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잽

의 변종 기술 중 하나.

경고.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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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er Jap

꼬꼬마들이 체육관에서 이거 갈켜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에요 하며 징징대는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

5체급 석권, 7번의 챔피언 타이틀에 빛나는 토마스 헌즈(Thomas Hearns, 1958. 10. 18~)가 고안해낸 기술. 플리커(flicker)라는 것은 본디 뱀 혓바닥이 날름날름거리는 것을 묘사하는 의태어[1]인데, 플리커 잽 역시 이처럼 날름날름 나가는 잽이다.

일단 알려진 원리는 이렇다. 크랩 가드(가드항목 3번 항목참조바람)에서, 아래로 내려간 왼손에 강한 스냅을 주어 마치 올려치는 것처럼 팔을 털면서, 그 후 궤도를 마음대로 바꾸어 타격하는 것. 마치 채찍과도 같은 유연한 궤도변경과 강력한 타격력, 매우 빠르고 거기다 사정거리가 좀 무자비하게 길다는 것, 치고는 특이하게 이나 어퍼의 궤도로도 들어간다는 점(물론 훅이나 어퍼에 비해 비교도 안되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스텝인을 하면 타격력이 높아지지만 안해도 쓸수 있다는 점[2], 등등 여러가지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파워도 되면서 밀도도 되는데 사정거리도 좀 길고 궤도변경이 자유자재인 (...) 잽이라는 것.

이렇게 단점이 없어 보이는 기술이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플리커 잽을 쓰는 선수들보다 그냥 일반 잽을 쓰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아니, 플리커 잽을 쓰는 선수들은 찾아보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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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선수들은 헌즈가 아니니까. (...)

사실 플리커 잽이라는 기술 자체는 대단할 게 없다. 실체는 내린 손으로 잽을 하는 것 뿐이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아래에서 올리는 공격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반적인 궤도의 잽과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이질성 정도의 장점밖에 없다. 스피드 역시 별로 빠르지 않다. 직선으로 가는게 가장 빠르기 때문에 일반 잽이 여전히 쓰이는거다. 밖에서 안으로 휘면 그냥 오픈성 스윙일뿐이고, 안에서 밖으로 가는건 손등으로 치겠다는건가?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타격 순간엔 거의 직선상태이므로 가드를 피하는건 말도 안된다. 역으로 생각해보라. 위에 말한 플리커잽의 장점을 스트레이트에 대입하면 플리커 스트레이트만큼 무서운게 없을거다.

하지만 사용자가 헌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헌즈는 동체급의 선수들보다 키가 큰 편이었고, 팔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키는 185 센티미터인 양반이 윙스팬은 2m 5cm였다. 헌즈가 팔을 내리면 거의 무릎까지 내려왔으며, 그가 팔굽혀펴기하는 동영상을 보면 무슨 거미나 곤충이 떠오를 정도로 일견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 인간이 핸드 스피드도 빨라서 보통 궤도보다 긴 궤도로 잽을 날려도 타 선수들의 잽보다 빨랐으며 날아오는 잽을 맞을 각오하고 인파이팅으로 들어가려 해 봐도 이미 잽을 회수한 헌즈가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헌즈는 다른 선수들이 헌즈에게 닿지 않는 거리에서 상대 선수를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선수였다. 잽의 존재 의의는 자신의 공격 사정거리를 극대화 하고, 가장 빠르게 공격하고 가장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 한 마디로 가장 안전한 펀치다. 그렇기 때문에 잽이 직선 궤도를 선택한 것인데, 우선 팔이 펴지기 때문에 리치가 제일 길고, 직선 궤도이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공격하고 회수도 빠르다. 하지만 헌즈는 팔을 약간 굽혀서 잽을 직선 궤도가 아닌, 훅이나 어퍼까지 가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지만 살짝살짝 궤도를 비틀어 칠수도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우선 팔이 길기에 어느 정도 팔을 굽힌다 해도 타 선수들의 리치 밖에서 펀치를 칠 수 있었고, 핸드 스피드가 빨랐기 때문에 꼭 직선 궤도가 아니어도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공격하고 빠르게 회수하는 게 가능했다.

또한 이 플리커 잽 특유의 가드를 내린 자세는 상대를 유혹하는 함정이기도 했다. 헌즈의 경기를 보면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묶어두고 패는, 더 파이팅에서 마시바가 보여주는 모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원거리에서 가드를 내린 채 헌즈가 몇 대 때리면, 그 공격을 버티던 상대는 헌즈의 노출된 안면을 노리고 파고 들었고, 이런 파고듬을 헌즈는 굳이 막지 않았다. 헌즈는 반사신경의 소유자였으니까. 덕킹과 위빙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한 헌즈의 품 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건 살인적인 라이트 훅 - 레프트 어퍼 컴비네이션, 혹은 레프트 어퍼 - 라이트 훅 컴비네이션이었다. 팔이 길기에 인파이팅이 약할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헌즈는 인파이팅에 대단히 능한 선수였다. 긴 팔을 몸에 딱 붙히고 치는 어퍼컷과 훅의 위력은 살인적이었다. 헌즈의 턱을 노리고 달려든 수많은 선수들은 어퍼컷이나 훅을 맞고 링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만약 내린 가드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는다면?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며 아웃 복싱을 시도한다면?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계한 나머지 우물쭈물한 선수들이 흔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이런 선수들을 기다린 것은 헌즈가 현역이던 당시 그를 대표하던 기술, 살인적인 리치와 높이에서 내려꽂히는 라이트 스트레이트였다. 당시 한 잡지에서 '나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크롱크짐에서 익힌 것이다. 나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데 이건 우리 짐의 비법이라 공개할 수 없다.' 라고 헌즈가 말한데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에 헌즈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플리커 잽이 아니라 라이트 스트레이트였다.

헌즈가 점차 체급을 올려가며 그의 인파이트 능력은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상대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이 때 플리커 잽의 열린 가드는 인파이팅 보다도 카운터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가 된다. 여전히 헌즈의 리치는 비슷한 체격의 선수들 사이에서도 긴 편이었고, 가드를 연 채 상대를 때리다 보면 자신의 턱을 노리고 언젠가 상대가 덤벼들게 되고 이때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카운터를 날리는 것이다.

실제로 헌즈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플리커 잽보다도 다른 요소가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대 선수의 주먹을 덕킹과 위빙으로 거의 다 피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반사신경, 자신보다 작고 민첩해 보이는 선수들보다도 훨씬 빠른 핸드 스피드, 그 핸드 스피드를 이용해 쏟아붓는 화려한 연타와 쫄깃한 라이트 훅 - 레프트 어퍼 컴비네이션, 또 지친 선수를 일격에 보내버리는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보며 열광하게 된다.

위에 나열한 장점들을 보며 '뭐야, 이건 완전히 사기캐잖아' 라는 생각이 들테고 실제로 헌즈는 사기캐였다. 사기캐가 아니라면 복싱 최초 4체급 챔피언, 5체급 제패 챔피언 같은 업적이 가능할 리가 없잖은가. 뭐 마빈 해글러슈거 레이 레너드같은 사람들에게 지긴 했지만 이 사람들도 못잖은 사기캐이니 일단 넘어가자.

한마디로 플리커 잽은 '이걸 써서 강해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헌즈같은 '사기캐가 썼기에 강해보인' 기술에 가깝다. 평범한 신체조건으로 이걸 시전해봤자 인실좆을 처절하게 겪을 뿐이고 배운다고 해서 딱히 강력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헌즈처럼 텅 빈 가드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는 반사신경,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핸드 스피드, 압도적인 리치 이 세가지는 갖춰져야 비로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안면은 텅 비어 있고 어쨌든 잽은 잽이니 안면에 맞지 않으면 타격도 적고 [3], 직선 궤도를 가지지 않으니 타격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나 조금씩 느릴 수 밖에 없고.

애초에 더 파이팅에서도 이 기술을 쓰는 마시바 료 역시 동체급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리치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 미야타 이치로가 마시바와 싸우면서 플리커 잽을 똑같이 사용해 엿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변칙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뿐더러 이치로의 재능을 보여주려는 만화적 과장에 가깝다.

실전에서 사용된다면 상대가 자신에 비해 키와 리치가 짧아 상대적으로 헌즈와 같은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때라면 보이긴 한다. 변칙적인 작전이지만 제대로 구사만 가능하다면 나름 효과적인 작전. 아니면 너무 지쳐서 (...) 가드 올릴 힘도 없는 상황에서 잽을 뻗을 때 보인다거나. 창작물에서는 특이해 보이는 이름과 변칙적인 모습이 멋있어 보여 꽤 자주 등장하긴 한다.

플리커 잽을 사용하시는 분들

  1. 이외에도 (눈이나 램프를)깜빡깜빡거린다는 뜻도 있다.
  2. 짠손잽과 보로 잽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이것들은 스텝인을 하면/하지 않으면 쓸수 없거나 성능이 떨어지는데 반해 플리커 잽은 그렇지 않다.
  3. 글러브를 끼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 히트 블로는 크게 찌르는 타격, 휘두르는 타격,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터는 타격으로 나뉘는데 찌르는 타격은 점을 공격하여 급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을 위주로, 휘두르는 타격은 체중을 한껏 실어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것을 위주로, 터는 타격은 견제타로 보통 사용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스냅을 주어 뇌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을 위주로 사용하게 된다. 맨손이라면 터는 타격 역시 강력하지만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손목 스냅식은 파워가 상당히 떨어져 물리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가하기란 힘들다.
  4. 431화에서 플리커 잽으로 파리를 잡는다(…)
  5. 영사권이라는 무공을 쓰는데 묘사가 플리커 잽과 상당히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