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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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기픈남고


龍飛御天歌

대한민국보물 제 1463호.

위키 문헌 현대어 해석

1 소개

조선 초기인 1445년 편찬되어, 1447년 발간 된 세종대왕훈민정음[1]을 창제한 뒤 프로토타입으로 쓰여진 책으로서는 최초의 책[2]이며, 한글 반포 이전에 지어진 유일한 한글 작품. 제목은 용이 날아 올라 하늘을 다스린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 세종 때 권제와 정인지, 안지 등이 세종의 명을 받아 지은 악장·서사시다.

국문가사-한역가-한문주석으로 구성되어있다.

훈민정음과 함께 교과서에 실려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용비어천가 정도는 본 일이 있다. 문제는 그게 용비어천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

파일:Attachment/용비어천가/01.jpg
용비어천가 2장은 1만원권 지폐 도안에도 사용되었는데 앞면의 일월오봉도 위에 있다.

사전 등에서는 '용가'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2 내용

海東 六龍이〮 ᄂᆞᄅᆞ샤〯 일〯마〯다 天福이〮시니〮

해동 육 용이 날아서, 일마다 천복이시니,


古聖이〮 同符ᄒᆞ〮시니〮

그러므로 옛날의 성인의 하신 일들과 부절을 합친 것처럼 꼭 맞으시니.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 됴〯코〮 여름〮 하〮ᄂᆞ니〮

뿌리깊은나무는 바람에 아니흔들려서 꽃좋고 열매많으니


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아니 그쳐서, 내가 되어 바다에 가노니.

─ 용비어천가 1, 2장 [3]

다른건 몰라도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이 어쩌고 하는 구절은 다들 알고 있다. 교과서 및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용비어천가의 내용 중 유일하게 문학적 구성을 가진 구절이기 때문이다.(비유와 상징이 사용됨) 나머지는 사실의 열거라고 할 정도로 투박하다.

각 장의 구성은 대체로 위인이 나오는 중국고사가 나오고, 그 고사와 비슷한 세종의 선조들의 일화가 나온다. 그래서 등장인물은 오랑캐를 피해 기산으로 올라간 고공단보, 주나라를 세운 무왕, 남송을 멸망시킨 몽골 재상이었던 백안 (바린 바얀) 등의 슈퍼스타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행적에 비교되는 조선조 조상들의 고사가 나란히 배치되고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시 건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역사가 짧은[4]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내용. 첫장에 해동 육룡이란 목조(穆祖)·익조(翼祖)·도조(度祖)·환조(桓祖)·태조(太祖)·태종(太宗)이다. 세종대왕의 6대조 할아버지까지 찬양하는 글. 더불어 한글이 얼마나 우리말을 잘 표헌할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 조선왕조를 찬양하는 내용을 빌려 쓰인 책이다.

그리고 정종은 빠졌다. 이 시기는 정종이 공정왕의 시호를 받고 제대로 왕 취급 못 받던 때라 그렇다. 거기에 세종의 6대조다보니 정종은 빠질 수 밖에. (그래도 태종을 세'자' 라고 했다 동생이 아들...)

덤으로 2장만이 순우리말로 된 유일한 장이란 자습서도 꽤 있는데 67, 68장도 순우리말로 된 장이다.[5]

3 기타

정권찬양물의 대표로 이름이 높다. 그래도 용비어천가는 전제군주제인 조선때 만들어진 작품이니 민주주의 국가인 현대의 한국에서 이것에 빗댄다는 소리는 민주주의 사회를 역행한 '전제군주정에서나 볼 수 있는 노골적인 무언가'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도 TV신문에서 대통령을 과하게 칭찬하거나, 현 정권측을 지나치게 옹호하려고 하는 홍보물이 나타나면 "또 용비어천가 쓴다", 혹은 "노비어천가", "MB어천가", "박비어천가"니 하면서 까는게 보편화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것이 극에 달했을때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 모 신문에선 전해까지만 해도 일개 육군 소장에 불과하던 그가 갑툭튀하면서 싹쓸이를 하고 스스로 정권을 잡자 "육사의 정기가 빚어낸 구국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찬양하기도 했다. 방송 쪽은 더 심해서 아예 땡전뉴스라는 용어가 나올정도, 덕분에 시청료 납부거부 운동이 일어나 시청료 징수율이 40%대까지 떨어진적이 있다. 자세한 건 한국방송공사/역사 항목 참조.

북한은 말 할 것도 없이 아직도 "북조선 판 용비어천가"가 수시로 제작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씨 일가가 축지법을 쓴다는 황당한 노래라든가...

2015년 9월1일에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강화도에서 직접 물 주신 논에서 벼가 평년작보다 잘 되고 제일 잘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용비어천가에는 왕이 갖추어야 할 덕목도 얘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125조에는 경천근민[6]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정권의 정당성을 찬양하는 목적의 글이라도, 원본인 용비어천가를 훗날의 케이스들과 비교하기엔 사실 용비어천가가 매우 아깝다.

또 다른 자매품으로 푸틴어천가도 있다.

뿌리 깊은 나무육룡이 나르샤의 제목이 이를 이용한 것이다.

강남짱깨와 태조 이성계를 비교하는 2줄의 노래로 구성된 용비어천가의 끝은 결국 패왕적 위업을 달성하든, 유교적 업적을 달성하든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냐는 것을 묻는 것으로 끝나는데, 성경전도서와 매우 흡사한 면이 있다.
  1. 훈민정음은 1446년에 반포됐다.
  2. 두번째는 부처의 은덕을 찬양하는 월인천강지곡(1447년 편찬).
  3. 본 문장은 나눔바른고딕 옛한글, 나눔명조 옛한글(이 둘은 여기서 다운 가능), 함초롬체 LVT(아래아 한글 항목 참고), 본고딕(또는 Noto Sans CJK KR, 여기서 다운 가능) 중 하나가 설치되어 있으면 제대로 보입니다. 전문은 위키문헌으로.
  4. 세종은 조선 4대 임금이며 2대인 정종과 3대인 태종이 형제사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세대로는 겨우 3번째 세대에 불과하다.
  5. 67장은 1장, 2장, 4장, 48장, 결사인 125장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 중 하나이다. 더구나 그 내용도 바이얀의 일화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다룬 장이라서 정도전이 지은 제례악인 정동방곡과도 연결되어서 그 중요도가 높다. 이걸 몰랐다는 것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6.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