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소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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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혼합소시지.jpg

정통적인 소시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식품으로 일본의 패전후 궁핍기에 등장한 소시지 대용품인 이른바 어육소시지(魚肉ソーセージ)가 국내에 귀화한 것. 왠지 소시지보다는 쏘세지라고 불러야할 것 같다

밀가루를 베이스로[1] 주로 어육과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고기 등의 육류와 MSG, 색소 등 기타 성분을 혼합해 만들어진 것. 국내 식품 규격에서는 성분의 60% 이상을 어육 내지 수육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 시장에서 보이는 것은 주로 어육 및 수육함량 60% 이상(어육함량이 수육함량보다 많아야 한다.)인 혼합어육소시지가 대부분.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육/수육의 비율이 높고 전분의 비율이 낮을 수록 맛있다. 대구살 등도 쓰이며 이 경우 훈제나 통째 굽는 것이 맛있다. 보통 분홍색을 띠고 있는데 때문에 이 소시지를 특정해서 언급할 때 "분홍 소시지"라고 칭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가격이 싸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해야 이득인 곳에서 많이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각종 음식점의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이름을 가진 메뉴라든지, 급식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 덕에 만원의 행복에서 반찬으로 사먹은 연예인도 있었다.

소시지는 육류로서 고기맛도 덜한 편이다. 그래서 나이를 불문하고 고기와 햄의 맛을 아는 사람은 기피하게 된다. 물론 소시지 자체의 풍미와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에 찾는 사람은 꾸준히 있다. 특히 가격 대 성능비가 높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기 때문에 자취생들의 훌륭한 식재료가 된다. 하지만 싫어하는 자취생은 누가 사준대도 거부할 정도로 호불호가 갈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날로 먹을 것은 못 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걸 날로 먹으면 퍼석한 밀가루 반죽을 씹는 것과 비슷한 감촉에 몸서리 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롯데햄에서 나오는 제품은 간이 잘 되어 있어서 생으로 먹을만한 모양이다. 다만 혼합소세지를 찌개에 넣고 끓이면 색소가 다 빠져나가 허여멀건하고 아무 맛도 안 나는 밀가루 덩어리를 맛볼 수 있다. 사실 이건 찌개 국물 맛으로 먹는 거에 가깝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란 천차만별이라 만원 남짓하는 고급 소시지보다도 조미료의 감칠맛이 휘몰아치는 벌건 몽둥이 소시지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김구라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밀가루 소시지라고 한다. 사실 진짜 소시지와는 전혀 별개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걸 돼지고기 소시지라 생각하면 그 퀄리티에 질겁하겠지만 그냥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무척 개성있는 맛이라는걸 알 수 있다. 애초에 어떤 생각으로 대하는지가 관건. 고급소시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어육소시지를 싫어하란 법도 없다. 어육소시지의 식감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도의 밥반찬으로 잘만 먹는다.

이는 ""으로 대표되는 한국 특유의 계란옷을 입혀 지지는요리법 탓도 클 것이다. 한때는 도시락의 럭셔리 부르주아 메뉴로 취급받았고 현재도 도시락 반찬의 개근상을 찍고있는 이 조리법이 소시지와 계란의 시너지 효과로 여전히 장수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든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 대중화되기 전엔 김밥을 쌀 때 햄 대신에 들어가는 물건이었다. 90년대부터 햄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김밥 재료에서 급속도로 햄이 소시지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전설로 구전될 정도. 그러나 햄이 들어간 김밥과 미묘하게 풍미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소시지가 들어간 김밥을 싸서 먹기도 한다. 햄보다 소시지를 더 좋아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이 쪽을 더 마음에 들어해 우연히 먹어보고는 자신도 소시지로 김밥을 싸서 먹기도 한다 카더라(...).

길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도 옛날에는 튀김옷 안쪽에 바로 이 빨간 쏘세지를 썼다. 지금은 모두 후랑크 소시지로 바뀌었다.

시중에서 인지도는 진주햄, 백설햄, 롯데햄 3개 회사가 가장 높다. 완두콩을 비롯한 야채가 가미되고 벌건 색감이 옅은 야채맛 소시지같은 배리에이션도 있고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실제로 같은 혼합소시지임에도 보통 벌건 혼합소시지에 그냥 야채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실제로 이 야채소시지가 처음 출시되었던 80년대엔 일반 혼합소시지보다 좀 더 고급화된 포지션으로 나왔었다. 물론 지금의 위상이야 거기서 거기.

슈퍼 계산대 위라는 특등석에서 원통형 용기에 대량으로 꽂힌 위용으로 애어른 할 것 없이 주섬주섬 사먹게 되는 천하장사 소시지를 대표로 하는 간식용 소시지도 맛의 차이가 커서 모르고 넘어가기 쉽지만 분홍소시지와 같은 혼합소시지로 분류된다. 치즈니 DHA니 하는 첨가물로 럭셔리함을 강조해 보통의 분홍소시지 보다 훨씬 몸값이 비싼 칙사 대접을 받고 있다. 짠 맛이 적고 고소한 맛을 강조한 간식거리의 특성 상 요즘에는 길고양이 꼬시는 미끼용으로도 환영받는 듯. 포장이 거의 똑같은 N스틱이라는 녀석도 가끔 보이는데, 이 녀석은 양갱이니 속으면 안 된다.

맥스봉에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 반응한다는 사실이 발견된 이후, 모든 혼합소시지가 같은 현상을 보이자 식용 스타일러스 펜이라는 역할이 추가되었다(...).

비슷한 가공식품으로 프레스햄이 존재한다.

의외로 소시지가 까다로운 독일의 슈퍼마켓에서 볼 수 있다. 주황색이나 노란색의 두꺼운 비닐로 씌여 살짝 굽은 형태인데, 수육함량이 높은 편이라 생각보다 맛있다. 일반 혼합소시지가 흐물한 느낌이라면 이쪽은 탱탱한편. 스웨덴 요리에도 비슷한 것으로 'värmlandskorv'와 'falukorv'라는 소시지가 있는데, 이쪽은 밀가루가 아닌 감자전분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그냥 먹거나 살짝 구워 먹어도 그럴싸한 맛이 나는 고기함량 80프로 이상의 저가형 소시지('혼합소시지'의 관점에서 보면 고급형)도 나오는 듯하다. CJ의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 같은 제품이 그런 제품군. PX에 납품되는 빅팜 등의 소시지는 돼지고기 85% 이상의 제품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진짜 소시지와 혼합소시지의 중간스러운 형태라고도 볼 수 있겠다.
  1. 초등학생 때 해본 녹말과 요오드 용액의 반응 실험을 이 소시지 가지고 하면 실제로 반응해서 요오드용액 색이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