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지.[1]
Father Brown
G.K 체스터튼이 창조한 추리소설 속 탐정역 캐릭터. 단편 52편에 등장했다. 국내에도 일찌감치 작품이 소개되었으며, 북하우스에서 브라운 신부 전집(총 5권)을 출간했다.
원래는 에식스 지방의 신부로 주로 하층민들이 사는 곳을 맡는다.[2] 작고 땅딸막한 체구에, 가지고 다니는 우산도 맨날 떨어뜨리는 등 얼뜬 사람처럼 보인다. 누구든지 처음 봤을 때는 황당해하거나 무시한다. 하지만 곧 비상한 두뇌와 통찰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보는 모습에 다들 깜짝 놀라게 된다.
올드비 추리소설 팬이라면 옛날 해문에서 출판한 세계의 명탐정 44인[3]을 추억할 텐데, 이 책에서 브라운 신부에게 붙인 타이틀은 기상천외의 두뇌다.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과학적인 방법론이 아닌, 철학적.신학적인 사고를 통해 진상을 알아낸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범인의 생각과 감정등을 똑같이 상상하고 나면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하루하루 트릭만 푸는 추리 기계 탐정들과 달리 범죄를 둘러싼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기 때문에 색다른 맛이 있다. 사실상 브라운 신부의 추리 과정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처럼 증거와 과학적 정황 분석보다는 각 인물의 심리를 파고드는 심리 분석에 가까운데, 그 탓에 정확한 사건 추리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날카롭게 각 인물의 심중을 파악하는 그 모습은 어찌보면 현대적인 프로파일링에 가까울 정도. 후배 메그레 경감이 이 방법론을 계승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심리 추적과정은 브라운 신부가 "직접 범인이 된다"라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는 범인의 심리와 동기까지 이해할 만큼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추리하는 것이다. 나는 범인이다 브라운 신부의 말에 따르면 일종의 종교적 수행방식이라고. 이 때문에 브라운 신부는 "우리가 절대 범죄자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죄를 두려워해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얼마든지 쉽게 범죄자가 될 수 있기에 죄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추리방식 때문에 범죄자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이 되지 않냐는 지적에 범죄자에게 동정심을 느끼기 보다는 그보다 먼저 범죄자의 후회하는 마음을 느끼게 된다고.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범인은 바로 너다!'를 외치면 궁지에 몰린 범인이 자살…그런 거 없다. 신부가 담담하게 미스테리를 풀어내고 사건의 진상(혹은 범인)을 밝히면, 그 뒷이야기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는 식으로 끝난다.[4] 가끔은 범죄자 편을 들어주기도 하는데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이라는 단편에선 살인을 한 사람이 멀리 달아나도록 경찰에게 비밀을 지켜줬다. 그러나 그 사람이 살인을 할 만한 이유도 있었거니와, 꽤 복잡한 사정과 높으신 분이 저지른 추악한 짓 때문에 인생을 말아먹은 이의 복수극[5]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말은 브라운 신부의 직업이 경찰이나 형사가 아닌 신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인 G.K 체스터튼의 카톨릭 적인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다. 즉, 범인을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죄를 회개해야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직업상 워낙 별의별 고해성사를 듣다보니 범죄자의 심리나 수법에 빠삭해서, 그를 상대하던 범죄자조차 식겁할 정도. 첫 작품 『푸른 십자가』에서 그를 등쳐먹으려던 대도 플랑보는 오히려 정체를 간파한 신부의 꾀임수에 넘어가 체포당한다. 이후 신부의 설득에[6] 도둑질을 그만두고 탐정이 되고 몇몇 작품에서 브라운 신부와 함께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푸른 십자가』에서 플랑보를 쫓고 브라운 신부의 도움으로 체포한 형사 발렝탱[7]은 살인자로 타락하여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다.
후에 형사 콜롬보의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셜록 홈즈 패스티시인 《Night Watch》라는 소설에선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덞 종교의 지도자들이 모인 영국의 대성당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홈즈가 사건을 푸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브라운 신부는 목격자 중 한 명으로 나온다. 다른 사람들(심지어는 마이크로프트마저)이 브라운 신부를 그저 그런 사람으로 봤지만 셜록 홈즈만은 브라운 신부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꿰뚫어본다. 심지어는 마지막에 홈즈가 놓친 부분을 지적하기까지 한다.
영화에서는 故 알렉 기네스가 연기한 적이 있다. 사실은 우산이 아니라 광선검
2013년 BBC에서 영국 드라마로도 나왔다. 브라운 신부 역을 맡은 배우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아서 위즐리와 닥터후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역을 맡은 마크 윌리엄스.(#)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옮겨왔다기보다는, 시대 배경을 1950년대[8]로 바꾸고 사건들도 시대에 맞춰 적절히 재구성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9월 22일 부터 평화방송에서 명탐정 브라운 신부라는 이름으로 토요일 오후 8시에 더빙으로 방송 되고 있다.
- ↑ 아마 이 대사는 어떤 사신초딩탐정 때문에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텐데, 이 대사는 브라운 신부가 말한 것이 아니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한 첫 작품 『푸른 십자가』에서 대도 플랑보를 추적하던 파리 경찰청장 발렝탱이 괴도 플랑보를 쫓으면서 아무 선수도 치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며 한 대사다. 그리고 발렝탱은 다음 이야기에서...
- ↑ 하지만 교황청에 찍혔는지, 여러 곳을 떠돌아다닌다. 심지어 영국을 떠나 미국이나 남미에서 교구를 담당한 적도 있다.
- ↑ 원래는 후지와라 사이토(藤原 宰太郎)작 《당신의 두뇌에 도전한다 세계의 명탐정 50인(あなたの頭脳に挑戦する 世界の名探偵50人)》이다. 그런데 어른의 사정으로 50인 가운데 일본인 탐정 6인을 빼버렸다.
- ↑ 이는 작중 신부가 직면하는 미스터리가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부터 심각한 범죄까지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체포 엔딩을 쓰지 못하게 된 점도 있다. 다만 살인 같은 경우 범인이 유죄를 인정하며 끝난다.
- ↑ 대통령 후보도 된다는 소릴 듣을 정도로 경제계와 정계에서 이름을 높히던 엄청난 재벌이 살해당했는데 경찰이나 높으신 분들은 브라운 신부가 그 재벌의 비서가 살인자를 죽였다고(그 살인자는 이전부터 살인을 저질렀고 비서도 부모를 잃어서 이를 갈아왔다)하자 잘 죽였다면서 비서를 편들어줬다. 신부가 그래도 살인이라고 하자 다들 당연한, 정당한 살인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착잡한 얼굴을 하던 신부는 그 비서가 죽인 살인자가 바로 그 재벌이었다…라는 이야길 하자 죄다 충격을 받으며 한다는 소리가 '그럼 그 비서를 놔둘 수가 없다….' 그러자 신부는 일갈한다. "방금 전까지 그 비서를 편들던 당신들이 아니었소? 부자이고 힘있는 자가 죽어서 비로소 살인이라고 태도가 바뀐단 말이오?"라고 말하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신부는 그 비서가 멀리 달아나도록 놔뒀다.
- ↑ 후에 플랑보는 오직 신부만이 왜 자신이 도둑질을 했는지 이해했다고 얘기했다.
- ↑ Valentin. 발렌타인의 프랑스식 표기로 '봐란탄', '발랑탱', '발렝텡' 등으로 음역되어 있다.
- ↑ 작중에서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나치스에 대한 반감이 아주 강하게 남아있고 작중에서 한국에 파병간다는 종군신부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50년대 초반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