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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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카렌 샤크나자로프 [1] 감독의 2012년작 영화. 일리야 보아쇼프의 소설 전차병을 원작으로 하는 2차대전 전쟁 영화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부터 독일이 항복한 1945년까지 정체불명의 티거와 이를 쫓는 소련군 전차 승무원의 대결을 그린 작품.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전차들은 볼만한데 주제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 영화는 그냥 전차전을 다루는 평범한 전쟁영화가 아닌 전쟁과 그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하는 심도깊은 작품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후술. 2013년 2월 제85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2 줄거리

1943년 여름 진격하던 소련군 전차부대가 단 한대의 티거에 의해서 전멸당하는 사태가 벌여진다. 이와중에 격파된 T-34/76의 조종수석에서 온몸이 불에 탔지만 살아있는 전차병이 발견된다. 그는 야전병원으로 후송되고 그곳에서 기적처럼 완치된다.

이후 완치되었으나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던 그는 나이데노프라는 새 이름을 얻고 다시 정비병으로 복귀한다. 한군두 그는 자신이 전차의 신을 믿고 있으며, 전차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격파된 BT-7을 만지고는 이것이 판터에게 당했는지 T-34/76을 격파한 것이 티거인지를 말하는 등 기묘하기 짝이 없는 언동을 벌이면서 상관들에게 미친놈 취급을 받게 된다.

한편 방첩대 소속의 페토도프 소령은 주코프로부터 정체불명의 티거를 잡으라는 명령을 받고,나이데노프를 찾아간다. 여기서 나이데노프는 그 티거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묻는 소령에게 답한다.

페토도프:그놈은 어떤 놈이지?

나이데노프:그놈은 죽어있습니다,소령님.
페토도프:그게 무슨 소리지? 죽어 있다고?
나이데노프: 보통 전차는 살아있는 사람이 조종을 합니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놈에게 착오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전차는 그런 녀석입니다.

다시 소령은 나이데노프를 소위로 진급시키고 포수 크루크,장전수 베르예프[2]를 붙여주며 신형 T-34/85[3]를 타고 티거를 잡을 것을 명한다. 또다른 T-34와 함께 매복을 하고 티거를 기다리던 와중에 티거가 나타나고,소령은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이때 카메라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등장한 티거는 순식간에 T-34 1대를 끔살시키고 나이데노프는 티거의 측면으로 다가가지만 순간 크루크는 조준경에서 티거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눈깜짝할 사이에 전차의 후미로 접근한 티거는 T-34를 격파하고 유유히 사라진다.[4]

티거가 사라진 후 그 일대를 조사하던 페토도프는 티거의 궤도 자국이 늪까지 이어져 있으며 늪에서부터 끊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늪속으로 가라앉았거나 말 그대로 사라졌다는 것. 페토도프는 다시 나이데노프를 만나러 가고, 그는 화이트 티거가 사라진게 아니라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한다. 다시 취조실로 돌아와서 독일군 포로를 심문하지만 포로도 화이트 티거에 대해서 잘 모르며 히틀러의 지시로 생산된 비밀병기 같은게 아닌 독일군과 소련군 모두에게 공포스러운 기이한 존재라고 답한다.

이후 이 '화이트 티거'를 잡기 위해 소련군은 기갑 군단을 동원하지만, 대부분의 병력이 궤멸당하고 티거는 또 홀연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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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데노프와 승무원들은 아군 전차부대에 포격을 가하는 티거를 추적한 끝에 한 마을에 도달한다. 마을에 진입한 나이데노프는 전차가 숨어있을 법한 헛간에 사격을 날리는 신중함을 기하면서 매복한 4호 전차를 격파한다. 이후 마을 깊숙히 진입한 끝에, 마침내 나이데노프는 티거와 다시 조우하게 된다. 티거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해 기동하면서 목조 건물을 엄폐물로 삼으며 티거의 사격을 회피하며 분전하지만, 티거를 조준하기 위에 티거 앞으로 나오다가 티거의 사격에 피격당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티거의 포탄이 측면에 스쳐서 격파를 면했고, 이후 크루크가 발사한 포탄이 티거의 포탑링에 명중한다. 포탑링이 고장난 티거는 T-34를 조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무력화되고[5] , 전투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티거는 서서히 후진하며 후퇴하기 시작한다. 이에 나이데노프는 티거를 완전히 격파하기 위해 티거를 추격하지만 급하게 추격하는 와중 미처 확인하지 못한 진창에 빠지는 바람에 포신이 진흙으로 막혀버리고, 포신이 진흙으로 막힌 것을 모르는 상태로 포탄을 격발한 탓에 포신이 파열하여 T-34 역시 사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서 티거를 마무리할 수 없게 된다.

티거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 나이데노프는 전방 해치를 열고 전차에서 내려 후퇴하는 티거를 향해 권총을 난사한다. 그러나 고작 권총으로 티거를 격파할 수는 없는 법이었고, 결국 티거를 놓친다.

이후 1945년 독일은 항복하고 페토토프 대령(카이텔 튜닉의 견장을 보면 별이 3개로 늘었다. 승진된듯 하다.)은 나이데노프에게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지만 나이데노프는 그에게 전쟁은 결국엔 다시 벌여질 것이며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놈은 언제든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며 다가올 미래를 암시한다. 다시 패망직전의 베를린으로 돌아가서 지하벙커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히틀러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마주 앉은 인물에게 이 전쟁에서 졌다는 것을 자기도 알고 있으며 인간은 전쟁을 갈망하는 존재이니 그러한 본성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전쟁으로 대표되는 폭력의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히틀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은 바로...[6][7]

3 읽을거리

영화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SS대원의 증언이나, 본부에서 복무하던 독일군 포로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데다 어떤 문서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독일군에게조차 두려움을 준다는 점, 네이데노프와 교전 중 갑자기 배후로 순간이동(…)을 하거나, 중전차가 지나갈 수 없는 늪지대에서 나타나 늪지대로 후퇴해 홀연히 사라지는 등 작중에서 등장하는 티거 '화이트 티거'는 독일군이 운용하는 병기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이다. 유령들린 전차 때문에 우스갯소리 삼아서 본 영화를 심령물(…)로 분류하기도 한다.

전반적인 내용에서 보이다시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단순한 전쟁이 아닌 전쟁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내재된 폭력성을 말하고자 하고 있다. 전쟁이 끝난후 소령과 나이데노프의 대화 및 히틀러와 '그사람'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주제가 녹아있다. 참고로 러시아 영화다운 스케일과 철저한 고증은 영화를 재미없게 본 밀덕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한편으로 소품 고증적인 면으로 봤을때는 소련 측 고증은 그야말로 완벽하지만, 영화에서 핵심적인 적으로 등장하는 티거가 많이 엉성해서 아쉽다는 평이 많다. 영화 촬영을 위해 실물과 거의 똑같이 만든 레플리카 티거가 있었으나 감독이 좀 더 특이해 보이는 티거를 원했기에 IS-2를 개조한 차량을 사용하여 실루엣은 포르쉐 티거와 얼추 비슷하지만 세세한 디테일은 딴판인 뭔가 기묘한 녀석이 나와 버렸다. 진짜 티거가 보고 싶으면 2년뒤에 개봉한 진짜 티거가 나온 영화를 보면 된다 하지만 작중 소련군 사령부에서 '화이트 티거'가 교전자들의 보고를 기준으로 하면 250mm 장갑 이상에 100톤이 넘어가는 평범한 티거와는 다른 특수제작 모델이라고 추정하는 장면이 있으므로 기존 티거와 심각하게 다른 외형의 괴리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결정적으로 화이트 티거가 실존하는 전차가 아니라 초자연적인, 유령 같은 존재로 그려지니 화이트 티거에 대한 고증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봐도 될 것이다.

티거를 잡는데 왜 IS-2나 ISU-152가 아닌 한참 모자란 T-34를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평도 있으나, 이는 당시 소련의 전차 용도를 고려하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IS-2는 전차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적의 방어선 돌파용으로 만들어졌으며 ISU-152는 다용도 자주포지 대전차전 특화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대전차전은 중전차와 중(重) 자주포 연대에게는 부업이었고 상황이 널널해진 이후에도 대전차전은 주로 T-34와 대전차 특화형 중형 자주포(SU-85/100) 연대였다. 오히려 대전차전에 특화된 것은 SU-100이다. IS-2와 ISU-152가 대전차전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건 순전히 대구경 주포의 위력 덕분이었다.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는 소좌와 나이데노프의 대화와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히틀러와 그 사람의 대화이다. 전쟁은 삶 그 자체라는 히틀러의 말이 영화의 메시지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 등장 기갑장비

  • 소련군측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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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4/76 초기형과 후기형 모두 등장한다. 정작 사진은 T-3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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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사진의 IS-2는 전후 개량형인 IS-2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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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사용 전차촬영에 사용되어야 했던 전차

이 영화의 핵심 소재. 위에서 말했듯 중기형 티거를 완벽히 재현한 모형을 놔두고 IS-2를 개조한 레플리카 차량을 이용하였다. 그렇게 러시아에서 티거 1대가 더 생산되고... 고증에 철저히 맞춘 역사적인 전차전을 보고 싶었던 관객에게는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영화 상에 등장한 특수 제작 전차는 (감독의 의도에 맞게) 파괴가 불가능한 유령 또는 악마와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에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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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F2형은 T-55를 개조한 차량이나 밑의 H형은 T-34를 개조한 차량이라고 한다.

그외에도 3호 전차의 격파된 잔해가 살짝 등장하며 하노마크 장갑차도 등장한다.

  1. 1994년 말콤 맥도웰이 주연으로 나오는 차르 암살이라는 영화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2. 동양인이다.
  3. 대 화이트 티거용으로 개조되어 기존 떼삼사팔오보다 장갑과 엔진이 훨씬 강화되었다 한다. 차라리 IS-2를 개조하겠다 장갑 수치는 불명
  4. 아마 티거는 T-34의 엔진을 유폭해서 작동시키지 못하게 했을것이다.
  5. 사실 화이트 티거가 진짜 유령이 아니면 그건 격파나 다름없다. 온 차체에 불이 붙어 도망가는데, 소련의 디젤엔진도아니고 가솔린 엔진에 불이 붙으면? ...... 부리야!!!!
  6. 본 문서에서는 '그 사람'의 정체로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를 지목하는 내용이 오랫동안 게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그 사람'의 정체를 트로츠키로 지목하는 것은 오로지 그 실루엣이 트로츠키 특유의 모습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 하나일 뿐이며, 애초에 '그 사람'의 정체가 트로츠키라고 한다면 극의 전체적인 주제상 논리적이지 못하다. 본 영화의 전체 이야기는 단순히 하나의 인물(히틀러)와 하나의 시대(독소전쟁)의 범위 안에 국한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전쟁이라는 범죄적 행위 자체가 인류사적 차원에 본성처럼 붙박인 저주와도 같다는 결론을 향해서 달려간다. 그런데 이와 같은 거대한 결론을 확정짓는 마지막 장면에 단지 그저 한 사람의 패배한 혁명가일 뿐인 트로츠키가 등장할 수 있겠는가?
  7. 해외 팬덤에서도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한 논란은 이야기되고 있으나, 영문 웹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겠지만 그 어디에서도 트로츠키의 이름은 거론되고 있지 않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그 사람'의 정체를 '마르틴 하이데거'가 아니면 '사탄'으로 보는 추세이다. 하이데거는 히틀러 정권과의 연관성 덕에 언급되는 경향이 있으나, 그 역시도 앞서 언급된 트로츠키와 마찬가지로 그가 등장해야만 하는 주제상의 논리적 필연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약해 큰 지지는 받지 못한다. 반면 사탄의 경우 극 중 내내 '화이트 타이거'가 보여준 초월적인 모습과 극 전체의 상징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편이다. 또한 '그 사람'의 실루엣 역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러시아 문학 작품에서 사탄이 인간의 모습을 가장할 때의 클리셰로서 활용되는 '검은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서구적 지식인의 모습'과 유사하다. (아마 '그 사람'의 정체를 트로츠키로 보는 경향은 이와 같은 러시아 지식인의 정형화된 모습 중 하나를 단지 트로츠키 일개인의 특징으로만 오해한 데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결정적으로 본 영화의 감독인 카렌 샤크나자로프는 모스크바 24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그 사람' 정체는 사탄이었다는 의도를 밝힌 바 있다.(인터뷰 영상 : http://t.co/qbeOa7cm3c, 정리된 기사문 : http://t.co/IEyvxdre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