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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개요
은하영웅전설 6권 프롤로그 <지구쇠망의 기록>에 나오는 지구통일정부와 시리우스를 위시한 우주 식민지 간의 전쟁. 서기 2689년에 지구군이 벌인 시리우스 성계 제6 행성 론드리나 공격을 시작으로 서기 2704년의 지구 패망 때까지 이어졌다.
간단히 말해 지구 쇠망의 역사.
2 인류의 우주발전사
서력 2039년, 수십억 명이 몰살당하며 인류의 숫자를 약 10억으로 감소시킨 13일 전쟁과 뒤이은 90년 전쟁은 살아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의 비극적인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 인류가 하나로 뭉친 굳건한 통일 체제를 갈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기나긴 혼란기는 계속 되었으며 온 인류가 휘말려든 비극은 무려 100여년이 지난 서력 2129년 지구통일정부가 출범하며 비로소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수립된 통일정부는 우선 초토화 된 지구를 재건함과 동시에 인류의 미개척지인 우주로 눈을 돌려 달 표면에 지구통일정부 우주성을 설립하고 우주개척의 첫 발을 내딛었다.
서력 2166년경에는 목성에 개발기지를 건설하는 등 인류의 생활권이 태양계 전체까지 확장되었으며 이 시기 지구통일정부의 수도 브리즈번의 인구수가 달에 위치한 우주성 및 인근 도시구역의 인구수보다 적어지는 등 인류는 점차 지구를 벗어나고 있었고 통일정부 내부에서는 지구를 중심으로 한 굳건한 통일 체제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게 아니냐는 우려도 생겨났다.
물론 당대 과학기술의 수준 문제로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기는 커녕 지구와 달을 제외한 행성에는 제대로 된 거주구역조차 조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당장은 큰 문제거리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서력 2360년, 안토넬 야노슈 박사가 지휘하는 우주성 기술개발진이 인류의 숙원이었던 초광속 항행을 실현하며 태양계를 넘어, 더욱 먼 우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개발 초기에는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으나[1] 2391년에는 완벽한 실용화에 성공, 2402년에는 드디어 태양계를 벗어난 다른 성계에서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을 발견하며 인류는 처음으로 항성 간 이주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2.1 통합체제의 균열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파생되었다.
인류의 상당수는 지구와 태양계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해도 태양계 밖으로 이주하는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었고 당대에는 아무리 멀리 진출해봐야 태양계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니 큰 문제가 되진 않았으나 초광속 항행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가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성계까지 진출하자 지금까지 지구와 달을 중심으로 하는 지구통일정부의 단일 권력체제에 정말로 균열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태양계 밖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면 모를까 외우주를 향해 인류가 진출할 수록 지구와의 거리는 멀어지기만 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지구통일정부의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이에 대해 브리즈번의 통일정부 수뇌부에 오간 차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개척지와 시민들에게 '얼마 만큼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결국 2402년, 제1차 항성 이민단이 출발하는 시점에서도 명확한 결론이 나지 못했다.
2.2 착취당하는 식민지
인류의 우주시대가 개막됨과 동시에 지구통일정부는 우주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범죄 및 사고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성 항로국에 '항행안전부'를 신설하였다.
그런데 우주 진출이 활발해지며 항로국의 일개 부서로써 처리할 수 있는 한계점이 대두하였고 이에 지구통일정부는 항행안전국을 우주성 '보안국'으로 승격시켰다. 그렇지만 인류의 우주 개척은 그 가늠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보안국'의 권한도 얼마 못 가 한계를 맞이하여 결국 우주성 보안국은 우주성 차관을 총책임자로 두는 '우주 경비대'로 재편되고 뒤이어 서력 2484년에서는 지구통일정부의 정식 '우주군'이 발족하게 되었다.
문제는, 당시 지구통일정부에는 우주군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인류의 우주 개척의 속도가 놀라우리 만치 빠르다고 해도 우주는 광활하고 인류의 손길이 닿는 장소는 티끌보다도 더 작은 보잘것 없는 공간에 불과하며 인류를 위협할만한 외계 세력은 존재하는지 여부부터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니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는 오직 '소규모의 우주해적'들 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적해야할 '외'적이 없는 우주군은 '내'적 문제에 대한 지구통일정부의 탁월한 해결책으로 변질되며 빠르게 타락해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 지구와 식민지 행성 간 경제적 불균형이 심각해지며 정치적, 경제적으로 대등한 관계는커녕 식민지 행성들은 어떠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구는 이미 수백년전에 자원이 고갈되어 농업, 공업, 광업 등 1차 산업을 아예 포기해버리고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금융업을 통해 식민지 산업을 지배하며 부를 마구 빨아들이기만 했다. 착취한 막대한 부의 일부는 우주군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쓰이며 유사시 식민지를 무력으로 억압할 수단으로 소모되었 통일정부의 의회, 범인류평의회에서는 의원의 약 70%를 지구에서 선출하게 하고, 법률 개정에 7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두어 산업적으로, 군사적으로, 법률적으로 철저하게 식민지를 착취했다.
2.3 부패한 군대
국가의 군대가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총부리를 들이미는 폭거를 자행하고, 이를 제어해야하는 정부는 되려 이런 악행을 주도하고 있으니 식민지인들의 고통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기만 했다.
더구나 이런 억압책이 '일단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자 지구통일정부는 이 매혹적인 해결책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우주군을 더욱 확장했다. 이렇다 보니 우주군의 규모는 외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식민지들을 더 효과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차츰 비대해지기만 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내부부터 심각하게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당대 우주군의 부패는 양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2527년 범인류평의회 우주군 통제위원회 세미나에서 제4방면 총감부 소속 우주항모 '딕시랜드'의 함장 '아널드 F 버지' 대령의 우아한 생활상이 고발당하는 일을 예로 들 수 있다.
버지 대령의 방은 집무실을 포함하여 거실과 침실, 욕실까지 240㎡[2]이라는 엄청난 넓이를 자랑했는데, 문제는 버지 대령의 공간 바로 아래층에는 대령 1인이 거주하는 면적과 똑같은 면적에 90여 명의 병사들이 처박혀있었다. 대략 병사 1인당 약 2.6㎡, 불과 1평도[3] 안되는 공간을 병사 숙소로 배정한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심지어 대령에게는 여성 비서 1명,[4] 군무원 당번병 6명, 직속 요리사 2명에 직속 간호사 1명까지 배정되며 참으로 '우아하신'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우주군 확장에 비판적인 사람들은[5] 이를 두고 전속 간호사까지 필요한 병자가 함선의 지휘를 강요당하는 인도적이지 못한 실상이라 비꼬았으나 이미 지구 대표들에 의해 의회와 언론이 장악당한 탓에 고발한 사람이 되려 비난받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3 식민지인들의 분노
서력 2680년, 식민지 출신 대의원들은 지구의 자본적 압박으로 단일 작물 재배를 강요당하고, 급기야 이것조차 착취당해 기아에 시달리는 식민지들의 실상을 들어 모든 부가 지구에 편중되는 상황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런데 지구측 대의원들은 되려 식민지 사람들이 빈곤한 것은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며 지구를 비난하는 것은 자립심도 없는 노예근성의 발로일 뿐이라 일축했고[6]식민지의 빈곤한 주민들은 이 탄압자들을 자신의 노동으로 먹여 살리는 것을 강요당하기만 했다.
자본주의의 이름 아래 지구는 식민지를 마구 착취하며 강탈한 부로 우주군을 확장시켰고 확장된 우주군은 식민지를 더욱 강하게 억눌렀다. 서력 2682년에 이르자 참다못한 식민지 정치가들은 하나로 뭉쳐 지구측에 '비대해진 군대 축소, 범인류평의회의 의원 선출규정을 인구수 비례로 변경, 지구 자본에 의한 식민지에 대한 내정간섭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요구사항은 지구 측이 범인류평의회에 대한 분담금 지급을 정지하는 것으로 답하며 철저히 무시당했고, 식민지의 분노는 더욱 불타오르기만 했다.
3.1 지구통일정부의 음모
또다시 식민지인들을 강압적으로 눌러 내리긴 했으나 식민지 세력이 하나로 뭉쳐 집단으로 항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지구통일정부로써도 식민지의 불만을 해소할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물론 지구통일정부는 자신들이 만든 철저한 착취구조에 빠져 신음하는 식민지를 구원하기보다 연합한 식민지 대표들을 이간시켜 내분을 유도하는 더욱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생각해냈고 당시 식민지에서도 나름 경제규모가 크던 시리우스 성계 정부가 식민세력의 구심점이 되었다는 점을 이용,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허위정보를 유포시켰다. 목적은 시리우스 정부와 다른 식민지 정부를 분열시켜 시리우스를 식민지 불만 해결의 제물로 삼는 것이었으며 급기야 지구통일정부는 시리우스 정부는 지구와 식민지들의 공동의 적이며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라 몰아붙이는 '시리우스 위협론'을 창조해냈다.
이 '시리우스 위협론'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억지에 불과했다. 지구인 마렌치오 기자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은 통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어젯밤, 근처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다. 시리우스 성계에서 잠입한 파괴공작원 짓이리라. 오늘 아침, F블록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방화사건의 범인이 검거되었다. 시리우스 성계에서 잠입한 첩자에게 세뇌당해 나쁜 짓을 한 것이리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 먹게 한 일도, 미대륙 원주민을 학살한 일도, 버뮤다 해역에서 여객선이 침몰한 것도 모두 시리우스의 파괴 공작의 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아, 시리우스여! 그대는 전능한 악당으로 역사에 우뚝 솟으리. |
이런 기사를 본 지구통일정부는 격렬하게 분노했고 그나마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마렌치오 본인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못했으나 언론사의 압력을 행사하여 마렌치오 기자를 변경으로 내쫓아버렸다.
3.2 예상치도 못한 효과
지구통일정부가 밀어붙인 '시리우스 위협론'은 식민지 세력의 구심점이 되가던 시리우스를 파멸로 몰아넣기 위한 거짓 중상에 불과했으나 압제에 시달리던 식민지인들에게는 역효과를 발휘해 식민지인들의 구세주로 시리우스가 발돋움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지구통일정부의 모략은 서력 2685년, 다수의 식민행성이 지구의 전횡에 저항하려면 강력한 시리우스에게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리우스측에 가담, 시리우스가 반지구세력의 맹주로 거듭나게 도우며 실패로 돌아갔다.
4 개전과 학살극
모략이 실패하자 지구통일정부는 이참에 무력을 동원하여 시리우스와 반지구세력 자체를 직접 몰살시키기로 마음먹었고 서력 2689년, 시리우스측이 각 식민행성의 경비대를 모아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중화기 제공을 약속한 것을 구실로 삼아 대대적인 기습을 감행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군을 창설하여 대량의 함선, 물자, 필요 인력을 양성시켜온 지구군에 비해 함대는 커녕 주민들의 식량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식민지가 대다수에 그나마 강대한 시리우스의 군대조차 지구군에 비교하면 행성 경비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초라한 식민지군은 삽시간에 붕괴되었고 특히 식민지연합 우주함대는 궤도 밖으로 이륙조차 못하고 지상에서 몰살당했다. 식민지 연합군을 와해시킨 지구군은 뒤이어 시리우스의 수도성, 제6 행성 론드리나를 제압했고 이렇게 식민지인들의 저항은 허망하게 제압당했다.
지구군은 신속하고 화려하게 승리를 거두긴 했어도 이 '전쟁'에서 내적 부패가 여실없이 드러났다. 사상자 숫자를 조작하여 죽은 자에게 보내진 월급을 착복한 장교는 기본이요 일선 장병들에 사령부까지 가담해 압수한 물자의 양을 조작하여 횡령을 일삼았으며 전공을 과장하기위해 약 60만명의 식민지군 사망자 숫자를 약 150만까지 부풀려 보고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보고에 신빙성을 만들어내겠다며 민간인을 대량으로 학살하고, 시신을 토막내어 몇 사람 분량으로 위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런 만행의 최고조는 다음 해인 2690년 2월에 지구통일정부의 수도 브리즈번에서 있었던 군법회의에서 벌어졌다. 한 기자가 목숨을 걸고 현지에 잠입하여 증거를 모아 군대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폭로하여 재판이 열린 것인데, 명백한 민간인 학살 행위였음에도 재판부는 피고 지구군 병사들의 증언만 인정하여 피고 전원에게 무죄를 선언했고 지구군은 사실을 폭로한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군부 출입을 엄금시켰다. 학살 범죄자들은 국가의 영웅 대접을 받으며 법정을 빠져나갔고 환호하는 군중들을 배경으로 자랑스럽게 거리를 행진했다.
4.1 라그랑 시와 피로 물든 밤
민간인을 학살하고 제물을 갈취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지구군 장병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흐르는 법칙이었으나 이것이 정식 법정에서 인정받자 지구군 군인들은 식민지인을 대상으로 약탈이건, 폭행이건, 살인이건 무슨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으며 한낱 도적 집단으로 변했다.
론드리나 행성이 지구군에게 제압당하기는 했으나 몇몇 구역에는 아직 지구군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라그랑 시티는 이런 구역중 하나로 특히 론드리나의 경제 중심지로 행성의 풍부한 천연자원들이 모이며 '지상의 부와 지하의 부가 빠짐없이 모여든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풍요롭고 거대한 도시였다.
도적집단으로 변한 지구군은 당연히 라그랑 시의 막대한 부를 탐내어, 식민지 연합군의 패잔병 일부가 도시로 숨어든 것을 트집잡아 15개의 기계화사단, 4개 공중공격사단, 6개 도시형전투사단을 투입하여 라그랑 시를 완벽하게 포위하고 언제라도 시내로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OVA의 묘사를 잘보면 지구군의 주력전차가 M1 에이브럼스다.
우주함대를 띄워서 싸우는 주제에 700년동안 전차기술은 그대로인가보다
심지어 총기도 모두 화약식이다.
당초 진입 예정일은 5월 9일이었으나 라그랑 시의 시장인 조세프 마사릭이 투병중인 몸에도 지구군의 시내 진입을 막기위해 노력했고, 지구군 내부에서도 누가봐도 명백한 폭거를 당당하게 저지른다는 점을 혐오한 총사령부 작전국 차장인 클레랑보 중장을 위시한 일부 양심이 남아있던 사람들의 노력[7]으로 2차례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런 피나는 노력에도 지구군의 공격을 막을수는 없었고 급기야 라그랑 시에서는 도시로 숨어든 식민지 연합군의 패잔병들을 붙잡아 지구군에게 넘기면 공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착각한 일부 시민들이 자경단을 조직하여 패잔병 사냥에 나섰고, 순순히 붙들려 처형당할 수 없었던 패잔병들이 응전하며 시내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러던 5월 14일 20시 20분 경, 시내 서쪽에 위치한 액화수소 저장탱크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연기 기둥이 치솟아올랐고 이를 신호로 시외 지역에서 기회만 엿보던 지구군 10개 사단이 시내로 돌입하였다. 훗날 피로 물든 밤(블러디 나이트)이라 불리는 대학살극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라그랑 시티로 진입하는 지구군 장병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
"무기를 소유하고, 저항하는 자는 사살하라. 또한 무기소유가 의심되는 자, 저항 가능성이 보이는 자, 도주 및 은닉 가능성이 보이는 자도 이에 준하여 조치하라." |
이런 지시는 사실상 무차별 학살을 대놓고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기강이 무너진 지구군은 사령부의 용인하에 시내에 진입하여 살육, 학살을 마음껏 저질렀고 한 몫 챙기려는 약탈행위도 극을 달렸다. 시립 미술관에 보관된 회화, 보석세공품 등은 모조리 강탈당했고, 귀중한 문서류는 가치를 이해못하는 몇몇 병사들에 의해 화장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다 전부 불살라졌다.
시내 북부에는 다이아몬드 원석 연마시설, 금 및 백금 가공공장 등이 집중되어 있어 지구군이 좋은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공중에서 낙하한 제 2 공중공격사단과 도로로 진입한 제 5 도시형전투사단간 사이에 전리품 경쟁이 벌어졌고 한낱 패싸움 수준이 아닌, 무려 아군끼리 전투를 벌여 쌍방 약 1,50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8] 심지어 민간에서 약탈한 품목들을 서로 강탈하던 와중 어느 병사는 빼앗은 귀중품을 지키겠다며 보석류를 집어 삼키기까지 했는데 분노한 약탈자들에 의해 아군 병사건 뭐건 배를 갈라서 살해하고 보석을 강탈했다.[9]
이런 짐승도 저지르지 못할 만행이 더욱 끔찍했던 점은 이런 만행이 라그랑 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략 100배가 넘는 규모로 저질러 졌다는 것이다. 약탈에 눈에 먼 지구군 병사들은 귀걸이를 강탈한다고 귀까지 뜯어내거나 반지를 강탈한다고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것도 모자라 금이빨을 강탈한다고 군용 대검으로 아래 턱을 찢어버리기까지 했다.
이 참극은 고작 10여 시간만에 끝났으나 결과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불과 10시간 동안 약 90만 명이 넘는 라그랑 시민들이 살해당했고 파괴, 약탈 행위로 약 150억 크레딧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되었다.
지구군 대변인 웨버 소장은 공식 발표를 통해 군대에 의한 학살 및 약탈행위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으며 지구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드는 반역자들이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3일만에 군부의 말이 바뀌었다. 학살과 약탈행위가 있었으나 소규모, 사상자는 약 2만 명 정도이며 이것조차 지구군이 아닌 반지구 세력의 과격파 게릴라들에 의해 벌어졌다고 발표하며 아직 라그랑 시에는 이런 과격파 게릴라들이 숨어있다고 판단되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소탕 작전을 재차 벌인다.
4.2 끝나지 않은 학살과 라그랑 그룹의 탄생
지구군의 2차 진입에는 3가지 목적이 있었다.
- 라그랑 시에 남은 물자 약탈 및 은닉물자 수색.
- 사건의 증거를 인멸.
- 라그랑 시를 철저하게 파괴하여 반지구세력에게 본보기를 보임.
이미 한 차례 초토화된 라그랑 시는 지구군의 침공을 조금이나마 늦출 힘도 남아있지 않았고, 결국 약 35만 명이 추가로 살해당했다.
그러나 이런 비극 속에서도 식민지인들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지구군의 학살극은 식민지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 더욱 큰 반발과 복수심을 품게 되었으며 후일 식민지인들의 희망이 되는, 칼레 팔름그렌, 윈슬로 케네스 타운젠트, 졸리오 프랑쿠르, 차오 유이룽이 연합한 라그랑 그룹이 태어나는 밑거름이 되었다.
후일 라그랑 그룹의 일원이 되는 이 4명은 처음에는 각자 반지구 활동을 펼치며 명성을 쌓았고 서기 2691년, 프록시마 성계의 행성 프로세르피나에서 처음으로 만나 라그랑 그룹을 발족시켰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이들은 칼레 팔름그렌의 뛰어난 지도자로서의 능력으로 저항세력을 하나로 묶고 윈슬로 케네스 타운젠트의 뛰어난 경제지식과 탁월한 행정력으로 저항세력의 경제적 기반을 정리하며 졸리오 프랑쿠르의 군사적 능력으로 수없이 난립한 저항세력의 군사력을 통합, 블랙 플래그 포스를 창설하여 강력한 군대를 꾸렸고 차오 유이룽의 악마같은 공작활동을 벌여 4인조의 완벽한 작전은 차츰 지구통합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5 지구통일정부의 위기
라그랑 그룹의 탄생으로 반지구 세력의 구심점이 다시금 생겨났으나 장비, 병력, 훈련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고, 특히 비네티, 샤톨프, 콜린즈라는 뛰어난 장군이 있던 지구군에게 연전연패를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3명의 장군은 능력은 있으나 서로 협조하려 하지 않아 2691년 벌어진 베가 성역 전투에서 점차 정예화 돼 가는 졸리오 프랑쿠르가 지휘하는 블랙 플래그 포스에게 각개격파당하며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84차례에 걸쳐 연패당하며 지구군에 눌려있던 식민지들이 하나씩 봉기, 라그랑 그룹에 가담하였다.
여기에 라그랑 그룹은 곧 벌어질 지구군과의 일대 격전에서 지구군의 그나마 유능한 비네티, 샤톨프, 콜린즈만 제거한다면 식민지군의 승리가 확실시 된다고 판단하여 차오 유이룽의 악마와도 같은 모략으로 비네티를 선동하여 콜린즈를 살해하게 만들고, 이 사실을 샤톨프에게 흘려 샤톨프가 비네티를 사살하게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콜린즈와 비네티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샤톨프에게 뒤집어 씌워 죽은 비네티의 부하들이 샤톨프를 살해하게 만들었다.[10] 샤톨프는 온 몸에 총격을 얻어맞은 상황에서 암살자들을 보고 비웃으며 "멍청한 놈들"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는데, 라그랑 그룹의 음모를 깨닫고 이제 자신마저 죽으면 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예감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지구군에는 무능하거나, 멍청하거나, 잘해봐야 평범한 장군만이 남았다.
지구통일정부는 이후 연전연패를 면하지 못하다 급기야 2703년이 되자 태양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상실하기에 이른다. 1차 산업을 식민지에 떠넘기며 이미 오래전부터 자급자족을 포기한 태양계 지역에서는 연료, 심지어 식량조차 부족해졌으며 물자부족에 시달리던 지구군은 이제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약탈을 감행, 지구인들 사이의 내분이 벌어졌다.
이제 지구군에게 남은 것은 항복하던지, 항전하던지 2가지 뿐이었다.
5.1 제2차 베가 성역 전투
연전연패를 겪고 물자난에 시달리긴 해도 이미 오랜 기간 비대하게 불려온 지구군에게는 아직 뛰어난 장비를 보유한 수 만척 이상의 함대가 있었다. 식민지군에 비해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고 지구통일정부는 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항전에 나선다.
그러나 이미 지구군에는 능력있고 양심있는 지휘관들은 전사하거나, 항복하거나, 제거되었으며 남아있는 것은 형편없는 역량의 지휘관 뿐이었다. 그렇게 벌어진 2703년 제 2차 베가 성역 전투에서는 약 2만 척이 지구군이 약 6천 척의 식민지군에게 패배하며 2704년이 되자 태양계 조차도 유지하지 못하며 지구군은 이제 반격은 커녕 소행성을 중심으로 최후의 발버둥을 시작하였다.
6 지구의 멸망
이 추악한 발버둥도 머지않아 라그랑 그룹을 위시한 식민지군에게 소탕되었고 식민지군은 이제 목성까지 진출하였다.
식민지군 지휘부는 지구를 어떻게 처분할까 논쟁이 벌어졌다. 이때, 프랑쿠르는 전면공격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차오는 뭐하러? 놈들이 죽기살기로 덤벼 우리군만 피해를 입는다. 우리 피해없이 그냥 놔둬도 알아서 해결되니 놔두자고 주장했다. 말이야 놔두는 것이지만 천천히 굶겨죽이자는 것. 이 일로 둘은 극렬히 갈등을 빚었는데 리더인 팔름그렌이 결국 절충하여 약 2개월간 지구를 완벽하게 봉쇄하여 자멸하는 꼴을 보다 공격을 가하기로 합의했다.
라그랑 시의 피로 물든 밤에서 약 10여 년, 그 참극을 저지른 지구는 이제 약 100배 규모로 복수당한다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식민지군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이런 상황에서도 전 인류를 대표하는 지구의 명예를 운운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나 연합군 총사령관 프랑쿠르에게 싸늘한 대답만 듣고 내쫒겼다.
"심지어 어린이들의 노동력까지 착취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자는 매로써 다스려 온 터에 새삼 무슨 권리를 주장하는가? 그대들에게 남아 있는 권리가 있다면 양자택일을 할 수 있다는 권리뿐이다. 스스로 멸망하느냐, 멸망당하느냐,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하라." |
이미 수 백년에 걸쳐 지구는 식민지인들을 착취하며 살아왔다. 필요이상의 무력을 보유하며 유사시 식민지인들을 향해 거리낌없이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식민지인들의 피나는 호소에도 착취와 폭력을 멈추기는 커녕 더욱 심하게 식민지인들을 억압해왔다. 지구통일정부의 대표단이 타협은 커녕 자비조차 구하지 않은 것은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자비조차도 구할 자격이 없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표는 지구로 돌아오는 와중에 자살했다. 교섭이 실패해서라기보다는 앞으로 지구에서 벌어질 참극을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식민지군의 봉쇄작전으로 이미 대혼란이 벌어진 지구는 마침내, 수 백년간 복수를 염원하던 식민지인들의 함대 아래 놓였다. 히말라야 산맥은 1천 미터에 달하는 부분이 통째로 날아가는 등 지구의 지형조차도 바꿔버릴 강력한 복수의 비가 내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식민지 착취, 폭력과 이 모든 참극의 원흉인 지구통일정부와 지구군 수뇌부 일부가 히말라야 산맥 지하에 위치한 수력 발전, 태양열 발전, 지열 발전 등 갖은 발전 시설에 여러 방어 수단을 보유한 특별 방공호에 기어들어가 사람들이 죽든 말든 자신들 때문에 일어난 참극을 편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호화로운 음식에 술과 매춘부까지 끼며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즐겼다.
당연히 식민지군과 프랑쿠르는 분노, 즉각 이 쓰레기들을 쓸어버리려 했으나 방공호가 히말라야 산맥의 두터운 암반 아래 있어 함대로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 인근 수로를 일제히 폭파시켜 수억 톤의 물을 방공호 안으로 들여보냈다. 방공호 안에 기어들어간 정부, 군부 관계자들은 24,000 여명중 100여명을 제외하고선 모두 익사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한편, 지구 지표면에서 벌어진 처절한 보복행위는 약 사흘간 지속되었고 전직, 현직을 막론하고 지구통일정부 및 군부 관계자 약 6만여명이 체포되어 전범 혐의로 모조리 처형당했다. 연합군 지도부의 엄명으로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복수를 염원하던 식민지군의 공격에 100억에 달하던 지구 인구가 약 10억까지 감소하였다.[11]
심지어 프랑쿠르는 남은 10억 여명의 지구인도 모조리 몰살하려 들었고 아무리 복수심에 사무쳐도 도를 넘은 행위라고 판단한 팔름그렌의 강력한 만류로 프랑쿠르의 학살은 막을 내렸다.
7 인류 사회의 격변
한때 멸망 위기에 빠진 인류 사회를 밝은 미래로 이끌던 지구통일정부의 결말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라그랑 그룹의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 식민지인들은 지구통일정부를 대신할 새로운 체제를 만들고자 했으나 지도자 팔름그렌이 병으로 급사하자 타운젠트가 프랑쿠르간 대립이 격화되다 타운젠트에 의해 프랑쿠르와 차오가 살해당하며 타운젠트가 새로운 체제의 지도자로 떠올랐으나 차오의 조카 퐁이[12] 타운젠트를 암살하며 라그랑 그룹이 와해되었고 프랑쿠르의 죽음 이후 공포감에 억눌려있던 블랙 플래그 포스가 마구 분열하고 폭주하며 약 100여년간 혼란이 지속되다 서력 2801년이 돼서 겨우 은하연방이 수립되며 온 인류 사회가 통일되었다.
지구에서 살아남은 10억명의 생존자들은 폐허가 된 지구에 모든 희망을 잃고 대부분 다른 별로 이주하였다. 다만 지구에 절망과 허탈감에 억눌린 몇몇 사람들이 남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지구교라는 새로운 종교가 태어나게 되었다.- ↑ 항행 거리도 짧고, 특히 여성의 출산능력을 포함한 인체의 여러 악영향을 주었다.
- ↑ 평수로는 대략 72평에 달한다.
- ↑ 1평은 약 3.3㎡, 제대로 눕기도 힘들다는 열악한 고시원과 비슷한 면적이다.
- ↑ 참고로 고위간부에게 전속간호사(또는 여비서)를 배치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 윗동네. 북에서 이 직책을 가리키는 정식명칭은 '기술서기'.
- ↑ 식민지 대표들과 지구의 몇 안 되는 양심적인 사람들.
- ↑ 심지어 이 기가막힌 발언에 지구측 대의원들은 박수갈채와 환호까지 보냈다.
- ↑ 작전 자체를 막지를 못하니 작전계획안이 미비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작전을 불허하는 식으로 최대한 시간을 벌었다.
- ↑ OVA 묘사로는 사방에 군인들 시체가 널려있고, 주력전차까지 파괴되어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라그랑 시 진입부터 군인이라 할 수 없었지만 이젠 인간이라 할 수도 없다.
- ↑ 시체 상의를 강제로 벗기고 그대로 배를 갈라 내장이 다 끄집어져 죽은 경우도 있었는데, 죽은 병사들의 다수가 이렇게 살해당했다.
- ↑ 팔왕의 난 때 가남풍이 한 짓과 매우 비슷하다.
- ↑ 그 루돌프 폰 골덴바움조차도 42년 치세동안 40억 정도를 학살했는데 프랑쿠르가 이끄는 식민지군은 불과 사흘만에 2배가 넘는 사람들을 죽인 것이다.
- ↑ 차오는 죽은 형 부부을 대신하여 사실상 아버지 역할을 다했다. 퐁으로써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