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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筠(?~1179)
고려의 무신이자 무신정권의 두번째 집권자인 정중부의 아들이다.
1 개요
본관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해주로, 무신정변으로 무신들이 집권한 후, 아버지를 제치고 정권의 1인자 노릇을 하던 이의방을 암살하여 아버지를 단독 권력자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1.1 무신정권 초기
1170년에 발생한 무신정변은 비록 정중부가 주도하긴 했지만, 그는 정변 초반의 혼란기가 자신에게 화를 미칠것을 염려한 듯 두문불출하면서 지냈고, 그 사이 선봉에 서서 정변을 시행한 소장파 이의방, 이고, 채원 등이 정권을 잡게 된다. 기존 노장파였던 한순 등은 이에 반발하여 이의방 등을 암살하려 했으나 실패, 모조리 숙청당해버린다. 소장파들의 연합 역시 얼마가지 못해, 이고와 채원 등이 차례로 제거되면서 이의방은 실질적인 1인자로 급부상한다. 이 과정에서 정변을 주도하기도 했고, 무신들 사이에서 인망이 두터웠던 정중부까지는 어쩔 수 없었던지 이의방은 정중부를 아버지로 모시면서 일단 두 사람의 권력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이 지난 1174년, 서경유수 조위총이 반란을 일으켰고, 정균은 이때 노장파의 기탁성과 함께 토벌대의 부원수로 발탁되었으나, 토벌대 본대가 자비령 부근에서 적의 습격을 받고 패전하여 원수 윤인첨이 위험에 빠진다. 이때 정균이 이끄는 부대가 윤인첨을 구원하는 활약을 펼쳐 종3품 섭대장군으로 승진하는데, 이것으로 보아 정균은 이전부터 무관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본대가 패전하였으므로 토벌은 실패로 돌아가는데, 이 토벌대의 패전으로 무신정권은 급변하게 된다.
1.2 갑오정변 : 이의방 암살을 주도하다
토벌대를 패주시킨 서경 반군은 여세를 몰아 개경까지 쳐들어오는데, 이의방은 최숙 등을 파견하여 이들을 물리쳐서 한숨을 돌리는 것까지는 성공하지만, 여세를 몰아 서경 반군을 추격할 것을 지시했다가 대동강에서 다시 역관광을 당하고 만다(..) 기존에도 의종 시해, 귀법사의 난, 서경 무신 숙청 등 논란을 일으켰고 결정적으로 당시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들여보낸 건으로 인해 지지 기반이 흔들리던 상태였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이의방을 제거하고 아버지를 권력의 1인자로 만들 명분이 섰다고 판단한 것인지 정균은 승려 종참 등과 모의하여 선의문 밖에서 그를 습격해 암살한다. 이로서 이의방 정권은 몰락하고 정중부가 본격적으로 무신정권을 틀어쥐게 된다.
1.3 처참한 말로
이렇게 아버지를 1인자로 올리고 자기자신은 정3품 좌승선에 올라 각종 전횡을 일삼았다고 하는데, 특히 무신의 인사권을 틀어쥔 지병부사가 되어 인사권을 휘둘렀다고 한다. 그런데 한창 무신 인사권 놀이를 즐기다가 질렸는지(..) 나중에는 지병부사 자리를 내려놓기도 한다. 거기까진 그렇다고 쳐도 궁궐 밖 태후의 옛 별궁이 화재를 당한 뒤 쓰지 않고있다는 이유로 이를 무단으로 차지하였는데도 왕이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을 보면 빼도박도 못할 악덕 권신.
나중 가서는 아예 공주를 자기 부인으로 삼으려고 했다고 하는데, 이미 상서 김이영의 딸과 결혼한 상태였던 것으로 봐선 본처도 아닌 첩으로 들일 생각이었나보다(..)[1] 그야말로 오만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듯 전횡을 일삼다가 결국 1179년 경대승이 결사대를 일으켜 정중부 일파를 칠 때 가장 먼저 척살된다.
2 무인시대에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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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의 남자. 오른쪽은 공예태후.
KBS에서 방영한 전 사극 무인시대에서 이 역할을 맡은 배우는 이민우[2][3]로, 노련한 아버지와는 달리 혈기방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음흉한 구석이 있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그의 속성을 보여 주듯 그의 무기는 칼과 칼집이다. 당시 사극의 풍조와 달리 정균은 싸울 시 칼집을 버리지 않고 무기로 쓴다. 더불어 초반에는 발도술도 많이 써 먹었다. 구밀복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겠다. 재미있게도 정균이 권력을 얻고 광인화 된 이후 이 무기는 더이상 정균이 들고 다니지 않는다.[4] 더이상 속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물론 저 표현은 이의방 제거 이전 한정이고, 후술하겠지만 이의방 제거 및 임씨부인의 자살 이후에는 말그대로 권력에 미친 또라이가 되어버린다.
젊은 미남 배우답게(..) 로맨스가 있는데, 바로 공예태후의 여동생인 임씨부인이다. 서로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길만큼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공예태후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이의방의 후처로 들이면서NTR 모든게 꼬이기 시작한다. 이 일로 공예태후에 대한 분노, 복수심을 품기 시작하며, 아버지인 정중부에게도 아들인 자신보다 권력이 더 중요했냐고 눈물을 흘리며 탓하지만, 오히려 정중부는 여인에게 빠져 야심도 버린 한심한 놈이라고 질타한다.
이의방을 암살한 후 임씨부인과는 다시 시작해보려 하지만, 임씨부인은 오히려 이의방을 왜 죽였냐고 정균을 탓한다. [5] 이에 정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의방과 살을 섞더니, 정분이라도 생긴거요?"라는 실언을 내뱉는 등 로맨스는 파국을 맞이한다.(..) 결국 정균이 아버지의 충고[6]를 듣고 그녀를 마음 속에서 지우기로 했으나, 정작 그녀가 그로 인해 자살하자[7] 임씨부인이 자신에게 지독한 복수를 했다고 말하며 회한, 광기를 내비친다. 결국 실패한 사랑이 큰 마음의 상처로 남은 것.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정균은 그냥 음흉한 인물에서 광인으로 흑화해버린다. 임씨부인과 혼례를 못한 것을 공예태후의 탓이라 여겼는지, 이전까지는 공손히 모시던 공예태후를 윽박지르고 위협하는 등 안하무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매부인 송유인이 임씨부인의 일을 잊어버리고,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말을 듣고도 매부까지 또 한 번 그 말을 입에 담았다가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살기를 풍기는 등 '임씨부인'은 그에게서 완전한 금기로 자리잡는다. 심지어는 술을 마시다가 여자를 폭행하기까지 하는데, 그런 정균의 모습을 보고 매부인 송유인이 "아직도 임씨부인의 일을 못 잊은건가!"하면서 소리를 지르자 광기에 찬 표정으로 "매부, 지금 뭐라고 하시었소?"라고 할 때의 광기 어린 분위기 역시 배우 이민우씨의 호연이 만들어낸 명장면.
한편으로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망이, 망소이의 난 때는 출전하여 공을 세울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군부가 아닌, 정계에 진출하고자 한 것. 아버지는 군부를 틀어쥐기 위해서 아들이 그대로 군부에 남아있기를 바랬지만, 정균은 아버지가 자신의 길을 막는것이라 여기고서는 아버지와도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편, 이 사극의 또다른 주인공이자 라이벌 경대승과는 이의방 암살건 직전부터 대립이 시작되었는데, 이의방 암살 모의에 아버지 친구 아들이고 장래성 있는 무인인 경대승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다가 "장군의 눈에는 야심만 가득할 뿐, 대의가 없소이다!"는 말로 모욕을 당한 것이 그 시작. 아버지를 통해 경진을 압박하여 그를 지방으로 내쫓고, 그의 부하인 허승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는 등 그를 시종일관 견제한다. 종국에는 경대승을 연모하는 수안궁주를 취하려고까지 했으나 결국 역사대로 경대승이 거병, 해주 3인방 중 가장 먼저 최후를 맞는다. 사망 직전 경대승과 벌이는 정통사극 최초의 와이어 액션 일대일 매치가 볼거리. 극중 내내 양아치틱한 모략가의 모습만 보였지만 소드마스터 경대승을 죽음의 위기까지 몰아넣는 의외의 무술 실력을 보여줬다.[8] 그러나 결국 무기도 없이 태후전으로 도망쳤다 쫓겨난 뒤 믿었던 허승에게 칼을 맞는다.
다 죽어가다가 살려주고, 여러 번 은혜를 베풀어준 허승에게 배신을 당한 충격과 여러 번 칼에 베이는 상처 속에서도 간신히 힘을 쥐어짜내어 기어다니면서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 해주 정씨가 황가로 도약하기 직전인데... 이렇게 갈 수는 없어..."라는 처참한 유언을 남기며 사망하게 된다.[9] 나레이션에 따르면 정중부 일파의 두뇌를 담당했던 정균의 죽음으로 정중부의 세력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의 죽음이 정중부 정권에게 결정적인 타격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흉하고도 속내를 숨기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릇이 작아서 그런지, 상대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하거나, 올곧은 태도를 보일 경우 부들부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가르치는 것과 같이, 고려에서는 사위도 아들과 다를 바 없다고 여겼고 딸도 아버지의 제사를 지냈다. 또 족보에도 사위, 외손자 등이 기록되었고 장인이나 외할아버지가 고관인 경우에도 음서제가 적용되었는데, 이 말인즉 외가로도 혈통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았다는 것. 즉 공주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왕위에 오를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었고, 그래서였는지 하고많은 고려의 공주들 가운데 왕씨 이외의 남자를 남편으로 맞은 예는 단 하나밖에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 ↑ 여담으로 이민우는 무인시대 출연이 끝난 후 입대했다.
- ↑ 아이러니하게도 후에 그가 맡게 되는 공주의 남자에서 맡는 부마 영양위 정종은 해주 정씨 계열로서 그의 후손에 해당된다.
- ↑ 경대승과의 최후의 전투 당시도 부하의 검을 뺏어서 싸웠다.
- ↑ 이의방은 임씨부인을 정균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도 진실을 알고도! 심지어 이의방의 본처도 그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용서했다. 즉 정균이 이의방을 죽이는 바람에 임씨부인은 졸지에 이의방 일가의 은의를 저버린 꼴이 된 것.
- ↑ 정균이 임씨부인과 결혼하면 이의방을 죽인 게 치정문제가 되어버려 거사의 명분이 퇴색한다는 것
- ↑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진 임씨부인이 정균에게 다가와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정균은 이를 거부했다. 이의방 일가를 배신한 죄책감에 정균이 자신을 버림으로서 마음을 의지할 곳도 더이상 없어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허나 작중에서 정균이 이후 보이는 광기와 자책을 보면, 임씨부인이 보이는 태도에 그녀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해 잠깐 멀리했던 것 뿐인 것 같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보면 정균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셈이다.
- ↑ 사실 초반에도 은근 실력을 내비쳤다. 다만 정균이 모략가 성향이라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을 꺼려 해서 잘 안 보였을 뿐.
- ↑ 참고로 죽으면서도 나를 배신한 놈들을 모조리 도륙내버리겠다고 중얼거리던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죽인 이의방이 죽기 전에 했던 거랑 판박이다.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