薄氷
1 의미
얇게 언 얼음, 즉 살얼음을 뜻하는 것으로, 살얼음 두께 정도의 아주 근소한 차이의 승부를 뜻하는 말이다. 여리박빙(如履薄氷) 같이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이 불안한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정구의 퓨전무협 소설
무협세계에 판타지 세계의 주민들이 침략한다는 내용의 퓨전무협 소설이다. 일반적으로 무협과 판타지간에 개체 단위의 이동이 있지만, 이 소설에선 몬스터 군단이 침공하여 화북이 통째로 박살난다.
원말명초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갑자기 오거와 오크의 군단이 출현해서 개박살내버리고, 주원장은 강남에서 군대를 추스려 간신히 명나라를 건국해서 장강을 기점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무림 문파들이 괴물들로부터 본산을 빼앗기고 되찾고를 반복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중과부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소설은 무당파와 화산파의 피난길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 와중에 화산파의 최고수인 화산권왕 종리궁이 사망하고, 판타지 세계로 넘어갔더니 왠 드래곤 시체 앞으로 떨어져서 연쇄살룡범으로 몰리는 등의 사건이 벌어진다.
박빙은 정구의 다른 소설과는 이질적인데, 주인공이 처음부터 손꼽히는 후기지수이고, 성격도 개차반이며, 일반적인 무협소설 주인공 수준 이상의 특별한 고생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뜬금포로 갑자기 환골탈태하고 강해지거나, 차원이동을 했더니 그 앞에 드래곤 시체가 있어서 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는 등, 운도 상당히 좋고 쉽게 강해해지는 편이다.
2.1 등장인물
- 오도경
- 20세 가량의 무당파 제자. 소속은 무당파지만 사부와 사이가 안좋아서 실제로는 소림사 각통대사의 제자나 다름없다. 괴물의 침범 이후 문호를 개방한 소림사의 무공을 배웠으며, 검 보다는 권장각의 소림무공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 정구의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첫 등장시부터 스무살짜리가 화산파 장로를 무릎꿇릴 정도로 굉장한 고수다. 소림사에선 지법은 일지선만 가르쳤는데 스스로 일지선으로 탄지신통을 만들어낼 정도로 재능이 넘친다.
- 후반에는 무당파의 비밀병기 태정진인에게 무공도 배우고, 드래곤 하트의 일부를 흡수하기도 하면서 차기 천하제일인 후보로 불릴 정도의 수준에 오른다.
- 성격은 읽다보면 짜증날 정도로 일의 경중을 구분할 줄을 모른다. 이야기의 초반부터 적군중에 자기 맘에드는 여자가 있다고 동문들은 죽어나가는 판에 여자를 납치해서 어디 가서 살 궁리나 하고, 그 적군를 죽이려는 아군을 뒷치기 하지 않나, 상대도 오도경을 죽이려고 열심인데 언어도 안통하는 상대에게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며 간쓸개 다 빼줄듯이 행동하며 아군의 분란을 야기한다.
- 게다가 납치당한 여자를 강간하는데, 적군에 붙잡힌 상황에서 유일하게 자기를 살려두려는 사람에게 반항할수 없어 눈 딱 감고 한번 대주는데, 그걸 보곤 역시 자신을 좋아했으니 반항하지 않는다느니, 치욕스러워 하는 여자에게 부끄러워 하지 말라느니, 자기가 섹스 잘하는거 같다느니 꼴깝의 극치를 떤다.
- 사부를 막대하는 것이야 사부 꼬라지가 저 꼴이니 납득할 수 있다고 해도, 백살이 넘어 업혀가는 화산파 원로이게 늙으면 죽을줄도 알아야 한다고 화산문하에게 따지는 등 정신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이 소설은 피카레스크물인가?
- 우상진인
- 오도경의 명목상 스승. 도호는 우상(雨桑)인데, 항상 소를 타고 다닌다고 별호가 우상(牛上)이다.
- 오도경이 부잣집 아들이라 제자로 받았더니 괴물이 침공해 다 사라져 제자 집안덕을 못본 원한이라도 서린것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 목숨을 미끼로 써먹거나 그런 주제에 무공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 게다가 사람들이 식량공급이 끊겨 굶는데도 죽어라 소 여물을 먹이면서 키운다. 소에 정이 들었다거나 가족같은 애완소라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마스코트라서' 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니 참 사제가 쌍으로 답답한 성격.
- 제갈숭
- 원나라 말기, 조정의 대 무림 압박이 심해지자 9파 장문인급 고수 4명에 당대 천하제일인이였던 검왕이 원나라 황제를 암살하러 떠났다가 만난 고수. 위의 다섯명을 가볍게 물리쳐버리고 천하제일인의 타이틀을 가져갔고, 신비룡이라는 별호를 얻는다.
- 그 뒤로 명나라가 무너지고, 이번에는 명나라에 남은 혈족인 제갈미와 제갈수가 붙잡혀서 일하게 된다. 결국 오도경과 태정진인을 이용해서 구출해내지만, 이번에는 오도경이 제갈수를 인질로 잡는통에 제갈수는 온갖 피똥을 싸는 고생을 줄줄 하게 된다.
- 태정진인
- 무당파의 비밀병기. 천하제일의 무공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제갈숭에게 무당파 장문인이 경고를 할때 처음 그 출현을 예고했다. 자꾸 깝치면 무당의 검을 보여주겠다는 장문인의 말에 의례상 하는 경고라고 여기고 무시했으나, 진짜 태정진인이라는 초고수가 있었다.
- 문제는 무공은 천하제일인이라고 할만하지만, 평생 산에서 무공만 익히다 내려온지라 사람을 한번도 죽여보지 못해서 독한 수법을 쓰지 못한다. 왠만한 고수조차 발로만 싸워도 이길 수 있으니 평소엔 별 문제는 안되나, 제갈숭 정도의 비슷한 급의 초고수를 상대하면 상대가 살수를 못 쓴다는걸 눈치채인 이상, 상당한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한다.
- 이 인간도 성격은 정상이 아니다. 이런 고수가 있는데도 그동안 내보이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스무살에 환골탈태(!!)를 이룩한 초천재라서, 일단 남을 가르치는것을 전혀 하지 못한다. 무당파 상승절기를 가지고, 구결도 알려주고 시범도 보여줬는데 왜 못하냐는 식으로 화내고 성질내기 때문에 남에게 전수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누굴 죽이긴 커녕 상처하나 내는 것도 꺼려하는데가, 성격이라도 좋으면 몰라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개초딩 같은 인간이다(…).
- 드래고노스
- 드래곤이 운영하는 PMC. 마법사나 무사는 물론이고, 화약무기나 군사전문가에 마법무기까지 두르고 다니며, 돈을 받고 싸워준다. 무림인 퇴치에 골머리를 앓던 몬스터 황제가 돈을 주고 고용했다.
- 유력 드래곤을 등에 업고 해당 세계에서 호가호위를 해가며 많은 원한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드래곤들마저도 싫어 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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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스토리
2.2.1 종리궁 암살사건
화산권왕 종리궁은 문주에게 일인전승되는 자하신공을 노린 문도들에게 살해되었다. 과거에 자하신공의 이본(異本) 나타났는데, 그것을 익히면 환골탈태를 이루게 된다. 거기에 많은 문도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해서 폐인이 되어 곧 이를 수련하는 것이 금지되고 잊혀졌다. 하지만 문파에서 가장 연로했던 정수진인은, 이는 문주에게 전수되는 자하신공과 함께 익혀야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오리라 믿고 익히지 않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정수진인은 무당파의 신진고수 오도경에게 패해 의기소침한 장로들에게 이 비사를 알리고 문주를 죽이고 자하신공을 손에 넣자고 부추겼다. 결국 정수진인과 송자배 장로 둘, 그리고 얼굴마담으로 새로운 문주로 내새울 화우가 힘을 합쳐서 몬스터와 싸우던 화산권왕을 뒷치기해서 죽인다. 장문인이 주화입마에 걸려 오늘내일 하고 있으므로, 화산권왕이 죽으면 화우가 장문인을 이어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 계략을 눈치챈 장문인이 화운에게 장문인을 승계하고, 종리궁의 딸 종리혜는 이들에게서 피하기 위해 오도경과 결혼해서 화산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이들은 종리혜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리혜를 파문시킨다. 훗날, 종리혜와 오도경이 환골탈태한 정수를 죽이는데 성공한다.
화우는 장문인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키고 화운을 쫒아낸다. 그리고 화우가 장문인에 취임하기 직전에 의문의 암살을 당한다. 화우의 제자와 화운의 제자가 장문인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데, 화운이 돌아와 장문인의 자리에 복귀한다. 그런데 화운은 물론이고 화산파의 원로들이 죄다 살해당한다. 죽은줄 알았던 정수가, 죽기 직전에 마왕에 감염되어 벌어진 일인 것이다. 결국 난리통에 장문인들이 계속 교체되고, 심지어 장문인이 타 문파의 스파이라는 막장까지 찍다가, 파문이 철회된 종리혜가 신임 장문인에 취임한다.
2.2.2 이계의 침공
그리고 이 모든 사태는 판타지 세계의 드래곤들이 만악의 근원. 드래곤들은 혼자 살면서 거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드래곤만큼 영토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부모의 영토를 상속까지 하고, 유력 드래곤을 등에 업고 깽판을 치는 인간들마저 나타났다.
영토부족에 시달리던 몬스터 제국의 황제가 드래곤에게 황금 4천억냥을 내고 9천억평의 영토를 분양해 달라고 청을 했고,[1] 이 사기꾼 드래곤은 무협세계로 통하는 포탈을 열어주고 땅값을 꿀꺽 한 것이다. 몬스터들로서도 생존이 달린 일이니 필사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보지 못한 한 선각자 드래곤이 드래곤들의 숫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다른 드래곤들을 살해하고 다녔던 것이 연쇄살룡사건의 진실이다. 그동안 죽여온 드래곤들의 하트를 뽑아먹어 강해진 그 드래곤이 로드를 브레스 한방에 죽여버리고 죽은 드래곤들의 영토를 몬스터들에게 나눠준다.
2.3 결말
황실은 괴물의 침공에서 뒤를 잘 받쳐준 무천궁주에게 무림왕의 칭호를 내리고, 기존 십대문파 세력들은 반발하고 나선다. 우리가 딱히 도와준 건 없지만, 도와준 애들한테 상을 내리는건 인정할 수 없다. 무천궁에서는 무천궁과 십대문파에서 대표자를 내보내 비무대회를 열어서 승리하면 무림왕을 인정하라고 맞선다. 물론 십대문파는 지더라도 인정할 생각은 없이 대회에 나선다. 무천궁은 무천궁대로 괴물들과 손을 잡고 십대문파를 물리칠 생각이였고, 거기에 관군들까지 끼어들어 무림문파들을 전부 정리하려고 나선다. 황실에서도 세력이 커진 무천궁을 정리하고 검왕과 손을 잡은 것이다. 다툼 끝에 무천궁주와 검왕이 모두 죽고, 신비룡 제갈숭은 한쪽 팔이 잘린다.
무천궁은 다시 세력을 일으키려고 절치부심하고, 제갈숭은 등룡장이라는 문파를 만들어 승승장구. 그리고 더이상 다른 세계에서 목숨 걸고 싸울 필요가 없어진 몬스터들이 회군하고, 그렇게 황실의 뒤를 빨아주고도 배신당한 무천궁의 예에서 모두 교훈을 얻어서, 앞으로 어떤 문파도 황실을 돕지 않고, 화북의 빈 땅에 여러 문파들이 깃발 꽂고 나라를 세워대기 시작한다는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