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마 엘리시

1 바빌로니아, 혹은 메소포타미아의 창세 서사시

إنوما إليش
Enuma Elish/Enûma Elis

여기에 적힌 이야기는 일단 수메르 신화의 일부에 속한다. 분량은 대략 수 천 행 정도로, 점토판에 아카드어로 기록되어 있다. 태고의 민물로 묘사되는 아프수가 괴로워하자 영웅신 마르두크가 분노한 태고의 혼돈으로 묘사되는 고대신 티아마트에 대항하여 승리하고 주신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에누마 엘리시'는 점토판에 기록된 것 중 가장 앞에 있는 단어로 대략 '그때 그 높은 곳에서'라는 의미를 지닌다. 고대의 모든 점토판 기록이 다 그렇지만, 이 서사시에도 제목이 없기 때문에 편의상 이것을 제목으로 쓰고 있다.

에누마 엘리시 명칭은 엄연히 말해 서사시의 제목이 아니라 , 서사시의 맨 앞구절을 가져 온 것이다. 제목이 특별히 없다보니 그냥 그렇게 앞구절인 에누마 엘리시로 부르게 된 듯 하다.

7개의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으며 총 1100라인. 신년 축제의 4번째 날에 대사제가 순례자들 앞에서 낭송하였다고 한다.

사실은 이 서사시도 그 근본은 수메르의 창세신화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의 주신은 엔릴 또는 엔키였으나 아라비아 출신의 셈족인 바빌로니아인이 메소포타미아의 지배자가 되면서 자신들의 수호신인 마르두크를 이 고대의 수메르 신화에다 끼워 넣으면서 일약 세계의 최고신으로 만들고 엔릴과 엔키를 듣보잡 들러리로 만든 엄청난 만행(?)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만 수메르 신화에서는 부족했던, 신들끼리의 장엄한 전쟁과 거기서 탄생하는 승리자가 영웅신이 되고 파괴자가 악신으로 전락하는 거대한 신들의 서사시가 이런 편집 과정에서 거의 세계 최초로 파생되었으며, 이후의 신화들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이후 세계의 패권을 잡은 강대한 민족이 자기들 민족의 수호신을 고대의 권위있는 신화에다 끼워놓고 최고신으로 만드는 만행이 계속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잘못된 설명이 유포되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제우스티탄 신족을 쓰러뜨리고 주신으로 등극하는 것이나,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이 이미르를 살해하고 그 신체로 세계를 만드는 것 등이 이 사례라고 주장하는 것. 이는 근거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정복된 민족의 신이, 괴물로서 퇴치당하는 사례는 오히려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된 티탄 신족이나 북유럽 신화의 거인족을 보더라도, 그들이 과거에 주신으로 숭배받았던 역사적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에누마 엘리시에서도 마르두크가 주신으로 끼어든 영향으로, 수메르신들의 이름이 바뀌어졌을 뿐,[1] 여전히 신으로서 숭배받고 있기 때문이다.

2 Fate 시리즈의 용어

3 한국의 판타지 소설

검은천사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김유나작가의 판타지 소설. 줄여서 E2라고 불린다. 1번 항목의 에누마 엘리시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모두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기반한 이름들이다. 장르는 판타지이지만 신화적 모티브와 꿍꿍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활약때문에 모험활극이라기보다 정치극 같은 특성이 짙다. 일기토가 아니라 전쟁이 주 내용이고, 작가의 세심한 부분설정들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는 매우 굵고 큰 맥락을 따라 진행 된다.
전체스토리는 주인공 마르두크가 대륙을 통일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내용이지만 출판부분은 극의 초반만을 떼어내어 편집한 것이기 때문에 풀리지않은 떡밥도 많고 아예 나오지 않는 떡밥도 있다. 그간 뒤에 뭔가 있는듯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명확히 설명이 되지않고 급히 정리되는 마무리에 출판본 독자들은 어리둥절 할 따름.

처음 연재는 나우누리의 SF/FANTASY게시판에서 시작되었고 출판본당시 이미 출판본의 두배에 달하는 내용이 여기서 진행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연재가 뜸해지다가 하이텔, 천리안에서 후반부 수정된 내용이 다시 연재되기도하고 작가 본인의 홈페이지에도 먼 미래버전인 6기가 잠시 연재 된 적이 있다. 천리안에 연재된 부분은 이슈타르라는 제목의 후속편. 각 통신망 연재분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다르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작가가 인물들의 배치조차 일일이 신경써서 설정했기 때문에 인물들간의 관계나 미래 연대표가 이미 설정되어있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독자도 모두 알고있다. 다만 중간 과정을 모를 뿐……. 한국 판타지계의 FSS. 8기정도까지 설정이 되어있던것으로 보이며 마르두크가 주인공인 부분은 2기에 해당한다. 1기는 현 황제가 황제자리에 오르는 내용, 3기부터는 각 인물들과 드래곤까지 등장하기로 되어있는 등 매우 방대한 설정이 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기 3부까지 연재지를 옮기며 연재되다가 현재는 멈춘상태.

정황을 보아 최고 인기캐릭터인 에아가 황제를 옹립하는데에 뭔가 활약을 하고, 마르두크는 친구에게 크게 배신을 당하고 연인에게 버림받는 것이 작가공인으로 결정되어있었다. 미래편의 마르두크는 냉혹하고 무심한 인물로, 초기분량에서의 욱하는 성격 등 인간적인 부분이 거의 닳아 없어지는 듯. 이 역시 부분적인 내용만이 나왔기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현재는 작가의 홈페이지도 닫혔고 뒷 이야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1. 혹은 그 전부터 있었던 셈족의 신들과 동일시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