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필리프 라모
Jean-Philippe Rameau
1683년 9월 25일 ~ 1764년 9월 12일
▲ 1706년 클라브생 후속작 《암탉》(La Poule). 연주는 그리고리 소콜로프(G.Sokolov).
▲ 1724년 클라브생 작품집 《탐뷔랭》(Tambourin). 연주는 스캇 로스(S.Ross). 하프시코드 소리가 클 수 있으므로 재생 전 음량을 미리 조절할 것.
"만일 라모가 독일인이었다면 그는 바흐보다도 더 위대한 음악가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디종(Dijon) 출신이며 성당 오르간 연주자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족들은 원래 음악은 취미생활로만 남기고 음악을 본업으로 하게 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본인은 뜻이 있었기에 이탈리아로 유학을 다녀온 이후 젊은 나이에 첫 작품집을 출판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고 평단의 반응도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이후에는 점차 유명세를 얻으면서 1722년에 《화성론》(Traize de l'harmonie)이라는 필생의 저작을 내놓았고, 바로 이듬해 다시 두 번째 작품집을 내놓았다. 나중에는 프랑스 궁정 작곡가로까지 올라갔으며 노년에는 귀족으로 봉해지기도 했다.
라모는 음악 자체로도 그렇지만 특히나 화성론과 같은 음악학적인 공헌이 매우 큰 인물이다. 예술가라기보다는 오히려 학자, 평론가에 가깝다고 해야 할지도. 음악적으로는 쟝 바티스트 륄리의 웅장한 화성적 스타일을 이어받고, 프랑수아 쿠프랭과 유사하게 표제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위에 소개된 영상의 《암탉》이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사례. 암탉이 꼬꼬꼬꼬 하면서 우는 소리를 건반 악기로 고스란히 흉내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음악학적으로 보자면 라모는 기능화성이나 음조 등의 근대 화성이론을 정립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영향으로 인해 프랑스의 극음악(발레음악 및 오페라)이 순식간에 몇 계단 이상 진보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 이렇게 말하면 뭔 재미없는 소린가 하겠지만(…) 음정과 음정이 만나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현상, 즉 협화음을 두고 "하모니" 라고 표현한 최초의 인물이 바로 라모다. 이는 그의 저작 《화성론》 외에도 《음악 이론의 새로운 체계》(Nouveau système de musique théorique)에서도 확인된다.
1700년대 중반, 당대에 라모는 정교한 화성적 진행을 통해 웅장한 사운드를 만드는 양식으로 유명했지만, 페르골레시(G.B.Pergolesi)[1] [2]의 선율 중심적 오페라가 점차 인기를 얻으면서 곧 음악학의 급물살에 마주하게 되었다. 흔히 부퐁논쟁(Querelle des Bouffons)이라고 불리는 격론이 벌어진 것이다. 정말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는 화성과 선율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라모는 자신의 음악학자로서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화성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3] 백과전서파를 비롯한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선율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이 때문에 라모는 그들과 시시각각 충돌했는데, 특히 우리에게는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더 유명한 장 자크 루소한테 가장 많이 까였다.(…) 이때의 키배가 얼마나 가열찼는지,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중심으로 하는 필담으로는 분을 못 이기고 실제로 결투(…)를 신청하기도 했다고.
라모의 작품들 중에 일부는 현대에 들어서까지도 계속 생존해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작품 《탐뷔랭》 의 경우 국내에서 한글 가사가 추가되어 음악시간에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제목은 《우박은 춤춘다》, 장르는 동요, 작사자 순엽.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해당 작품은 2성부의 캐논형식(일명 돌림노래)으로 편곡된 것.
가사는 다음과 같다. 출처
랄랄랄랄랄라 유쾌하게 우박들이 춤을 춘다영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오페라 '플라테(Platée)' 중 2막에 나오는 아리아인 '다프네는 아폴로의 구혼을 거절했네', '카스토르와 폴뤼' 중 2막에 나오는 아리아인 '준비된 슬픔이여. 창백한 불꽃이여'가 나왔다.랄랄랄랄랄라 우박들의 명랑하고 즐거운 무도회다
제멋대로 춰라 좋다 좋다 제멋대로 춰라 좋다 좋다
지붕에도 들창에도 꽃을 가꾼 뜰에서도
랄랄랄랄랄라 제멋대로 뒹굴뒹굴 돌며 꺼지며
랄랄랄랄랄라 유쾌하게 우박들은 춤을 추고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