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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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란 판타지의 하위장르 중 하나다. 말 그대로 도시(Urban)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판타지 장르이다. 영어권 일부에선 어반 판타지를 현대 판타지(Contemporary fantasy, 동시대 판타지)의 하위 장르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는 2010년대에 현대물이 나오기 전까지 현대 판타지는 어반 판타지, 혹은 신전기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2 설명

흔히 어반 판타지를 현대를 배경으로 초자연적인 요소(판타지적 요소)가 개입한 장르, 즉 도시전설이 사변문학화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실 어반 판타지의 장르 구분은 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어반 판타지는 로드무비형으로 여정을 떠나면서 사람과 사건을 조우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로드 판타지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어떤 도심지에 머무르면서 그 지역의 디테일과 거기 사는 사람들의 인간관계로 이야기가 빚어지는 형태를 말한다. 때문에 그와 같은 의미에서 가장 적합한 장르명은 어반 판타지가 아닌 신전기다.

그래서 현대 도시는 물론, 역사적 배경이나 미래, 이세계 판타지 월드 모두 어반 판타지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즉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에서 그리스의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라거나, 중세 런던에 출몰하여 인간의 모습을 훔치는 도플갱어, 근대 파리에서 인간처럼 꾸미고 살아가는 뱀파이어, 현대 서울의 밤거리를 지배하는 마법사, 미래 에 만들어진 콜로니에서 조우한 초자연적 존재, 플레인스케이프시길에 정착한 노 모험가 등등 도심지를 배경으로 삼아 그곳의 인간군상과 인간관계가 중시되는 판타지라면 전부 어반 판타지가 된다.[2]

배경으로 삼는 도심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져있고, 그 배경이 항상성이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어반 판타지의 구분이 쉬워진다. 로드 판타지는 길을 순서대로 따라가야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사건을 조우하고 이야기가 진행이 되므로 배경세계와 사건이 일련의 스토리를 위한 일회용에 가깝지만, 어반 판타지는 도시 내에 각각 중요 인물들이 흩어져서 살고 있으며 그들 각각이 사연과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1회용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진행된다. 마치 배경의 변화 없이 한정된 등장인물만 가지고 진행하는 연극과 같다고 할까.

3 어반 판타지와 현대 오컬트/파라노말 판타지

월드 오브 다크니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 이미지의 작품군들도 어반 판타지의 성향이 짙다. 《WOD》는 TRPG이므로 로드 판타지 형도 가능하고 도시 판타지 형도 가능하지만,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는 도시의 지배자 프린스를 최상단으로 하여 피라미드형 위계사회를 이루어야 하고, 인간관계의 갈등과 드라마가 중시되고,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으며, 또한 인간을 식량으로 삼는 뱀파이어의 본질 상 도시 이동은 거의 드물고 자기 사회를 벗어나는 일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에 상당히 어반 판타지적이다. WOD의 다른 작품들도 비슷하게 초자연적 존재들의 사회성이 중시된다.

하지만 그런 현대 배경의 초자연적 요소가 등장하는 어반 판타지 작품의 아류가 나오면서, 어반 판타지 본연의 의미가 다소 흐릿해지면서 도시 배경이 아닌 현대 배경 초자연적 판타지도 어반 판타지라고 불리게 되어버렸다.

예컨대 《WOD》와 《월희》의 영향을 느슨하게 받았다고 하는 《월야환담》처럼 언제는 서울에 있다가, 언제는 지방으로 내려가서 고속도로 추격전을 벌이고, 언제는 러시아로 건너가고 같은 경우. 현대 배경 한국 판타지소설의 효시 격인 《퇴마록》도 로드무비 형으로 사건을 겪으면서 흘러가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본래 의미에서의 어반 판타지라고 정의할 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초자연적 존재를 다루는 작품은 오컬트/파라노말 소설이나 신전기 소설이라 부르는 것이 올바르나, 펄프 픽션 소비 위주로 돌아가는 한국 서브컬쳐 계에서는 장르적 경계선이나 정의에 대한 논의가 드물다 보니 현대 도시를 주 배경으로 전개하는 판타지물을 전부 싸잡아서 어반 판타지라고 부르는 경향이 생겼다. 서구권에서도 현대 배경에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나오는 것만 어반 판타지인 줄 아는 트와일라잇 세대를 위시한 신세대들이 많아졌다.

3.1 의미 변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서브컬쳐계를 중심으로 어반 판타지가 TYPE-MOON이나 《월야환담》 등의 현대도시 배경의 신전기 같은 현대 판타지물 전반을 뜻하는 다른 명칭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다.[3] 배틀물적인 성격이 들어간 작품들이 2000년대 이후 어반 판타지에 대한 한국 서브컬쳐계의 가장 대표적인 인식이다.

말하자면 어반 판타지와 오컬트/파라노말 현대 판타지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서브컬쳐계에서 두 장르를 혼용하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어반 판타지 장르의 정의 자체가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르게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약간 다른 점이라면 현대보다 중세,근세기 판타지적인 요소를 앞세운다는 점이다.

4 장르적 특징

어반 판타지는 여신전생 시리즈, 《WOD》를 위시한 근/현대 도시 배경의 작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1980~90년대에 본격적으로 장르화가 시작된 비교적 신생장르이다. 그래서인지 흔히 성공작을 중심으로 한 아류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의 애니타 블레이크와 같이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초자연적인 존재와 부딪히고 그것을 조사하거나 관련된 사건에 휘말리는 식이거나, 《트와일라잇》과 같은 틴에이저 뱀파이어 판타지 장르의 주류를 이루는 주인공이 어쩌다가 뱀파이어 같은 초자연적 존재와 마주치거나 그들 간의 항쟁에 휘말리면서 초자연적 존재를 연인으로 얻고 사건을 겪어나가는 스타일이 있다.

이러한 모던 오컬트/파라노말 판타지들은 음모론에 기반하는 것이 많다.[4] 적으로 분석을 해보자면 고딕호러와 세계 각지의 전승이나 전설, 괴담, 거기에 음모론을 섞고 코즈믹 호러를 섞은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5] 하지만 어반 판타지라고 불리기 위해서 굳이 음모론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반 판타지물의 경우 기반을 마련한 여신전생 시리즈나 《WOD》 등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를 띄는 경우가 많다. 혹자는 어두운 분위기가 어반 판타지의 필수요소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음모론적인 성향과 마찬가지로 어반 판타지가 반드시 어두울 필요는 없다. 다만, 어반 판타지 성향 상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존재나 현상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상당수의 어반 판타지 작품이 어두운 분위기를 띄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작가의 기량에 따라 간지폭풍으로 와닿을 수도 있고, 단순한 중2병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라이트 노벨 등에서 학원물 같은 고정된 배경과 등장인물을 지닌 세계관에, 신토나 무속, 마법 같은 오컬트적 요소가 나오는 경우도 어반 판타지가 된다. 2010년대 한/일 오덕계에서 주로 소비되는 어반 판타지는 배틀물적인 요소에 싸우는 미소녀가 등장하는 등의 적절한 변화과정을 거치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5 모던 파라노말/오컬트 판타지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

고딕 호러 이후 앤 라이스를 위시한 현대적으로 해석된 흡혈귀들은 어반 판타지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소재 중 하나이다.
흡혈귀와 마찬가지로 어반 판타지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소재 중 하나로, 흡혈귀의 대척점으로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괴물이 있으면 이에 대항조직이 있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개념. 보통 총기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종교적 단체, 마법적 단체, 혹은 순수한 정부 요인이거나 현실에서 뒤틀려버린 탓에 뒷골목을 전전하는 소위 '고독한 늑대' 같은 스타일도 많다. 사실상 괴물이 아닌 인간이 어반 판타지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희생자 아니면 다 헌터라고 보면 된다.
도시에 숨어 지내는 마술사 등 현대적으로 해석된 판타지의 마법사가 등장하는 소재도 흔하다.
능력자들과 일반인들의 대립, 능력자를 통제/관리하는 기관 등의 클리셰가 주로 등장한다. 차별받는 초능력자 항목도 참고.
  • 고대신
어반 판타지에 코즈믹 호러스런 요소가 적극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추가된 형태.[6]

6 어반 판타지 혹은 모던 파라노말/오컬트 판타지가 적용된 매체들

7 관련 문서

  1. 대표적인 어반 판타지 언더월드 시리즈.
  2. 간혹 중세 궁성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를 딱 집어 캐슬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어반 판타지의 하위로 놓는 경우도 있다.
  3. 예를 들어 흡혈귀이능력자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이 도시의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벌이는 싸움을 그린 작품 등.
  4. 정부, 혹은 괴현상을 일으키는 단체 자체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라는 것.
  5. 사실 코즈믹 호러도 배경이 대도시라면 훌륭한 어반 판타지가 된다.
  6. 사실 코스믹 호러 자체가 상당히 어반 판타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장 코즈믹 호러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배경 태반이 '아캄시'라는 가상의 도시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7. 이 분야를 최초로 정립한 시리즈.
  8. 이 분야의 본좌
  9. 정확히는 허세력 배틀물 노선을 본격적으로 타기 전 초창기 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