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이 아니다[1]

Theory Of Mind
마음의 이론

1 개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고, 감정, 행동과 그 이유를 추론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일컬어지는 가설적인 정신적 기관. 여기서 짐작했겠지만 감정이입이 바로 TOM이 관할하는 영역이다. 선천적인 베이스와 후천적인 경험 모두에 의해서 발달한다고 일컬어진다.

만성적이고 심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앓고있거나,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던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수면부족 상황, 약물중독 상황 등등에서 이 '기관'이 작동에 장애를 겪는 일이 보고되어 있다. 선천적인 이유로 이 '기관'의 형성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병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ASD 라고 일컬어진다. 흔히 오개념으로 자폐증뿐만 아니라 사이코패스 또한 이 기관에 결손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이코패스가 TOM 테스트를 맞추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는 없으며, 뇌의 기능적 국재화(functional localization) 연구 결과 반사회적 성격에서 기능이 결손되어 있는 두뇌 부위와 자폐증의 TOM 기능에서 결손되어 있는 부분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사이코패스의 도덕성 결함이 TOM 결함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의 권위자 사이먼 바론 코헨(Simon Baron-Cohen)[2]의 저서 《마음맹》에서는 사람의 시선 방향을 추적하는 가설적인 정신적 기관이 TOM을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폐증 환자들은 사람들과 눈을 못 맞춘다는 말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인 것. 흥미로운 것은 시각장애인들도 시각에 관련된 비유는 비자폐인과 다름없이 쓰는데, 자폐인들은 시각이 멀쩡한 경우에도 시각에 관련된 비유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

TOM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들로는 이론 이론(Theory Theroy), 모듈 이론(Modular Theories), 시뮬레이션 이론(Simulation Theory)의 3가지가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배런코언의 경우 모듈 이론가에 속한다. 현재로서는 어떠한 이론이 정답인지 알 수 없으며, 향후 TOM에 관한 다른 이론적 모델링이 출현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TOM은 사회-문화적인 기제가 아닌 선천적인, 인간의 본유적인 신경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에, 근본적인 신경 기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이상 TOM이 발생시키는 행동이나 인지에 관한 이론적 모델링이 제 아무리 정밀하다고 아름답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TOM적 기능의 이러한 신경 기제에 대해 리베카 색스(Rebecca Saxe)를 필두로 한 여러 인지신경과학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여 기본적인 데이터는 축적되어 있기에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셈이다.

ToM에 대한 비판으로는, 이 이론은 단지 자폐증의 잘 알려진 증상을 그대로 가설화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 말해서, 자폐증의 주된 증상을 통해 추론(자폐아는 타인의 마음의 존재를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한 것에서 나온 하나의 가설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자폐현상 전체를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폐는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자폐증을 완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달 과정 전체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주된 논리다.

일각에서는 ToM이라는 용어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잠재성에 주목하면서, 선천적인 자폐증 만이 아니고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손상과 회복의 지표로 삼거나, 일반인들에게도 적용하기도 한다. 메타 인지라는 용어가 특히 교육학에서는 '자기가 어떤 지식을 알고있는지를 아는 능력' 이라는 뜻으로 협소하게 쓰이는데, 꼭 이런 것과 같다는건 아니지만, ToM이 자폐증을 설명하기위한 도그마로 도입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잠재력에 비해서 협소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건 협소하게 쓰이느니 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원래의 특수한 관념을 보존하려는 의지라고 보는게 맞다.

특수교육학 용어사전에서는 ToM을 이렇게 묘사한다. "신념, 의도, 바람, 이해 등과 같은 정신적 상태가 자신 또는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마음 이론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 상태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우수한 반면, 마음 이론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각에서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호혜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 자폐성 장애 아동이 타인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과제를 매우 어려워하는 것은 마음 이론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것은 단순히 샐리-앤 실험으로 측정하려는 목표를 활용하여 방증하려는 "상대방이 상대방 고유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걸 고려하는 능력" 만으로 한정될 수 없다는걸 알 수 있다.

이것을 기계 대상으로 적용한 것이 바로 튜링 테스트. 실제로 튜링 테스트 역시 '인간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기에 본질은 같다. 그 예로, 영화 '더 머쉰'에서 ToM(그 중에서도 샐리와 앤 검사)으로 튜링 테스트를 시도하는 장면이 있다.

2 검사 방법

영문 위키백과나 자폐증 관련 교양서적 등에 소개되어 있는 검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4-5세 가량 나이의 ASD 아동은 이 방법으로 판별이 가능하며, 성인 ASD 환자를 판별할 때도 이 비슷한 검사를 사용한다. (다만 성인 ASD 환자에게는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서, 이런 테스트를 여러 개를 수행한 뒤 피험자가 일반인 평균만큼 맞추는지 그것보다 현저히 덜 맞추는지의 척도로 테스트한다)

ASD 환자가 이 검사 방법을 외워서 쓰는 것을 막기 위해,[3] 각 검사의 정답에는 스포일러주의 틀을 붙인다. 참고로 말하면, 다른 척도의 지능검사에서는 정상 수준을 찍는 ASD 환자들도 이 TOM 검사에서는 걸려넘어진다는 것에 이 TOM 이론의 묘미(?)가 있다. 주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이 그런데, 이 쪽은 애초에 아스퍼거 증후군의 정의기도 하니까.[4]

2.1 샐리와 앤 검사

샐리와 앤이 각각 바구니와 공깃돌을 갖고 있다. 샐리가 자기 공깃돌을 바구니에 넣어 놓은 채 집에 두고 산책을 나갔는데, 그 사이에 앤이 샐리의 바구니에 들어 있던 공깃돌을 서랍 안으로 옮긴다. 이 때,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샐리는 어디서부터 공깃돌을 찾기 시작할까?

라는 문제를 인형극 등등으로 피험자에게 보여주면서 대답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2.1.1 확인

NT(Neurotypical)뉴타입의 NT가 아니다[5]하지만 뇌신경이 멀쩡하고 ASD에 비해 멀쩡한건 보면 뉴타입 맞다한 사람들은 샐리가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면 자기 바구니부터 찾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TOM이 결여된 사람들은, 놀랍게도, 샐리가 서랍부터 찾을 것이라고 대답한다.[6]이들은 이야기를 듣는 자신의 생각과 제3자인 샐리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7]

2.2 스마티(Smarties) 검사

  • '스마티'는 영국 쪽에서 팔리는 사탕의 상품명.[8]

위의 샐리와 앤 검사의 간략화.

연필이 든 스마티 상자를 열지 않은 채로 보여주고, 아이에게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는 당연히 스마티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아이에게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보여준 다음에, 사정을 모르는 다른 아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면 그 아이가 뭐라고 대답하겠는지 물어본다.

2.2.1 확인

물론 NT한 아이들은 사정을 모르는 다른 아이들이라면 그 안에 스마티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을 안다. 하지만 TOM이 결여된 아이들은 사정을 모르는 다른 아이들도 그 안에 연필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대답한다. 원리는 위와 같다.

2.3 즉석 사진 검사

아이들 앞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현상되는 동안 사진을 찍은 대상을 바꾼다. 예를 들면, 책상 위에 컵을 올려놓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뒤 사진이 현상되는 동안 컵을 치우는 식이다.
사진이 현상된 뒤,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아이에게 사진 속 물체의 모습을 묘사하게 시킨다.

2.3.1 확인

NT한 아이들은 사진을 찍은 다음에 피사체의 모습을 바꿨다면 사진 속 피사체의 모습은 검사자가 바꾸기 전의 모습임을 안다. 하지만 TOM이 결여된 아이들은 사진 속 피사체의 모습이 자신이 지금 보는 피사체의 모습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대답한다.

이 검사는 조금만 어레인지하면, 일상 생활에서 어떤 사람이 보인 행동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요즘 사람들은 전부 다 폴라로이드 비슷한 것들은 항상 가지고 다니니까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혹시 '그런 경우' 아닌지 의심이 간다면 즉석에서 이 검사를 수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이라면 설마 이 검사를 틀리지는 않겠지만, NT들은 이런 검사의 정답은 헷갈릴 수조차 없다.

2.4 비언어적 검사

위의 세 검사는 언어를 통해서, 그리고 아이에게 어떤 상황을 상상을 시켜야 하므로, 언어능력이 모자란 아이 혹은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를 ASD 환아와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에 따라 언어를 통하지 않는 검사 기법도 개발되었다.

이런 기법 중 어떤 기법은, 실제 사람이 하는 행동과 사람처럼 생긴 무생물이 하는 행동 중 어떤 것을 아이가 더 좋아하는지를 측정한다. 정확히는, 실제 사람이 하는 행동과 사람처럼 생긴 무생물이 하는 행동 중, 어떤 것을 더 오래 쳐다보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일반인들이라면, 예를 들어, 실제 사람이 걷는 것에 비해 (현대 기술력의) 로봇이 걷는 것이 더 어색해 보인다는 것을 바로 알겠지만, TOM이 결여된 사람들이라면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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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법 중 아주 간단한 예시로, 위의 사진(...)과 같은 것을 설명을 가리고 준 뒤 어떤 표정인지 구별하게 하는 것이 있다.[9] 뭐 NT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이런 테스트는 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헷갈리므로 (뇌신경학적으로 엄연히 증명된 사실이다) 보자마자 떠오른 답을 말하게 하는 것이 원칙.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초반에 검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1. 보통은 인명과의 구별을 위해 ToM처럼 소문자로 쓰는 경우가 많다. 영어 위키 참고
  2. 사샤 바론 코헨이 떠오른다면 기분 탓...이 아니고, 둘 다 친척이자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이다. 이쪽 집안이 연극/영화/음악 등 연예계 쪽으로 많이 진출했는데 이 양반은 주류(?)와 상당히 이질적인 길을 걷는 편.
  3. 개드립이 아니다. 실제로 ASD 환자가 사회생활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경우에는, 사회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전부 다 외워서 대응하는 식으로 사회생활을 한다.그렇지만 아무리 여러가지 상황을 다 외워도 현실은 그예외의 상황이 나오는법 안습..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는게 아니다 실제로 정상지능의 자폐증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이것.
  4. 언어능력, 그리고 사회성을 제외한 지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사회성의 결여와 상동증적인 제한적 관심사 측면에서는 카너 증후군에 필적하는 이상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본문 참조.
  5. '신경 전형인', 즉 '뇌신경 차원에서 정상인'이란 뜻으로, ASD 환자에 대비되는 의미로 일반인을 부를 때 쓰는 단어.
  6. 나이를 조금 먹어 자신의 사고방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하면서 생활할 순 있다. 하지만 할수있는건 고작 '..잘 모르겠어..'라고 말하는게 다다.
  7. 단 어떤 고등학생은 한 5분 정도 진지하게 고민끝에 답을 구해낸 사례도 존재한다. (다만 이렇게 말하면 NT들은 "이 문제 어디에 고민할 게 있나?" 라고 느낀다.)
  8. 영국 버전 M&Ms라고 생각하면 된다.
  9. 실제로는 기쁜 표정과 놀라운 표정, 슬픈 표정, 화난 표정 등등 다양한 표정을 제시한 뒤 구분하라고 시킨다. 다만 위 사진이 이런 테스트의 아주 대표적인 예시가 되는 것은 사실이고, 또 '웃으면서 배운다' 라는 개념으로 본 항목에서는 일부러 이런 예시를 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