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고대 그리스의 엘레아의 제논이 '만물은 흐른다'는 이론을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역설. 종류는 3가지. 정확히는 4가지지만 경주장 역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만물은 언제나 정지해있다'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주위를 가리키면서 "보시오. 이렇게 움직이고 있지 않소!"라고 말하면 "착각이오. 눈의 착각이오."라고 대답했다고.(...) 가상현실 얼굴에 주먹을 날려도 착각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2 경주자 올림피우스
올림피우스가 달리기를 할 때,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1/2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후 중간점과 결승점의 1/2이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이후 또 다시 중간점과 결승점의 중간에 해당하는 지점과 결승점의 1/2이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결국 무한히 계속되는 중간점에 의해 결승점에 무한히 가까워 지지만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각의 절반지점을 통과할때마다 1분씩 걸린다고 가정할 경우, 끊임없이 가까워지지만 도달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것은 역설이다. 각각의 절반지점을 통과할 때는 그 전의 통과점을 통과할 때의 1/2의 시간밖에는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수히 많은 중간점을 지나게 되더라도 2분 만에 결승점에 도달하게 된다.
아라키 히로히코가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 이것을 모티브로 한 스탠드인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를 만들었다. 이녀석은 누군가가 1/2에 도달할 때마다 그의 크기마저 1/2로 줄여버리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로 도달할 수 없다.
3 거북이와 아킬레우스
가장 유명한 역설이다. 아킬레우스가 발이 빠른 영웅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를 예시로 들었다.
아킬레우스가 100m 가는동안 거북이가 10m을 간다고 가정하고, 거북이가 아킬레우스보다 100m 앞에 있다고 가정할때, 아킬레우스가 100m 앞으로 갈때 거북이는 10m를 나아간다. 다시 10m를 나아가면 거북이도 조금 앞으로 이동하여 그 자리에 없게 된다. 따라서 아킬레우스는 아주 미세한 거리만큼 뒤처지게 되며, 아무리 가까워 져도 거북이를 따라잡는건 불가능하다.
물론 이것 역시 역설이다. 그리스인들도 당연히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지만, 이것을 논리적으로 파해하는 것은 당시의 수학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단순히 숫자를 대입하거나 실제 세계에서의 예시만을 가지고 이 논리를 '파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역설의 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그냥 시간의 개념만 도입해도 풀리는 문제다.(...)
성적이 낮은 학생 갑이 성적이 높은 학생 을을 따라잡으려 한다고 가정하자. 갑이 공부하여 실력이 나아지는 동안, 을도 공부하여 실력이 향상된다. 다시 갑이 기존의 을의 실력에 도달했을 때, 을의 실력이 또 향상되어 그 자리에 없다. 결국, 성적이 낮은 학생은 성적이 높은 학생의 실력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학교대사전에서는 교육 현장의 파워 인플레(?)를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하지만 학교시험에선 100점이라는 상한선이 있다. 난이도도 같이 올라 가겠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경악에서는 쿠니키다가 쿈과 대화 중 츠루야에 대하여 위 역설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쿠니키다도 공부 잘하잖아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광전사가 아무리 돌진을 해도 적이 살짝만 피하면 못 붙어서 제논의 역설을 따서 '광전사의 역설'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버틸 수가 없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건 진짜 된다!. 코프룰루 섹터에선 '제논의 법칙'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광전사가 돌진 후 최소한 한번 공격을 하게되며 사라졌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서도 등장한다. 녹색의 아기, 가까이 갈수록 다가가는 사람의 신장이 거리에 비례해서 줄어들기 때문에 절대로 도달할 수가 없다.
4 화살의 패러독스
화살을 쏘았다. 날아가는 화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어느 점을 지나게 될 것이다. 한 순간 동안에라도 화살은 어떤 한점에 머무르게 되고 그 다음 순간에도 어떤 한점에 머무르게 된다. 화살은 항상 머물러 있으니 결국 움직이지 않은 것이 된다. 역시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개념을 이용한 낚시. 만화책 "캠퍼스 러브스토리"에서 재미있게 표현되기도 했다.
5 2000년이 걸린 문제 해결
흔히 무한급수를 이용해서 아킬레우스와 거북 문제를 설명하지만, 사실은 무한급수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의 부정일 뿐 그 '사실'을 논증하기 위해서 제논이 쓴 논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답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무한급수가 아니라도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문제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기 위해서 무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데 있다. 무한히 많은 과정을 유한의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가, 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면 무한히 많은 숫자의 양을 더했을때 과연 그 결과가 유한한 양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무한급수를 보면 무한히 많은 항을 더해서 유한의 숫자가 나오므로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선분을 보면 크기 0인 무한히 많은 점이 합쳐져서 길이가 있는 선분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무한의 길이인 직선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0을 무한히 합쳐 나가면 0보다 큰 값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일까? 0만 무한히 합쳐도 무한의 길이인 직선이 될 수 있다면, 0보다 명백하게 큰 값을 무한히 합쳤을 때 유한의 값이 나오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을까?
버트런드 러셀에 따르면 무한집합으로 유명한 게오르그 칸토어가 해답을 내놓았고 그는 직선의 어떤 부분에 존재하는 점 또는 유한의 시간을 구성하는 한 순간은 셀 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한다. 만약 셀 수 있는 경계가 있다면 그것들은 끝없이 추가되기 때문에 결국 도달할수 없게 되나, 실제로는 그러한 셀 수 있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우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제논의 시대에는 점의 크기가 0이 아니라 단위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제논 당대의 상식에서는 아킬레우스가 거북을 따라잡는 과정은 무한히 분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의 크기가 0이 아니라는 개념으로는 무리수인 길이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었고, 유클리드의 시대에는 점의 크기는 0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어 버린다. 따라서 유클리드 시대에는 제논의 문제에 경험칙 이외의 연역적인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에 최종적인 대답을 내놓은 것이 칸토르의 무한집합론이고, 본인도 제논의 패러독스를 자기 논문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칸토르는 선분, 혹은 직선 위의 점의 숫자는 '하나씩 셀 수 있는 무한대'[1]보다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연수라면 하나씩 무한대로 세어 나가면 자연수 전체를 셀 수 있지만, 선분 위의 점의 숫자는 그렇게 '셀 수 있는 무한대'보다 많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2]
제논의 역설이나 무한급수에서는 각 과정에 필요한 시간의 숫자가 무한대라고 해도 '셀 수 있는 무한대'이며, 이렇게 셀 수 있는 무한대 만을 합산하는 한 유한의 범위 내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크기가 0인 점이 '셀 수 없는 무한대'만큼 모여서 직선이 되는 것과 아무런 모순이 없다.
예를 들어 넓이가 1인 정사각형이 있다고 해보자 이 정사각형을 절반으로 가르면 1/2 그리고 남은 하나를 또 절반으로 가르면 1/4 남은 하나를 또 자르면 1/8 이런식으로 무한히 잘라낼 수 있지만 그 무한히 많은 사각형을 죄다 더해봤자 결국은 1이다. 이렇게 무한히 많은 수를 더해도 결과가 유한인 경우가 있을 수 있는 이유를 그리스 시대에서는 설명하지 못했기에 이것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제논의 역설은 아킬레스가 112m를 간 시점에서 이미 문제가 해결된다(...)[3]제논의 역설에서는 점점 단위를 줄이기 때문에 이런 패러독스에 걸리게 되는 것.쉬워 보이지?
- ↑ Aleph Null. 이 세상 모든 자연수를 다 담은 집합의 원소의 갯수. 칸토어의 논증에 의해, 이 갯수가 이 세상 모든 정수, 유리수를 다 담은 집합의 원소의 갯수와 모두 같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다. 사실 칸토어의 무한론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 ↑ 전자를 셀수있는 집합(countable set), 후자를 셀수없는 집합(uncountable set)이라고 한다. 즉, 자연수나 유리수의 집합은 셀수있는 집합이며 실수나 복소수의 집합은 셀수없는 집합이다. 이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킨 것이 측도론인데, 측도론에서는 셀수있는 집합은 항상 잴수있으며(measurable) 그의 측도는 항상 0이다.
- ↑ 위에 써있 듯이 이는 역설의 부정일 뿐 논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