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다득점 원칙

1 개요

축구의 규칙. 주로 챔피언스 리그 같이 홈과 원정을 한번씩 오가는 토너먼트에 적용된다. 1, 2차전을 합산해 원정팀이 획득한 득점을 우선해서 승패를 가르는 규칙이다. 오프사이드와 함께 축구를 처음보는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이기도 하다. 왜 이긴 팀이 울상이고 진 팀이 만세를 외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초보자 뿐만이 아니라 축구 좀 보는 사람들에게도 가끔씩 혼란스럽게 만들기 일쑤.

굳이 이런 어려운 규칙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스포츠가 안 그렇겠냐마는, 축구의 경우는 원정길에 오른 팀에 대한 견제나 불이익이 대단히 심하다. 원정팀에게 극도로 불리한 경기장 시설부터 시작해서 치어리더가 필요 없을 정도의 홈팬들의 과열된 응원에 원정팀들은 있는 기량도 제대로 펼치지 못 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 규칙이 생겨나기 전에는 대다수의 팀들이 홈에서 한 골을 넣고 원정길에 나가서 영혼의 10백으로 지키는 전법을 사용해서 경기가 재미없어졌기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2 예시

예를 들어 A팀과 B팀이 1차전 A팀의 홈에서 0:0으로 끝났고 2차전 B팀의 홈에서 1:1로 비겼으면 똑같은 '2무'지만 A팀이 원정골 우선 원칙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 또 다른 경우로 A팀이 1차전 A팀의 홈에서 2:1로 이겼고 2차전 B팀의 홈에서 B팀이 0:1로 승리하게 되면 점수는 2:2 동률이 되지만 A팀의 홈에서 한 골을 넣은 B팀이 원정 골 우선 원칙으로 다음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된다.

만약 합산 점수가 같고 원정 골 수도 같은 상황이 된다면(2:1, 1:2) 그 자리에서 바로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되고 여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로 승패를 정한다. 덕분에 토너먼트에서는 2차전을 홈에서 치루는 팀이 홈경기를 상대팀보다 더 길게 할 가능성이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만약 두 팀이 서로 완전히 동일한 조건에서 홈 앤드 어웨이로 녹아웃 토너먼트 경기를 치뤘는데 1, 2차전 정규시간 경기가 동률로 끝나버린 경우에는 제 3국에서 연장전을 하지 않는 한에는 어떤 룰을 사용하든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홈게임을 더 하는 것과 원정골을 우대받는 것으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셈인데, 어쨌든 양 팀이 서로 다른 규정을 적용받아야만 하므로 불만을 완전히 잠재우기 어렵다.

3 오해

간혹 '동률 상태일 경우 원정 골을 2골로 계산한다'는 규정 때문에 오해를 빚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동률'이라 함은 승패는 물론이고 골득실까지 동률이라는 뜻이다. 골득실이 동률이 아닐 경우는 원정 득점 따질 것도 없이 그냥 골득실이 앞서는 쪽이 이긴 것으로 친다. 예를 들어, A팀 홈에서 A팀이 B팀을을 4:2로 이기고 B팀 홈에서 B팀이 A팀을 1:0으로 이겼다고 치자. 원정 골을 2골로 계산한다면 A팀 홈에서 4:4로 득점이 같고 B팀 홈에서는 1:0으로 B팀이 이긴 것이 되기 때문에 합계 5:4로 B팀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골득실에서 4:3으로 A팀이 앞서기 때문에 원정 득점 따질 것도 없이 그냥 A팀 이긴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골득실까지 동률이면 원정 골을 두 배로 할 것도 없이 그냥 원정 골 수만 계산해 봐도 이런 오해가 안 생긴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싶으면 원정 경기에서 넣은 골을 1.01골로 계산해보자. 설마 한 경기에서 100골 이상 나올까

4 적용 범위

원정 다득점 원칙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는 대회마다 다르다.

원정 다득점 원칙을 연장전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그 규칙이 애매했던 시기에 벌어진 해프닝이 있었다. UEFA 컵 위너스 컵 1971-72 시즌 16강전에서 레인저스 FC(스코틀랜드)가 스포르팅 CP(포르투갈)를 상대로 1차전(홈)은 3:2로 이기고 2차전(원정)은 2:3으로 져서 양 팀 모두 1승 1패와 5득 5실로 연장에 돌입했는데, 문제는 그 연장전에서 양 팀이 한 골씩 추가했다. 심판은 승부차기로 8강 진출팀을 가리게 해서 레인저스는 0:3으로 패배하였다. 그러나 레인저스는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자신들이 8강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고 UEFA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8강 진출팀을 스포르팅 CP에서 레인저스로 바꾸어 버렸다. 그리고 그 레인저스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어쨌든 이 사건은 연장전에서의 원정 다득점 적용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적용 범위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 ㉠ 연장전에서도 원정 다득점을 적용한다.

말 그대로 연장전에서 나온 득점도 원정 다득점 적용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1차전은 A팀의 홈 경기고 2차전은 B팀의 홈 경기인데 1차전은 A팀의 1:0 승리, 2차전은 정규시간 90분 결과 B팀의 1:0 승리로 원정 다득점에서 동률이 되었기 때문에 연장전을 치렀는데 연장전에서 양 팀이 한 골씩 주고 받아서 B팀의 2:1 승리가 되었다면, 이 역시 원정 다득점 대상에 포함하여 1:0으로 A팀의 원정 득점 우세승이 된다.

• ㉡ 연장전의 득점은 원정 다득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정 다득점을 적용하되 연장전에서 나온 득점은 원정 득점 계산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바로 앞의 ㉠에서 든 예시를 이 방식에 적용한다면, 원정 득점으로는 1:0으로 A팀이 우세하지만 연장전에서 나온 득점을 제외하므로 동률로 간주하여 승부차기를 실시한다.

• ㉢ 연장전을 생략한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도 동률인 경우 아예 연장전을 치르지 않고 승부차기로 넘어간다.

• ㉣ 연장전을 치른 후에 적용한다.

2차전 90분 종료 후 골득실 동률이면 원정 득점에 관계없이 일단 연장전부터 하다가 거기서도 골득실이 동률이면 비로소 원정 다득점을 적용한다.

• ㉤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연장전을 치른다.

골득실이 동률일 경우 원정 다득점 원칙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연장전이 끝난 후도 마찬가지다.

홈 앤 어웨이 방식 경기를 치르는 대회들을 위 다섯 가지 방식별로 나눠본다면 다음과 같다.

구분	90분 후 원정 다득점	연장전	연장 후 원정 다득점	적용 대회
㉠	O	O	O	FIFA 월드컵 지역예선, UEFA 챔피언스 리그, UEFA 유로파 리그 등.
㉡	O	O	X	AFC 챔피언스 리그, AFC컵, CONCACAF 챔피언스 리그,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한국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등.
㉢	O	X	-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코파 수다메리카나, 리가 MX 플레이오프, CAF 챔피언스 리그, CAF 컨페더레이션컵 등.
㉣	X	O	O	풋볼 리그 컵 준결승
㉤	X	O	X	풋볼 리그 플레이오프 준결승

5 같은 홈 구장을 쓰는 두 팀의 경우

같은 홈 경기장을 쓰는 두 팀이 홈&어웨이 토너먼트에서 만났을 경우 상황이 심히 골룸해지는데, 어느 팀이 어느 경기에서 홈/어웨이로 간주되는지 정하는 명목상의 정의가 승부에서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2002-03 UEFA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는 AC 밀란과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가 붙어서 1차전 0-0, 2차전 1-1(...)로 AC 밀란의 승리가 되었다. 2차전에서 골을 넣은 것이 원정(...) 다득점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