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체질설

(산성체질론에서 넘어옴)

1 개요

로버트 O. 영[1]이 주장한 이론으로, 한때 유행했던 유사과학의 일종. 성인병 뿐 아니라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 '산성 체질' 때문인데, 체질이 산성이 되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변성되어 제 기능을 잃으며 이 때문에 온갖 질병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하면 체질도 알칼리성으로 변하며 이렇게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고 알칼리성 체질로 변화시켜야 병이 낫고 장수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알칼리성 체질 되면 오래 산다" 정도 되겠다.

1980년대 건강 붐이 일어난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으며, 성인병이 유행하던 시절 주목을 받았다. 오래 전에 거짓으로 판명되었음에도 최근에 주로 체질을 '중성'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꿔서 등장하는 추세.[2] 현재도 가끔씩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절멸하진 않았다.

2 실상은?

당연히 근거는 요만큼도 없다. 사실 이 개소리는 중학생만 되더라도, 공부만 제대로 했다면 의아함을 깨달을 수 있고, 고등학교 때 화학1만 들어도 이 이론은 헛소리라는 걸 알 수 있고, 최종적으로 대학교에 와서 기초교양인 일반화학만 들어도 완벽하게 논파 가능한 개소리다.

평균적으로 정상적인 인간의 체내 산도(pH)는 7.4 정도다. pH가 7보다 낮은 상태를 산성, 높은 상태를 알칼리성이라 하는데 이걸 보면 원래 인간의 몸은 적당히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인간의 체내 산도는 변해봤자 ±0.04 이내에서 변하며, pH가 0.1 정도만 변해도 인간은 의식을 잃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3]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과학시간에 '항상성' 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항상성이란 외부의 반응에 대해 몸 안은 정상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또한 고등학교 화학2 에 가면 산과 염기평형이라는걸 배우고 중화반응에 대해 배우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를 하면 황당한 소리라는 걸 알 수 있고, 대학 일반화학 때 완충액과 완충작용이라는것을 추가적으로 익히게 되는데, 이것을 보면 혈액 내의 중탄산이온과 탄산의 완충작용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알 수 있다.[4] 이에 따라 가끔 신빙성 있는 구라를 위해 난독증'산독증(Acidosis)'이라는 질병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애초에 산독증은 산성 체질 따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5] 그리고 반대의 질병으로 체내 알칼리성이 높아지면 생기는 질병인 '알칼로시스' 라는 병도 있다. 이미 여기서 훌륭한 구라 확정.[6]

'산성 식품',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말 자체는 실제로 존재하는 분류이긴 하다. 단, 이는 식품 자체의 pH 수치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소화 이후 인체에 어떤 물질을 공급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산성을 띄는 식초, 신김치, 발효유 등은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을 포함하므로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식품의 소화 작용에서 나온 산 및 염기는 신장에 의해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며, 이들 역시 기껏해야 , 등의 체액, 등 정도의 산도에만 극미량의 영향을 끼친다. 체내가 아니라 체이다. 간혹 산성 식품, 정확히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메티오닌 등 일부 아미노산이 인간의 골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론[7]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고기를 적당한 양만 먹으라는 말이지, 알칼리성 식품을 먹는다고 체내에서 중화가 된다는 게 아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알칼리성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 알칼리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무기질 등을 섭취하고 육류를 덜 먹기 위해서다. 이처럼 별 의미가 없는 분류인지라 현대에는 산성 알칼리성 식품의 구분 자체를 굳이 하지 않으며 많은 국가에서 산성-알칼리성으로 식품을 구분하는 것을 유사과학, 아니면 최대한 좋게 쳐줘 봤자 다이어트법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아직도 비전문가들과 사기꾼들은 이걸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애초에 우리는 모두 몸 속에 매우 강산성의 기관을 가지고 있다. 라고...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이 대략 pH 2정도의 강산성을 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에 따라 설령 식초를 왕창 마셔도 속만 좀 쓰릴 뿐 체질이 산성으로 변하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진짜 해보진 말자. 좀 쓰린 게 아니라 위궤양 등으로 쓰러진다![8] 그런데 만약 위액이 산성이 아닌 중성 혹은 알칼리성이라면? 우선 산성 조건에서 활성화되는 위액의 소화효소인 펩신이 활성화되지 못해, 비록 소화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9] 단백질의 소화 효율이 떨어진다. 또 다른 위의 기능 중 하나인 음식물 염산 소독 역시 작동하지 못한다.[10] 나쁜점만 있는건 아니다. 청산가리를 먹어도 위에서 청산 이온이 생성이 잘 안되어 생존 확률이 늘어난다. 라스푸틴이 이 경우라는 설이 있다.

참, 혈중 산도가 바뀌는 게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있긴 있다. 호흡기에서는 혈중 산도에 따라 혈중 산소포화도가 결정되는데, 사실상 이 때문에 우리가 멀쩡히 호흡하면서 무리 없이 산소를 받아들이고 세포에 공급해줄 수 있다. 이걸 다른 말로 "보어 효과"(Bohr Effect)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체내 산도가 체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이 어떻게 멀쩡히 숨 쉬고 살 수 있는지부터 의문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산성체질설을 주장하는 자들의 자세가 문제가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러이러하니까 우리가 만드는 식품을 먹고 알칼리성 체질을 유지하자" 라는 식의 건강보조식품 광고다. 즉 진짜로 약 팔아 먹으려고 이런 헛소문도 퍼뜨리는 것이다. 이게 진짜 과학적으로 연구되던 시절이 없던 건 아닌데 현재는 완전 쓸모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장되었다. 원래 과학이라는 게 잘못된 것으로 판정되면 그 부분을 역사[11]의 한 페이지로 남김과 동시에 과감히 버리는 거라 현재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산성체질설은 그야말로 사이비 중의 사이비.

3 대중매체

맛의 달인에서 이 산성체질설을 까는 에피소드가 등장한 바 있다. 또 속은건 역시나 후쿠이 차장

4 관련 항목

'유사의학'적인 단어의 대표적인 예로 '숙변'이 있다.

  1. 2014년 1월 무면허 의사 활동으로 구속되어 재판 진행중이다. 영문 참조 기사
  2. 물론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주장이다.
  3. 이 0.1이라는 수치도 실은 상당히 큰 값이다. pH 0.1의 차이는 농도로 따지면 -21~+26% 정도의 차이이다(100.1≒1.259), (10(-0.1) ≒0.794) 체내 산도가 100에서 126 혹은 79로 변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정도 변화에서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지사. 애초 pH값은 로그 단위이다.
  4. 이 두 물질의 완충작용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1L 의 pH7(수소이온농도) 의 증류수를 pH2만큼으로 바꿀 양을 넣어도 0.2 만큼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또한 인체의 항상성 체계는 저 탄산-중탄산염 만 있는것이 아니라 헤모글로빈 등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고 몸에다가 염산 주사하지 말고... 진짜 주사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당신의 혈관이 녹고, 염산의 식이 HCl 인데 여기서 수소이온이 빠지면 뭐가 나오는지 잘 생각해보자...
  5. 산독증은 체내의 pH 농도를 맞추는 항상성 체계 자체가 무너져서 생기는 것이지 체질이 변해서 걸리는 게 아니다. 보통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6. 정확히는 acidosis나 alkalosis 모두 '병'이라기 보다는 다른 병이나 이유(호흡부전, 독극물 등)에 의한 '결과'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체내 pH가 0.1단위로 달라짐에 따라 응급실에 갈 정도에 엄청난 증상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체질이 산성이니 알칼리성이니 하는 건 다 헛소리. 실제로 알칼리 체질이 있다면 몸에 좋은 것이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곳으로 끌려가 연구대상이 되거나 바로 응급실로 실려가서 의사들의 집중적인 케어를 받게 될 것이다.
  7. 사실 이 이론 자체도 사실 근거가 부족하다.
  8. 진한 식초를 너무 많이 먹으면 목구멍이나 식도 등이 상할 수 있다. 빙초산에 괜히 취급주의 표시가 있는 게 아니다!
  9. 소화는 대부분 십이지장에서 나오는 장액과 이자액으로 진행되며, 위와 입에서는 일부만 분해될 뿐이다.
  10. 위에서 염산이 나오며, 단백질의 소화를 담당하는 펩신이 산성 조건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속이 쓰릴 때면 탄산수소나트륨염기성의 약을 먹는 것이다. 수산화나트륨과 같은 강염기 물질은 먹으면 큰일난다. 식품에 묻어 있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체내로 마음껏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 엄밀히 말하면 흑역사겠지만, 흑역사도 엄연히 역사이므로 소홀히 취급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