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

Émile Zola
1840년 04월 02일 ~ 1902년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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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그 무엇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전진하는 진실》중에서-

프랑스문호.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출간한 첫 단편집 '나농에게 주는 이야기(Contes à Ninon)'를 시작으로, 1871년부터 20권짜리 '루공-마카르' 시리즈를 통해 거장의 대열에 올라선 자연주의 소설가이다. 현재는 프랑스의 위인들이 묻힌 팡테옹에 잠들어 있다.

2 문학

대표작 <목로주점(L'Assommoir)>은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 중의 작품인데, 이 시리즈 중에 에밀 졸라의 유명한 작품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봐도 된다.

당시 유럽 학계에선 새롭게 부상하던 유전학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는데, 에밀 졸라는 이 유전학을 토대로 '인물의 성격은 유전학 법칙에 따라 유전되며 이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다'란 모토에 따라 '루공-마카르' 시리즈를 집필했다. 실제 '루공-마카르' 시리즈의 부제는‘제2제정 하의 한 가족의 자연적 ·사회적 역사’라고 붙어 있으며, 가상의 가계도를 설정하고 가계도 내의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일생을 서술하는 듯한 방식을 취한다. 그 서술방식 때문에 19세기 후반의 사회사(社會史) 자료로 귀중하게 취급되기도 한다.

<목로주점>의 줄거리에서 그 단상을 찾아 볼 수 있다. 주인공 여성은 술주정뱅이에 비천한 여자였던 양친에게서 태어나, 부모와는 다른 밝은 인생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남편이 목공일을 하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매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몰리고 만다. 그러던 중 하룻밤 몸을 팔러 따라간 사람이 어린 시절 친구였음을 알게 되고…. 뭐 그런 줄거리.

유전으로 인해 물려받은 성격으로인한 운명은 바꿀 수 없다란 졸라의 자연주의적 생각이 잘 드러나는 줄거리. 꿈이고 희망이고 없어

에밀 졸라의 주요 작품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특징은 여성의 강조인데,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이 팜 파탈로서의 여성이다. 앞서 소개된 목로주점의 주인공의 문제의 딸인 창녀 나나를 주인공으로 한 <나나>는 아주 고전적 팜 파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노동자 혁명에 대해서 다룬 <제르미날>까지 이 범주에서 해석하는 이도 있을 정도로 에밀 졸라의 성향은 분명하다.

사실 <나나>를 비롯한 3부작인 <나나>, <제르미날>, <인간짐승>[1]이 바로 목로주점의 후속편으로 목로주점의 여주인공의 세 자식들의 현시창인 운명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들의 현시창 운명과 함께 필연적으로 몰락하는 프랑스 제2제정을 투영시키고 있다[2] 영화 《박쥐》의 원작으로 감독이 직접 언급한 <테레즈 라캥>도 그렇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3]에서는 소비에 대해 갈망하는 여성의 욕구를 다루었는데, 이정도 되면 이게 여성화된 남성이냐, 아니면 욕망을 드러내는 여성에 대한 표현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등등 말이 많을 정도이다.

3 정치적 행보

드레퓌스 사건으로 한창 프랑스가 두 조각으로 쪼개져 싸우느라 정신이 없던 도중, 부당성을 고발하기 위해 '로로르(L'Aurore)'지에 '나는 고발한다(J'Accuse)'란 서한을 게시해 드레퓌스 사건에 참전했고 이 때문에 매국노로 낙인 찍혔다.
당시 프랑스 내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감정은, 현재 한국인의 조선족 등에 대한 감정보다 훨씬 깊었기에, 드레퓌스 사건이 조작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당시에 저명한 사회인사가 드레퓌스 편을 들었기 때문에 민중들은 졸라의 인형을 불태우는 등 졸라는 엄청나게 욕을 먹게된다. 마침내 서한이 문제가 되어 유죄판결이 내려지자 영국으로 망명했으나 이듬해 프랑스로 돌아왔다.

이렇게 정의와 진실을 위한 작가적 사명감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프랑스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으며, "프랑스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 [4]

4 죽음

나는 고발한다 이후 드레퓌스 구명을 위해 힘쓰다가 잠 자던 중 사망한다. 공식적인 발표는 난로를 열고 자는 바람에 불완전 연소된 석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인데(그러니까 연탄가스), 프랑스 정보부의 높으신 분들의 음모라는 설도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후에 드레퓌스는 완전히 자유가 되었으나,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이 종결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문학적 성과만큼이나, 프랑스 지식인의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의 상징적인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5 기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주인공 미카엘 팽송의 수호천사로 출연한다. 드레퓌스 옹호 경력 때문인지 말빨이 쩔어서 미카엘이 천사가 된 것은 순전히 졸라의 공헌이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다.

비슷한 또래인 화가 폴 세잔과 같은 중학교 출신이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화가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세잔을 여러 번에 걸쳐 끈질기게 설득한 것도 에밀이었다. 세잔이 그림을 그리다가 금새 질려서 안 그리고 딴짓할때 세잔의 아내와 더불어 잔소리를 해가며 그림을 그리게 한 인물로서 언급되기도 한다고. 다만 1886년에 에밀과 세잔은 절교했는데 원인은 분명치 않다. 다만 세잔의 인물됨이 편협[5]했기 때문에 세잔에게 원인이 있었을 거라는 것이 중평.

또 그의 별장에는 작가들이 자주 모이곤 했는데 기 드 모파상이 주목을 받게 된 계기도 그것이다. 에밀은 자기 별장에 모이던 젊은 작가 중 전도유망한 젊은 작가의 작품을 모아서 출판했는데 거기에는 모파상도 끼어 있었고 그가 단편집에 낸 <비곗덩어리>가 주목을 얻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장례식의 조사를 아나톨 프랑스가 했다. "우리는 그를 부러워합니다. 방대한 저작과 위대한 참여를 통해 조국을 명예롭게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를 부러워합니다. 걸출한 삶과 뜨거운 가슴이 그에게 가장 위대한 운명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한정으로 나쁜 이름으로 볼 수 있는데 이름의 어감패륜을 연상하기 때문(..)[6] 물론 이걸 보고 놀리는 사람(...)의 문제이지 이 사람의 문제는 아니긴 하다.
  1. 국내에는 잘 안 알려졌지만 철도 공무원인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그린 작품
  2. 나나의 마지막 장면이나 인간짐승의 마지막 장면 모두 보불전쟁에 환호하는 프랑스 군인들을 그리고 있다
  3. Au Bonheur des Dames. 국내에서 해석한 제목만 3개이다. 일반적으로 부인들의 천국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고, 그 외에 '숙녀들의 기쁨', '부인 백화점'이란 제목도 있다. 정발명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4. 하지만 당시 드레퓌스는 자신이 유대인임을 부정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난하던 졸라에게 당신도 좀 알고나 그렇게 주장하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5. 당시 같은 파의 예술가들이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에 비해서 세잔은 마음에 든 몇몇을 제외하고는 관계를 맺기를 거부했다. 또한 결벽증이 있었고 여성혐오가 기질도 약간 있었다. 더군다가 가족관계도 불편했다. 세잔은 평생 엄격한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아내와 어머니, 여동생의 관계가 안 좋아서 아들을 편애했다.
  6. 그거로 '프랑스에서 가장 불효자는?'이라고 넌센스 문제를 내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말년 서유기에서 프랑스의 불효자는 에밀 졸라이고 미국의 불효자는 지미 카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