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작가)

1 소개

한국의 장르문학작가. 데뷔는 판타지소설 엘란으로 했으며, 가벼운 문체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장르문학에 적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초기작부터 장기연재를 하였고, 신승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판타지 소설인 엘란, 무협소설인 신승으로 연달아 히트를 친 뒤에 '불의 왕'이라는 소설을 내놨는데, 이전작들처럼 주인공이 개고생을 하면서 시작했지만 문제는 현대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에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한 일반적인 어반 판타지물과는 달리 현대에서 기물을 손에 넣어,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새로운 세상에서 무협과 판타지를 오고가는 내용을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판타지적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고 흙수저 주인공의 고생담만 줄창 이어져서 독자들이 '내가 판타지를 읽고 있는게 맞는가' 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껏 넘어간 무협편에서는 무협추리물을 결합하였는데, 이런식의 색다른 시도는 활극을 기대하던 독자들의 성에 차지 않아 급히 정리하고 조기에 결말을 내버렸다.

엘란과 신승 1부는 주인공들이 개고생하긴 하지만 일종의 활극이였다면, 그 뒤의 작품들로 갈수록 이렇게 정구의 시니컬하고 뒤틀린 감성이 나타나는데, 같은 세계관을 다룬 신승 1부와 2부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어쨌든 여러 이유들로 인기가 떨어져 슬럼프를 오래 겪었다.

작품의 특징은 주인공이 매우 약하게 시작하면서 숱한 고생을 통해 성장하는데,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고생을 심하게 하다보니 대부분 성격이 괴팍해진다. (박빙의 오도경은 스승이 있었지만 제자는 나몰라라 하고 소만 싸고도는 괴상한 인간이다.) 성장 과정을 비교적 단계적으로 상세히 묘사하는 편이며, 어느날 대주천 하다가 문뜩 깨달아서 화경이 되었다느니 하는 묘사는 없다. 계기가 되는 사건 정도는 벌어지지만 그 계기를 바탕으로 뼈를 깎는 개고생을 하면서 고련을 통해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며, 각 인물의 강함의 정도가 상세하고 합리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주인공은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그 위에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강자들이 있는 편이다. 엘란의 카나이폴런, 신승의 절세신마, 노스런드, 무명, 박빙의 태정진인과 제갈숭, 금협기행의 수라혈제 요성, 맹주의 지왕 등등. 하지만 이런 최강자 들은 절대 최종보스역은 맡지 않고 주인공의 우방이거나 조력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카나이폴런이나 수라혈제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기도 한다.

조연들도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개개인이 꿍꿍이 속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여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전개를 보여준다. 다만 각 조연의 개성이 강하고 주인공이 초반에 처절하게 약자다보니,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초반의 작품인 엘란이나 신승 등에는 쟝이나 주발, 엔리오 같은 주인공 일행에게 하등 도움이 안되면서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하고 눈치도 없는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끝에서 잘된다. 왕이 되거나 개방 호법장로가 되거나, 음유시인으로서 명성을 얻는 등. 이에 대한 비판때문인지 주발은 신승 2부에서 방주까지 오르지만 반란으로 사망하고, 신승 2부나 금협기행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메인 스토리에 연관시키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짱짱 쎄서 다 쓸고 다니는 '시원한' 소설을 원하는 장르 독자의 취향엔 부합하지 않아,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아예 정통 무협을 이런 문체로 썼다면 독자층은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문체와 시니컬한 묘사가 작품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무협의 클리셰들을 잘 활용하지 않아서, '원래 무협에서는 이래이래 해야되는데 이러면 안된다' 라는 비판들이 꽤 많은 편이다. 판타지 소설인 엘란을 볼때는 무협소설을 읽는 것 같다는 평이 많았는데, 반대로 신승에서는 판타지 소설 같다는 평이 꽤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맨날 이 업계는 같은 클리셰를 돌려쓰기만 한다고 까면서, 클리셰를 벗어난 전개를 하면 외면받는 신기한 독자층 덕분에 실력에 비해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아쉬운 작가.

다만 어떤 작품을 쓰든 기본역량이 있는 작가라 작품의 중심이 잘 잡혀 있어, 난잡하게까지 느껴지는 초반 부분을 버텨내고 몰입하면 빅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작품을 좋아하고 이해력 있는 성인 장르문학 팬이라면 정구 작가의 작품을 한번 쯤 읽어 보는 것도 좋다.

2015년 11월 현재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십장생을 연재 중.# 아예 이번엔 주인공이 노비다(…). 어디까지 주인공을 고생시켜야 만족할지.

2 작품 목록

판타지 세계의 정령사를 중심으로, 무협적 소재를 섞어넣어 당시 참신하다는 평을 받은 데뷔작.
  • 신승: 2003년작. 랜덤하우스코리아, 15권 완결.
소림사 파계승이 천하의 대마두가 되는 내용으로, 두말할 필요 없는 정구의 대표작이다. 그놈의 판타지 세계만 가지 않았어도... 판타지행은 작가도 인정하는 흑역사. 불의 왕에서 은근슬쩍 아쉬움을 토론한다.
  • 불의 왕: 2005년작. 북박스, 5권 완결.
아버지를 살해한 재벌 2세에게 돈을 받고 대신 감옥에 갔다가, 어느 수형자에게 신비한 기물을 얻게되어 여러 차원을 넘나든다는 이야기. 이야기의 초반부에 정말 아무것도 없이 7~80년대의 어린시절부터 해서 주인공이 취업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훑고 지나가는데, 이때 라이트한 독자층이 대거 떨어져나갔다. 덕분에 여러 차원들을 넘나든다는 기획과는 달리 무협에서 범인잡기 하나 한 뒤에 급하게 종결되었다.
  • 박빙: 2006년작. 북박스, 6권 완결.
판타지 세계가 무협으로 쳐들어온다는 설정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주인공이 완전 똘추에 강간까지 하는 통에 평이 썩 좋지 않다. 주인공이 짜증나서 접게되는 소설. 작중 분위기는 신승 1부와 비슷한 편이나, 정구의 다른 주인공들과 다르게 운도 매우 좋고, 처음부터 고수에, 쉽게쉽게 강해진다.
  • 신승 2부: 2007년작. 북박스, 16권~22권 완결.
넘버링은 신승에 이어져 있으나, 세계관을 공유하는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무림에 남겨진 정각의 아들이 주인공인데, 배배꼬인 작가의 심성을 잘 표현한 작품. 하지만 상당한 수작이고 다른 작품들이 잘 표현하지 않는 삼류무사가 일류가 되는 과정을 아주 상세히 묘사했다. 신승 1부 정각이 무림을 떠난 이후 남겨진 자들에 관한 이야기니 궁금하면 읽어볼 것. 1부에서 남겨놓았던 떡밥을 잘 회수하였다.
  • 금협기행: 2011년작. 로크 미디어, 7권 완결.
무당산에 유성이 떨어져 무당파가 망했다는 쇼킹한 설정으로, 주인공은 무당의 후예이며 가난하게 살아서 금을 병적으로 밝히는 성격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음지에서 암약하는 흑막세력과 싸운다는 내용. 이무기나 도술, 사교집단 등의 기환무협스런 내용도 나오는 편이다. 주인공을 비호해 주는 세력도 많고 제자도 키우고 좋다고 따라다니던 여자와 결혼하는 등, 작가의 타 작품에 비하면 편하게 살았다. 2부를 암시하는 결말로 끝났는데, 해골을 받고 미쳐버린 형산노조나 봉마장의 최후초식, 무당파의 재건 등 몇몇 복선이 남아있다.
작중 주인공은 절세신마의 신마삼강같은 같은 개성이 뚜렷한 봉마장이라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 .
봉마장은 총 팔초식이다.
섬전파쇄 - 봉마장 중 가장 빠른 공격.
의수차천 - 방어 초식. 장력이 넓게 퍼져나가 몸을 보호한다.호신강기를 쓰게 된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일수삼격 - 일격으로 세 방향에 흩뿌리는 공격을 한다.
역벽 - 기로 만들어진 벽으로 적을 뭉개버린다.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지만 내력 소모량이 많아서 초반에는 많이 쓰지 못했다.
마심자천 - 양손을 모아 기의 칼날을 발사한다. 사람 여럿을 잘라버리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쌍수자천 - 양손으로 기의 칼날을 발사한다. 마심자천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연타가 가능하다.
무음무영 -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폭탄을 설치한다. 은밀성이 뛰어난 초식이라 도연은 자신보다 고수인 매봉진인을 쓰러뜨렸다.
견사 - 최후초식. 작중에 등장하지 않았다.
  • 맹주: 2012년작. 로크 미디어, 5권 완결.
약장수 출신의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출생의 비밀때문에 이리 저리 도망다니다가(황제가 잡아서 해부하려고 현상금까지 걸었다.) 결국 자신의 원수들을 죽이고 잠적한다는 내용.
온라인 게임 드라고나를 소설화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쓰다가 짤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동의 노비 출신 주인공이 가문의 몰락과 함께 도련님과 중국으로 넘어와, 갖은 고생을 겪으며 강해지려고 하는 내용. 정구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시니컬한 내용이 개성있는 조연들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독자들이 극찬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비무장면 묘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여타 무협소설들에서 초식명만 외치다 끝나는 그런 대결양상이 아니라, 마치 실제 비무를 눈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
소설의 프롤로그가 아주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언급되는 주인공격 인물은 '유성'과 '한림'인데, 이후 지금까지의(카카오 페이지 2016년 9월 말 기준) 내용전개를 보면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는 실질적인 진주인공은 '유성'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인공의 노비시절 이름이 '개똥이' 였는데 듣기 안좋아서 '개동'으로 고치고 나중에 노비에서 벗어났을 때는 스스로 '유성'으로 지었다. 여담이지만, 신승의 주인공 정각도 출가전에 쓰던 속명이 개똥이였다.
국뽕이 거슬린다는 비판도 있는데, '제도적으로 백성을 탄압하는 조선같은 나라는 망해 없어져야 한다'고 유성이 말한 적이 있는 데다가 초반을 제외하면 주인공이 조선인이라는 것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으므로 국뽕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후 조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애시당초 작가가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라는 반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