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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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말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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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위용을 보라!
사실 이 사진은 1차대전때 독일군이 사용한 Tank-gewehr 1918, 일명 T-게베어 대전차 소총을 영국군이 노획하고 찍은 사진이다. 저 놈도 별명이 엘리펀트 건이긴 했지만, 엽총으로 쓴 진짜 엘리펀트 건은 저렇게 큰 물건이 아니다. 크고 무겁긴 해도 사람이 들고다닐만한 엽총급.

1 개요

Elephant gun

기의 일종. .600 Nitro Express라든가 .577 T-Rex 같은 최강급의 소총탄을 사용하는 사냥용 소총이다. 주로 제국주의 시절에 나온 물건.

2 특징

이름 그대로 코끼리코뿔소 같은 대형 동물 사냥용의 대구경 소총.히바리 쿄야가 이 총을 좋아합니다

사실 엘리펀트 건급의 물건은 워낙 무겁고 반동도 지나치게 강력하여서 요즘엔 이걸 들고 직접 코끼리 잡으러 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사냥에는 보다 약한[2] .375 H&H 정도의 탄을 쓰는 소총으로 약점을 노려 한 발에 사살하는 전술을 사용한다.[3]

3 역사

3.1 개발과 전성기

엘리펀트 건의 역사는 19세기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사냥하러 다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냥꾼들은 흑색화약을 사용하는 활강총신 머즐 로딩 단발, 혹은 쌍열총기를 사용했는데 평범한 사슴사냥급은 잡았어도 피부가 두꺼운 코뿔소, 하마, 코끼리 같은 '위험한 사냥감'에는 효과가 적었다. 어떤 기록에서는 죽을 때까지 35발을 쏴야 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흑색화약의 연소 속도의 한계 때문에 탄속을 아무리 올려도 초구탄속(총구앞 1m) 460미터를 넘기 힘들었고, 결국 총기를 강화하는 방법은 대구경화해서 더 무거운 탄자로 때리는 방법 뿐이었다. 그래서 10게이지, 8게이지, 6게이지, 4게이지... 심지어는 2게이지(33.67mm)짜리도 만들어 쓰곤 했다. 흔하게 쓰이던 체급이 4게이지(26.72mm)에, 탄자는 2천 그레인(130g)짜리 통짜 슬러그, 총구탄속 430m/s라는 괴물이었는데 이걸로도 코끼리 두개골을 정면에서 관통하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구경이 문제가 아니라 탄속이 너무 떨어지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당시 사냥꾼들은 총을 가지고서도 100% 성공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실력있는 사냥꾼의 조건이 재장전을 할 동안 말 타고 잘 도망치는 기술, 그리고 총을 들어주는 보조 사냥꾼이 총을 재장전해서 주 사냥꾼에게 전달하는 능력일 정도였으니.

엘리펀트 건은 이 시기, 19세기 중반에서 후반 흑색화약 총기가 사냥에 사용되던 시기에 탄생한 것이며, 당시까지는 그래도 사냥의 주력 무기였다. 그런데 총의 세계에 또다른 치트키, 무연화약이 등장한다. 그리고 1895년 경, 파우더 B나 코르다이트 같은 무연화약을 이용한 총기가 사냥꾼의 손에 쥐어지면서 니트로 익스프레스 시대[4]가 열린다.

.400구경에서 .620 구경 사이의, 기존의 4게이지급 흑색화약 엘리펀트 건보다 구경은 작지만 예전과는 달리 순 납덩어리가 아닌 자켓을 씌운 탄자에다가 무연화약을 사용해 탄속이 초속 2000피트(610m/s)까지 올라간 신형 탄약은 흑색화약을 월등히 뛰어넘는 성능을 발휘하면서 한방에 대형 사냥감을 눕혔고, 단숨에 흑색화약 총기를 교체했다.

20세기 초의 사파리 전성시대에는 .577 Nitro Express, .375 H&H Magnum, .416 Rigby, .404 Jeffery, .505 Gibbs, .450 Nitro Express, .470 Nitro Express 같은 탄약이 줄줄이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이름을 따와서 이 시대를 니트로 익스프레스 시대라고 불렀다. 이 탄약들은 20세기 중반 사냥 문화가 시들해질 때까지 엘리펀트 건으로 쓰였다.

3.2 쇠락

하지만 저런 동물 사냥 자체가 시들해지면서부터 자연스레 저 탄들도 퇴출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엘리펀트 건이 사냥 본게임용으로 쓰이는게 아니라 초보 사냥꾼을 이끄는 길잡이 전문 사냥꾼 혹은 현지에서 고용한 사냥 조수가 예비용으로 갖고 있다가, 주 사냥꾼이 쏜 탄이 빗나가거나 효과가 없어서 열받은 채로 사냥감이 달려들 때 일격에 정지시키기 위한 긴급 처방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고객 보호용, 대맹수 호신용 사냥총이 된 것이다.

빅 보어가 보조용으로 쓰이는 동안 주 사냥꾼은 당시 대형 사냥총으로는 비교적 중구경에 해당하는 .375 Holland & Holland Magnum 같은 것을 애용했는데, 당시 가장 보편적인 범용 탄약이 이거였다. 흔히 아프리카 사냥 업계에서 '빅 파이브 사냥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자, 아프리카 코끼리, 아프리카 물소, 표범, 코뿔소를 꼽는데 .375 H&H 매그넘은 이 모든 다섯 종류를 다 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탄약이자 가장 범용성 좋은 사냥탄약이다. 시베리아나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 같은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북극곰이나 그리즐리 잡을 때도 이 탄을 곧잘 쓴다. 펀치력과 위력이야 빅 보어보다는 덜하지만 그만큼 사수가 쏘는데도 부담이 덜하면서, 위험한 사냥감과 위험하지 않은 대형 사냥감 모두에 두루 쓸 수 있는 적절한 펀치력과 범용성을 가졌고, 탄도도 쭉쭉 곧게 뻗는 편이라 조준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사냥감의 종류에 따라 탄자 무게 바꾸는 식의 머리를 쓸 필요도 적은 편이고 등등 무수한 장점이 있어서 대형 맹수 사냥꾼들은 '중구경의 여왕님'으로 칭송할 정도. 만약 사냥꾼이 딱 한자루의 총만 가질 수 있다고 하면, .375 H&H 매그넘이 정답이다.

사냥에 관련된 보호법이 정비된 현대에도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맹수 사냥시 최소한 .375 H&H 매그넘 이상의 위력을 사용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곳이 많을 정도.

사실 빅 보어가 본게임용이든 아니든간에, 영국 신사입네 하면서 조수 거느리고 다니던 제국주의 시대 사냥꾼 양반들은 제 손으로 사냥총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대구경 총이 워낙 무거워야 말이지... 조수가 사냥감 있는 위치 다 찍어주고 근거리까지 데려다주고 총에 장전도 해서 건네주고 위험하면 대신 쏴서 잡아주는 버스 타는 꼬라지를 보면 사냥을 하는 건지 유람나온 건지 참담할 지경. 그러고도 좋다고 트로피는 꼬박꼬박 챙겨간다. 마치 히말라야 산맥 올라가면서 셰르파한테 업혀가는 자칭 등산가 비슷한 꼬라지였다.

이렇게 19세기 초 유럽인들의 아프리카 및 아시아 대륙으로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덩달아 상아 사냥이 흥하면서 엘리펀트 건 역시 흥했지만, 19세기 말부터 각국에서 상아를 목적으로 한 코끼리 사냥을 금지시켰고, 또 굳이 대구경이 아니더라도 야생동물 사냥엔 무리가 없는 총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순수한 엘리펀트 건 역시 거의 도태되었다.

3.3 현재의 엘리펀트 건

20세기 중반부터는 구형 니트로 익스프레스 탄약보다는 .458 Winchester Magnum, .378 Weatherby Magnum, .460 Weatherby Magnum 같은 비교적 신형 탄약이 개발됐고 이건 지금도 라지 게임 헌터에게 종종 쓰이는 탄종이다. 하지만 역시 사파리 사냥 자체가 시들해진 시대인지라 이 계열 탄약에 새로운 개발은 뜸했는데...

1980년대나 90년대 쯤에 사파리 사냥이 다시 반짝 하면서 이 바닥에도 .416 웨더비 매그넘이나 .416 레밍턴 매그넘 같은 새로운 탄약이 등장했다. 니트로 익스프레스 계열도 힘을 내서 .700 니트로 익스프레스나 .577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더 쎈놈도 등장했다. .577 티렉스 같은 경우도 앞서 말했듯이 위험한 대형 사냥감에게 안내하는 전문 사냥 길잡이들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구경의 신형 엘리펀트 건 탄약을 요구하면서 등장한 괴물이다. .700 니트로 익스프레스 역시 개발사인 H&H사가 1980년대 사파리 사냥이 다시 붐이 일자 자사의 구형 엘리펀트 건 탄약인 .600 니트로 익스프레스를 더 쎄게 만들어서 홍보용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던 건데, 의외로 대박이 나서 계속 생산하게 된 케이스.

사실 위력만으로 보자면 군용 .50 BMG나, 20mm급 기관포탄도 충분히 쓸만하지만, 요즘 엘리펀트 건을 찾는 사냥꾼들은 관통력보다는 펀치력을 중시하는데다 사용하는 총의 휴대성과 스타일도 중요시해서 그다지 인기는 없단다.

사실 현대라고 하면 그냥 AK-47로 갈긴 뒤 쓰러질 때까지 차량으로 쫓아다니기만 하면 되는 식으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사냥총이 한방에 사냥감을 눕힐 수 있는 위력을 법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의외로 흔하기 때문에 요새도 합법적인 사파리 헌터들은 최소한 .375 H&H 매그넘급 이상은 사용하는 편이라고.

4 트리비아

  • 주로 커스텀 주문 제작되는 고급 사냥용 총기여서 모델은 무수하게 많았어도 딱히 대표성 있는 하나를 거론할 정도로 대중성 있는 총은 드물다. 이는 더블 배럴 샷건과 비슷. 대부분 사이드 바이 사이드식 더블바렐, 아니면 단총신 단발식이나 볼트액션식이고, 장탄수가 많은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 총 자체도 큰 반동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질 좋은 강철을 깎아서 가공하고, 목재가 쓰이는 파트는 고급 월넛 소재를 쓰는 등 아낌없이 돈지랄을 해댔다.
  • 트로피 헌터 유행 시대에는 이걸 필요로 하는 계층 자체가 맹수 잡아서 자랑하고픈 과시욕구 충만한 부자 계층이다보니, 영국에서 40년동안 엽총만 만든 건스미스가 한땀한땀 만든 엄청난 핸드메이드 총기인 경우가 자주 있었다. 모델이 고정돼있어도 양산형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20세기 시절 쓰던 클래식한 엘리펀트 건은 한 자루 만드는데 수 개월, 심지어 1년 걸리기도 했고 일정 거리(사냥꾼 자신에 맞춘 접근 거리)에서 조준시 좌 우 총신에서 쏜 총탄이 같은 위치에 맞아야 한다는 지랄맞은 고객의 주문도 접수할 정도였다. 같은 위치에 맞는 거야 더블 바렐 고급 총기에서는 흔히 있는 사양이지만, 특정 고객의 주문에 맞춰 거리를 조절하는건 까다로운 주문.
  •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는 밀렵꾼에 의해 사냥당하곤 하는데 이들이 쓰는 총은 AK-47계열인 경우가 많다. 값도 싸고 내전 등을 통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코끼리를 잡는 면만을 본다면 진정한 코끼리 총은 AK일지도 모른다. AK류에 쓰이는 7.62x39mm M43탄은 사실 7.62mm 소총탄 중 가장 약한 종류로서 운동에너지도 5.56x45mm NATO탄에 비해 딱히 압도적으로 강력한건 아니지만, 엘리펀트 건이 사냥꾼의 로망인 일발저지력을 위해 하도 무식하게 구경으로 승부해서 그렇지 사실 코끼리는 원시적인 투창질에도 죽는다는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죽어가는 시간의 문제일 뿐 M43 정도의 탄환으로도 코끼리를 죽이는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너희들은 엘리펀트 건이 있어야 날 사냥할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없어도 별 상관없어 난 사실 투창질에도 죽는다!
AK에 버금갈 정도로 흔히 쓰이는 것이 FN FAL. HK G3 역시 자주 보인다. 딱히 위력 때문에 고른다기보단, 그저 AK와 마찬가지로 제3세계에서 가장 흔히 사용된 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5 전쟁터와 그 영향

엘리펀트 건이 워낙에 무식한 위력을 지녔던 탓에 제1차 세계대전참호전에서 쓴 사례가 있다. 아래는 실전에서 사용되었던 상황 예시.

  • 적 저격병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초기의 참호전에서 저격병은 참호에 설치된 방탄판 뒤에서 저격을 실시했고, 이를 잡으려고 한 아군의 총탄은 방탄판에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엘리펀트 건을 도입해서 방탄판째로 관통시키려고 한 것.
일단 도입되자 효과는 있었지만 바로 적도 대응책을 마련해서 방탄판을 2중으로 한 후, 사이에 흙을 넣어 총탄이 관통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곧 효과적인 저격방식이 개발되었으므로 방탄판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은밀하게 저격진지를 만들고 사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 적 전차를 제거할 때 사용한다. 초기의 전차는 장갑판이 방탄용 강철이 아니라 보일러용 철판이라서 간신히 소총탄만 막는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엘리펀트 건을 쏘면 그냥 장갑을 뚫고 내부 승무원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전차를 운용하는 측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다음 장갑을 모조리 방탄강으로 바꾸고 두께도 늘렸다. 결국 대전차 소총, 그리고 대전차포가 해당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결국 엘리펀트 건은 가뜩이나 단발이며, 사격시 엄청난 반동이 있고, 무거운데다가 탄환과 부속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넘쳐났었고, 그래도 파괴력 하나 믿고 사용되어오다가 상기한대로 방비책이 많이 생기면서 결국 전쟁에서도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엘리펀트 건은 전장에서는 종종 강력한 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기 때문에 후에 나오는 대전차 소총을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이후 12.7mm 탄을 사용하는 M2 중기관총이나 대물 저격총을 만드는데도 일정부분 영감을 주었다. 역시 인간은 이기기 위해선 못하는게 없다.

6 하우다 피스톨

한편 맹수나 빅게임에 대한 호신용이라는, 엘리펀트건과 비슷한 용도에서 만들어진 권총도 있는데. 하우다 피스톨이라고 한다. 여기서 하우다(howdah)는 코끼리 등에 지는 가마를 말한다. 즉 코끼리 가마에 타고 나간 사냥꾼이나 높으신 분, 귀족 나으리 등의 예비 호신용. 그런 가마 위에서 휘두르기 편하도록 크기를 줄인 물건이다.
이쪽 역시 19~20세기 대영제국 식민지 시절부터 존재했던 물건으로, 당시 총기에 맞게 대구경 플린트락/퍼커션 캡식에 다총신형[5]인, 소드 오프 샷건에 가까운 형태가 많았다. 소총을 잘라 만드는 것은, 당시의 조잡한 리볼버보다 위력도 강하고 재장전도 빨랐기 때문. 맹수 호신용으로 쓸만큼 강력한 풀파워 라이플탄을 쓴다는 장점이 나름의 위치가 있어서, 탄피와 무연화약이 도입된 후에도 그쪽 업계에서는 꾸준히 사용됐다. 좀 의외롭지만, 대인전투용으로도 약간 사용된 바 있다. 아무래도 소드 오프 샷건 같은 느낌으로 쓴 듯.

나중에 맹수 호신의 필요성(즉 사파리 맹수 사냥업)이 점차 줄어들고 대인전투용으론 본격적인 리볼버가 널리 쓰이게 되면서 인기가 사그라든다. 하지만 근현대에도 엘리펀트건을 잘라서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오지에서 간간히 사용되기도 한다.
  1. 원본: # Barry S. Goldberg, 2005년. 비상업적 사적 사용 허가.
  2. 물론 7.62mm NATO 같은 현용 소총탄에 비하면 매우 강력하지만
  3. 참고로 7.62MM 사냥총으로 코뿔소나 코끼리를 잡지 못하는건 아니다. 실제로 사냥 매니아였던 헤밍웨이의 글에 7.62MM 스프링필드 소총으로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4. 니트로 익스프레스란 니트로셀룰로오스, 즉 무연화약을 사용하는 고속 고위력 총탄을 의미하는 것이다. 니트로 익스프레스 시대는 무연화약 초창기 시대라고 치환해도 별로 틀리지 않다.
  5. 보통 더블바렐이지만 4총신형인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