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지구 학회

평평한 지구 학회 또는 협회
모든 제정신 있는 군대와 조기경보통제기가 이 글을 싫어합니다.

Flat Earth Society

1 개요

홈페이지
이름 그대로 지구가 평평하게 생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물론 과거와는 달리 현재엔 장난성으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하다.

2 역사

2.1 Zetetic Astronomy

꽤 유서깊은 단체로, 영국의 사무엘 로버텀 박사로부터 시작되었다.

Samuel Rowbotham 1816.05.05-1884.12.23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 사람은 베드포드 강에서 높이 실험을 하였는데, 측량 결과 지구가 공모양이라면 나와야할 곡률이 나오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와버렸다. 물론 이것은 측량 실수로, 당시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틀린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사무엘 로버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구는 둥글지 않다(Earth Not a Globe)는 430페이지짜리 책까지 써내면서 자신의 주장을 고집했다. 이쯤 되면 이경규의 명언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란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구는 구형이 아니라 원반형이다. 지구의 중심에는 북극이 있으며, 원반의 가장자리에는 얼음벽이(그러니까 남극대륙) 테두리처럼 둘러쳐져있다. 즉 맨위의 이미지처럼 원반의 한쪽면에 전세계가 올려져있는 것. 태양과 달은 땅에서 4,800km 높이에 있고, 우주는 그보다 조금 높은 5,000km 위에 있다고.

천체운동의 관측결과를 이 원반형 지구에 끼워맞추기 위해 온갖 약을 빤듯한 정신나간 설정이 추가된다. 예를들면 태양이 북반구에서는 남쪽하늘에, 남반구에서는 북쪽 하늘에 보이는 이유는? 태양이 (원반형인) 지구의 적도를 따라 매우 가까운 고도(5000km 미만)에서 돌고 있기 때문이다.천동설 시즌 2[1][2] 원반형인데 해가 뜨고 지고 낮과 밤이 생기는 이유는? 대기의 빛의 굴절 현상으로 해가 지는것 처럼 보인다(...!)라는 주장이다.[3] 때문에 대기권의 높이(와 밀도)도 실제보다 훨씬 높다는 가정이라 우주와 지구와의 경계는 현실의 100km가 아니라 5000km가 되었고 태양은 대기권 안에 있다는 설정이 되었다. 수소로 되어있기 때문에 공중에 뜬다고...달은 등신아 여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럼 이 대기권 내의 초소형 항성이 무엇을 중심으로, 어떤 원리로 도는가? 아무도 모른다 이하생략.
행성급 질량이 원반형이면 중력때문에 무너져서 구형이 되겠지만 이 지구는 초강도 판타스틱 신의 권능이 어린 물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만류인력따위 무시하고 형상을 유지한다. 또한 원반형이면 가장자리(지구상으로 보면 남쪽)로 갈수록 중력이 수직이 아니라 북쪽방향으로 비스듬하게 작용하겠지만 그것도 가장자리가 밀도가 높아서 그렇다고 간단하게(?) 설명.
보고 있으면 판타지 소설의 대륙 설정 같다. 캅 크래프트...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계기는 사무엘 로버텀이 베드포드 강에서의 측량실험을 하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사람은 자칭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신자로, 성경에 적힌대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작 중세 기독교인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했다.[4]

사무엘 로버텀은 또 다른 책자에서, "성경은 우리의 감각과 함께, 지구가 평평하고 고정되어있다는 생각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그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를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Zetetic Astronomy라고 명명했다.

의외로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으며, 이들은 당시 영국의 과학자들과 키배논쟁을 한 것으로 주목받았다. 이 논쟁은 나중에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사무엘 로버텀은 영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협회를 설립하여 책자를 발간했다.

2.2 Universal Zetetic Society

사무엘 로버텀이 죽은 뒤, 엘리자베스 블런트(Elizabeth Blount)라는 여성이 Universal Zetetic Society라는 단체를 설립하였다. 이들은 The Earth Not a Globe Review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Earth: a Monthly Magazine of Sense and Science라는 신문도 1901년부터 1904년까지 발간하였다.

1901년에 그녀는 사무엘 로버텀의 실험을 재현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남겼는데,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까였다.

Universal Zetetic Society는 20세기 초반이 지나도록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러한 운동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3 International Flat Earth Society

그렇게 사라지나 싶었던 평평한 지구에 대한 주장은, 1956년에 되살아났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사무엘 셴턴(Samuel Shenton)이라는 사람이 국제 평평한 지구 학회(International Flat Earth Society)를 설립하고 Universal Zetetic Society를 계승한 것이다. 이 사람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좀 있어서 종교적인 발언을 줄이기는 했지만, 지구가 평평하다는 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마침 이 사람이 평평한 지구 학회를 설립한 시기가 한창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에 미쳐서 로켓과 인공위성, 우주선을 쏘아올리던 시기였기 때문에[5],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직접 관측 되어버렸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련만, 사무엘 셴턴은 "훈련되지 않은 눈을 사진으로 속이는 것은 쉽다."고 말하며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이제 온 세상 사람들이 지구가 공모양이라는 걸 명백하게 알게 된 시대에, 여전히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다보니 꽤 유명해지기는 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1964년 1월과 6월에 이 인간을 특집으로 다뤘고, 평면지구인(flat-earther)이라는 별명도 붙게 되었다. 물론 좋은 의미의 별명은 아니다. 나중에 이 별명은 잘못되거나 쓸모없어진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며, 사전에도 그런 의미로 실려있다.

1969년에 셴턴은 영국의 과학기술 전문학교인 폴리테크닉의 강사인 엘리스 힐만(Ellis Hillman)을 설득해서 그를 평평한 지구 학회의 회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셴턴이 죽은 뒤에 셴턴의 장서 대부분을 자신이 직접 설립한 SF재단의 서고에 넣어버렸다. 유사과학자의 뒷얘기로서는 참으로 적절하다.

2.4 International Flat Earth Research Society of America

1971년에 셴턴이 죽자, 찰스 존슨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셴턴의 부인에게서 장서를 인수하였고, 국제 평평한 지구 학회 미국지부를 세웠다. 이 단체는 1990년대까지 살아남으면서 최대 3천명의 회원을 모았었다.

이 사람은 평면 지구 뉴스(Flat Earth News)라는 뉴스레터를 만들었는데, 평면 지구 뉴스의 대표적인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았다.

  • 호주는 아래에 있지 않다 (1978년 5월)
  • 태양은 51.5km 떨어진 곳에서 빛난다 (1978년 12월)
  • 지구는 움직이지 않는다 (1979년 6월)
  • NASA의 아버지는 니키타 흐루쇼프 (1980년 3월)
  • 과학은 당신의 지성을 모욕한다 (1980년 9월)
  • 세계는 평평하고, 그것으로 끝이다 (1980년 9월)
  • 갈릴레오는 거짓말쟁이다 (1980년 12월)
  • 지구는 구형이 아니다. 중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1981년 3월)

이들은 지금의 아폴로 계획 음모론을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처럼, 미국 정부와 NASA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회원을 모집했다. 가령 위의 NASA의 아버지 니키타 흐루쇼프처럼, 냉전 시기 스푸트니크등을 엮어들어가 NASA가 '무신론자 빨갱이 집단'종북 이라고 주장하는 식.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처음에는 지구가 평면임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성경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나중에는 거기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나 증거를 부여하려고 했다.

미국지부의 주장은 예전보다 더 나가서, 지구의 테두리는 45m짜리 얼음벽으로 둘러싸여있으며, 뒤에는 야만인들과 괴물들이 산다고 한다 그런 삶은 가축이랑 다를 바 없잖아!! 태양과 달의 지름이 52km라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인 주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그린 지도가 UN의 깃발과 비슷하다는 것을 자신들이 맞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학회의 규모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찰스 존슨의 집에 화재가 일어나 회원 정보가 소실되어 교류도 끊어졌다. 같이 학회 관리를 맡았던 그의 아내는 화재가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고, 찰스 존슨도 2001년 5월 19일에 사망했다.[6]

2.5 Flat Earth Society

찰스 존슨이 죽고나서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았는지, 2004년에 다니엘 셴턴[7]이라는 사람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평평한 지구 학회를 부활시켰다. 트위터페이스북에서도 활동한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회원수가 약 420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핵심적인 모델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창조론자들이 누구는 젊은 지구설을, 누구는 늙은 지구설을 주장하고, 누구는 진화 자체가 없었다고, 누구는 소진화는 있지만 대진화는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 회원들에 따라서 어느 정도 과학적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3 패러디

캐나다에도 지부가 있었다. 1970년대에 설립되어서 1984년까지 활동한 단체로, 캐나다 지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평평한 지구 학회의 주장을 가져와서 해학적으로 적용하는 단체였다.

세인트 토마스 대학의 철학과 교수인 레오 페라리를 중심으로 활동했었는데, 이들은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어떠한 사실을 믿고 안 믿고를 정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철학적인 고찰을 위해 평평한 지구 학회의 주장을 가져왔다. 성경의 내용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눈에 보이기에는 지구가 평평해보인다는 경험적인 믿음을 절대시하는 평평한 지구 학회는, 레오 페라리 교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괜찮은 소재거리였던 것이다.

캐나다 지부는 실제로는 문학계와 정치계에서 유명한 사람들로 이루어졌으며, 진지하게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레오 페라리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을 괴짜라고 생각했으며, 이들의 가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에도 이 설을 주장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네이버의 '지구가 네모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지네모')라는 카페가 있다. 이전에도 넷상에 크게 알려졌는데,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의 강승윤이 이 사이트에 들어가는 장면덕분에 크게 유명해졌다.

4 기타

NASA가 이 단체와 연관이 있는데, 아폴로 계획 음모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NASA를 까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1968년 12월 29일자에 아폴로 8호에서 찍은 사진인데, 나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사무엘 셴턴이라는 국제 평평한 지구 학회의 장은, 아폴로 8호가 찍은 최근의 사진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확실히 평면이라고 발표했다. 셴턴은 달 자체는 확실히 둥글지만, 지구도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링크

제미니 11호와 아폴로 12호에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인 찰스 "피트" 콘라드에 대한 기록에서도 평평한 지구 협회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1999년에 피트 콘라드의 장례식 연설을 보면, 피트 콘라드가 제미니 11호에 탑승해서 "유레카, 휴스턴, 지구는 정말 둥글다!"라고 한 말 때문에 평평한 지구 학회의 회원들이 보낸 편지가 넘쳐났다는 일화가 언급되어 있다.

물론 NASA에서는 진지하게 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차피 지구가 구형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입증되었으니까. 위의 사례들을 보면 그냥 농담거리로 생각하는 듯.

이들의 주장으로는 아폴로 계획아서 C. 클라크가 짠 대본을 바탕으로 헐리우드에서 제작되었다는 것도 있다. 아서 클라크는 이 말을 듣고 NASA에 '님들, 이런 얘기가 있는데 나는 돈 지불 못 받았거든요? 조사 좀 해보셈 ㅇㅇ'이라는 편지를 보냈었다.

2009년에는 나이지리아의 악명높은 테러단체 보코하람의 창시자 모하메드 유수프(Mohammed yusuf)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구는 둥굴지 않다'라고 이야기해서 화제가 되었다.

2016년에도 미국의 래퍼 B.o.B, 연예인 틸라 테킬라 등이 SNS에 지구평면설을 주장했으며, 보다못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 박사가 이를 반박하자 B.o.B는 타이슨 박사를 디스질하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1. 당연히 이렇게 가깝다고 설정했기 때문에 태양의 크기나 밝기는 현실에 비해 매우 작아진다.
  2. 물론 천동설도 지동설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구형으로 보고 전개하는 학설이다.
  3. 물론 이 논리대로라면 북극권은 1년 내내 백야고 남극권은 1년 내내 밤이어야겠지만, 그런 고차원적인(?) 현상까지 설명할 정도로 이론 체계가 디테일하지는 않다.백야가 뭔지도 몰라서 신경 못 쓴 걸지도
  4. 지구를 평면체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애매모호한 구절이 있다."그 뒤에 내가 보니 땅 네 모퉁이에 천사가 하나씩 서서 땅의 네 바람을 제지하여 땅에나 바다에나 어떤 나무에도 불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요한의 묵시록 7장 1절 근데 이러면 원반도 아니다
  5. 설립하고 1년 뒤에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렸다.
  6. 혹시나 싶어서 화재와 이들 부부의 사망이 미국 정부의 음모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러기에는 30년동안 찰스 존슨을 그냥 둔게 말이 되지 않는다.
  7. 위의 사무엘 셴턴과는 무관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