하는 술이라는 뜻으로 변용됐다.

과일주스에 소주 몇 방울 떨어뜨려 만든 과일소주는 해당이 안 된다. 물론 됫박으로 퍼마신다면야 취하는 건 똑같겠지만.[1]

특히 여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업주라 불리며 흑심을 품은 남성들에 의해 애용되기도 한다(가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속성을 가진 술

  1. 단, 만약 과일소주를 한잔씩 따라준 후 피쳐에다가 소주 한 병을 또 퍼붓는 전통을 지닌 과에서는 선배들이 악마의미소를 띠며 후배들에게 잔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