陞卿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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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판 | 놀이에 쓰이는 주사위인 윤목輪木. 1부터 5까지 표시되어 있다[1] |
1 개요
종정도(從政圖), 종경도(從卿圖), 승정도(陞政圖)라고도 한다. 여러 이칭이 있다.
한국의 민속보드게임이자 한국 역사상 최초의 보드게임. 한 마디로 말하면 본격 조선시대판 인생게임.
조선시대의 수많은 관직 등급이 적혀 있어 이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교육적 목적과 관직에 대한 포부를 키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를 창안한 사람은 야사인 <용재총화>에 의하면 태종의 책사로 유명한 하륜이라고 전한다.조선시대 게임제작자 모두의 하륜 모두해~
2 놀이방법
2.1 규칙
인원은 대략 4~8명 정도가 적당하며 조선의 관직을 위계 순서대로 유학(幼學)부터 영의정과 봉조하[2]까지 망라해서 그려넣은 놀이판에 윤목을 던져 나온 알수에 따라 말을 놓아 승진 테크를 타서 먼저 최고직에 이른 후 퇴임하는 사람이 이긴다.
하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면
- 놀이를 시작할 때 순서에 따라 윤목을 두 번 굴려서 큰 구별과 작은 구별을 정한다. 윤목을 처음 굴린 것으로 문과, 무과, 은일(隱逸), 남항(男行), 군졸(軍卒)이라는 '큰 구별'이 정해지고 두 번째 굴린 것으로 '작은 구별'을 정하는데 이것은 문무과 과거 중에서 증광과(增廣科), 식년과(式年科) 등으로 나뉘고 은일 출신은 한 번 조정의 부름을 받은 것과 두 번 부름을 받은 것을 구별하며 남항은 생원이나 진사처럼 과거에 합격했는가 불합격했는가를 따지고, 군졸의 경우에는 갑사(甲士)와 정병(正兵)으로 나뉜다.
- 큰 출신이 결정되면 이에 따른 각 색깔의 말을 나눠가진다. 문과는 붉은 말, 무과는 푸른 말, 남항은 노란 말, 군졸은 흰 말, 은일은 노란 바탕에 붉은 테를 두른 말을 가진다.
- 두 번째 말을 굴리면서[3] 자기 출신에 따른 '벼슬살이'를 시작하며 승진 테크를 열심히 타면 된다. 예를 들면 문과는 5가 나오면 증광과, 4가 나오면 식년과, 3이 나오면 정시, 2는 별시, 1은 도과로 되어 있는데 윤목을 굴렸을 때 숫자가 '5'가 나오면 식년과로 가면 되고 1이 나오면 도과로 가면 되는 식.
- 이 다음부터는 말을 굴려서 누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문과의 목적지는 영의정과 봉조하를 거쳐 '궤장'[4]에 먼저 이르면 이기고[5] 무과는 도원수에 이른 후 사퇴하면 승리.
- 그런데 윤목이 계속 1이 나오거나 하면 오히려 강등과 파직 크리를 먹기도 하며 심지어는 유배나 사약도 있다! 사약에 이르면 당연히 게임 오버. 묘한 데서 리얼을 추구한 조상들의 센스가 느껴지는 대목.
2.2 양사법과 은대법
또한 재미있는 규칙이 있는데 바로 양사법(兩司法)과 은대법(銀臺法)이 있다. 양사법에서 말하는 양사는 바로 조선시대의 간쟁기관인 사헌부와 사간원을 이르는데, 이 자리에 있는[6] 사람이 미리 규정된 수, 즉 2면 2, 3이면 3을 얻으면 사헌부나 사간원에 위치한 사람이 지정한 상대의 말은 움직이지 못한다. 즉 실제로 조선시대 조정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때 양사가 간쟁으로 그 인물의 인사를 막거나 비판해서 인사가 취소되는 것을 반영한 것. 여기서 풀리려면 역시 정해진 숫자가 나와야(4면 4, 5면 5) 다른 자리로 옮길 수 있다.
은대법에서 '은대'는 조선시대의 비서실이라고 할 만한 승정원을 뜻한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규정된 수를 얻으면 모든 '당하관[7]들은 자기들이 윤목을 굴려도 승진하지 못하고 은대에 있는 사람이 모든 당하관들 윤목의 숫자를 사용하여 말을 움직일 수 있다. 즉 모든 종9품에서 정3품 벼슬인 당하관 위치의 상대가 굴린 윤목 수를 써서 은대가 다른 자리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윤목을 굴린 당하관은 움직이지 못한다. 한마디로 본격 비서실 파워.
3 기타
어쨌든 여러모로 조선의 관직 체계와 서열, 그리고 묘한 리얼함(?)으로 대간과 승정원직의 속성까지 알게 해 주는 교육적인 놀이. 거기에 형벌도 사약도 있지만 유배형[8]도 여러 개가 있다. 다만 기본적인 룰은 저렇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양사법이나 은대법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통놀이가 그렇듯이 지역에 따라 다른 룰도 있다.
승경도의 경우는 대부분 자작하다 보니 놀이판의 크기도 중구난방이다. 일반적으로 칸수가 140여개 정도인데, 많은 것은 300개에 이른다. 한칸에 한자로 각 칸의 내용을 기록하는데, 칸수가 이렇게 많다보니 놀이판도 커져서 일반적으로 가로 1m, 세로 1.5m 정도는 되는 대형이다. 물론 300칸 짜리는 이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알맹이는 뱀 주사위 + 인생게임에 가까운데, 놀이판만 보면 거의 대형 워게임 수준. 그래서 현용으로 제작될 때는 140칸짜리를 상한으로 해서 다소 간략화하고 대신 일러스틀 다소 추가하는 경향이 있다.
난중일기를 보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대단히 즐겨 한 놀이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이 활쏘기와 음주 다음으로 자주 했던 놀이로 나오는 게 바로 이 승경도 놀이다. 난중일기에는 '종정도'란 이름으로 나타난다. 전투가 없는 날에 절친 사이였던 무의공 이순신과 같이 했다고 한다.
이 놀이는 보통 전통문화체험 기관에 가면 할 수 있다. 뭣하면 직접 판을 만들어도 되겠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이고, 서울의 경우, 서울역사박물관에 간단한 승경도놀이판과 윤목, 말이 준비되어 있어서 간단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다.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에도 존재한다.
보드게임 회사 '해와 하늘'에서 상품화한 것도 있다. 상품화된 것을 구입하고 싶을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 매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게임성을 위해서 일러스트를 추가한 대신에 다소 간략화하고 카드 등의 룰을 추가한 버젼이다.
그리고 여느 보드 게임이 그렇지만, 승경도판의 내용만 알아내서 자작을 한다면 나머지는 말과 주사위로 대용이 가능하다. 애초에 조선시대의 경우는 대부분 윤묵이건 놀이판이건 자작을 했기 때문에 승경도 놀이판의 경우도 그 형상이 아주 다양하다. 기본적으론 전체가 직사각형인 격자형으로 되어있지만, 원형으로 된 놀이판도 발견된다.
이 게임을 여성 버전으로 어레인지한 '여행도 놀이'라는 보드게임도 있다. 이건 인현왕후가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서산대사는 승경도를 불교 버전으로 바꿔 '성불도 놀이'를 제작했다고 한다. 108단계의 윤회를 통해 성불하는 게 최종 목표. 물론 승경도에서처럼 축생이 되거나 지옥에 떨어지는 등의 배드엔딩 또한 충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