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음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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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표음 문자(表音文字, phonogram)는 인간 언어의 음성에 대응하는 문자로 소리글자라고도 한다.

2 분류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음소를 나타내는 음소 문자와, 하나의 음절을 나타내는 음절 문자로 나누어진다. 라틴 문자, 키릴 문자, 한글은 음소 문자에 속하며 음절 문자는 일본의 가나 문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가나 문자는 널리 알려진 문자들 중에서는 현대에 사용되는 거의 유일한 음절 문자다. 고대에 세계 각지에 있던 음절 문자는 음소 문자에 밀려서 도태되는 가운데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한글은 음운까지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질 문자(featural alphabet)로 분류되기도 한다(단, 보편적인 분류는 아니다). 인터넷에서 한글이 유일한 자질 문자라고 알려져있기도 한데, 그런것까지는 아니고 속기법이나 다른 희귀한 자질 문자도 존재한다.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 만든 텡과르(Tengwar)도 자질 문자이다. 다만 '실존하는'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쓰이는 문자는 한글이 유일한 수준. 텡과르는 소설에 쓰려고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 자국의 문자로 채택한 국가는 없다.

3 표음성

표음 문자라도 말소리와 일대일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문자와 소리의 대응 정도는 각 언어의 철자법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이것을 표음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 오래된 철자법을 쓰는 언어일수록 표음성이 떨어진다. 언어는 시간에 따라서 자연히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기존의 철자법은 점점 실제의 발음과 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문어는 바뀌지 않지만, 구어는 계속 바뀌면서 문어에서 멀어지게 되고 표음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표음성이 높은 언어들은 대부분 근대에 철자법 개혁을 한 언어들이다. 또는 에스페란토같은 인공어.

물론 무조건 표음성이 높다고 읽기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은 문자를 하나하나 떼어서 보지 않고 덩어리로 인식하기 때문. 표음성이 100%에 가까운 음성 기호를 문자로 쓰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성을 100% 정확하게 표시하면 오히려 가독성이 더 떨어진다. 예를 들어, '닭과 소를 키우고 있는데 닭을 잡았다'라는 문장을 소리나는 대로 '닥꽈 소를 키우고 인는데 달글 자받따'라고 썼다고 가정해 보자. 앞의 '닭'과 뒤의 '닭' 모두 똑같은 닭인데 소리나는 대로 적으니 한 쪽은 '닥'이 되고 다른 한 쪽은 '달'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식이면 표음성은 높아지지만 읽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래 단락에서 보듯이 한국어의 표음성이 상당히 떨어진 것도 이 때문으로 조선전기만 해도 표음성이 높았던 연철 표기 방식이 주류를 이루웠지만 조선 중기 들어서 중철 표기 방식(거듭적기)으로 주를 이루게 되었고 현대 들어서는 아예 분철 표기 방식이 정착된 것.

3.1 한국어의 표음성

하지만 맞춤법을 비교적 늦게 제정한 한국어의 표음성은 의외로 그리 높지 않다. 아니, 오히려 꽤나 낮다. 이음(異音, allophone)이 많고 맞춤법을 제정하면서 형태학적 구분을 많이 반영함(즉, 형태소를 쉽게 구분하기 위해)에 따라 표음성이 높은 연철 표기(이어적기) 방식 대신 표음성이 떨어지는 분철 표기 방식(끊어적기)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벚꽃과 국화 향 그윽한 깻잎 넣은 국수 국물이 좋다"라는 문장은 "벋꼳꽈 구콰 향 그으칸 깬님 은 국 궁무리 조타"를 맞춤법에 맞게 적은 것이다(굵게 표시한 부분은 다른 부분).한국어 학습중인 외국인:때려치울까 다음은 그 규칙의 예. 이 외에 한글로는 표기할 수 없는 이음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무성무기음(ㄱ, ㄷ, ㅂ, ㅈ)은 유성음 사이에서 유성음화되고, 마찰음(ㅅ)은 다음 모음에 따라 [s] 또는 [ɕ]로 실현된다.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는 이러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한글로도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 철야 [처랴], 음운 [으문] (연음)
  • 벚꽃 [벋꼳], 부엌 [부억], 넣어 [너어], 앓이 [아리] (음절 끝소리 규칙. 단, 음절 끝의 파열음(ㄱ, ㄷ, ㅂ)은 불파음(unreleased stop)이다)
  • 국화 [구콰], 좋다 [조ː타] (성문음(ㅎ)과 파열음의 축약)
  • 굳이 [구지], 같이 [가치] (구개음화)
  • 국물 [궁물], 독립 [동닙] (비음화)
  • 국수 [국쑤], 옆집 [엽찝], 한자 [한ː짜] (경음화)
  • 등불 [등뿔], 잇몸 [인몸], 깻잎 [깬닙] (사잇소리 현상)

3.2 영어의 표음성

그러나 영어에 비하면 한국어는 양반이다. 애초에 한국어의 표음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형태소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영어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철자법 개정의 시기를 놓쳤을 뿐.

영어의 구어가 수백년간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대모음추이(GVS)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문어 자체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 전의 문서라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신에 표음성이 떨어져서 철자만 보고는 뭐라고 발음하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단어가 매우 많아지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한글보다 표음성이 낮은 영어를 혼자서 또는 영어를 외국어로써 배우는 사람끼리 영어 공부할 때 반드시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알고 발음해야 한다. 발음을 조급하게 한글 읽듯이 넘겨버리고, 시간이 지나서 콩글리쉬가 즉각적으로 나올 때쯤에 발음 교정은 처음 배울 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림을 보고 베끼는 것과 다른 그림 위에 지우개 없이 그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쉬운지 생각해보자.어른들이 눈물나는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배울 때 현재 어린 학생들의 발음문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여기에 빗댄 유머로 ghoti라는 것이 있다. enough의 gh /f/, women의 o /ɪ/, nation의 ti /ʃ/ 철자를 따면 fish의 발음 /fɪʃ/과 같게 된다.[1] 클링온어물고기를 뜻하는 ghotI'가 여기에서 나왔다.

  1. ghoti 자체는 매우 유명한 단어지만, 사실 [1] 에서 설명하는 규칙에 의하면 ghoti는 /fɪʃ/로 발음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