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

腔線, rifling.

파일:Attachment/riflingabcd.jpg
4.2인치 박격포[1]

1 설명

총열 안쪽(총강)의 나선형 홈. 탄환은 나선형 홈을 따라 회전하여 회전 관성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안정된 탄도를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탄환이 무겁고 길수록 더 많은 회전을 주어야 탄도가 안정된다. 그리고 구경이 클수록 강선의 수도 증가한다.

이것은 소총뿐 아니라 기관총, 기관포, 대포 등 모든 종류의 화기에 적용된다. 따라서 현대전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화기는 강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총열뿐 아니라 포신도 강선이 있다.

단 최근의 전차포는 날탄의 사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강선이 없는 활강포가 대세가 되었다. 또한 산탄총도 강선이 없다. 강선을 파는 복잡한 공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산탄총이 그렇게 싸게 팔리는 것이다.

보통 현대의 소총에는 4~6조 강선을 쓰며, 6조 강선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구경이 커지면 강선도 늘어나는데, M2 중기관총이 8조, 50~75mm 정도의 포들은 24조, 90mm 전차포가 32조, 105mm급 이상의 포들은 36조 우선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강선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구체가 아닌 물체는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 자세가 바뀌면 공기 저항이 불균일해져서 제멋대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체인 물체도 비행거리가 조금만 더 증가하면 당연하게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버린다. 따라서 명중률을 보장받으려면 일정 방향으로 자세를 유지시켜야 한다. 원래 활에서 화살에 화살깃을 붙여온 것도 화살의 비행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깃을 붙이면 탄 모양을 만들기 좀더 어렵고 옆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차포에 사용되는 활강포용 포탄 정도에나 깃 모양이 사용되고, 총알에는 세로(진행방향)를 축으로 하는 회전을 주어 자세를 유지시킨다.

물론 어떤 분야나 적절함이 중요한만큼, 총알 역시 필요한 최소한의 회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 이상의 회전을 주게 되면 탄도가 지나치게 안정돼서 유효사거리가 줄어들고 착탄시 수직이 아닌 좀 더 얕은 각도로 입사하게 되며 편류현상을 더 크게 받아 총알의 궤적이 좌 또는 우측(강선방향에 따라 다름)으로 더 많이 휜다. 너무 회전이 불충분하면 탄도가 불안정해져 탄착군이 벌어진다. 심하면 비행 중 탄이 뒤집어져 탄미로 착탄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의 소총은 거의 라이플로 총칭되는데, 라이플은 원래 강선이란 뜻이다. 한 마디로 말해 강선이 없는 총이 없기 때문이다.

2 강선의 발명

강선은 유럽의 탁월한 과학적 발견이 군사력의 강화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한데, 그 중심에는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포병 장교로 활동했던 뛰어난 학자 벤자민 로빈스가 있었다. 1742년에 벤자민 로빈스가 쓴 책인 <새로운 포의 원리>(New principles of gunnery)>에서 그는 뉴턴 물리학과 미분, 보일의 법칙 등을 이용하여 발사체와 공기저항의 관계에 대해 정밀하게 탐구했고, 갈릴레이가 제시했던 포물선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기존의 무강선 소총이었던 머스킷의 총알 궤적이 왜 불안정한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게 된다.

총기 역사의 초기에 위치한 머스킷은 강선이 없었기에, 거리가 50m만 넘어가도 마치 닌텐도 야구게임 변화구처럼 탄도가 가락 마냥 휘어버린다. 서바이벌 게임이나 동원예비군 시가전 교장에서 페인트볼 총을 쏴 본 사람은 특히 와닿을 것이다. 강선이 발명된 이후 머스킷도 강선을 파긴 했지만 이 강선이 효과를 보려면 총 구경보다 큰 탄이나 형겊/가죽으로 싼 탄을 망치로 때려박아야 했다. 뭐 이 무식한 짓도 미니에 탄이라는 강선에 특화된 경이로운 탄이 등장하자 끝났지만...

이후 1747년에 이르러 로빈스는 왕립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선조를 새긴 총신의 특성과 이득>(Of the nature and advantage of a rifled barrel piece)에서 포와 총에 강선을 파야 하며, 총알을 달걀형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독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3년 후에 유명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에게 새로운 포의 원리 번역을 맡기는 등 유럽 전체로 강선기술은 파급된다. 이로써 유럽은 그 어떤 지역보다 더 위협적인 포와 총을 가지게 되었다. 한 예로는 프랑스의 라 히테 시스템(La Hitte system)이 있다. 다만 라이플 항목에는 16세기에 라이플이 고안되었다고 나와있기에 공식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위)라 히테 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진 포탄(아래)라 히테 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진 대포. 사진 출처는 위키백과 해당 항목. 포신 내부가 육각형으로 파여 있고, 이 홈에 포탄에 달린 금속 돌기가 맞물리게 하여 강선 효과를 낸다. 구조가 단순하지만 일반 활강포보다 제조 및 관리가 어렵고, 무엇보다 투박하고 묵직한 쇠붙이들이 맞물려서 엄청난 힘으로 비벼지다 보니 포신의 마모가 심해 포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본격적인 강선 도입 이전에도 강선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해 명중률을 높여 보려는 시도는 있었다. 대표적인 게 1470년 이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경주 출토 경주 이총통(참조링크)인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신의 단면이 삼각형이다.[2] 이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화살을 쟁여 쏘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3] 3개의 화살깃이 포신에 정확히 맞물려 강선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기 위한 구조였다. 다만 이렇게 하면 전용 삼각형 격목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다른 탄종과 호환이 힘들어 장기적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그 외에는 화살이 아닌 철환을 주로 쏘는 차승자총통(참조링크)이나 소승자총통/승자총통 중 일부에서 현대의 페인트볼용 에어건처럼 총신을 일부러 약간 굽게 해 철환 발사시 회전이 걸려 탄도 안정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몇 점 있으나, 이 경우 전장식인 총통의 구조 때문에 재장전이 힘들어 많이 쓰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유물들 중에는 후대에 충격으로 총신이 굽은 거 아니냐는 설도 있다. 당장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중인 청계천 출토 만력19년명별총통도 총신 일부가 파손된 채로 발견되어 나중에 외부 충격으로 파손된 거 아니냐는 설이 있다.덧글참조

3 제작의 어려움

하지만 강선은 제조하기도 힘들다. 길고 가느다란 구멍에 균일한 크기로 얇고 가는 홈을 정밀하게 파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숙련자가 강선파는 도구를 가지고 일일히 수작업으로 정밀하게 파내는 수고를 해야 할 지경이었으며,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대규모 공장에서 거대한 기계를 가지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드릴링하거나, 강제로 밀어서 짜낸다던지, 강선 모양의 형틀을 내부에 삽입한 후 외부를 때려서 찍어내거나 화학, 전기적 작용을 이용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라.

그래서 전쟁시에 소총을 대량생산할 때 가장 시간이 걸리는 것이 총신이었으며, 레지스탕스등의 게릴라 조직에서 홈메이드 소총을 만들 때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총열탄창이었을 정도로 강선 파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4 오해

묘하게 잘못된 상식이 많이 퍼져있다.

우선 강선은 총알 궤도의 정확성을 위한 것이지 총알의 위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총열에 있는 강선은 총탄을 회전시켜서 몸 속 조직을 믹서로 가는 것처럼 파괴하려는 장치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총강 내부에 강선을 새겨서 총탄을 회전시키는 것은, 원추형의 총탄이 공기 속을 나아가는 도중 중력에 의해 뒷부분이 내려앉으며 난류가 발생해서 탄도가 뒤틀려 빗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앞뒤로 길쭉한 유선형의 형상(Boat Tail)을 갖는 소총탄의 탄자의 경우, 강선에 의한 회전력이 없으면 탄자의 앞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회전하는 현상, 즉 탄자가 뒤로 덤블링을 하는 현상이나 까딱까딱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편주현상이 일어나게 되며, 그것을 막기 위해 강선에 의한 회전을 걸어주는 것이다. 비슷한 원리로 안정된 탄도를 만드는 것에는 미식축구공이 있다.

그리고, 애초에 강선에 의한 회전력은 물체에 맞는 순간 거의 사라져버린다. 탄자가 물체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마찰력에 의해서 회전운동에는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이다. 드릴은 물체에 닿아도 모터가 강제로 회전시키지만 강선에 의한 회전은 그런 운동에너지가 없다. 애초 탄자에 가해진 최대의 에너지는 직진하는 힘이며, 탄자의 무게는 수 그램 정도로 회전하는 에너지나 속도는 별볼일 없다. K-2 소총의 경우 7.3인치에 1회전 정도의 비율이므로, 900m/s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총알이 50cm도 안되는 인체를 관통하면 과연 그속에서 몇 번이나 회전하겠는가? 드릴 효과를 노리기에는 너무나 회전률이 적다. 또한 강선으로 많이 돌려줄수록 마찰이 증가해 탄속이 떨어지고, 과도한 회전으로 난류가 발생하여 명중율이 떨어지므로 이 회전률은 항상 최소한으로 억제되어 설계된다. 그리고 드릴 효과가 나도 문제인데 드릴은 깔끔하게 구멍을 파는 물건이지 내부를 믹서처럼 파괴하는 물건이 아니다. 드릴로 벽에 구멍을 뚫으면 그 뒤쪽이 구멍이 커지던가? 신교대에서 흔히 듣는 잘못된 지식중 하나가 K2는 회전력이 강해서 총에 맞은 구멍은 작고, 관통된 뒷면은 크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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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일부 군용탄에 대한 젤라틴 실험에 대한 묘사를 보면[4] 잘 설명되어 있지만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것은 강선 효과가 아니라, 그 효과가 사라지고 총알이 더 이상 돌지 않게 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팽이가 도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불안하게 흔들리다가 넘어지는 것처럼, 총알 역시 몸에 맞고 회전력을 상실하면서 덤블링을 하거나 파열되고 내부를 크게 헤집어놓는 것이다. 의무병과를 나온 예비역이라면 다양한 총격에 의해 발생한 실제 총상의 사진이 실린 책자를 봤을 테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새끼손가락 끄트머리만한 소총탄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잘 알 것이다. 이런 것 없이 지근거리에서 맞아 강선효과가 남아 있을 경우 깨끗하게 직선으로 관통할 가능성이 높고, 이게 주요 장기를 피해간다면 치명상을 못 입히는 경우도 많다.근데 영 좋지 않은 곳을 맞은 경우는 제외

이를 위해 탄자 안에 일부러 공동을 만들어 탄이 파열되기 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반드시 파열되어야만 더 큰 데미지를 주는 것은 아니며, 관통되는 것이 꼭 데미지가 덜한 것도 아니니 어느쪽이 더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일반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명해둔 자료를 보도록 하자. 진즉 이걸 보여줬어야지!!
  1. 사진의 것은 소총보다 많은 24조 우선의 강선으로, 포신 두께가 비교적 얇은 것을 보면 야포나 전차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사시 압력이 낮은 박격포일 가능성이 크다. 국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박격포중에서 강선식 박격포는 4.2인치 박격포이다 4.2인치 박격포의 포신은 24조 우선의 강선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진의 것은 4.2인치 박격포의 포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군필자에게는 애환이 서린 이미지(...) 총기 수입#s-2한 거 함 보자?
  2. 포신 외부와 내부 모두가 다각형인 사례는 흔치않다.
  3. 포에 화살을 쟁여 쏘는 것은 한국 고유의 것은 아니었다. 당장 서양 최초의 화포인 러셀트 소총통에도 화살을 쟁여 쏘는 그림이 남아있다.
  4. 젤라틴은 생체와 비슷한 물성을 가지고 있어 총탄이 인체에 맞았을 때의 일을 실험하기 위해 젤라틴 덩어리를 사용한다. 소총탄을 인체와 유사한 조직에 대고 쏜 결과는 Military rifle bullet wound patterns, (원본), 이건 종합판이다. Self Defense Ammo FAQ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