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다이제스트

1345020939_readers-digest-usa-september-2012-1.jpg

reader's digest

직역하면 독자를 위한 요약문쯤 되겠다.(리더의 다이제가 아니다.)

건강 생활부터 역사, 문화까지 다양하게 넘나드는 잡지로, A5 80장 정도에 갖가지 정보들을 1-4쪽 내외로 요약해서 담는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는 표본.

1922년 드윗 윌리스와 그의 아내 라일라에 의해서 창간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자인 드윗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는동안 읽을거리들을 읽으면서 이를 요약한 잡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소한 정보만을 담는 게 아니라..동티모르 독립투쟁당시 인도네시아의 민족말살정책을 고발하는 기사와 같은 심도있는 시사성 정보를 가끔 쓰기도 한다.

한국어판은 1978년 11월부터 연강 학술 재단 (동아출판사, 현재의 두산동아)에서 월간 리더스다이제스트와 영한대역 리더스다이제스트를 발행하였으나, 2009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되었다. 한때 이걸 가지고 영어공부를 한다고 사람들이 사댔고, 내용이나 어휘가 쉬우니까 적절한데... 근데 한국어판을 사면 공부하는 의미가 없잖아. 아무튼 현재는 태국, 싱가포르, 인디아, 일본, 중국 등 여러나라 말로 번역되어 출판된다. 여담인데 중국에선 무단으로 내다가 합법적으로 계약한 업체랑 재판까지 가서 합법 업체가 승소하기도 했다.그러나 합법업체는 나중에 잘 안 팔려서 망해 계약을 취소하던 반면에 불법판을 내던 업체는 짝퉁 잡지를 내서 의외로 이게 대박을 거두며 꾸준히 내고 있었다(2000년대 중후반 기사로 접했는데 그 다음은 추가바람).

여기에 나온 글 중 잘된 건 reader's digest condensed book(정제된 책) 부분에 들어간다. 대체로 소설류인데, 영어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플레이보이 문학선 수준으로 잘 써진 글들이 들어간다. 대중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자.

온갖 사건사고나 감동적인 실화 및 우스운 실화들이나 생활 정보,생생한 재해 생존기 같이 볼거리도 많았으나 정치적으로는 꽤 보수적인 면도 보인다.90년대 초반만 해도 허구헌날 공산권 국가 탈출 및 난민들의 탈출기를 그리며 공산권 나라들은 무조건 지옥이라고 쓰곤 했다. 이 정도야 꼭 틀린 말도 아니지만 베트남 탈출 관련에서 난데없이 응오딘지엠같은 반공 독재자를 좋게 이야기하기도 하는 -물론, 그 해당 기사에 나온 베트남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글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소련-러시아를 까는 글은 꽤 자주 나왔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단행본 중 KGB의 공작을 고발한 책들
심지어 '존 배런'이라는 첩보전 전문가를 고정필진으로 섭외하여 KGB의 공작을 고발한 책을 단행본으로 발매하기까지 했다.

그 밖에 '세계의 독재자'라는 기사에선 베네수엘라의 故 우고 차베스나 에보 모랄레스[1]볼리비아 대통령같이 반미-좌파 성향이 강한 정권 인사들을 김정일이나 리비아카다피라든지 에리트레아의 이시아스 아페웨르키와 같은 까야 제맛인 진짜배기(...) 독재자들과 함께 도매금 해버리는 반면 수십여년 막강 독재를 하던 이집트호스니 무바라크라든지 튀니지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같은 친미적 독재자는 쏙 빼먹는 면을 보이기도 했다.

우고 차베스야 나중에 독재자의 면모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2000년대 중순에 독재자라고 선정할 때는 포퓰리스트란 비판은 받았어도 아직은 독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3기 집권기 들어 언론탄압이나 정권연장등의 독재자 같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을때도 샤를 드 골처럼 찌질하게(?) 편법적인 방법을 썼지 대놓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을 쳐 죽여놓는 등의 물리적인 수단은 쓰지 않았다. 더 나아가 에보 모랄레스는 선정 당시 민주적으로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었고, 선정 당시에는 집권한지 3년도 되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즉 친미 독재자는 나 몰라라하는 입맛에 따른 편견&차별 기사.

고정 유머란과 각 글 끝에 붙는 재미있는 글에는 미국과 국내 독자 투고로 받은 실화, 떠돌던 농담, 명사의 재미난 일화 등이 실렸고 90년대 이전 활자 시대에는 이 잡지에 실린 유머가 국내에 떠돌던 유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에는 대한민국의 밀덕후들에게 몇 안되는 정보 소스이기도 했다. 간간히 특집기사로 밀리터리적인 내용을 다루기도 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마켓 가든 작전, 일본해군 항모 시나노의 격침, 소련군 스페츠나츠 , MiG-25 조종사 벨렝코의 망명 등에 대한 기사들이 당시에는 1차 소스로 대접받았을 정도였다. 또한 일반 유머란 외에 군대 유머란 "병영은 즐거워" 고정으로 있어서, 독자 투고도 받았기에 재미있는 군대 농담과 사실이 사회에 퍼지게 되는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였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며 힘을 잃어서 2013년에는 경영 상태가 매우 나쁘다. 두번째 부도를 냈을 정도보기

2016년 현재, 본사 홈페이지 [1]를 보면 주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운영하는 것 같다. 인쇄할 수 있는 온라인 접속이 제공되는데, 홈페이지에서 따로 주문해야 한다. 온라인 샵에서는 [2] 기존의 단행본 또한 살수 있고, 꽃바구니 받침 같은 물건도 판다. 장사가 잘 안 되긴 하나 보다.

  1.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2006년에 당선된 뒤에 재임하여 2014년 3선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 중이다. 볼리비아 대통령 중에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에다가 정치적으로는 반미-좌파 성향이라서 볼리비아의 지배계층과 미국이 싫어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사람이다. 이 사람도 결국 차베스같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야당이 제법 지지를 얻어 강하게 나오던 차베스의 3선때랑 다르게 야당이 지지도에서 아주 전멸당해 압도적으로 졌다...좌파적이지만 볼리비아는 북한과 외교관계도 없으며 그리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