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노마키아

그리스 신화전쟁. 크로노스로부터 제우스가 왕권을 빼앗은 후, 올림푸스산에 진을 친 제우스 휘하 신족과 오트류스산에 포진한 티탄들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일으킨 전쟁이다.

그러나 서로 불사의 존재였고 힘도 대등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가도록 승패를 가릴 수 없었다.

그러다가 제우스가 가이아의 조언에 따라 타르타로스에서 헤카톤케이레스들을 구해내서 아군으로 삼고, 키클롭스들을 구해내서 무기를 만들게 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몸을 숨기는 모자이다.

양군이 다시 격돌하자 티탄들은 제우스의 번개에 시력을 잃고, 하데스는 티탄들의 무기를 숨겼다. 헤카톤케이레스들은 산만한 수백개의 바위로 탄막을 만들며 지원했다.

최종적으로 티탄들은 패배하여 세계의 패권을 잃게 된다. 하지만 티탄들도 불사신이라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었으므로, 대부분의 티탄은 지하세계의 타르타로스에 봉인되었다. 포세이돈은 타르타로스 주위에 청동의 문을 쌓아올려 티탄들이 다시는 나올 수 없게 만들고 헤카톤케이레스들이 파수꾼이 되었다.

예외적으로 프로메테우스를 비롯한 일부 티탄은 이 전쟁 이전에 제우스 쪽에 붙거나 투항해 버려서 별 일 없이 살아남았다. 태양의 신 헬리오스아폴론에게 자리를 넘겨 주지 않고 태양 마차를 끌고 있지만 오히려 이게 자유시간도 없는 중노동이니[1] 아폴론도 불만 없을지도 모른다. 각종 매체에서 티탄은 신들과 다른 추악한 거인들로 묘사하지만 알고 보면 다 같은 피를 가진 신들일 뿐이다.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티탄들의 외모나 크기는 신과 똑같았고, 아틀라스 같은 거인들이 오히려 수가 적다고 한다.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친 건 특별히 중한 죄를 저질러서라기 보단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티탄이 아틀라스 말고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리스에 퍼졌던 여러 신화들을 하나로 모으면서 제우스를 믿은 쪽이 승리한 것일지도. 모든 티탄들이 갇혔다고 하지만 네임드 중에 언급되는 건 하나도 없다. 레아(제우스의 어머니)는 멀쩡히 살아 있으며[2] 레토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기 위해 헤라를 피해다녔다는 건 유명. 니오베 여왕이 자기가 훌륭한 아들딸들을 더 많이 낳아 키웠다며 자기를 모욕하자 아들딸들을 시켜 그 아들내미 딸내미들을 다 죽여버렸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3]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 역시 오늘도 태양 마차와 달 마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이 경우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걍 놀고 싶어서 대체 안 하는 듯.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는 지중해만 뺏겼을 뿐 대서양에서 잘 놀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건 지중해였으니. 크로노스도 타르타로스에 갇혔다는 말이 대세지만, 로마의 경우 이걸 차용해서 제우스에게 패배한 후 로마로 와서 다스렸다는 말이 있다. 애초에 그리스 신화 설정에서 '크로노스가 지배할 때 더 살기 좋았다'는 걸로 봐서 패배했을 뿐 대접이 그리 박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렇게 따지면 결국 벌을 받은 건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뿐이다. 지못미.
  1. 그런 와중에도 임신시킨 여성의 수는 그리스 신들 중 헬리오스가 제일 많다.
  2. 강간범 제우스가 어머니도 덮쳤다는 말도 있다.
  3. 아폴론의 화살에 죽어나가는 아들들중 하나가 신들에게 용서를 빌자 아폴론이 불쌍히 여겨 살려주려 맘먹었으나 이미 화살은 쏴버린 상태라 용서를 빈 당사자는 살릴 수 없었고 이를 본 아르테미스가 대신 딸들이라도 살려주자고 마음먹은 순간(한번 결정하면 인정사정없는 아르테미스답지 않은, 헤라가 갓난아기였던 헤라클레스를 용서해주려 잠시 맘먹었던 것과 동급의 기적이다), 이 여왕님 그래도 정신 못차리고 "레토여, 내게는 아직 아홉명의 예쁜 딸들이 있다!"(...)라며 어그로를 끌어버렸다. 그 뒤는 설명이 필요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