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국 고전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말 그대로 가짜 손오공이다. 서유기 후반부에 손오공이 도적을 살해한 탓에 두 번째로 쫓겨났을 때 등장했다.
2 상세
2.1 발단
서천행 도중 한 도적떼들이 삼장법사 일행에게 덤벼들었다가 두목 둘이 손오공에게 끔살당하고 부하들은 도망간다. 살생을 금기시하는 삼장법사는 이때문에 손오공을 비난하며 죽은 사람을 위해 염불을 하는데 그 내용이 하필이면 "손오공이 당신들을 죽였고 나랑 저팔계, 사오정은 상관 없으니 어디 가서 고발해도 우리는 찾지 말라"고 발뺌하는 뉘앙스였는지라 손오공도 "스승님을 구하려고 한 일인데 오히려 발뺌을 하네요"라며 서로 감정이 상한다. 그런데 이렇게 가다가 머문 인정많은 집이 하필이면 도망친 도적 부하들 중 하나의 부모의 집이었다. 집에서도 버린 자식 취급하긴 해도 하나뿐인 아들이라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거라고. 결국 이 집을 떠난 직후 이들이 다시 삼장법사 일행을 노리자 제대로 열받은 손오공이 아예 대놓고 살육을 벌인다.[1] 이렇게 여럿을 쳐죽인 뒤, 살아남은 도적 패거리에게 그 재워준 집의 아들이 누군지 물은 뒤, 그의 시체에서 머리를 잘라내여 그걸 삼장법사 앞에 들고가 자랑한다. 이에 분노한 삼장법사는 긴고주로 손오공을 징계한 뒤 다시 한 번 쫓아낸다.[2]
2.2 가짜 손오공의 등장
손오공을 쫓아낸 삼장법사는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길을 떠나고, 손오공은 갈 데가 없어서 관세음보살을 찾아간다.[3] 관세음보살은 손오공을 거두곤 삼장법사가 곧 마음이 풀리면 손오공을 찾을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 한다.
한편 삼장법사는 배가 고파서 저팔계보고 음식을 구해오라 했으나, 손오공과는 달리 잔머리는 잘 돌아가도[4] 머리가 둔한 저팔계는 제대로 음식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다시 삼장법사가 물이라도 구해 달라고 했더니 다시 나가서 초가를 발견하고 거기서 음식을 구하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삼장법사는 하도 저팔계가 안 와서 이번엔 사오정을 보낸다.[5] 그 때 손오공이 갑자기 나타나서 삼장법사에게 물을 바친다. 그러나 삼장법사는 손오공을 쫓아냈기에 자존심 문제도 있고해서 못 본 척 한다. 그러자 손오공은 대뜸 욕설을 내뱉더니 삼장법사를 때려눕히곤 짐을 챙기고 날아가 버린다.
한편, 사오정이 그늘에서 낮잠을 자는 저팔계를 깨워서 돌아와보니 스승이 쓰러져있기에 간신히 깨워서 사정을 듣는다. 열받은 저팔계가 당장 쫓아가자고 하자 사오정이 나서서 큰 형님이 그럴 리 없다면서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화과산으로 향한다. 사오정이 화과산으로 찾아가보니 손오공은 본디 삼장법사의 물건이던 관문 통행증을 읽고 있었다.
사오정이 뭐하는 거냐고 묻자 손오공은 자기가 삼장법사들을 대신해서 서방에 가서 경전을 받아 올 거라며 삼장 일행의 대역을 만들어둔 걸 보여준다. 열받은 사오정이 자기 모습을 한 가짜를 때려눕히니 원숭이 요괴가 변신을 한 것을 알게 된다. 원숭이 요괴들이 덤벼들자 사오정은 자기 힘으로는 손오공을 당해낼 수 없는 걸 알고 관세음보살을 찾아갔는데 웬걸? 손오공이 여기 와있어서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고 향요장으로 때려눕히려다 관세음보살이 싸움을 말리곤 손오공은 오래전부터 여기 와있었다고 변호해준다.
2.3 대면
그래도 의심을 완전히 풀지 않은[6] 사오정의 말을 들은 진짜 손오공은 자신의 행세를 하는 가짜가 있단 걸 알고 열받아 화과산에 가서 싸움을 한다. 그리고 이때서야 사오정도 관세음보살의 말이 사실이고 가짜 손오공의 존재를 알게된다.[7] 그러나 가짜 손오공도 실력이 대단해서 진짜 손오공과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서로가 진짜라 주장해서 결국 진짜를 가리기 위해 관세음보살 앞에 서지만 긴고주를 외워도 서로가 진짜로 아파하니(혹은 아파하는 것처럼 보이니) 관세음보살도 구분하지 못한다. 하늘나라에 가서 진실을 비춘다는 조요경으로 비춰봐도 전부 다 진짜로 나오고 저승을 가도 구분해내지 못한다. 저승에서 지장보살이 거느린 재청이라는 영수가 구분해내긴 하나 손오공과 동등한 힘을 가진 가짜가 깽판 놓으면 답이 없으니까(...) 모르는척 하면서 서천의 석가여래를 찾아가라고 한다.
2.4 판결
석가여래는 한눈에 가짜를 파악하곤 가짜 손오공이 어떤 놈인지 밝힌다. 가짜 손오공은 사후[8] 중 하나인 육이미후로 남의 흉내를 대단히 잘 내고 재주가 몹시 뛰어난 귀가 여섯개 달린 원숭이 요괴였다. 귀도 밝기 때문에 삼장법사가 몰래 주문을 외워도 들어내곤 아픈 척 했던 것. 정체가 들통난 육이미후는 벌로 변신해서 도망을 치나, 석가여래가 발우를 던져 산채로 사로잡는다. 그렇지만 열 받을대로 열 받은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한번에 때려죽이자 석가여래는 '왜 굳이 죽여버렸느냐?'하고 안타까워 한다. 덕분에 육이미후는 이 녀석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튼 그 뒤 손오공은 아직 스승님이 자기를 용서해 줄지 걱정된다면서 석가여래에게 그냥 자기 머리의 긴고아를 벗겨달라고 부탁하지만 석가여래는 다시 돌아가라고 잘 타이른다. 그리고 사오정의 입을 통해서 삼장법사와 저팔계도 사실을 알게 되고 관세음보살의 중재로 손오공은 다시 삼장법사의 제자로 돌아간다. 그리고 사이를 회복한 일행은 계속 서역행을 떠난다.
가짜 손오공이 나오는 에피소드의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평소에 일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사오정과 저팔계가 맡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 보통 요괴가 나타나면 손오공과 함께 나서서 싸우는 것은 저팔계이고 짐이나 삼장법사를 지키는 것은 사오정인데 이번에는 사오정이 직접 손오공을 찾으러 나갔고 삼장법사를 지키는 것은 저팔계였었다. 나중에 빼앗겼던 짐을 화과산에 가서 다시 찾아오는 것도 저팔계다. 그런데 워낙 사오정의 존재감이 낮아서인지 이전 항목에서는 사오정이 했었던 일을 모두 저팔계가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지못미 사오정.(...)
서유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에피소드의 손오공(진짜)과 손오공(가짜)의 갈등은 내가 이런 짐(=삼장, 팔계, 오정)들 하드캐리 하면서 불경 얻어봐야 내공으로 다른 사람들이 안보겠지, 그냥 내가 가서 불경 얻어와서 명성을 독차지 해야겠다...는 오공의 내적갈등으로 해석할수 있다고 한다. 삼장이 불경을 얻을려는 이유는 명성이 아닌 중생의 구제에 있고, 그래서 가치가 있는것인데, 아직 내적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세속적인 명예를 원하는 오공의 속내가 이런식으로 표출된것이라고.
3 창작물에서
이게 모티브가 되어서인지 서유기를 베이스로 한 작품에는 가짜 손오공에 해당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고전게임 서유강마록에서는 보스로 색깔만 다른 손오공이 등장한다거나 드래곤볼에서는 기뉴가 손오공의 모습을 빼앗는다거나 손오공과 똑같이 생긴 악당인 타레스나 오공 블랙이 나오는 등.
채지충의 서유기에서는 손오공들이 싸움 끝에 작가 채지충에게 판결을 요청한다. 그런데 대충 한명을 진짜로 뽑자 다른 쪽이 화를 내는데, 그러자 작가가 "쟤는 화를 많이 내니 니가 그냥 손오공 해라"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말년 서유기에서는 둔갑요괴가 손오공의 모습으로 변신하는데 삼장법사 왈, 진짜 손오공은 돌원숭이니 야구방망이에 맞아도 끄떡없을거라고 하면서 후려친다.- ↑ 두목 둘을 죽일 때에는 그냥 여의봉을 주겠다며 세웠다가 그게 넘어지면서 둘이 깔려서 죽은, 반쯤 장난스러운 행동이였다.
- ↑ 참고로 첫 번째로 쫓아낸 건 백골정 항목 참조.
- ↑ 화과산으로 돌아가면 되겠지만, 한번 돌아갔다가 다시 떠난 후 뭔가 이룬 것도 없이 돌아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주저했다.
- ↑ 특히 삼장법사 부추겨 손오공 혼낼 때 더 잘 돌아간다.
- ↑ 잘 알겠지만, 이렇게 삼장법사 혼자 남으면 늘 일이 터진다. 요괴한테 잡히거나, 요괴가 잡아가거나, 요괴가 등장해서 위협하거나, 요괴가...
- ↑ 알다시피 손오공은 분신술에도 매우 신통하다. 안그래도 가짜 손오공 때문에 열받아있던 사오정으로서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손오공이 자길 농락하려고 만들어진 분신 아닌가 의심할 법 하다.
- ↑ 이래저래 보기 드물게 사오정이 활약하는 에피소드. 날아갈 때도 손오공이 근두운 덕에 자기보다 약간 빠르자 "먼저 가서 사기치려 하지 마라."고 하며 같은 속도로 날아가게 하는 등 제법 섬세한 모습을 보인다.
- ↑ 네가지 원숭이. 나머지 셋은 각각 영명석후(손오공이 이에 해당된다는 설이 있으나 작중 언급은 없다.), 적고마후, 통벽원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