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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의 불규칙 활용을 다루는 항목이다.
1 어간이 바뀌는 불규칙 활용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어간이 바뀐다.
1.1 ㄷ 불규칙 활용
어간의 ㄷ 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ㄹ 받침으로 바뀌는 활용이다. 동사에만 나타나고 형용사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 깨닫- + -아 → 깨달아
- 붇- + -어나다 → 불어나다
- 강물이 불어나 급류를 이루었다.
- 라면이 퉁퉁 불었다.[1]
- 묻〔問〕- + -어 → 물어[2]
- 눋- + -어 → 눌어
- 밥이 밥솥에 눌어 버렸다.
등등. 추가 바람.
아래는 규칙 활용이다.
- 믿- + -어 → 믿어
- 묻- + -어 → 묻어
- 물감이 옷에 묻어 더러워졌다.
- 뜯- + '-어 → 뜯어
1.2 르 불규칙 활용
어간의 끝소리 '르'가 어미 '-아', '-어' 앞에서 ㄹㄹ로 바뀌는 활용이다.
- 구르- + -어 → 굴러
- 모르- + -어 → 몰라
- 벼르- + -어 왔던 → 별러 왔던
이거 몰랐던 위키러들 분명 있다. - 마르- + -어 → 말라
- 무르- + -어 → 물러
- 누르- + -어 → 눌러
- 다르- + -어 → 달라
- 사르- + -어 → 살라
- 바르- + -어 → 발라
- 가르- + -어 → 갈라
- 나르- + -어 → 날라
- 이르- + -어 → 일러[3]
- 자르- + -어 → 잘라
등등
어간이 '-르'로 끝날 경우에는 러 불규칙(아래 참조)과 르 불규칙 활용이 동시에 존재하므로 둘 다 불규칙 활용이 된다.
다만, '치르다', '따르다', '다다르다', '우러르다', '들르다' 등의 극히 일부의 용언은 예외적으로 어간이 ㅡ로 끝나는 다른 용언들과 똑같이 활용한다(치르- + -어 → 치러, 다다르- + -아 → 다다라, 들르- + -어 → 들러).
원인은 동음충돌 때문이라고 한다. 더불어 조선어 신철자법 등을 보면 이런 활용을 하는 동사의 받침에 ㅭ을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기원은 방언형에서 비롯되었다고.
1.3 ㅂ 불규칙 활용
어간의 ㅂ 받침이 ㅜ로 바뀌는 활용이다. 어간이 ㅂ으로 끝나는 용언은 '굽다'〔曲〕, '뽑다', '씹다', '업다', '입다', '잡다', '접다', '좁다', '집다'와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렇게 활용된다.
- 아니꼽- + -아 → 아니꼬워[4]
- 무덥- + -어 → 무더워
- 우습- + -어 → 우스워
너, 내가 우스워? - 줍- + -어 → 주워 비누 좀 주워 줄래?
- 더럽- + -어 → 더러워
- 무섭- + -어 → 무서워
- 귀엽- + -어 → 귀여워
- 안쓰럽- + -어 → 안쓰러워
- 아름답- + -아 → 아름다워
등등. 추가 바람.
아래는 규칙 활용이다.
- 잡- + -아 → 잡아
- 뽑- + -아 → 뽑아
대부분 '워'가 되나, 아래 두 경우는 예외적으로 '와'가 된다.
- 곱- + -아 → 고와
- 돕- + -아 → 도와
'추위나 중노동으로 인해 손발의 감각이 둔하고 굳어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의 '곱다'는 규칙 활용이다.
- 영희는 손이 고왔다 : 손이 예쁘고 맵시가 있다는 뜻.
- 찬물에 빨래를 하고 나니 손이 곱았다 : 추워서 손이 굳었다는 뜻.
원인은 중세 국어에서 순경음 비읍(ㅸ)의 음가가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면, '덥-'의 종성 ㅂ은 본디 ㅸ이었고, 종성에서는 ㅂ으로 발음했으나 활용에 따라 초성으로 넘어가면 ㅸ으로 발음했다. 그러나 ㅸ의 음가가 사라지면서 초성의 ㅸ은 종성의 ㅸ이 ㅂ이 된 것과는 달리 복모음 ㅜ/ㅗ로 바뀌었다.
여담으로 동남 방언에서는 복모음 ㅜ/ㅗ가 아닌 ㅂ으로 남아있다. 하이고 드브라
'돕다', 혹은 '귀엽다' 의 경우 '도우니', '도우면'과 같은 활용형으로부터 '도우다', '귀여우다'라는 형태가 새로 만들어지는 중으로 보인다.
1.4 ㅅ 불규칙 활용
어간의 ㅅ 받침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활용이다. '벗다', '솟다', '씻다' '뺏다'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동사가 이렇게 활용되며 형용사로는 '낫다'가 유일하게 ㅅ 불규칙 활용이다.
- 낫- + -아 → 나아
- 긋- + -어 → 그어
- 붓- + -어 → 부어[5]
- 라면을 먹고 자서 얼굴이 퉁퉁 부었다.
- 라면을 먹고 자서 얼굴이 퉁퉁 불었다. (×)
- 뭇- + -어 → 무어[6]
등등.
아래는 규칙 활용이다.
- 벗- + -어 → 벗어
벗으면 다가 아냐
원인은 중세 국어에서 반치음(ㅿ)의 음가가 사라진 것이다. 예를 들면, '긋-'의 종성 ㅅ은 본디 ㅿ이었다. ㅜ/ㅗ로 바뀐 ㅸ과는 달리, 초성에서 음가가 완전히 소멸해 버렸기 때문에 ㅅ 받침이 탈락하는 효과가 되었다. 일부 방언에서는 아직도 ㅅ 발음이 남아서 /그서/와 같이 발음하기도 한다.
1.5 우 불규칙 활용
어간의 끝 '우'가 '어' 앞에서 탈락하는 활용이다. '푸다'가 유일하다.
- 푸- + -어 → 퍼
아래는 규칙 활용이다.
- 주- + -어 → 줘
- 누- + -어 → 눠
원인은 '푸다'의 옛말인 '프다'의 'ㅡ'가 '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물'과 '불'도 중세엔 '믈', '블'이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원순모음화라고 한다.
2 어미가 바뀌는 불규칙 활용
어떤 특정한 어간 뒤에서 어미가 바뀐다.
2.1 거라 불규칙 활용
명령형 어미 '-아라/-어라'가 '-거라'로 바뀌는 활용이다. 동사 '가다' 또는 '-가다'로 끝나는 동사에서 나타난다.
- 가- + -아라 → 가거라
- 삼가- + -아라 → 삼가거라
- 들어가- + -아라 → 들어가거라
2.2 너라 불규칙 활용
명령형 어미 '-아라/-어라'가 '-너라'로 바뀌는 활용이다. 동사 '오다' 또는 '-오다'로 끝나는 동사에서 나타난다.
- 오- + -아라 → 오너라
- 돌아오- + -아라 → 돌아오너라
- 실제 구어에서는 와라 꼴도 나타나긴 하지만 너라 꼴로 나타나는 동사는 '오다' 계통 뿐이다.
2.3 러 불규칙 활용
'르'로 끝나는 어간 뒤에서 '-어'가 '-러'로 바뀌는 활용이다.
- 이르〔至〕- + -어 → 이르러
- 누르〔黃〕- + -어 → 누르러
- 푸르- + -어 → 푸르러
중세국어에서는 모두 -르- 부분이 -를-로 실현되어, '이를다'/'누를다'/'푸를다'로 씌었다.
2.4 여 불규칙 활용
어미 '-아'가 '-여'로 바뀌는 활용이다. '하다' 또는 '-하다'로 끝나는 용언에서 나타난다. 분명 불규칙 활용인데 '하다'가 워낙에 자주 쓰이는 동사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다른 언어들에서도 연계사 등 자주 쓰이는 동사가 주로 불규칙으로 활용된다.
- 하- + -았다 → 하였다
- 영원하- + -아 → 영원하여
2.5 오 불규칙 활용
어미 '어라/아라'가 '오'로 바뀌는 활용이다. 달다(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어떤 것을 주도록 요구하다는 동사)가 유일하다.
- 달- + -아라 → 다오
'달' 다음에 '아라'가 오면서 '달아라'가 아니라 '다오'로 변하는데, 어미만 변화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받침 'ㄹ'이 'ㄴ, ㅂ, ㅅ, 오'와 결합할 경우, ㄹ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미인 아라만 오로 변화한 것으로 본다.
3 어간과 어미가 모두 바뀌는 불규칙 활용
3.1 ㅎ 불규칙 활용
어간의 ㅎ 받침이 탈락하고 어미가 축약되거나 탈락하는 활용이다. 어간이 ㅎ 받침으로 끝나는 형용사 중 '좋다'를 제외한 모든 형용사에서 나타나며, 동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 파랗- + -았다 → 파랬다
- 파랗- + -으면 → 파라면
- 동그랗- + -은 → 동그란
- 그렇- + -아 → 그래
- (규칙) 좋- + -아 → 좋아 (발음은 조아로 한다.)
- (규칙) 낳- + -아 → 낳아 (나아가 아니다!!)
참고로 여기서 ㅎ 받침의 정체는 바로 여 불규칙에 해당하는 -하-가 줄어진 것이다. 제시된 단어 모두 중세국어에서는 ㅎ 부분이 ᄒᆞ였고[7], 이 ㅆ과 결합할 때 '파랬다', '하얬다' 처럼 ㅣ가 추가되는 것이 바로 여 불규칙의 잔재(하여>해)이라는 것을 들어 확실.
4 체언
엄밀히 말하면 이 항목은 활용에 대한 것은 아니나, 단어의 문법적인 쓰임새에 따른 변화가 불규칙적이라는 측면에서 공통되는 면이 있으므로 기재한다.
4.1 복수형
한국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복수형은 '옷 - 옷들', '사람 - 사람들'과 같이 접미사 '-들'을 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명사에서는 '-들'이 붙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5 높임법
한국어의 높임말에서 특수한 조건일 때에만 나타나는 어법을 말한다. 이 역시 활용과는 관계가 없으나 다른 언어의 항목에서는 동사 외의 단어에서도 특수성을 제시하였으므로 여기서도 각종 불규칙 활용을 소개하는 김에 같이 소개한다.
- 밥 - 진지
- 수민아, 밥 먹어. / 할머니, 진지 드세요(잡수세요).
- 말 - 말씀
- 내 말 좀 들어 봐. / 할아버지 말씀도 들어 봐.
전자에 비해 후자의 높임의 정도가 크며, 이에 따라 호응하는 동사 역시 '밥 - 진지'의 경우에는 '먹다 - 드시다/잡수시다'로 변화한다. 현대에는 그 구분이 퇴색하여 일부 명사 정도에 주로 남은 것으로 '국'과 탕'이 있다. 같은 의미이지만 '국'에 비해 '탕'이 높은 의미라고.
거론된 김에 동사를 살펴보면, 앞서 나온 '먹다 - 드시다' 외에도 '주다 - (~께)드리다', '있다 - 계시다', '자다 - 주무시다'와 같은 용례가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어의 동사와 형용사가 높임법에서 '-시-'를 붙여 '가다 - 가시다', '울다 - 우시다'와 같이 변화하는 점을 생각하면 특별한 용례이다.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 자신다."와 같은 말을 썼다가 혼이 난 위키러도 아마 있을 것이다. 높임말 잘못 썼다가 입을 맞기도...
5.1 조사
- 이/가 - 께서
- 철수가 들어왔다. /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 에게, 한테, 보고, 더러 - 께
- 영수가 영희에게 꽃을 주었다. / 영수가 어머니께 꽃을 드렸다.
- 아/야 - 이여 - 이시여[10]
- 하- 민수야, 뭐 해? / 선생이여, 부디 깨달으시오. /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
달하, 노피곰 도다샤
- ↑ ㅅ 불규칙 동사인 '붓다'와 혼동하지 않게 유의할 것!
- ↑ 땅에 묻다', '물이 묻다' 할 때의 묻다는 규칙 활용이다.
- ↑ '시간상 빠르다', '(남에게)전하다
꼬지르다'의 뜻일 때이다. 이 '이르다'는 의미에 따라 '러 불규칙 동사'도 된다. - ↑ '아니꼬와'가 아니다.
- ↑ ㄷ 불규칙 동사인 '붇다 - 불어'와 혼동하지 않게 주의할 것!
- ↑ 낙엽 따위를 한 자리에 모은다는 뜻이다.
- ↑ 현재의 하다 동사도 중세에 ᄒᆞ다로 씌었다.
- ↑ '저들 좀 보시오.'의 '저들'은 3인칭 대명사 '저'에 접미사 '-들'을 붙인 것이다.
- ↑ 2인칭 복수 존대형 대명사로, 단수형에 해당하는 단어가 엄밀히 말해서 현대 한국어에 없다. '그대'나 '당신'과는 다르다.
- ↑ 선어말 어미 '-시-'가 '이여'의 중간에 들어간 형태이다. 애초에 조사 '이여'의 '이-'가 '이다'의 어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