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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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7성사 중 하나인 고해성사를 매년 12월 25일 성탄절 이전의 대림시기 및 부활절 이전의 사순시기에 자신의 죄를 모아서 한꺼번에 고해하고 참회하는 한국 가톨릭에만 존재하는 연례성사.[1][2] 판공성사의 유래는 '판공'이라는 단어의 뜻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원래 사제가 정기적으로 공소를 방문하는 것을 뜻한다.

박해가 심했던 조선 시대에는 사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신자들을 항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1년에 1~2번 정도 사제가 신자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하여 각 교우들의 신앙 생활 상태를 면담을 통해 알아본 후[3]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주었다. 이 전통이 정착된 것이 판공성사이며 이를 이용해 신자들이 성사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4] 고해성사는 1년에 꼭 1번은 하도록 교회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1년에 2번 있는 판공성사때만 고해성사를 받아도 의무는 채우는 것이다.

현재는 박해시대보다 신자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면담은 생략하고 판공성사표를 이용한다.(상단의 사진 참조) 먼저 사무실에서 가톨릭의 호적이라 할 수 있는 교적에 따라 가족단위로 판공성사표가 발급된다. 보통 판공성사표는 구역장, 반장들이 각 가정으로 가져다 준다. 그러면 신자들은 이 판공성사표를 판공성사를 받을 때 고해소의 한편에 놓여있는 바구니에 넣는다.[5] 사무실에서는 회수된 판공성사표를 교적에 기록하게 된다.

판공성사 기간에 하는 고해성사는 모두 판공성사이지만, 이 시기에는 많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몰리기 때문에 집중판공성사라 하여 따로 시간을 두고 손님 사제를 청해서 고해성사를 주곤 한다. 이때 시설이 부족한 경우[6] 사제와 고해하는 신자가 서로 얼굴 대면하고 성사를 치루는 경우도 있다.[7] 하지만 다른 신자가 고백하는 사이 판공성사를 위해 마련된 고해실에 들어와 앞서 들어간 신자가 무엇을 고해하는지는 알 수 없게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비밀유지는 성립된다[8]. 따라서 어떻게든 사제에게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고해성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 평소에 미사 직전의 고해성사 시간을 노려서 기존의 차폐된 고해실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 좋다. 성당 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은 신부님이 목소리를 다 아는데?? 그러니까 집중판공성사 때 오시는 손님 신부님을 노리자!!

어떤 신자 수가 많은 성당에서는 노인 먼저 경로우대(?)를 발동해서, 나이 많은 분 먼저 판공성사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실 나이드신 분들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아니지만, 고해성사를 나이 순대로 준다는 것도 좀(…).

서울대교구 등의 신자 수가 특히 많은 몇몇 대도시 성당에서는, 성탄/부활축일을 앞두고 여러 차례 판공성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으로 이를 챙기지 못 한 신자들이 많을 수 있다. 이 경우 따로 날을 잡아 1~2회 정도의 합동판공성사를 드렸던 적이 있다.[9] 판공성사를 드리길 희망하는 신자들을 성전에 모아 참회의 기도예식을 거친 후, 하느님 앞으로 '죄를 고백하는 편지'반성문를 각자 적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건 절대 컨닝하지 마세요 그리고 십자가의 길이나 묵주기도 등으로 합동보속을 갖고, 신자들이 이름/세례명을 적은 봉투에 편지를 넣어 제출하면 신부가 (편지를 개봉하지 않은 채) 해당 신자가 판공성사를 드린 것으로 전산처리한 후 조용한 곳에서 한꺼번에 불태우는 식이다. 합동판공성사에는 그 밖에도 다른 형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식의 합동고해성사는 "개별적 고백 없이 한꺼번에 여러 참회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죄가 베풀어질 수 없다."는 교회법 제961조에 위배되기 때문에 현재는 시행되지 않는다.[10] 다만 시간 절약을 위해 보속은 합동 보속을 정해주는 편.

어떤 미국인 신부님한국 가톨릭의 판공성사에 대해 듣고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있어요?? 고해성사를 강제로 하게 하다니요?!" 당신들 피는 무슨 색이요 라고 반응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교리상으로의 판공성사는 권장되는 관례일 뿐, 고해성사 이상으로 어떤 의미가 부여된 성사는 아니다. 다만 이 판공성사를 제때 보았으냐 아니냐의 여부로 신자의 교적을 살려놓느냐 죽이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에, 3년 동안 한 번도 판공성사를 보지 않았다면 냉담자로 분류된다.[11] 그리고 이 통계는 천주교 신자 통계와 같이 공개된다. 즉 허수로 잡히는 신자를 제하고 한국 천주교의 신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있다. 누가 어디서 미사를 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자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판공성사 외에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관련 시스템이 전산화되어 있으며, 이 문서 상단에 있는 것과 같은 판공성사표를 배부하고 성당 사무실에 제출하거나 고해소 안에 함을 두고 모으도록 한다.

이렇듯 판공성사가 냉담자를 파악하고 교적 관리를 편하게 하며, 신자 입장에서도 부담없이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하지만 신자들 대부분이 서로 아는 사이인 시골 성당이라면 어떨까 웬만하면 쌓이지 않게끔, 그리고 시간/순서에 쫓김없이 최대한 진실한 고해성사를 드릴 수 있게끔 평소에 자주 (특히 판공성사의 경우 사순/대림시기 초반에) 여유 있을 때 미리미리 성사를 드려 두도록 하자.

제 989 조 모든 신자는 사리를 분별할 나이에 이른 후에는 매년 적어도 한 번 자기의 중죄를 성실히 고백할 의무가 있다.
-교회법 989조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회법에 의하면, 신자는 판공성사이든 아니든간에 1년에 한번은 고해를 할 의무가 있으니까, 괜히 '한국에만 있는 거니 안 해도 된다'는 생각 먹지 말고 고해를 하자. 당신이 그리스도나 성모가 아니라면(...) 이 양반이 큰일날 말씀을...

  1. 판공성사와 고해성사가 다른 것이 아니라,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에 하는 고해성사를 판공성사라고 한다.
  2. 일본에서도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판공성사를 보았다고는 한다. 예전에는 8월 9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1945년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성당에 모인 천주교 신자들이 도심의 그라운드 제로에서 몰살을 당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어이쿠
  3. '찰고'라고 하는데, 기도는 잘 하고 있는지, 교리는 잘 외우고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고해성사를 안 주었기 때문에 1년에 한두번 할 수 있는 영성체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므로 다들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4. 3년 이상 판공성사 기록이 없으면 "쉬는 교우"냉담자로 분류된다.
  5. 만약 깜빡하고 판공성사표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다음에 성당에 올때 사무실에 제출하면 된다.
  6. 보통 고해소는 성당마다 많아야 1곳이나 2곳밖에 없다. 하지만 판공성사를 보는 인원은 많고 담당 사제는 많아봤자 두셋 정도이기 때문에 성당 한 곳으로 교구 사제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단체로 집합, 하룻동안 판공성사를 집행한다. 당연히 고해소는 주임신부(혹은 짬밥 많은 신부)의 차지.(헌데 일반적으로 고해소는 3칸으로 되어 있어 가장 빠른 속도로 고해성사를 줄 수 있기 때문에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7. 이 경우라도 웬만하면 사제가 뒤돌아 앉아 있기 때문에 진짜 얼굴보고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8. 애초에 성직자든 신자든 고해 내용을 누설했을 경우엔 자동파문의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판공성사는 결국 정기적으로 하는 고해성사이며, 고해성사 역시 비밀 유지를 기본적으로 지키게 되어 있다.
  9. 과거형으로 적은 것은 이런 후술할 이유로 이러한 합동판공성사가 교회법에 위배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10. 교회법에 일괄 사죄를 줄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나 해당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를 들어 전시에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의 장병들에게 일일이 고해성사를 줄 수 없는 상황 정도로 죽을 위험에 있을 경우에 한한다. 교회법에 "큰 축제나 순례 때 있을 수 있는 참회자들의 회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들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한 이유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11. 사실 신앙적인 면에서 보자면, 신자가 예수 그리스도성모가 아닌 이상은 죄 하나도 안 짓고 3년을 버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