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안개

Fog of war.

1 전쟁의 불확실성을 말하는 단어

클라우제비츠의 저서인 전쟁론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전쟁이란 불확실한 요소가 많으며, 근본적으로 전쟁이란 우연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단어다. 사실 전장의 안개란 것은 후술할 게임에 맞는 번역이며, 클라우제비츠가 쓴 뜻은 전쟁의 안개라는 번역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2 비디오 게임에서의 개념

주로 RTS를 비롯한 전략 게임에서 아군의 유닛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시스템을 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좁은 의미로는 워크래프트 2에서 도입된, 아군의 시야가 없는 곳에서는 계속 복구되며 적대적 유닛을 가리는 반투명한 안개만을 부르기도 한다. 이것을 제거해 게임을 유리하게 만드는 해킹툴을 맵핵이라고 부른다.

2.1 발전상

월터 브라이트(Walter Bright)가 1977년에 제작한 엠파이어에서 최초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도 탐색하지 못 한 지형은 검은 면으로 덮여있었고, 탐색을 한 이후에야 비로소 지형이 드러났다. 이후 여러 게임에서 이러한 개념을 차용했으며, RTS의 시조로 평가받는 듄 2에서도 사용되었다. 이 당시에는 아군의 유닛이 한 번이라도 다녀온 자리는 시야가 계속 확보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안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았다.

1995년에 출시한 블리자드워크래프트 2에서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 반투명한 회색 안개 개념이 도입되었다. 이는 아군 유닛이 한 번 시야를 밝혀 검은 면을 겉어낸 지역이라도 아군의 유닛이나 건물이 자리를 비우면 다시 반투명한 회색 면으로 맵이 가려지는 개념이다. 이 회색의 안개는 유닛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지형이나 건물 같이 쉽게 변하지 않는 요소만 흑백의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적의 유닛의 존재나 이후 변경된 적대적 건물의 상태는 보이지 않게 만든다. 이 같은 전장의 안개 요소의 도입으로 RTS 게임에서 '정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1] 유닛 간의 상성이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유닛 소모가 빠른 RTS일수록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후 RTS 게임 장르에는 한 번도 탐색하지 않은 맵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시커먼 곳이며, 한 번이라도 다녀간 자리는 그보다는 옅은 짙은 반투명한 회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 2에서 회색 안개의 옵션 이름으로 1번 항목을 의식한 "Fog of war"를 선택함으로써 전장의 안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에 나오는 RTS 게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소이지만, 당시 워크래프트 2와 직후에 나온 게임들은 의외로 회색의 안개 도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워크래프트 2 조차도 전장의 안개는 하나의 옵션으로 켜고 끄기가 가능했다. 커맨드 앤 컨커 레드얼럿 1편은 회색의 전장의 안개가 아닌 검은 안개를 되살리는 갭 제네레이터라는 건물이 따로 존재했지만[2] 결국 전장의 안개라는 요소는 도입되지 않았다. 유닛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가리는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소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혹은 멀티플레이 시에 전장의 안개라는 것을 옵션으로 지정하는 게임도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서 곧 이 회색의 안개는 RTS 게임의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같이 전장의 안개 개념을 넘어, 사실적인 레이더의 개념을 RTS에 도입한 작품도 존재한다. 레이더가 있으면 시야가 없거나 한번도 탐색하지 않은 지역이라도 레이더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오는 적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개념으로, 이를 이용해 장거리 포격이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유닛, 일정 범위의 아군 유닛을 상대방 레이더에 잡히지 않게 해주는 레이더 재밍 등의 게임 요소가 구현되었다. 동 게임에는 지상, 공중, 해상 유닛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와는 별개로 해상 및 수중(잠수) 유닛을 감지할 수 있는 소나도 있다. 이 외에도 스텔스(레이더에 안 잡힘), 레이더 재밍(레이더에 가짜 신호를 만들어냄) 등의 개념이 적용되어 있었다. 이러한 요소는 후에 정신적 계승작을 자처하는 Supreme Commander나, 스타크래프트 2감지탑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워크래프트 3에서부터는 회색 안개만 쓰고 검은 안개가 쓰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처음 시작할 때 지형이나 중립 건물들의 요소는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 탓인 듯. 그래서인지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에서 출발한 AOS 장르에서는 검은 안개가 사라지고 회색 안개만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싱글플레이 미션이 아니고서야 맨날 하던 맵만 하는 멀티에서는 '지형 정찰'이라는 개념이 불필요하다.

국산 RTS게임인 임진록2와 그 확장팩에서는 봉화대나 관측소를 짓지 않으면 시야를 확보했더라도 미니맵상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없으며[3], 시간개념이 있어 한번 정찰한 지역의 경우 낮에는 훤히 보이지만 밤에는 전장의 안개가 적용된다.

엠파이어: 토탈 워에서는 기본제공되는 국가들 외의 국가를 플레이하려고 올팩션 패치를 적용할 경우 전장의 안개 오류가 일어난다. 올팩션으로 플레이하는 팩션은 시작할 때에 분명히 내 유닛/지역인데 전장의 안개에 가려져있어 클릭할 수가 없어 거길 굳이 밝혀줘야 하는 것이다. 바다에 있는 함대같은 경우에는 보이지가 않아서 나중에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다.

3 2003년작 다큐멘터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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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릴 모리스가 제작한 2003년 전쟁 다큐멘터리. 원제는 "The Fog of War: Eleven Lessons from the Life of Robert S. McNamara."

1960년대에 케네디, 존슨 대통령 시절 미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맥나마라와의 면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맥나마라가 2차 세계 대전일본 본토 공습,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 전쟁 등 굵직한 사건에서의 행동을 회고한다.

맥나마라가 하버드 대학교 최연소 교수로서 임용되어 재직하던 중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 항공대에 대위로 임관한다. 맥나마라는 커티스 르메이 소장 휘하에서 전략 폭격에 대한 분석관으로서 일을 한다.

르메이를 평가하는 맥나마라의 말이 가관.

He was the only person that I knew in the senior command of the air force who focused solely on the loss of his crew per unit of target destruction.

그는 제가 아는 육군 항공대 사령관 중에서 유일하게 목표물 파괴 단위당 휘하 부하의 사상사 수에만 집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르메이 휘하의 공습은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는데 이에 대해 맥나마라는 파괴당한 일본 도시와 비슷한 크기의 미국 도시를 언급하면서 그 동안 전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죽여도 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이런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이 아직도 없다고 비판한다.

르메이는 "패배하였을 경우 우리는 전범으로 재판받았을 것"이라고 했으며, 맥나마라 자신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이후 국방장관이 되고 나서의 사건들에 관한 회고도 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상대방무슨 행동을 할 것인디 모르면서 불안해하거나, 통킹만 사건 당시 사건의 주역인 USS 매독스이 불명확한 보고를 하는 통에 전쟁까지 시작된 점을 언급하는 등 다큐멘터리 제목에 걸맞는 국방장관 업무에서 불확실성을 다뤄야 하는 고충을 얘기한다.

이 작품은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하였다.
  1. 엄밀히 말하면 그 정보를 얻기 위한 정찰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 정보를 한 번의 탐색 이후 공짜로 계속 얻을 수 있었다.
  2. 또한 멀티에서 검은 안개가 재생되게(!)하는 옵션도 있었다.
  3. 미니맵 조작이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