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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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보로 기보한 헌천수단소 악보.


井間譜

세종이 창안한 국악 기보법의 하나.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하여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는 한국 국악의 대표적인 기보법이다.
정간보는 음의 길이, 즉 리듬을 헤아릴 수 있는 유량(有量)악보이다. 창안 당시까지도 중국에는 이렇게 음의 길이를 명확하게 표시할 수 있는 악보가 없었기에 '동양 최초의 유량악보'라는 찬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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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보(井間譜)'라는 이름은 악보의 모양이 우물 정(井)자가 위아래로 연결된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한 칸을 한 '정간'이라고 부르는데, 1정간 1박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2정간은 2박, 3정가는 3박이 된다. 또한 1박 내에서 반 박, ⅓박, ¼박 등의 분박(分拍)은 정간 내의 율명과 쉼표(△)가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분별하게 된다. 이런 방법이기 때문에 정간보는 오선보처럼 정확한 음길이를 정한다기보다는 다소 유동적이고 직관적인 악보라고 할 수 있다. 또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나가는 세로 악보이기 때문에 세로쓰기 글을 읽을 때처럼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 읽고 다시 그 왼쪽 줄로 이어 읽는다. 반면 한 정간 안의 율을 읽을 때는 가로쓰기로 쓴 글을 읽을 때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으로 읽는다.

정간 한 칸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어 많은 율명을 쓰기엔 불편하기 때문에, 복잡한 음은 각종 기호를 사용해서 표기하게 된다. 그런데 대금, 소금, 단소와 같이 음악의 장식음을 담당하는 악기들은 가락이 복잡해서 사용되는 기호의 개수가 만만치 않은지라 (…) 이런 관악기의 정간보를 처음 보는 사람은 지렁이 기어가는 악보 수준이다. 결국 정간보의 최대 단점은 공간의 제약이다.

정간보에서 한 줄은 한 장단을 나타낸다. 장단을 중시하는 국악의 특성상, 오선보와 달리 정간보는 한 줄이 몇 칸으로 되어 있는지, 한 줄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 한 줄을 ‘각’이라고 한다. 따라서 첫 줄을 1각, 둘째 줄을 2각, 셋째 줄을 3각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마디금으로 구분되어 있는 한 단위를 ‘마디’ 또는 ‘강’이라고 한다. 그래서 악보의 어느 부분을 보라고 할 때 ‘2각 몇 째 칸을 보아라’라고 하거나 ‘2각 3강 몇째 칸을 보라’는 식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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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에 등재된 만전춘의 악보.
줄 사이에 공간이 있어 원고지와 비슷한 요즘의 정간보와 달리, 세종당시 처음 등장한 정간보는 그냥 칸이 다닥다닥 붙은 모양이었고, 장식음과 부호도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장식음은 구전심수로 외워서 연주했다고 한다. 1800년대까지도 이러한 정간보를 사용했는데, 지금과 같은 장식음과 부호를 개발하고 줄 사이를 띄어서 원고지와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은 대마루 김기수 선생의 공이다.

2007년에는 모 벤처 회사가 '정간보 매니아'라고 해서, 정간보 제작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요즘에도 정간보 표기가 익숙한 정악곡들을 채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정간보 매니아로 제작된 악보의 확장자는 .jgb이다.

참고로 니코니코 동화 유성군의 정간보 악보도 존재한다! 이제 이걸 국악기로 연주할 국악계의 오덕군자들이 출현하기만을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