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oscoping
1 개요
로토 스코핑(Rotoscoping)은 애니메이션 기법 또는 VFX기법의 하나다. "로토"로 약칭하기도. 유사한 개념은 모션 캡쳐가 있다.
1917년 막스 플라이처(Max Fleischer)사가 특허를 낸 영사기의 상표명, 로토스코프(Rotoscope)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2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영화 카메라 등으로 찍은 후 그것을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그리는 기법. 맥스 플라이셔(Max Fleischer)가 처음으로 이 기법을 선보였으며, 월트 디즈니가 <백설공주>에서도 써먹었다. 이후 디즈니 계열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종종 로토스코핑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사 영상 소스를 같은 것을 사용했기에 다른 작품에서 같은 움직임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사실적인 움직임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내는 데는 이만한 기법이 없다. 어지간히 오래된 애니메이션(2차대전 이전)이라도 아무튼 로토스코핑을 적용한 작품은, 지금 봐도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는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놀랄만큼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 움직임이라는 관점에서는 완전히 필살기다.
하지만 그리려는 장면 그대로 사람의 움직임을 일단 찍어야 하니 제작비와 스케줄을 왕창 잡아먹고, 거기다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션 식으로 재창조된 움직임을 그려내거나 하는 데는 되레 제약이 되는 면도 있다. 2000년대 와서 상업용 애니메션에 이 기법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애니메이션(대부분 극장 상영용)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선 사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로토스코핑으로 유명한 제작사로는 플라이셔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플라이셔 스튜디오가 있으며, 랠프 박시는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도 로토스코핑 기법에 주력했다.
월트 디즈니가 <백설 공주>를 만들 때 이 기법이 이미 제작 전반에 사용됐지만, 정작 개봉했을 때는 언론과 대중이 이를 일종의 속임수로 생각하리란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이 기법에 대한 오해는 만연해 있는데, 데니스 터피코프는 이 기법이 노동을 줄여주는 도구가 절대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히려 시간을 정말 많이 쓰게 만든다. 로토스코핑은 기본적으로 실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복제하는 것이다. 사람들이나 사물의 사실적인 움직임이 필요할 때만 로토스코핑을 이용한다. 복제한 이미지들을 이용해서 원하는 모습을 디자인해 내고, 원치 않는 것들은 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로토스코핑의 장점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불필요한 요소들의 삭제에 있다. 실사에서는 특수 효과를 이용해서 직접 지워버리지 않는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은 전부 보여진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선택 가능한 페인트된 이미지다. 그게 바로 그림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로토스코핑은 그 두 가지의 중간에 있는 아주 유용한 매체로, 영화의 형태, 시간, 공간을 조합하여 융통성 있는 이미지들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터피코프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된 실사 촬영 이미지들은 보관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나는 프레임마다 이미지, 타이밍, 구성을 바꿔서 일일이 맞춘다. 이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유용한 툴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로토스코핑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는 주목할만하다. 로토스코핑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상당히 잘 활용한 작품이다. 부드러운 움직임 뿐만 아니라 실사영상으로는 얻을 수 없는 영상효과를 만들어냈다......흥행은 망했지만(...). <스캐너 다클리>의 프로토타입 격인 단편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예전 미국 대통령의 실사 영상에 검프가 같인 등장하는 장면을 포토샵의 초창기 버전으로 로토스코핑으로 그려내서 구현하였다.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디즈니 계열 등에서 종종 쓰이며, 일본의 경우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의 라이브 장면에서 쓰인 것 등이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종종 부분마다 쓰이는 기법이기 때문에 썼다/안 썼다 하고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는 애매한 기법이다. 로보트 태권 V의 태권도 대회 장면에 부분적으로 로토스코핑이 쓰이기도 했다.
항상 애니메이션에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고 실사영화들에서도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라이트세이버와 블래스터 효과.
뮤직비디오나 CF 같은 데서 로토스코핑을 이용한 장면이 나오는 일이 자주 있다. 짧고 강렬한 영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편보다도 쓰기가 쉬운 편. 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와, 조용필이 출연한 맥콜 광고에도 이 기법이 쓰였다. 사실 저 맥콜 광고는 앞의 Take on me의 뮤직비디오를 표절한 거다.(...) 로토스코핑 기법이 이런 쪽에 쓰일 때는 주로 기법 특유의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게임에서는 조던 매크너의 카라테카가 최초로 로토스코핑 기법을 이용한 게임이었으며, 이후 그는 다음 작품인 페르시아의 왕자, 라스트 익스프레스에서도 이 기법을 활용한 그래픽을 보여 줬다. 고전 어드벤처 게임인 어나더 월드는 로토스코핑 기법이 쓰였다고 자주 오해받지만 아니다. 최근에는 닌텐도 DS용 어드벤처 게임의 대표주자인 호텔 더스크의 비밀과 라스트윈도우에도 사용되었다.
로토스코핑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의 예. 랠프 박시가 감독한 <불과 얼음(Fire and Ice)>.
1시간 20분 가량의 길이이므로 모바일 시청 시 주의
다만 상기의 내용은 로토스코핑 기법을 창작론적인 관점에 본 것이고, 회사(월트 디즈니) 내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갔다.
당시에는 능숙한 애니메이터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었기에 몇 분 짜리의 단편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었고, 로토스코핑 기법을 발명함으로써 비로소 장편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디즈니 입장에서 바라본 해당 기법의 진정한 의의다.
말하자면 로토스코핑 기법은 '고수 애니메이터 양산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이런 맥락(능숙한 애니메이터의 쟁탈전)에서 월트 디즈니는 경쟁사인 플레셔 스튜디오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자사가 제작하는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즉, 백설공주에 로토스코핑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오히려 애니메이터 지불 임금을 줄이고 비즈니스로 성공시킬 수 있었다.#
- 현 시점에서 해당 기법으로 제작이 확인된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의 극장판에서도 특정 장면 한정으로 이 기법이 적용되었는데, 문제는 그 장면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었다는 것. 덕분에 이 애니는 그 기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욕만 잔뜩 먹었다.
3 VFX에서
영상을 합성하는 방법의 하나로, 촬영한 영상의 일부를 잘라내는 것. 블루 백(Blue back)과는 대조적으로, 인물과 배경을 동시에 촬영하고 그 사이에 다른 영상을 합성하면 인물과 배경을 분리할 필요가 생기기 때문에 사용된다. 종종 한 프레임마다 움직이는 물체의 윤곽선을 트레이스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만, SFX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