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확률

1 개요

네이버 지식iN에 등록되었던 유명한 질문. 아마 질문이 올라왔을 당시엔 '어떤 개그캉의 확률'이였을 것이라 예상된다. 원문아카이브후속판

2010년 8월 2일, 어느 네이버 지식인 이용자가 어떤 확률에 대한 질문을 올렸다.

우주에서 개미콧바람으로 떨어뜨려서 독도에 떨어졌는데 그 개미가 직접 를 만들어서 강원도에 도착할 때 쯤 바람에 날려서 민들레 씨앗을 타고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파묻혀져서 민들레가 개미와 함께 피어나서 그 개미가 이수만 콧구멍에 들어가서 뇌속으로 들어가서 핏줄을 이빨로 끊어서 뇌출혈을 시키고 나왔더니 갑자기 김준수가 그 개미를 잘랐고, 김준수가 박유천한테 혼날 확률

이런 질문을 올리게 된 계기는 그냥 친구와 이야기하다 궁금해졌기 때문에. 위 질문에 덧붙여서 어떤 수학적 공식이라도 괜찮으니 맞을 것 같다는 근거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냥 보면 어느 심심했던 유저가 장난으로 질문을 던진 것이였고 이어서 3개의 답변이 올라왔으나 별 호응은 얻지 못했다.

그냥 별 의미없는 뻘글로 묻힐 뻔했지만 질문 후 5시간 뒤에 누군가가 답변을 달았는데.. 개미가 독도에 떨어지는 확률부터 김준수가 박유천에게 혼날 확률까지의 7가지 확률을 다른 답변과 다른 압도적인 분량으로 왠지 맞을 것 같게 계산해내 답변을 달아주었다. 그 결과 나온 최종 확률 [math]2.4834615691846009626298060906422\times 10^{-44}[/math] . 그리고 베스트 답변으로 채택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답변 하나로 이 질문은 성지가 되었으며 2016년 7월 기준으로 추천수가 14000이 넘어가고 의견이 10000(!)개가 넘게 달린 상태. 질문이 성지화되면서 자동 검색에도 오르게 되었고 이런 뻘질문을 따라한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별 반응은 보지 못했다.

2 정답 여부, 답변 반박

농담으로 쓴 글 답게 당연히 모순 투성이며 진지한 농담인 만큼 반박도 진지하게 해 보자. 위키니트들의 집단지성을 이용하여일단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제시된 경우 이외에 다른 경우의 수가 있더라도 그 확률이 제시된 것에 비해 매우 작다면 전체 확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1]

2.1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려서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리'는 것 까지가 주어진 조건이다.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렸을 때'로 바꿔 적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주에 개미가 있을 확률은 계산하지 않아도 되며, 지구상에 있던 개미를 우주에 가져가더라도 성립되는 조건이다.

우주의 정의를 엄밀히 따르자면, 생각만큼 극한의 공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주의 정의상 우주가 시작되는 곳의 해발고도 100km이다. 그런데, 저궤도 위성의 고도는 120km부터 시작되며[2] 지구정지궤도 위성의 경우 35,786km 고도에서 지구 주위를 돈다. 위성이 궤도를 그리며 돌 수 있는 이유가 지구의 중력장 내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개미가 위성의 속도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는 한은 콧바람이 불든 말든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 우주라고 해도, 일단 우주 공간에서 붙은 속도는 공기저항이 없어 줄어들지 않으므로 콧바람을 통해 지구쪽을 향하도록 잘만 조절하면 지구로 올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개미는 얼어죽거나 타 죽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 진공 상태에서 콧바람을 불 수 있느냐는 문제는, 뭐가 어찌됐든 코로 바람이 나오기만 하면 그건 콧바람이라는(...) 전제 하에, 사람이 헬멧을 벗고도 생존할 수 있기만 하면 달성 가능한 부분이다. 조금 고약하긴 하겠지만, 입으로 공기를 주입해 주면 코로 바람이 나올테니까. 그렇다면 생존은 가능할까? 답은 yes다. 우주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 항목 참조.

이제 전제조건을 만족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니 본격적으로 확률을 계산해 보자.

2.2 독도에 떨어질 확률

개미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면 생존이 가능할까[3] 하는 문제가 있는데, 개미는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지더라도 죽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생각해 봐도 개미의 키보다 수백배 높이(예를 들어 여러분이 서 있을 때 손의 높이)에서 떨어져도 멀쩡히 기어다니지 않던가? 중력질량에 비례하며 질량은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반면, 공기저항은 단면적에 비례하며 단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질량 대 공기저항 비는 급격히 커져, 그만큼 종단속도도 작아지게 된다. 그리하여 생쥐 이하의 크기의 생물체는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지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 또, 개미 정도의 사이즈가 되면 표면장력이 크게 작용하여 종단속도를 줄이는 데 또 한 번 기여한다. 결국 바닥에 짜부라져서 사망할 일은 없다는 이야기.

그 다음에는, 개미가 우주의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 진공은 생각보다 위력이 강하지 않다. 이 동영상에서, 곤충이 진공 상태에서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기권에 돌입하면 재수 없을 경우 상승기류를 만나 대기 중에 조금 오래 체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개미의 수명은 1~3년이므로 아주 재수없는 경우가 아니면 늙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따져 보았을 때, 개미가 지표면에 떨어질 때까지 생존할 확률은 생각보다 크다. 따라서, 독도에 떨어질 확률을 독도의 면적 / 전체 지구 표면적으로 계산한 것은 의외로 그럴듯한 이야기가 된다.

다만, 개미가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개미가 진공이나 극저온 상태(사실 꽤 큰 문제다)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인지와, 우주 공간에서 지표면까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지[4]를 고려하여 개미가 생존 가능한지도 계산이 필요하다. 또 개미가 떨어지는 중에 박쥐 등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에게 먹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원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해석해서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려서 독도에 떨어졌는데"까지를 조건으로 본다면, (독도의 표면적) / (지구 전체의 표면적)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조건에 생존여부가 나와있지 않으므로, 개미가 생존할 확률은 그대로 계산해야 한다.

2.3 그 개미가 직접 배를 만들어서 강원도에 도착할 확률

사실 개미가 의지를 가지고 배를 만들 확률은 없다고 봐도 되지만, 개미가 풀을 자르고 우연히 그걸 타서 물 위를 떠간다면 의도하진 않았지만 배를 만들었다고 할 수는 있다.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한 계산이 빠졌다.

배가 떠밀려 가는 방향은 각도기로 재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해 해류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해류가 대부분 독도에서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고려하면 동해안으로 흘러갈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떨어진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타고 가는 동안 개미가 익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2.4 강원도에 도착할 때 쯤 바람에 날려서 민들레 씨앗을 탈 확률

우주에서 독도에 도달할 때까지 한참을 바람에 날렸는데 또 다시 바람에 날려야 하는 개미에게 애도를(...)

일단 봄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여 1/4의 확률을 계산한 것은 좋았으나 민들레 씨앗을 탈 확률은 계산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유의할 점은, 주어진 문장을 분석해 보면 도착한 뒤 민들레 씨앗을 타고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원도에 도착하기 전 바람에 날려서 버둥대다가, 옆에서 날고 있던 민들레 씨앗을 붙잡아 타는 것이 된다.

2.5 민들레 씨앗을 타고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파묻혀져서 개미와 함께 피어날 확률

민들레 씨앗은 애석하게도 파묻혀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민들레와 개미가 함께 피어난다는 것 또한 오버. 여기가 가장 큰 문제.개미가 민들레에 거름이 됐다는 건가

조금 수정해서 민들레 씨앗을 타고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착지할 확률이라고 해 보자. 다음 사건을 고려해 봤을 때 민들레 꽃이 피어날 때 굳이 개미가 같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민들레꽃이 피어날 동안 개미가 민들레와 같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당장이라도 집에 돌아가기 위해 사방을 헤멜 것이 뻔한 개미에게 바라기에는 너무 낮은 확률일 것이다.

민들레가 피는 계절은 봄이라 남서풍이 불어올 것이므로, 다시 한번 원 답변자가 예상한 서해 방향으로 날아갈 확률은 훨씬 떨어진다. 거기다가 민들레 씨앗은 들판을 만난다고 무조건 멈추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산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 더 가서 북한이나 중국으로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민들레 씨앗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를 확률분포로 분석하여, 그 중 강원도 고산지대 범위에 해당하는 확률을 구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2.6 그 개미가 이수만 콧구멍에 들어갈 확률

개미가 이수만 콧구멍에 들어가는 것만 따지자면 가능은 한 이야기이다. 사람이 자는 도중에 코나 입으로 벌레가 기어들어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수만이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잠을 자게 될 확률 * 자는 동안 콧구멍으로 개미가 들어갈 확률 * 1/해당 지역의 모든 개미 수(...)로 해당 확률을 구할 수 있다.

답변자는 1/(대한민국 인구 전체) * (콧구멍의 면적)/(몸 전체의 면적)으로 답했는데, 앞 부분은 이 개미가 언젠가는 한 사람의 몸에 부딪치게 된다는 소리가 되며, 뒷 부분은 이 개미가 콧구멍에 부딪칠 확률과 발가락에 부딪칠 확률이 같다는 의미가 된다. 개미한테 날개가 달려 있으면 모를까, 아니, 그렇다고 해도 틀린 주장이다. 멀쩡히 깨어 있는 사람이 자기 코로 웬 날벌레가 날아드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

2.7 뇌속으로 들어가서 핏줄을 이빨로 끊어서 뇌출혈을 시키고 나올 확률

개미가 뇌로 들어갈 확률 또한 문제다. 개미가 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뇌척수막을 뚫고 들어가야하며, 이곳은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다시 나오는 것은 물론 똑같이 어려우며, 그나마도 그 사이에 죽어버리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또, 개미가 뇌를 물어서 출혈을 일으킬 확률도 필요하다.

답변자는 (뇌혈관의 길이)/(전체 혈관의 길이)로 계산했는데, 이는 개미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 전체 공간 중 임의의 혈관으로 텔레포트되며, 개미는 필수적으로 혈관을 끊게된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빠져나올 확률을 또다시 (콧구멍의 면적)/(몸 전체의 면적)으로 계산했는데, 이는 혈관을 끊고 난 다음에는 인간의 피부 중 임의의 공간으로 다시 텔레포트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상상해 보면 상당히 끔찍한 이야기이다

흔히 말하는 뇌출혈은 혈관이 좁아져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압력을 견디지 못한 혈관이 터지는 바람에 뇌의 일부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기능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정상적인 사람의 뇌에 경미한 출혈로는 동일한 증상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뇌출혈이라는 말의 순수한 뜻을 보면 뇌에 출혈이 생겼다는 것이니까 뭐 그러려니 하자(...)

2.8 갑자기 김준수가 그 개미를 잘랐고 김준수가 박유천한테 혼날 확률

어감상 개미가 튀어나온지 얼마 안 되어 김준수에게 잘렸으며, 그 때문에 박유천에게 혼났다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상 이러한 사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김준수와 박유천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한다. 이전에 이수만이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잠을 자는 것을 전제했으므로, 김준수와 박유천도 따라가서 잤을 확률을 곱해주자. 조금 후하게 쳐 주자면, 이수만과 동일한 공간에서 잠을 잘 사람 중에 김준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박유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 확률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김준수가 이수만 코에서 탈출한 개미를 발견할 확률(이 때 기어나오는 장면을 봤느냐 안 봤느냐는 상관 없다), 김준수가 이 개미를 (실수든 고의든) 자를 확률, 박유천이 이 장면을 목격할 확률, 자다가도 개미가 죽는 것을 보고 가슴아파하는 성격일 확률을 곱하면 계산은 끝난다.

원글에서는 김준수와 박유천이 사이코패스일 확률을 각각 곱했는데, 사이코패스라고 개미를 보는 족족 잘라 죽이진 않으며,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개미를 안 죽이는 것도 아니다(...)어릴 때 개미 한 번쯤 죽여 본 여러분들은 모두 싸이코패스 박유천이 김준수를 혼낼 확률 또한 동일.

다만 어느 물리학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도 확률적 법칙일 뿐이므로, 깨진 컵이 다시 붙는 일도 가능은 하다. 너무나도 확률이 적을 뿐이지...[5] 그렇다면 확률이 0%는 아닐지도 모른다. 근데 이거 왠지 어느 물리학 교수가 즐겨 내던 문제 스타일인데...아님 어느 기업 입사 시험이나..

3 여담

이 답변자는 현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 다니고 있으며, 이 답변은 답변자가 중3 때 올린 거라고. 이 정도 창의력이면 서울대 갈 만하지
  1. 확률을 처음 배우는 초딩들이 "동전을 던졌는데 만약에 동전이 세로로 서면 어떡해요?" 하고 질문할 때, 진지먹고 답변하려거든 바로 이렇게 답해주면 된다. 동전이 세로로 서는 경우를 넉넉히 잡아서 만번 던지고 나면 한 번쯤 나온다고 해 보자. 앞면이 나올 경우는 거의 5000번, 뒷면이 나올 경우는 거의 5000번인데, 세로로 서는 경우는 딱 한 번 밖에 없다. 확률로 나타내면 각각 5000/10001, 5000/10001, 1/10001이니까 무시해도 되는 확률이 나오는 것이다.그래도 딴소리하면 한 대 때려주자 근데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약간 흠칫 한다.
  2. 첩보위성 같은 경우 더 낮은 곳에서 활동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대신 오래 활동하지 못한다.
  3. 당장은 생존 조건을 걸지는 않았지만, 뒤의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생존해야 한다.
  4. 이 때 고려해야 할 점은, 개미가 종단 속도로 일정하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고고도에서는 대기가 희박하여 종단 속도가 높아질 것이고, 고도가 낮아지면 속도가 다시 낮아질 것이다.
  5. 빅뱅 이후 현재까지 한 번이라도 일어났을 확률보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확률이 넘사벽으로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