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요
수메르 신화를 비롯하여,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의 신화. 수메르 신화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의 신화는 내용과 신들 이름이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수메르 신화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의 이름만 바뀌고 내용이 그대로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도 종종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하듯이 좀 더 포괄적이라고 볼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 신화라고 칭하는 것이 수메르 후대의 신화까지 포함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유대교, 레반트(가나안) 지방 등에도 영향을 끼친 신화이다. 심지어 인도유럽어족의 신화와 결합하여 페르시아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다신교 신화라는 것이 늘 그렇듯 신의 성격과 신들의 계보가 이야기마다 차이가 있는 편이며, 특정 신과 신이 동일시 되어 흡수 및 동화가 많은 편이다.
라이벌(?)인 이집트 신화와 비교할때 이집트가 사막과 홍해, 지중해로 둘러싸여 안정된 정체 체제를 유지한 반면,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지배 세력이 바뀌면서 신의 성격이나 이름 등이 역변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헷갈릴만한 요소가 많다. 게다가 이집트 신화의 경우 이웃나라인 그리스 사람들이 남긴 기록들 덕에 신자들이 사라졌을뿐 이야기 자체가 소실되지는 않았으나, 수메르 신화의 경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즉 고고학적 유물의 발굴이나, 주변 문화권의 신화와 비교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이집트 신화도 인푸가 그리스어인 아누비스로 더 유명한 등 나름의 아픔이 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내용적으로 볼때, 이집트 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세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는 '비옥한 토지'+'개방된 지형'이라는 콤보로 수많은 역사 공동체의 침략에 시달린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적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사후의 안식을 주는 신보다는, 당장 전쟁에서 승리를 약속하고 세속적 부귀영화를 주는 신이 더 절실하였던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집트와 비교할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
2 신명 표기 원칙
- 신명을 부를 때는 신명 위에 '위첨자로 된 d( ^d^ )'를 붙이며 '딩기르(diŋir)'라 읽는다. 본래는 아래의 신명을 표기할 때 '딩기르'를 붙이는 것이 원칙이나, 표기의 편의성을 위해 붙어있는 것으로 여긴다. 참고로 아카드어에선 '일루(ilu)'를 붙인다. 역시 표기 편의성을 위해 붙어있는 것으로 본다.
- 수메르 신화가 원전인 만큼 신명은 수메르어를 기준으로 작성하되, 악카드어를 병기한다.
- 영어 병음표기는 소문자를 원칙으로 한다. 이는 각 수메르 신 항목에서도 통일한다.
2.1 수메르 일곱 큰 신
수메르 신들에겐 서열 개념이 있었다. 상위 50명 큰 신들은 아눈나키(Anunnaki), 나머지 하위 신들은 이기기(igigi)로 나뉘었다.
아눈나키 가운데서도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일곱 신들, 곧 가장 번성한 일곱 도시의 주신들은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으로 불리어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니푸르에 있는 엔릴의 신전 에쿠르에서 모임을 가졌다.
안 (아카드어 : 아누) : 천계의 최고신으로 신들의 아버지. 유일히 ^d^ 를 붙여 부르지 않는다.
- 엔릴 (아카드어 : 엘릴 또는 벨) : 안의 아들이며, 엔키의 배다른 형제. 안이 하늘로 올라간 뒤 사실상 주신이 되었다.
- 엔키 (아카드어 : 에아) : 안의 아들(서자)이며,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
- 난나(Nanna) (아카드어 씬(Sin)) : 달의 신으로 엔릴의 아들
- 우투(Utu) (아카드어 : 샤마쉬(Shamash)) : 자애롭고 위대한 태양의 신으로 달의 신인 난나의 아들
- 인안나(Inanna) 혹은 이르닌니(Irnini) (아카드어 : 이슈타르(Ishtar)) : 하늘과 땅의 여왕이자 전쟁과 사랑의 여신
- 이쉬쿠르 혹은 아다드 : 폭풍의 신 엔릴계로 보인다. 엔릴의 명령으로 대홍수를 일으킨 적이 있다.
- 닌투(Nintu) 혹은 닌후르쌍(Ninhursag), 닌마흐, 마미, 아루루 : 출산의 여신. 쉬임티의 집에서 엔키와 함께 인간을 창조했다. 나중에 닌투의 힘이 약해지며 이쉬쿠르가 끼어들었다.
2.2 고대의 신
남무(nammu) : 태초의 바다인 압주의 여신. 태초 이전부터 존재한 심연의 여신이자 안의 어머니. 키보다 먼저 아들인 안과 결합하여 엔키를 낳았지만 안의 첩으로 분류 되는듯 하다뭐? 하늘과 지하수의 결합보다 하늘과 땅의 결합이 뉘앙스상 자연스러워서 그러나보다 안 혹은 엔키에게 닌후르쌍(혹은 키)의 도움을 받아 인류를 창조하도록 가르쳤다.
압주란 고대 수메르인들이 상상했던 담수를 내보내는 지하 속의 민물바다로 그녀 외에도 엔키와 그 아내가 거하는 곳이기도 하다.(엔키의 신전을 에압주라고도 불렀다) 인류를 만들었다는 진흙도 그냥 진흙이 아니라 이 압주의 진흙. 후대인 에누마 엘리쉬만은 그 자체가 민물바다(담수)의 아프수라는 남성신으로 분리되고 남무의 위치에 바다(염수)의 여신 티아마트가 놓여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예로 현재의 고래자리는 남무자리라 불렸는데 바빌로니아에선 티아마트 자리라 불렸다.
2.3 그 밖의 신
- 키(ki) 혹은 안툼(antum) : 땅의 여신이자 안의 부인. 엔릴의 어머니. 한때 인안나가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했으나 이 일을 따지진 않았다.
멘탈갑 - 닌릴(Ninlil) : 엔릴의 부인이자 슈루파크의 주신인 곡식의 여신. 본래 이름은 '수드(Sud)'였으나 엔릴과 결혼하면서 새 이름을 얻고 곡식과 바람의 여신이 되었다. 엔릴과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가에 대한 두 전승이 있는데 하나는 엔릴이 정식으로 닌릴의 어머니에게 청혼했다는 얘기고, 다른 하나는 강가에서 목욕하던 닌릴을 눈여겨보던 엔릴이 한눈에 반해 원치 않은 임신을 시킨 게 계기가 되었다는 것.[1] 죄가 들통난 엔릴은 저승으로 귀양을 떠났는데 닌릴도 그 뒤를 따른다. 저승길에서 닌릴은 세 저승신을 낳는다.
- 누스쿠(Nusku) 혹은 누스카(Nuska) : 엔릴의 비서인 등불의 신. 이기기 신들이 고된 노동에 지쳐 엔릴의 신전을 찾아가 항의할 때, 큰 신들의 대표로 나서 신들의 뜻을 전했다.
- 니다바(Nidaba) 혹은 니싸바(Nisaba) : 추수의 여신이며, 서사(書寫)와 계리(計理)의 신. 신들의 서기관.
- 두무지(Dumuzi) (아카드어 : 탐무즈(Tammuz)) : 인안나/이쉬타르의 젊은 시절 남편이었던 양치기.
- 마르두크(Marduk) : '마르둑'이라고도 부른다. 바빌론의 주신이며 후에 바빌로니아가 수메르 지역을 평정하면서 엔릴의 뒤를 이은 주신이 된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엔키(에아)의 아들로 등장하며, 엔키의 아들이자 수메르 구마사제들의 신 '아살루히'를 마르두크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 엔킴두(Enkimdu) : 인안나를 두고 두무지와 대결했던 농부. 인안나가 두무지를 선택하자 쿨하게 패배를 인정한다.
- 게쉬틴안나(Geshtinanna) : 포도주의 여신이자 두무지의 누이.
서로 섹드립을 칠만큼[2] 사이가 돈독했으며, 저승에 내려갈 운명에 처한 남동생을 불쌍히 여겨 반 년을 대신 저승에 머물기로 자청한다. - 닌우르타(Ninurta) 혹은 닌기르수 : 엔릴의 아들로 용감무쌍한 전쟁의 신이자 아눈나키의 의전관. 바위괴물 아자그(Asag)와 '운명의 서판'을 훔쳐간 괴조 안주를 해치운 전사.
- 이쉬쿠르(Ishkur) 또는 아다드(Adad) : 난나의 아들인 폭풍과 번개의 신. 아시리아에서 많이 숭배되었다.
- 닌갈(Ningal) : 갈대의 여신. 난나의 부인.
- 에레쉬키갈(Ereshkigal) 혹은 에레쉬키갈라(Ereshkigala), 이르칼라(Irkalla) : 저승의 여주(女主)이자 인안나/이쉬타르의 언니. 저승의 지배권을 노리고 온 인안나를 역관광시킨 걸로 유명하다.
- 구갈안나(Gugalanna): 쿠살리쿠라고도 한다. 이쉬타르의 간청으로 안/아누가 우루크로 보낸 황소자리의 짐승이며, 저승의 여왕인 에레쉬키갈의 남편이었던 하늘의 큰 황소. 티아마트가 낳았다는 자식중 날개달린 숫소정도로 언급되는 괴물이 있는데(몇몇 자식과 같이 이름 불명) 동일한 모티브에서 기원했을지는 불명.
- 네르갈(Nergal) 혹은 에라(Erra), 에라갈(Erragal, Errakal) : 저승의 신이며, 인정사정없는 악마의 신으로 에레쉬키갈의 애정 공세에 의해 저승의 주인이 된 역신(疫神)
- 닌아주(Ninazu) : 에레쉬키갈의 아들이며, 땅속으로 깊게 스며드는 봄비의 신
- 닌카시(Ninkasi) : 맥주의 여신. 그녀의 이름을 딴 맥주 브랜드도 있다.
- 남타르(Namtar) : 운명의 신이며, 저승사자
2.4 주의 신화
2.5 길가메시 서사시
- 길가메시
- 엔키두
- 훔바바(Humbaba) 혹은 후와와(Huwawa) : 엔릴이 임명한 삼목산 산지기인 엘람의 신 훔반(Humban)
- 닌순(Ninsun) : 들소의 여신이자 길가메시의 어머니.
- 시두리(Siduri) : 여인숙의 주인이며, 포도주의 여신
-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 : 딜문에서 거주하는 영생을 얻은 인간
3 장소
3.1 성역
- 딜문(Dilmun) : 신들만을 위한 신들의 낙원. 그 유명한 에덴 평원이 이곳에 있다. 참고로 인간의 몸으로 이곳을 들어간 자는 길가메시뿐이다.[4]
- 마슈 산 : 딜문에 들어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산. 전갈부부가 지키고 있다. 안에 들어가면 끝없는 깜깜한 어둠이 있으며 계속 걷다보면 '무언가'가 나타나는데, 이 부분을 묘사한 석판이 깨져서 잘 알 수 없다.
- 삼목산 : 높다란 삼목이 자라 있는 산. 엘릴의 명령에 따라 훔바바가 지키고 있어 그 누구도 범접 할 수 없는 땅이다. 그러나 길가메시가 엔키두와 단둘이 들어가 훔바바를 해치우고 삼목을 얻어낸다.
3.2 도시
- 대홍수 이전의 5 도시
- 다른 도시
- 키쉬(Kish): 수메르에서 초기부터 셈족이 지배. 주신은 자바바.
- 우르크(Uruk): 수메르 최대 도시. 2900BCE당시 인구 5만-8만명. 주신은 인안나.
- 우르(Ur): 나시리야에서 16km거리. 주신은 난나. 2100-1950BC경 수메르 통일왕조의 수도가 되어 인구가 65000명으로 증가하여 세계 최대 도시가 됨. 주신은 난나
- 니푸르(Nippur): 주신은 엔릴. 바그다드 동남쪽 160km지점. 수메르의 영적인 중심도시.
- 마리(Mari): 25000개의 태블릿이 발견되어 완전한 역사가 알려짐. 1759BC에 함무라비에 의해 파괴되어 역사에서 사라짐. 시민들의 정교한 패션스타일로 유명. 수메르인의 시리아 무역도시.
- 라가쉬(Lagash): 주신은 닌기르수.30000개의 진흙 태블릿 발견. 2075-2030BC에 최대 도시. 라가쉬 도시국가는 1600km^2의 땅과 17개 도시를 지배.
- 움마(Umma): 라가쉬의 북쪽. 유명한 왕은 루갈자게시
4 창세기와의 연관성
19세기 말 수메르 신화들의 서판들이 처음 발견되고 차차 글자들이 해독되면서 창세기와 비슷한 내용 때문에 기독교 신학자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는 소리가 있지만, 사실 홍수설화는 길가메쉬 서사시가 대영박물관에서 처음 해독되기 이미 약 1500년 이전부터 역사가, 고전학자, 신학자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었다. 이 설화는 BC 3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거의 동시대인인 바빌로니아의 마르둑/벨 신관이었던 베로소스가 그리스어로 기록한 '칼데아의 역사'에 이미 자세히 언급되어 헬레니즘 세계에 알려져 몇몇 그리스 역사가의 글에 언급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AD 4세기 초에 카이사리아의 주교 유세비우스의 유명한 저작에 다시 인용되었다. 즉, 바빌로니아 홍수설화를 후대에 전한 것이 다름 아닌 바로 기독교도였다.
물론 이런 학계의 내용을 모르는 일반 신자들은 충격을 느끼기도 했으나, 주류 종파 신학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왜냐하면 비슷한 질문은 이미 까마득한 옛날부터 받아왔고 적어도 기독교 패러다임 내에서는 전술했다시피 설명은 가능했기 때문. 이를테면 "그리스 신화 데우칼리온 이야기가 노아 이야기랑 비슷한데요?" 같은 질문들. 이러한 질문들 때문에 현대의 성서학 입문 서적들은 성서비평학 적용 종파 한정으로, 수메르 신화 이야기를 먼저 꺼내어 '성경=문자 그대로 사실'이라는 일부 신자들의 고매한 환상을 부숴주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예수회에서 나온 서적인 <이제는 한번 성경을 읽어 보고 싶은 이들에게> 같은 책들.
수메르 신화가 원형이고 창세기가 후대에 쓰여졌다는 것으로 차용이나 표절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에누마 엘리쉬 등은 점토판이라는 물리적인 고고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에 대체로 연대를 추정하기에 용이하다. 그에 반해 히브리 성서는 사본으로만 전수되었기 때문에 사본 전승 과정에서 어떤 첨삭이 있었는지 연대를 모두 밝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고대문건들이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내용과 형태로 고정되었는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확정하기 어렵고 또 문건들 간의 선후관계도 정확히 확정하기가 어렵다. 선후관계가 분명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차용이나 표절을 말하긴 거의 불가능해진다. 바빌론 유수기에 히브리인들이 성서를 썼다는건 고대로부터 전해져내려오던 여러 이야기를 묶었다는 거지 그 시대에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소리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참조 바람
신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영상을 참고하자. 낸시랭의 신학펀치 - 창세기는 왜 다른 신화와 비슷한가요? 개신교쪽의 영상인데, 가톨릭과도 견해는 비슷하다.
참고로 비단 창세기 뿐만 아니라, 모든 신화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고대인들은 "심심한데 신화 한번 써볼까?"하는 식으로 소설 쓰듯 신화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물론 단순히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신화화된 역사', 혹은 '신화속에 담긴 정체성' 등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수메르 신화의 경우만 하더라도 단순히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기보다는, 고대 수메르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들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보는게 더 정확하다. 또한 로마 신화의 경우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로마인들은 이를 살짝 비틀어서 트로이를 계승했다거나 마르스의 후손이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설명했다. 그리고 학자들은 이렇게 '신화화된 역사'에서 실제의 역사, 혹은 모티브가 된 인물 등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메르나 이집트급의 고대 문명은 역사와 신화의 구분조차 애매하여, 파라오가 전차를 타고 돌격하니 백만대군이 쓰러졌다(...)는 식의 황당한 서술도 많다. 심지어 역사학의 대굇수인 사마천마저 딴에는 역사를 기록하려고 했으나, 본의 아니게 오제(五帝) 같은 신화적 인물을 기록하기도 했고, 학자들은 이러한 기록이라도 남아있는거에 감사하며 신화 속에 숨어 있는 역사를 추적한다. 그러니 수메르 신화의 경우도, 단지 허무맹랑한 소설로 취급하기보다는 도대체 이러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이유가 무엇인지 검토하면서 읽어볼때 숨어있는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