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장편소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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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장편소설.
1 개요
미국에서 대학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했지만 결국 그녀의 자유로움을 감당하기 못하고 살해하고 만 한 남자의 이야기. 《레테의 연가》와 함께 이문열의 몇 안되는 장편 연애소설이다. 여주인공인 서윤주는 지극히 미국화된 인물로서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이탈하고 있는 현대 여성에 대한 보수적 남성의 불안 의식을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녀 주인공 간의 갈등에서 미국에 대한 이문열 세대의 양면적 인식, 즉 서양 문화에 대한 민족주의적 거부감과 경제적 풍요에 대한 동경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은 과대망상적 인물이고 오히려 이성적인 인물은 주인공을 수사하는 대사관 직원 정도라는 평이 많다.
소재는 자신의 체험에서 많이 따온듯 한데, 왜냐하면 초반 설정의 많은 부분이 자전적인 <젊은 날의 초상>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소설 중 가장 대중소설적인 작품으로 당시 베스트셀러였지만, 작가 본인은 이 소설의 문학적 성취를 매우 불만족스럽게 여겨 이러한 성공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긴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었다.[1] 사실 평론가들도 "통속소설"이라고 평했다.
1990년 장길수 연출, 손창민, 강수연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원작에 대한 평이 어쨌든 대종상 영화제 상도 휩쓸고 흥행 성공도 했다.
군데군데 마초적인 시각이 많다. 그리고 주인공은 살인 후의 심경이 복잡해서 그런지, 독백이나 현학적인 수식어들이 난무한다.
카르멘과도 내용이 비슷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임형빈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국 남성에 비해서 변해버린 세대의 상징인 서윤주의 대비를 통해 변화되는 사회상을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은근히 이문열의 보수적인 순결관과 가족관이 묻어나는 영화다. 뿐만 아니라 당시(70년대 초반)에도 꽤 퍼져있던 부유한 중년과 여대생간의 스폰서 문화가 임형빈/서윤주 관계를 뒤흔들어 놓는다.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는 가장 대중소설적인데, 신기하게도 미성년자들에게 던져주면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한다. 세대의 차이도 있거니와 소설내용도 보수적인 만큼 당연하겠지만.
2 줄거리
오스트리아의 한국 대사관에 소속되어 있는 '나'는 군쯔 경위로부터, 어느 한국인 여성이 총에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를 쏜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붙잡혔는데,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해서 만나러 가기로 한다. 그의 이름은 '임형빈'이며, 총을 맞은 여자는 '서윤주'이다. 임형빈은 자신이 '나'의 후배인 걸 알자 모든 걸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임형빈이 존대말을 쓰며 자백하고, 나중에는 간략하게 임형빈의 시점으로 독백이 시작된다.
3 등장인물
- 임형빈
명문대를 나왔지만 속내는 평범한 시골 청년. 대학교 때 서윤주에게 한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면서 부모님이 보내는 준 돈을 거덜내고 서윤주가 사라지자 찾아다닌다.
서윤주를 이태원 술집에서 발견하고, 이야기한 뒤에 검열삭제하고 헤어진다. 그뒤에 군대에서 복무하고 결혼했지만, 서윤주를 잊지 못해 미국으로 가서 서윤주를 찾아내고 본국의 부인과 이혼한다. 그리고 같이 동거한다.
설정은 평범하고 순박한 남자로 나오지만 작중에 서술되는 성격 면면을 보면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 매우 남성우월주의적인 인물로, 양공주를 비하하는 대목도 있다. 그런데 자신은 정작 서윤주의 사치스러운 면을 눈감아주고라도 얽매려 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서윤주의 편지를 추적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서윤주를 찾을 정도로 극성스러운 얀데레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쾌락만을 쫓는 서윤주를 따르기만 하다가 결국은 파국에 이른다.
- 서윤주
좋게 말하자면 자유로운 것이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장관리에 된장녀. 주위에 구애받기 싫어하는 쿨한 성격의 미인.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한데다 남성 의존이 강하다. 남자가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 '한국에 있으면 얽매여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국을 싫어하고, 자유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을 열렬히 동경한다(말이 좋아 아메리칸 드림이지 작중의 묘사를 보면 그냥 미국병). 게다가 능력도 없는데 엄청나게 사치스러워서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했던 임형빈조차 서윤주의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했을 정도.
고아로써 친척집을 전전했는데, 언니는 미국에 가서 흑인 병사와 결혼했다가 이혼해서 병으로 죽지만 미국으로 간다. 임형빈과 만난 시점에서는 나이 많은 남자와 원조교제를 해서 대학 다닐 학비를 지원받고 있었다. 임형빈과 짧은 동거를 하다가 헤어지고 나서는 미군 남자에게 좋아하는 척 매달려서 미국으로 아득바득 넘어가고, 임형빈과 미국에서 다시 만나기 전까지 갈아치운 남자가 이미 3명.
임형빈과 동거하면서도 케빈과 같이 오스트리아로 여행가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NTR을 보여준다.
작 중에 서윤주가 발악하며 외치는 대사를 보면 서윤주가 계속 외국 남자만 사귀는 이유란 크고 지칠 줄 모르는 서양 자지에 중독됐기 때문이다.[2] 그런 서윤주가 한심한 정력의 한국 남자인 임형빈을 사랑했던 이유는 서양 남자를 탐하는 육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진짜로 정신적으로 임형빈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윤주의 강한 성욕과 본심을 막장스런 대사로 쏟아내는 클라이막스에서 혐오감과 애잔함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특이한 캐릭터[3].
- 군쯔 경위
배경설명용 인물. 포도주와 치즈를 주로 준다.
- 나
이 작품의 화자. 임형빈과는 같은 대학 동문이다. 처음에는 임형빈의 행동에 경계하며 의구심을 품다가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임형빈을 보게 된다.
4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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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설에 의하면 한 달도 안돼서 졸속으로 썼다고.
- ↑ 이 대사만 보면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있나 싶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막장인데도 가장 중요한 요소, 즉 큰 자지와 정력이 결여된 한국 남자인 임형빈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임형빈에게 결여된 부분을 참았던 것이다.
- ↑ 다만, 서양 남자의 큰 자지와 정력에 대한 서윤주의 예찬(...)이 정말 캐릭터의 본심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 작중에서 욕망과 충동의 화신으로 표현되는 서윤주가 오로지 임형빈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맞지 않는 속궁합을 견뎠다는 것은 솔직하고 직설적인 서윤주의 성향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서윤주가 임형빈에게 성적으로 불만족했다는 대사나 암시를 그 대목 말고는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작중에서 이러한 언금이 나오는 것은 단 한 번으로, 서윤주와 임형빈이 말싸움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서윤주의 경우, 임형빈이 들고 있던 총까지 보고 더욱 흥분한 상태였다.)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윤주의 폭언에 충격을 받은 임형빈은 들고 있던 총으로 서윤주를 쏴버린다. 그리고 그 직후, 서윤주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자신에게 휘말려 파멸하던 임형빈이 해방되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죽어간다. 즉, 해당 발언이 진짜 서윤주의 본심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남성우월주의적 성향이 강한 임형빈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어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만들만한 폭언으로써 나온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