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우 크루아흐

Crom Cruach/Cromn Cruaich

1 켈트 신화의 신적 존재


크로우 크루아흐 숭배와 관련있다고 추측되는 선돌의 복제품.*
켈트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혹은 ) 다만 후술하듯 원전에서부터 용인지 창작인지는 논란이 있다.
크롬 크루이히(Crom Cruach), 크롬 크루어히라고도 한다.

1.1 이름의 뜻

이름의 뜻은 여러 해석이 있는데, 이는 기록마다 철자도 다양하고, 이름의 뜻도 많기 때문이다. 위키백과를 인용하자면, ‘크롬’(crom, cromm)은 ‘구부러진, 뒤틀린, 구부정한’이라는 뜻이다. ‘켄’(Cenn)은 ‘머리’를 의미한다. ‘크루어히’(Cruach)는 형용사로 해석할 시 ‘피투성이, 피칠갑의’라는 뜻이고, 명사로 해석할 시 ‘도살자’, 또는 ‘옥수수 더미’, ‘더미, 무더기,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러니 이름도 다양할 수밖에...
대표적인 해석으로는 "피투성이의 뒤틀린 존재". 다른 해석으로는 "언덕 위의 구부정한 자", "피투성이 초승달", "피투성이 머리" 등이 있다. 어느 쪽 해석이나 위 선돌의 암각화에서 보이듯 무언가 배배 꼬이고 뒤틀려 있는 모습이란 점에서 용(뱀)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으며(많은 신화에서 길쭉한 것이 배배 꼬인 모습은 용(뱀) 신앙과 관련이 깊으며 용 신앙과 뱀 신앙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희생제와 관련이 있는 해석이 나온다.[1]

1.2 신화에서의 등장

투아하 데 다나안을 물리치고 에린을 차지한 밀레시안에게 숭배받은 신적 존재. 포보르에게 소환되어 누아다를 휘감아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 누아다는 발로르에게 살해당했다.

후일 밀레시안의 왕 취허른마스(티게른마스)는 막 슬레흐트에서 크로우 크루아흐에게 예배를 올리다가 에린 주민의 4분의 3과 함께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2] 투아하 데 다난을 밀어낸 밀레시안을 작살내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레이트 올드 원 스러운 강력한 공포의 존재인 것만은 맞는 것 같다.실은 호구라서 가능했다 카더라

막 슬레흐트(Mag Slecht)라는 들판에는 크로우 크루아흐의 석상과 그것을 둘러싼 열두개의 황금상이 있었으며, 할로윈 날 인신공양을 했다는 전승이 남아 있다. 이를 황도대에 둘러싸인 태양으로 해석하여 본래는 태양신이었다고 보거나, <단헨휘스>에서 우유와 곡식을 위해 희생제를 지냈다는 점에서 풍요의 신이라는 해석도 있다. 후자의 해석의 경우 용/뱀 신앙과도 또 연결되는데, 이쪽 역시 많은 문화권에서 공포의 신의 이미지와 더불어 풍요와 다산의 신으로서 등장한다.

이외에 후대에 켈트 민간신앙에서 숭배되던 크롬 두브(Crom Dubh, 어둡고 뒤틀린 자)와 같은 신격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둘의 이름의 뜻은 매우 비슷하다.

후에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패트릭(성 패트라치오)이 크로우 크루아흐에 깃든 악마의 영혼을 굴복시켜 내쫓고 우상을 파괴했으며 인신공양을 금지시켰다고 한다. 근데 정작 성 패트릭 본인의 저술이나 일대기에는 없고 9세기에나 가야 등장한다고.(...)*[3]

렌넨스(Rennes)의 원고라고 불리는 문서에서, 현재 캐번 주 발러마가우란 마을과 가까운 한 지점이 막 슬레흐트(Mag Slecht), 즉 '예배의 들판'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유래를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 크로우 크루아흐의 숭배를 다룬 시가 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크루아흐의 분노를 피하고 양식을 얻기위해 자식들의 1/3을 제물로 바쳤다는 둥 전체적으로 상당히 오싹하고 처절한 내용이다.

이곳에
역전의 용사의 위대한 우상
크롬 크루아이하(Crom Cruach)가 있어
모든 부족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노라.
서글픈 악이여!
게일의 용사들은 그를 숭상하고
공물을 바쳐야만
모진 세상에서 흡족한 몫을 차지할 수 있었노라.

그는 부족들의 신이었다.
해묵어 시들은 크롬이
일찍이 전율케 했던 백성들은
영원한 왕국을 얻지 못하리라

그를 위해
주민들은 가엾은 자손들을
울부짖으며 죽여
크롬 크루아이히 주변에 뿌렸노라.

우유와 옥수수를
3분의 1의 풋풋한 자식의 생명의 대가로
백성들은 요구했노라.
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막심하였기에.

그의 앞에서
용맹한 게일인들은 엎드려 경배했노라.
무수한 살육으로 올린 경배로
이 들은 '막 슬레흐트'(경배의 들)라 불렸노라.

그들은 악을 범하였노라.
손뼉을 치고 몸통을 두르리며
그들은 자기를 사로잡은 악귀에게 울부짖으며
억수 같은 눈물을 쏟았노라.

크롬 크루아이히 주변에서
무리들은 엎드렸노라.
크롬이 그들을 죽음과 같은 치욕으로 몰았노라.
그들의 이름은 고귀한 들판에 남아 있노라.

그들 대열 속에
열두 개의 돌 형상이 서있노라.
무리들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
크롬의 형체는 금으로 만들었노라.

은총으로 통치한
고귀한 헤리몬(Herimon)의 시대 이후로
마하(Macha)의 패트릭[4]이 당도할 때까지
사람들은 돌을 숭앙했노라.
그곳에 있던 무력한 우상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는 망설임 없이
철퇴로 쳐부수었노라.
- 켈트 신화와 전설, 찰스 스콰이어

신도 씹어잡수는 걸로 모자라 언급되는 전승마다 학살이나 인신공양 경력으로 가득찬 걸 보면, 그야말로 판타지의 드래곤들 중에서도 순위급으로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녀석.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다른 사악한 드래곤들은 아무리 강한 힘을 지녔다고 해도 결과적으론 주인공 보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는 권선징악 해피 엔딩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 녀석만큼은 오히려 신마저 죽이고 끝끝내 마지막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겼다는 것이다. 현대 창작물로 치면 마지막까지 성공한 악당이란 얘기. 근데, 크로우 크루아흐는 신화상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악역이 아니다. 그냥 이전 수정본의 내용처럼 코즈믹 호러같은 놈이 더 어울릴듯.

이렇듯, "재앙"이라는 자연적 요소 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아 투아하 데 다난이나 포워르 같은 인격신을 초월한 죽음이나 운명같은 절대적 존재로 추측되나, 이런 추측의 근거가 되는 판본이 후대 창작일 가능성이 높다보니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닐 게이먼이 쓴 "그레이브야드 북"이라는 책에 나온다.

2 마비노기

크로우 크루아흐(마비노기) 문서 참조.

3 마비노기 영웅전

해당 문서 참조.

4 11eyes에서의 크로우 크루아흐

아바리티아 3번 항목 참조.

5 하이스쿨 D×D의 등장 드래곤

크로우 크루아흐(하이스쿨 D×D) 항목 참조.
  1. 판타지 라이브러리리 시리즈 중 '켈트 · 북구의 신들'에서는 갈리아 전기에 기록된 뱀 형태의 인간/동물을 태워 제물로 바치는 우상이 크로우 크루아흐가 아닐까 하는 설을 제시한 바 있다*.근데 책 자체가 오류나 개인 추정이 워낙 많아서...정작 선돌의 그림으로는 불가사리 같은데? 그럼 조스 오므그?
  2. 출처: 찰스 스콰이어 저,<켈트 신화와 전설>. 원전을 모아놓은 책인지라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
  3. 사실 종교 관련 설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 종교인의 행적에 관해서는 과장이 많다. 우리나라만 봐도 좀 오래되었다 하는 절 중 상당수에 원효스님이나 의상스님이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정작 두 승려의 행적과 비교해 보면 안맞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4. 성 패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