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영화 제목

대한민국에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로 번역영화의 원제. 대표적인 오역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예 반대의 뜻으로 번역해버렸으니...

2 정치비평집

서적 정보
지은이진중권
출판사개마고원
ISBN895-76-90840(1권)
898-55-48387(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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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네 사람은 위에서부터 조갑제, 박홍, 이인화, 이문열. 그리고 전체적인 표지를 장식한 사람은 박정희.

진중권이 1998년도에 발간한 정치비평집. 미학 입문서인 미학 오디세이와 더불어 진중권의 저작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부제는 극우 파시스트 연구.

제목은 당시 조선일보에 이른바 우파 언론인 조갑제가 연재 중이던 박정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걸 위 항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상당히 웃기다. 당시 독일에서 유학해 박사 과정 도중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아, 할 수 없이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던 진중권을 일약 스타로 만든 비평집. 참고로 책의 탄생 비화가 특이하다. 본래 진중권은 당시만 해도 그저그런 젊은 미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독일 유학전에 미학 오딧세이라는 미학 입문서를 써 청소년 권장도서에도 선정되고 국내에 드문 러시아 미학서를 번역하는 등 제법 팔리는 저자였고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그뿐이었다.

그런 진중권에게 문학계간지 "상상"으로부터 원고 의뢰가 들어왔고 진중권은 의뢰에 맞게 '근대 유럽의 낭만주의와 악마 숭배'를 주제로 글을 썼다. 글 자체는 유럽 미술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난히 읽히는 수준이었으나 나중에 책을 받아본 진중권은 경악하고 말았는데 본인의 글이 박정희와 파시즘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배치되고 만 것. 순간 화가 난 진중권은 "상상"측에 이전 원고를 반박(보강)하는 원고를 다시 쓰겠다고 했고 "상상"측은 승낙했으나 어찌된 셈인지 원고를 보내도 실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책을 직접 읽어보면 안다! 씹힌 진중권은 결국 다른 문학계간지 "문학동네"에 반박 원고를 게재했고 당시에 진중권의 글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현란하고 위트있는 문체, 적절한 정치의식 뿐만 아니라 당시 평론계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실명비판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한 것. 실명이 등장하는 것은 소위 '주례사 비평'이라는, 좋은 소리만 잔뜩 나오는 비평이었을 뿐이고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글을 쓸 때는 모 소설가, 평론가 A식으로 두루뭉실하게 좋은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던 당시 한국 평론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 이후로도 이인화나 이문열, 조갑제는 진중권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서 비난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신나게 까인 이문열은 모 글에서 자기 분야에서 자기 작품 하나 없고[1] 검도 초급에 불과한 사람이 자기같은 검도 9단에게 덤빈다...이런 식으로 욕한다. 사실 이런 식이 평론계에서는 일반적이었다. 물론 한국 평론계에서 실명비판을 정착시킨 것은 인물과 사상을 발간했던 강준만의 공이 훨씬 더 크다. 이후 가감없는 실명비판의 선구자격인 강준만, 진중권은 서울시장후보에 누가 더 적절한지를 놓고 대격돌하게 되는데 강준만, 진중권의 성을 따서 '강진논쟁' 또는 당시 민주당 후보 김민석과 민주노동당 후보 이문옥의 이름을 따서 '옥석논쟁'이라 한다. 실명비판의 거두끼리 맞부딪힌 이 논쟁의 결과는 익히 아는대로 처참했지만....이들이 이렇게 싸워놓고도 결국 그 해 서울시장은 이명박이 되고 말았다는 게 개그포인트.

"문학동네" 판매부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독자의 반응이 좋자 진중권의 반박원고를 게재한 "문학동네" 측은 진중권에게 비슷한 원고를 좀더 요청했고 이게 바로 정치평론가 진중권의 시작이었다. 만약 처음 원고를 맡겼던 "상상"에서 진중권의 반박원고를 게재하였더라면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고 진중권은 계속 순수미학자로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진중권의 글을 이용해 박정희 옹호에 사용한 "상상"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이 소설가 이인화였고 이인화는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같은 소설을 통해 박정희 옹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몰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처음 진중권의 낭만주의 관련 원고가 박정희 옹호 맥락에서 배치된 것은 그 때문. 그래서 책의 초반부는 이인화 비판에 할애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인화는 문학가였고 박정희를 낭만주의적 악마로 재해석하는 것은 문학가로서의 자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상대가... 원고가 게재된 순서 그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진중권은 이인화를 다 씹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이문열, 조갑제 등으로 넘어간다.

수구 지식인들인(이인화, 이문열)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으며 박정희의 행동과 수구 지식인들의 주장과 그 논리는 이미 사상적으로나 논리적, 학문적으로 비판 검증까지 모두 끝난 히틀러나치당, 혹은 일본의 파시스트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수구 이른바 자칭 우익보수의 말과 글들을 그대로 뒤집어 그들을 비판하는데 사용한다. 특히 수구 지식인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여러모로 널리 인용되는 부분.

다만, 비판 받는 상대가 논리적으로 많은 모순점을 가지고 있어서 망정이지, 사실 이 책도 논리적으로 완벽한 건 아니다. 글 자체가 체계적인 논변보다는 말꼬리 잡기로 일관되어 있다. 물론 그건 저 당시 대한민국의 자칭 수꼴들의 논리가 워낙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진지하게 접근하는게 저자 입장에선 더 희극적인 것이며, 그들의 논리가 워낙 자가당착적이라 저자는 그들의 논리의 우스꽝스러움을 과감히 까발림으로써 "한판 광대처럼 놀아보자"식으로 쓴 것이다. 본인도 이건 평론이 아니라 순문학이라 밝힌 바 있다.

나온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논리적으로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그가 왜 독설가이고, 키보드 워리어의 최종보스라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독설욕설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해보면 보기 드문 제대로 된 독설가. 이후 황우석 사건 때 서프라이즈 편집장이었던 서영석이 "똥물만도 못한 진중권"이라고 선빵비난하자 그에 대한 진중권의 응수가 걸작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믿는 걸까?"

유시민은 이 책을 "세기말의 명저"라고 일컫었다. 조갑제는 읽은 적이 없다고 한다. EBS의 '시대의 초상'에서 읽어보았냐는 질문을 받자, 제목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책에 실린 저자약력이 유명하여 전문 기술한다.

"1963년 세포분열로 태어난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은 86년 서울대 미학과를 마치고 군 적화사업의 일환으로 입대해 병영에서 노태우 후보 낙선을 위한 선동사업을 벌이다 귀환한 뒤, 92년 소련[2]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미학강의>, <맑스레닌주의 미학원론>을 번역하고, 좌익현대화를 위해 컴퓨터 미학입문서 <예술 기호 정보>를 번역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중교양서 <미학 오딧세이>를 집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포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춤추는 죽음>으로 '죽음의 굿판'을 일으키는 등 좌익문화단체('노문연')의 간부로 이 사회에 '문화사회주의자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다가, 무너진 동구사회주의를 재건하라는 지하당의 명으로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 유학온 이후, 베를린 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97년 노동자 총파업 지지시위에 참가하고, 혁명기지 강화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 군량미를 보내고, 교회 주일학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 적색소조활동을 펴는 등, 일생을 세계적화의 외길로 걸어 왔다. 왜, 꼬와? "

(...)

2.1 합본개정판

서적 정보
지은이진중권
출판사개마고원
ISBN978895769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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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6일에 나온 합본개정판. 표지가 간결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부제가 '극우 멘털리티 연구' 로 바뀌었다. 물론 이것만 바뀐건 아니고, 초판이 나온지 10년도 넘은지라 그동안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등장했는데 그것을 반영했다. 일례로 시의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빠지고, 뉴라이트일베에 대해 다룬 부분이 추가되었다.
  1. 당시 진중권은 미학 입문서, 번역서 정도만 출판한 햇병아리 미학자였다.
  2.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소련)의 해체는 199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