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의 간달프
메트로 2034의 주인공.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 출신이며 본명은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그러나 본인은 니콜라이라는 본명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을 호메로스라고 소개하며, 주위 사람들도 그를 호메로스라 불러 준다.
세바스토폴스카야 역에 사는 60대 노인으로, 핵전쟁으로 모스크바가 초토화되기 전에는 모스크바 지하철의 보조 기관사였다. 철도지기로 일을 시작해 보조 기관사로 승진했으며,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연봉을 높게 받으며 아내와 자식 둘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본인은 기관사로 승진해 열차의 선두에서 메트로를 한껏 가로지르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하필 그가 지하철 속에서 연장근무를 하던 날 모스크바가 불바다로 변했고, 포화를 피하기 위해 지하철이 굳건히 봉쇄되면서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말았다. 지하철 곳곳을 떠돌다가 세바스토폴스카야에 정착했고, 햔재는 옐레나라는 여성과 재혼해서 단 둘이 살고 있다. 그렇지만 예전 가족을 향한 그리움의 감정은 여전하고, 전성기 모스크바 시내의 아름다움, 전쟁 전 지하철의 모습에 끊임없는 향수를 느끼고 있다.
진성 기록덕후 겸 역덕후로 세상이 멸망하기 전의 역사, 메트로를 떠도는 전설이나 역사, 이야깃거리를 기록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서 쓸 만한 이야기를 얻기 위해서라면 자기 배급표도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지갑을 털어서 신문을 사고, 제 집의 3분의 1을 신문더미로 가득 채워놓았을 정도로 기록에 괴상한 집착을 보인다. 보초들로부터 쓸모 있는 이야기를 엿듣기 위해 위험하고 고되기로 소문난 남쪽 초소 경비를 자원하고, 메트로 여행을 나섰다가 목숨을 잃을 뻔 하기도 한다. 전직 철도지기였고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나는 줄줄 꿰고 다니며, 메트로 내부의 비밀통로도 꿰뚫고 있다. 본작이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단순한 역사 기록이 별 의미가 없다는 판단 하에 영웅담을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에 다다랐고,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1]
사실 그가 기록덕후가 된 사연은 상당히 가슴아프다. 호메로스는 가족이 사망한 후 정신적 충격으로 메트로 곳곳을 떠돌아다녔고, 그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기록을 남기는 것과 자신의 일대기를 만드는 일에 집착했던 것이다.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함과 더불어서, 자식 하나 남지 않은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순 기록물들은 문명이 사라진 메트로에서는 너무나 쉽게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 즉 영웅담을 창작해내는 것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을 만한 '영웅'이 어디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한 인물도 아니고 소설의 구성이 잘 짜이지 않아서 이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10월 경 세바스토폴스카야에서 툴스카야 역에 보냈던 대상과 수색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나선 헌터에게 동료로 지목되어 반 강제로 헌터를 따라가게 된다. 하필이면 늙고 힘 없는 호메로스가 지목된 이유는 헌터가 질문이 많은 놈은 데려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남겨질 아내 옐레나를 생각하면 헌터를 따라 위험한 여정에 나서는 일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호메로스는 잘 풀리지 않는 소설 집필에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아래 자진해서 따라나선다.
작품 속에서는 메트로 2033의 주인공, 아르티옴의 뒤를 이은 '평범한 일반인'의 역할을 맡는다. 물론 포스는 아르티옴보다 떨어진다 거의 초인에 가까운 헌터와 돌연변이들, 스토커, 군인들과 비교하면 전투력도 정신력도 비할 바 못 되는 평범한 노인 캐릭터이다. 또 사람들을 문자 그대로 도륙하고 다니는 헌터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돌연변이와의 전투에서 겁에 질려 속수무책이 되는 등 아르티옴과 마찬가지로 현실 앞에 무력한 인물이다.그렇지만 여행을 따라나선 동기를 보면 이쪽도 좀 정상은 아니다 본편 내내 열심히 구르지만 동행자 분께서 워낙 사기라서 아르티옴보다는 덜 고생한다(...).
나이도 지긋하고 전쟁 이전에만 해도 행복한 삶을 살았기 때문인지 성격도 자상하고 인간적인데, 가령 헌터가 여정 중에 살해한 사람에게 애도를 표하는 모습이나 헌터의 살인 행위에 윤리적인 의문을 갖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파벨레츠카야로 가는 길에 만난 소녀 사샤를 마치 자신의 딸처럼 잘 대해준다. 또 옛날 모스크바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보조 기관사 시절을 상상하며 사색에 잠기거나, 사샤의 불운한 과거사를 듣고 눈물짓는 등 감성적인 면이 있다.
툴스카야가 강도에게 점령당했다는 헌터의 주장을 믿고 한자동맹에 도움을 청하러 가지만, 정말로 이것이 강도의 소행인지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나히몹스키 프로스펙트(나히모프 대로)에서 주운 세바스토폴스카야 수비대원의 수첩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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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툴스카야는 강도들이 점령한 것이 아니었으며, 공기로 전염되는 위험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세바스토폴스카야와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대상과 수색대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헌터 역시 툴스카야에서 보초들과 실랑이를 벌이면서 이 사실을 알아챘지만, 단독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에게 습격당했다고 세바스토폴스카야 역장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호메로스 역시 자신이 툴스카야에서 탈출한 시체에 접촉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자신도 전염되지 않았나 노심초사하면서 헌터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수첩을 불에 태워버린다.
파벨레츠카야에서 헌터가 중상을 입고 쓰러지자, 호메로스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깨어난 헌터에게 전염병이 사실인지 확인한다.[2] 그의 추궁에 헌터는 전염병이 퍼진 게 맞으며, 2년 전에도 비슷한 병이 2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밝힌다. 또한 백신이나 치료제 따위는 없기 때문에 화염방사기로 사람, 물건 할 것 없이 툴스카야의 모든 것을 소각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밝힌다. 그리고 툴스카야에 있는 세바스토폴스카야의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역장과 사령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이에 호메로스는 자신도 병에 감염됐으리라는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헌터는 여전히 그를 동행시키려 했지만 호메로스는 사라진 사샤를 찾기 위해 그와 같이 가는 것을 거부하고, 헌터는 결국 혼자 도브리닌으로 떠난다.
사샤와 재합류한 호메로스는 레오니드라는 음악가 청년과 만나게 되는데, 자신의 소설 주인공인 사샤에게 찝쩍대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의 도움 없이는 도브리닌으로 가는 데에 1주일은 넘게 걸릴 테니, 어쩔 수 없이 그와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도브리닌에 도착한 일행은 한자동맹의 순찰대 8명이 몰살당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호메로스는 이것 또한 헌터가 한 짓인지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호메로스 일행은 도브리닌에 전염병을 알리려 하나, 오히려 역장은 자신의 지위와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리낌 때문에 전염병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때마침 도착한 헌터는 그의 행동을 일갈하고, 자신이 그 대가를 모조리 감당할테니 당신은 처벌이나 받고 가만히 닥치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린 후, 호메로스와 함께 폴리스로 향한다. 호메로스는 헌터의 잔혹한 결단에 경악했지만, 이 상황과 그의 행동을 기록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따라간다. 그러나 사샤는 치료제가 있다는 레오니드의 제안에 이끌려 다시 호메로스 일행과 헤어지고 키옙스카야로 가게 된다.
헌터 일행은 폴얀카까지 순조롭게 도착했지만, 헌터는 기묘한 환영에 시달려 다시 쓰러진다. 그리고 헌터가 굳이 호메로스를 데려온 이유가 밝혀지는데, 헌터는 점점 자아가 분열되어 자신을 잊어가고 있으며, 호메로스를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상기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폴리스에 도착한 후, 호메로스는 멜니크 대령을 헌터에게로 데려간다.[3] 그 와중 멜니크는 호메로스에게 헌터는 예전에 검은 존재와 싸우기 위해 홀로 베데엔하로 향했지만 1년간 실종되어 있었고, 자신들은 헌터가 죽은 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또 헌터는 검은 존재와의 접촉으로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것이다. 멜니크와 호메로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헌터는 토큰을 넘겨받고 툴스카야를 소각하기 위한 부대, 오르도를 데리러 홀연히 사라진다. 호메로스는 마침내 헌터가 살육을 정당화시킬 수단을 얻었고, 그 기세로 툴스카야뿐 아니라 근방의 모든 역을 몰살시킬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그리고 그가 정말로 그런 행동을 한다면, 자신의 손으로 헌터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근데 과연 죽일수 있었을까?
때마침 사샤와 레오니드는 폴리스로 들어오고, 호메로스와 다시 만난다. 호메로스는 그들이 발견한 치료제가 방사능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는 미생물이나 바이러스는 인간보다 방사능에 강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의심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것도 지상에서 방사능에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샤가 헌터의 폭주를 막아줄 것을 절망적으로 바라며 도브리닌 역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도브리닌 역의 사태는 더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툴스카야에 있던 병자들이 감시를 뚫고 탈출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헌터 역시 때맞추어 오르도 부대를 이끌고 툴스카야로 출발하기 시작한다.
오르도를 쫓아간 호메로스는 툴스카야에서 사샤와 레오니드가 음악으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사샤는 헌터에게 치료제가 있다고 설득했지만, 헌터는 자신은 이들을 박멸해야 한다며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살육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샤의 절규와 동시에 갑자기 툴스카야 역의 천장이 무너지고, 지하수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르도와 사람들은 역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사샤는 지하수를 호메로스가 말해준 "비"로 착각해 그대로 웃으며 역에 남는다. 호메로스는 사샤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가가지만 오르도는 그를 저지하고, 툴스카야와의 차단문을 닫기 시작한다. 문이 닫히기 직전, 헌터는 갑자기 문틈으로 뛰어들어 사샤를 구하려 하고, 자신은 사샤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그녀는 그대로 물속에 가라앉아 실종된다.
툴스카야를 가득 채운 물은 1주일이 지나서야 빠진다. 사샤를 잃은 호메로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시체들을 뒤졌지만 결국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레오니드의 말대로 방사능이 섞인 물은 전염병을 치료했고, 사샤가 그토록 바란 기적은 일어났다. 호메로스는 예전대로 세바스토폴스카야로 돌아가고, 이 모든 사건을 기록해서 소설을 거의 완성한다. 그리고 자신의 책이 완성되는 순간, 자신은 이 세상에 있었다는 흔적을 영구히 남기게 된다는 상상을 하며 호메로스는 조용히 추억에 잠긴다.
그러나 어떤 울부짖음이 갑자기 그의 상상을 깼고, 호메로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오열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헌터가 레오니드의 아름다운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부르는 소리였다.