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대화

"더 이상 이런 불손을 못 받아주겠다. 미쳐도 곱게 미쳤다면 또 모를까, 아주 더럽게 미쳤군. 좋다! 정 원한다면 철-로-대-화-하-자!"

- 티나한, 자신을 레콘의 형상을 한 악마라며 도발하는 제왕병자 무리에게.

"누가 그러게 내버려둔대!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철의 대화다!"

- 티나한, 피를 되집어쓴 비형이 미치기 전에 태워버리려는 시우쇠에게.[1]

이영도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의 종족인 레콘이 사용하는 관용어. 이와 반대되는 표현으로는 철의 침묵이 있다.

가 아닌 , 즉 병장기를 가지고서 하는 대화. 간단히 말해서 싸우자!라는 뜻. 레콘이란 종족이 개인차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 담백하고 다혈질적이며, 대화로 뭔가를 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레콘과 타인과 분쟁은 대화보다는 싸움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철의 대화를 선언한 쪽은 상대에게 선공을 양보하게 되며, 대화를 포기하고 분쟁을 선택했기 때문에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상대에게 말을 건네거나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작중 아실지멘을 도발하여 자신에게 철의 대화를 걸게끔 유도하고, 수년째 선공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지멘과 동행하고 있다.

레콘 특성상 꽤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되긴 하나[2], 워낙 개인주의자적인 성향이 강한 레콘들이라 역사에 남은 철의 대화는 없다. 즈라더와 티나한의 철의 침묵이 거의 전설에 가깝게 내려오는 것과 비교하자면, 일단 티나한 자신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두 레콘중 하나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듯 하며 또한 철의 침묵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비해 철의 대화는 워낙에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 그런 것일지도.

한가지 모순점이 있는데, 티나한은 선지자에게 철의 대화를 신청하면서 선지자가 그에 응하면 아주 가볍게 때려서 교훈을 주겠다는 식의 생각을 했고 물에 의해 도망친 뒤에는 철의 대화가 끝났다는 듯이 선지자에게 말을 건다. 그런데 지멘아실을 따라다니며 언젠가는 그녀를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철의 대화를 건 시점으로 돌아가 그것을 취소하고 싶어할 정도로 후회하고 있었다. 즉, 티나한의 철의 대화는 싸움의 한 방법인데 비해 지멘의 철의 대화는 생사를 정해야만 하는 사투가 된다[3].

물론 티나한과 지멘 사이에는 약 50년에 가까운 시간의 차이가 있으며 그 50년이란 시간은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변화의 생성'이 시작된 후의 50년이기 때문에 두 작품의 철의 대화를 같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다.

둠가이도 전기톱을 들면 할 줄 안다.

  1. 말을 마친 티나한은 비형을 구출하여 로 씻겨 구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2. 작중 실제 등장한 철의 대화는 세 개뿐, 거기다 셋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나는 위에 있는 티나한이 무례한 선지자에게 신청. 선지자가 물을 뿌려서 티나한이 도망갔다. 두 번째는 티나한이 시우쇠에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철의 대화라며 협박. 시우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못했다. 바로 그 다음에 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세 번째는 지멘이 아실에게 신청. 아실이 깨어난 뒤 지멘은 철의 대화를 포기했다.
  3. 이는 아실이 고의적으로 선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선지자는 어찌됐든 티나한을 공격했고 티나한은 그 공격에 도망쳐버렸으니 선지자의 승리로 싸움이 '끝났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아실은 아예 선공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싸움 자체가 시작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싸움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끝낼 수는 없는 법이다. 어째서 꼭 죽여야 하느냐는 좀 이상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1. 티나한의 경우는 로 위협을 받아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으니 "그 때 나는 죽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받아들여 철의 대화를 끝냈을 거라는 설명과, 2. 지멘으로서는 처음엔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실에게 잡혀사는 기간이 년 단위러 길어지면서 아실을 향한 (철의 대화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하지 않는) 개인적인 살의가 점점 깊어졌을 거라는 2가지의 설명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아실을 대하는 지멘의 태도는 살의를 품었다 보기 어렵다. 3. 아실에게 있어서 지멘과 함께하는 것은 숙원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고 철의 대화가 해소 되는 것은 더이상 지멘이 필요치 않거나 소용없어지는 상황, 즉 숙원을 이뤘거나 이룰 수 없거나 어느쪽이든 아실에게는 삶의 끝과 동의어이다. 지멘과 아실은 지멘이라는 압도적 무력을 잃은 황제와 적대한 아실의 최후를 예측 가능하고 따라서 철의 대화가 아실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양자 합의 혹은 아실의 요구에 따른 특수한 사례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