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주의

Elitism

사회 속에서 권력의 형성과 정책이슈의 결정이 다원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수의 집단에게서만 좌우된다는 정치학의 학설.

학술적으로는 다원주의와 일종의 대척점 관계에 있다. 그러나 계속 나오겠지만 민주주의와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학계에서 엘리트주의와 다원주의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였으며, 현재는 다원주의가 우세한 가운데 일정 부분 엘리트주의의 입장을 수용하는 정도. 대표적으로 로버트 달이 초기의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신다원주의(neopluralism)적 입장으로 전환했다.

고전적 엘리트주의는 정치권력이 특정 소수에 집중되어 있다고 본다. 이들은 경제적 사회적 희소가치의 독점을 통해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며, 주로 공권력, 부(富), 전문적 기술, 지식 등이 그 권력의 출처가 된다. 근대에 들어서 밀스와 헌터의 실증적 연구는 실제로 미국 사회 속에 엘리트가 존재하며, 각종 기관 지도자들과 소위 지역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이에 속함을 드러내 보였다.

엘리트주의는 엘리트 집단이 여러 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그들 간의 경쟁과 경합,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익집단들의 활동, 엘리트 집단과 행정관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민주주의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또한 모든 종류의 이슈에 동일한 엘리트 집단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각각 다양한 엘리트 집단이 관여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집단이 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고 주장한다.

엘리트주의가 선민사상과 통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선민사상은 선택 받은 자들이 정해져 있지만 엘리트는 정해져 있는 선택 받은 자가 아니라 엘리트가 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를 중심으로 집단을 운용하는 교리를 짜는 것을 선민사상이라고 하진 않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이다. 물론 엘리트주의가 선민사상으로 빠질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체계나 사고방식이 선민사상으로 빠지는 것보다 훨씬 쉽다. 엘리트가 세습화될 때 그런 문제가 발생하며, 엘리트가 될 수 있는 문이 적어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엘리트주의는 현실적으로 권력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으며, 사회가 유도되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다원적 의사결정 때문이 아니라 소수 엘리트 집단이 일반 대중(mass)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정책 아젠다를 설정하는 것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들의 이해가 굉장히 많이 반영되기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후속 이론인 신엘리트주의에서는 상술된 바 있듯이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통해 엘리트 집단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이슈는 압살해 버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트주의가 일반 대중의 잠재력에 대해 경시하는 경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에게서 아예 사회문제에 대한 자결권이나 주권을 빼앗자고 하지는 않는다. 엘리트주의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사회에 엘리트가 존재하는 것 자체는 엄연한 현실이란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엘리트주의에서 규정하는 엘리트의 역할은 단지 대중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여기서 몇 차원 더 나아가 일부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우매무지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적인 군중(mob)을 대신하여 현명하고 이성적인 엘리트가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가야 한다" 는 주장은 지극히 과격하고 극단적인 입장이며, 심하게 보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사고방식이기도 하다.[1] 국민을 주권의 주체가 아니라 피지배층이자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엘리트주의의 본질이 아니며, 그 본래 취지에도 위배된다. 한 마디로 요약 정리하면 엘리트주의≠ 국개론.

엘리트주의가 굉장히 강하게 반영된 사례가 바로 싱가포르의 교육정책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소수정예 지도자를 장기적으로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많다.

현대 사회에는 정치경제적 측면의 엘리트 외에도 지식인 계층이 일반 대중에게 지적 엘리트주의 같은 부분도 많이 관찰되고 있으며, 실제로 사회적으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성격의 엘리트주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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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작물에서도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캐릭터는 십중팔구가 악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