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강포

Smoothbore, 滑腔砲

위의 총신이 강선총, 아래 총신이 산탄총의 활강 총신이다.

1 개요

포신 내부에 강선이 없고 매끈한 상태를 가지는 대포. 주로 전차의 주포나 소화기로써는 산탄총에 사용된다.

1.1 탄생과 좌절

원래 활강포는 대포라는 물건이 탄생하면서부터 등장한다. 초창기의 대포는 발사시 당장 폭발하지 않는 것부터 해결해야 했으며, 제조공정도 미숙하여 동일한 공정에서 제작되더라도 포탄이 날아가는 탄도와 명중률이 대포마다 제멋대로였다. 물론 강선을 판다는 발상 자체가 나오는 시점도 대포가 개발되자마자 나온것도 아니었으며,[1] 강선을 포신 내부에 파는 작업도 매우 힘들었고 포탄을 장전하는 방식도 전장식이라 한동안 대포는 활강포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건 에도 적용돼서 한동안 전장의 주역이 소총이 아닌 머스킷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은 표준화된 대포의 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강선을 파는 기술도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포탄의 형상도 과거의 통솔리드 구형포탄에서 일반적인 포탄의 모습인 원추형 + 원통형으로 바뀜에 따라 기본적으로 포탄의 탄도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기존의 활강포는 급속도로 퇴출되었다. 물론 이때 개인화기도 소총으로 변경되었다.

이로 인해 활강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될 때까지 무기로서의 가치가 없었으며, 1950년대에 전차의 주포 관통력을 향상시키는 실험에서 재발견될 때까지 과거의 유물로 남아있었다.

1.1.1 강선포의 한계와 재발견

1950년대까지 전차도 일반 대포처럼 강선이 파인 강선포를 전차포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 신형포탄의 위력을 강선이 잡아먹는 문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차포가 활강포가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원래 1950년대의 철갑탄중 가장 관통력이 높은 포탄은 APDS(분리철갑탄)이었으나, 17파운더의 경우처럼 근거리까지 접근해서 쏴도 명중률이 별로 좋지 못했다. 이는 포탄이 포구를 떠난 다음에 새보(sabot, 혹은 사보.)라는 이탈자가 정확하게 관통자로부터 떨어져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있었으나, 관통자의 폭보다 길이가 4배 이상일 경우, 강선에 의한 회전으로는 더 이상 탄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전자의 문제점은 포탄의 품질 향상으로 해결되지만 후자는 그 당시 기술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이건 대전차고폭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당시 가장 관통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탄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바주카같은 보병용 대전차화기로 쏠 때보다 전차포로 사격할 때 관통력이 크게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는 후일 착탄시 강선에 의한 회전력이 메탈제트를 흩어버리기 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 강선포의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문제

적의 전차를 잡기 위해 무거운 포탄을 빠른 속도로 발사한 결과, 강선포 자체의 수명이 크게 줄어들며 수명 이내의 강선포라도 내부 강선이 쉽게 파손되므로 명중률이 크게 저하되게 되었다.

  • 전차의 포탑에 탑재할 수준의 한계까지 구경이 커진 문제

1950년대에 이미 전차에 탑재되는 강선포의 구경은 120mm ~ 122mm까지 상승한 상태였고, 이 상황에서 관통력을 더 증가시키려면 구경을 더 키워야 하는데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제대로 된 장갑을 가진 선회포탑에 탑재할 수 있는 한계점에 봉착한 상태였다.

물론 돈을 쏟아부어 초중전차를 만들거나 구축전차처럼 포탑을 제거하고 고정식 전투실을 설치해서 대구경 주포를 장착할 수는 있으나, 초중전차는 항상 예산의 압박을 받는데다가 일단 느리며, 구축전차는 목표를 조준할 때마다 차체를 회전시켜야 하므로 상황이 급박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차보다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이미 2차대전에서 확인된 상태라서 다시 해당 방법을 도입하기는 꺼려하는 상태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T-62부터 활강포가 대량으로 전차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T-62 자체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는 땜빵용 전차였으나 세계 각국에 활강포의 위력을 널리 선전한 관계로 그 이후의 전차들이 125mm나 120mm등 활강포를 도입하게 된 계기를 마련하였다.

1.2 장점

  • 강선포보다 상대적으로 튼튼하고, 제조하기 쉽다. 당장 강선을 안 파는 것만으로도 제조공정과 생산시간, 생산비용이 줄어들며, 포신 내부에 쓸데없는 상처가 생기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고압력을 장시간 버틸 수 있다.
  • 강선으로 인한 문제점이 없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강선포가 관통력에 주는 문제점이 없으므로 분리철갑탄보다 더 가늘고 긴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대전차고폭탄의 위력도 저하하지 않는다.

1.3 단점

  • 강선으로 인한 혜택을 못받는다. 즉 강선을 이용한 회전력으로 포탄의 탄도를 안정화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포탄을 활강포에서 쏘면 명중률을 절대 기대할 수 없으므로 따로 안정익을 부착한 포탄을 사용해야 한다.
  • 탄종이 제한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포탄에 따로 안정익을 부착해야 하므로 현대의 활강포의 탄종은 APFSDS(날개안정분리철갑탄), HEAT(대전차고폭탄)으로 제한되며, 일부 전차는 HEAT탄을 개량한 HEAT-MP(다목적 대전차고폭탄)을 추가로 운용하는 것으로 그친다.
  • 측풍에 취약하다. 이미 활로 화살을 쏠때부터 인류가 절감한 문제점으로, 안정익을 부착한 물건은 옆바람이 불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하필 강선의 회전력을 이용한 안정을 할 수 없는 활강포라서 더 큰 문제가 되었으며, 초창기의 활강포 탑재 전차인 T-62가 원거리에서도 상대방 전차를 관통할 수 있는 주포를 가지고 억지로 근접전에 돌입해야 하는 큰 원인을 만들었다. 일단 조준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정지상태에서 차체를 안정화하고 원거리에서 제대로 조준해도 거의 빗나가기 때문에 먼저 쏘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21세기에도 건재해서, 2,000m 이상의 거리에 있는 목표물부터는 활강포의 명중률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만들게 된다. 물론 측풍감지기가 전차마다 탑재되기 시작하고 조준장치가 계속 향상되고 있으므로 그 이상의 거리에서도 명중시킬 수 있긴 하지만, 해당 거리를 넘으면 갑자기 명중률이 저하되는 현상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활강포는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전차포만 사용하는 제한적인 무기로 남았으며,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강선포도 수명을 늘리고 포탄에 베어링을 단 외피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날개안정분리철갑탄과 대전차고폭탄을 강선의 부작용없이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되는 바람에 다른 대포가 강선포에서 활강포가 되는 것을 막았다.

2 평가

과거의 활강포가 대포제작기술의 발전단계에 불과했다면, 현대의 활강포는 당시의 전차들이 고민했던 문제점인 관통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리고 21세기의 기준에서도 전차포 등의 경우에는 레일건 등의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사용이 지속되며 관련 기술도 계속 연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활강포라는 형식 자체의 문제점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다가, 강선포도 기술의 발전에 의해 비용을 좀 더 들이면 활강포 못지않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특유의 범용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활강포는 전차포나 기타 관통력을 크게 요구하는 대포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기술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3 기타

만일 진공상태인 우주에서 사용된다면 활강포의 사용이 거의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애초에 강선의 의의는 탄이 공기와 바람을 뚫고 적을 맞추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공기가 없는 우주에선 장점이 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활강포의 가장 큰 단점인 탄종의 제한도 공기가 없는 순간 이미 안정익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슨 탄이든 전부 가져다 쓸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강선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탄속으로 적중률도 올라가고 마찬가지 이유로 관통력도 증가, 포신의 내구도와 가격은 활강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니 강선포를 쓸 이유가 아예 없는 수준. 하지만 최초로 우주에서 사용된 포는 23mm 강선포 였다. 우주정거장 항목 참조

전차포 외에 활강식이 살아남은 예로는 박격포가 있다. 박격포에서 요구되는 저렴한 생산/유지 비용과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근거리 화력 지원과 고각 사격, 살상 반경(강선식 박격포의 파편 비산형태는 강선식의 특성상 야포에 가깝다. 즉 스플래쉬 범위가 좁다.) 신속성에 있어서 강선식보다는 활강식이 유리하고, 사거리와 탄도 면에서도 더 낫기 때문. 강선식 박격포는 포신과 포탄이 잘 맞물려야 하다 보니 탄이 활강식 보다 좀 커서 위력이 더 낫고, 분산도 면에서도 활강식보다 덜 분산되며 측풍의 영향을 덜 받지만 강선을 파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제작 단가가 비싸고 최소 사거리가 활강식보다 더 길다는 점(다만 문제중년댓글에 따르면 120mm 박격포급은 최소 사거리 문제가 강선식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한다), 강선으로 인한 발열로 연사속도가 떨어지고 포 수명이 짧다는 점 때문에 활강식 박격포와 공존하는 상황이다. 다만 활강식 박격포의 단점을 보완할 정밀유도포탄들이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의 방향은 더 지켜봐야 할 상황.
  1. 강선의 필요성에 대한 이론이 정립된 연도가 1747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