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지스톤


1 개요

Phlogiston

사실 "플로지스톤"은 영어식 발음. 독일어 발음으로는 "플로기스톤"이다. 프랑스어로는 phlogistique 플로지스티크라고 했다. phlogiston이었다면 플로지스통이라 불렀을 것이다.

그리스어 "플록스(phlóx - 타다)"에서 유래 된 "타는 원소"라는 가상의 물질.

18세기 초에 만들어져 18세기 중후반까지 유럽에서 각광을 받은 이론이나, 1780년대에 프랑스앙투안 라부아지에에 의해서 존재하지 않는 입자임이 증명되었다.


2 역사

모든 가연성 물질에 들어있는 입자. 물질이 연소할 때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게 되며 그로 인해 물질의 질량이 감소하게 된다. 플로지스톤이 모두 빠져나가게 되면 연소과정이 끝나며, 다시 연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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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지스톤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 기구.

17세기 후반은 막 공기가 여러 성분으로 구성되었으며, 불 타는 연소 현상과 숨 쉬는 호흡 현상이 공기의 특정 동일한 성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는 시점이었다. 이 때 독일연금술사 베허(J. J. Becher)는 아리스토텔레스4원소설을 자신의 이론에 들어맞게 수정하였다. 베허의 제자인 슈탈(G. E. Stahl, 1660~1734)은 스승의 연구결과를 물려받아서 그 중 한 원소가 물질이 타는 데에 꼭 필요한 원소라고 주장하며 '플로지스톤'이라 이름지었다(1703).

당시에는 공기의 무게를 잴 수 없었으므로, 연소 과정이 산소와의 결합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그러므로 재의 무게가 줄어들거나 금속이 성질을 잃어버리고 부서지는 것 것을 설명하는 이 이론은 직관성이 있었다.[1] 그 이후로 1780년대까지 학자들 사이에서 플로지스톤설은 정식 이론으로 인정받았다.

다만 영국(특히 스코틀랜드)이나 프랑스에 상륙한 것이 1750년대이니, 플로지스톤 설이 영광을 누린 세월은 한 세대 정도로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라부아지에가 깨트린 "고정관념"이었다기보다는 그냥 과도기적인 설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3 문제점 및 폐기

플로지스톤설엔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나무나 종이 등이 타서 재가 될 때는 질량이 감소하지만 금속이 타서 금속재가 될 경우에는 오히려 질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었다.[2] 플로지스톤설로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게 되자 일부 학자들은 금속의 플로지스톤이 마이너스의 질량을 가진다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이는 아이작 뉴턴이 성립한 뉴턴의 운동법칙을 뿌리부터 뒤엎는 견강부회나 다름없는 주장이었다.

슈탈이나 영국의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 ~ 1804) 등의 학자는 플로지스톤이 실제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원리'에 가깝다고 주장했으며, 어떻게든 플로지스톤설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이것은 지금에 와서야 비웃을 거리가 된 것이지 당대에는 Ad Hoc으로서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에 "화학자"(라기보단 연금술사, 자연철학자)들과 물리학자는 교류가 없었다.

프리스틸리의 실험과정을 되돌아보면 그가 조금만 신중했다면 학설을 지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프리스틸리는 1774년 우선 산화 수은을 가열해서 산소를 얻어냈다. 그러면 수은 금속재는 플로지스톤을 흡수한 것이 된다. 즉, 새로 얻은 공기는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플로지스톤이 없는 공기에서 수은을 연소시키면 플로지스톤이 다시 수은에서 빠져나가 공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프리스틀리는 (호흡이나 연소가 불가능한) "열화된 공기(Vitiate air, 질소)"를 발견하였고, 탄산수를 발견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요 신학자요 정치사상가였다. 프리스틸리는 1781년 "불꽃 공기"(수소)와 "불 공기(산소)"의 합성으로 을 생성하는데도 성공하였으나 역시 이것도 "플로지스톤이 빠진 공기"(산소)와 "플로지스톤과 물의 결합"(수소)가 만나 공기는 플로지스톤을 받고, 물은 물로 남는다는 복잡한 설명으로 해결하려 했다.

물론 라부아지에조차도 1770년대까지는 플로지스톤 설을 굳게 믿고 있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증명과정에서 라부아지에는 프리스틀리의 결정적인 도움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그가 "플로지스톤이 없는 공기"를 "산성을 만드는 공기"로 oxygen이라고 부르게 된건 비금속 물질과 반응시켜 을 얻어낸 실험 이후의 일이다.[3]

라부아지에는 1783년에 "질량 보존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질량 분석의 시대를 열었다. 이것은 그가 파리 과학아카데미에서 라플라스수학자, 물리학자와의 친분이 있었던 것과도 관계가 있다. 결국 그 해 연소에 필요한 것은 플로지스톤이 아니라 산소라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해내면서,플로지스톤은 라부아지에의 산소설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1789년 라부아지에는 <화학원론>을 펴내며 이 학문을 변하는 학문, 즉 chimie(시미)라고 정의하면서 새로운 과학분야인 화학이 정립되게 되었다.


4 각종 매체에서의 플로지스톤

마장기신 2편부터 등장한 에란 제노사키스의 기체 제르보이드의 무기 중에 플로기스톤 미사일이 있다. 사이바스터의 칼로릭 미사일과 유사한 에너지 사격무기. 라기아스 세계관 자체가 에테르부터 정령, 영구기관까지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명칭이다.

팀 포트리스 2에서는 파이로의 '플로지스톤 활성화 장치'라는 주무기에서 등장한다. 기타 화염방사기들과는 달리 직접 불이 뿜어져나가지 않고 주황색 광선을 뿜어내는데 이 광선에 맞아 플로지스톤이 활성화되어 연소된다는 설정.


연금술을 소재로 하는 로로나의 아틀리에에서는 현실에서의 플로지스톤설에 걸맞게 폭탄이나 불꽃 등 뜨거운 것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금술 조합 원소 중 하나로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실제로 찾을래도 찾을 수 없던 가공의 원소였지만 여기서는 마을 대장간에서 50원 가량에 값싸게 살 수 있다.
  1. 당시엔 금속의 산화는 (calx)가 되는 것, 즉 하소(calcination)라고 불렀다.
  2. 현재는 이 현상이 플로지스톤 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금속과 결합하여 산화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안다.
  3.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도 틀린 생각이었다. 이 현상은 수소 때문에 일어나며, 덕분에 "산화"와 "연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물론 이건 훗날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